타조새
지네 독에 마비됐었던 민기가 지쳤던 몸을 요양하는 동안 나와 수는 새 사냥에 열중해 있었다.
우리가 ‘타조새’라 부르는 그 새의 몸통에는 여러 색깔의 화려한 깃털이 교대로 나있었고 목은 길고 흰 털이 목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 것은 마치 목을 길게 더 늘려놓은 백조 머리를 형형색색의 깃털몸통에 붙여놓은 것 같았다.
빈약한 목에 반해 그것의 다리는 굵고 근육질이었다.
달리는 동물들을 잡거나 애초에 숲속에서 찾아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잡는 수고가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 새는 고기가 많고 맛있었다.
‘헛허허허헛, 헛헛!’
녀석의 울음소리는 꼭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운동을 하며 내뱉는 소리 같았다.
그 즈음 수는 아버지가 만들어 준 화살을 가지고, 나는 창을 써서 사냥을 했다.
먼저 타조새를 발견하면 최대한 들키지 않게 접근해 수가 몸통을 겨눠서 화살로 맞추면 나는 상처를 입고 도망치는 타조새를 추적해 쫓아간 다음 창을 던져 마무리했다.
열 번쯤 시도하면 한 번쯤 성공하는 확률이었지만 우리는 타조새 잡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사냥기술이 늘고 체력도 좋아져서 우리의 몸은 더욱 더 생활 근육으로 채워져 갔다.
그런 던 어느 날, 수는 몸이 좋지 않아서 동굴에 남고 나 혼자 숲으로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그날따라 사냥감은 눈에 띄지 않고 과일이나 버섯도 변변치 않아서 실망하며 한참 숲을 뒤지고 있었는데, 한참이 흐른 뒤, 어느 나무에 주렁주렁 노랗게 익은 먹음직한 열매들이 매달려 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그 것을 따갈 욕심에 창을 내려놓고 그물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동안 나는 왜 노랑이들이 이 나무의 열매들을 따 먹지 않고 놔뒀을까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고, 그 생각이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이유를 알게 됐다.
‘캬앗! 키오옷! 키이고옷!’
큰 뾰족부리새가 나를 향해 공격 자세를 취하며 돌진해 왔던 것이었다.
‘아아! 이런, 제기랄! 그럼 그렇지!’
거기엔 뾰족부리새의 둥지가 있어서 그 놈이 지키고 있으니 다른 놈들이 접근할 리가 없었다는 걸 내가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나는 그놈에게 쪼여 죽느니 바닥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추락하는 편이 차라리 살 확률이 조금 더 높겠다고 판단해 눈을 질끈 감고 거기서 뛰어내렸다.
“아악! 아아악!”
정말 아슬아슬하게 간발의 차이로 놈은 나를 놓쳤다.
그런데 이상하게 바닥에 둔탁하게 닿았어야 할 내 다리의 느낌이 없고 가랑이 사이에 물컹한 게 걸렸다고 느껴진 순간 내 몸은 앞으로 달려 나가지며 뒤로 재껴졌다.
“으아아악! 우와악!”
놀란 내가 소리를 꽥 질렀다.
나는 뒤로 넘어지지 않게 재빨리 앞으로 몸을 숙이며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내려고 손을 앞으로 뻗어 더듬거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을 뻗어서 잡은 손 안에 타조새의 목이 있었다.
내가 놀란 만큼 이놈도 갑작스럽게 떨어진 물체의 출현에 몹시 놀랐는지 앞으로 죽을 듯이 달리며 나를 떨쳐내려고 무지 애를 쓰고 있었다.
‘하앗, 허헛헛허어어어르!’
이 녀석은 앞도 안 보고 너무 빨리 달리는 통에 전방에 큰 나무가 있는지도 모르고 돌진했다.
“으아악! 악!”
순간 그 나무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나는 본능적으로 움켜진 손을 옆으로 돌렸다.
그랬더니 곧 타조새는 자신의 머리가 돌아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라? 이제 되네!’
그 순간 무서움은 싹 날아가고 신이 난 나는 몇 번 더 고개를 틀어서 타조새를 조정해 봤다.
녀석은 내가 트는 방향대로 나무, 덤불, 바위 등을 피해 한참을 달린 후에 탈진해서 털썩 쓰러진 후, 불쌍하게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녀석에게 몹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모처럼 얻은 고기를 낭비할 수는 없어서 그 타조새를 손질해서 동굴로 돌아갔다.
가족들은 혼자서 타조새를 잡은 나를 보고 몹시 놀라워했다.
그날 흥미진진했던 나의 모험얘기를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잠자코 듣고 있던 어머니가 내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에고! 고생했다. 경우야. 그래도 다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
수는 사람이 타조새를 탈 수도 그리고 잘 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굉장하다! 우리 어쩌면 탈 것이 생길 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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