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이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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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작품등록일 :
2024.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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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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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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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최 씨 상단(1)

DUMMY

길고 긴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회장은 축구장보다도 넓었다.

대회장 중앙에 있는 호수에는 8채의 3층 전각들과 구름다리로 연결된 누각이 있었는데, 아카오니 대전은 이 누각 위에서 펼쳐졌다.

누각 위에선 최대 4팀까지 동시에 결투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아카오니 대전은 누각 위에서 싸우는 자들 간에 연합도 가능해서, 이럴 경우 아무리 실력자라고 해도 홀로 연합한 다른 이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했다.

그래서 각 전각들 사이에서 상황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암묵적인 거래로 결투의 승패들을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

주위는 조용했지만 각 전각들 주위에는 추종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회장 안으로 들어온 현수 일행은 주 진입로에서 동쪽으로 둥글게 뻗은 길을 따라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2개의 전각을 지나자 동천각이란 현판이 붙어있는 전각이 나타났다.

동천각에는 사츠마 겐지를 비롯한 아사이 가문을 지지하는 조직의 오야봉들과 중소 규모의 야쿠자 무리를 이끄는 조장들이 측근들과 모여 있었다.

하지만 다른 전각들에 비해 인원수가 확연히 적어서인지 현수가 보기에도 사츠마 겐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위축되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후지와라 사장님.”

“예. 저희가 조금 늦은 것 같군요. 사츠마 오야봉.”

“아닙니다. 후지와라 사장님. 늦지 않게 오셨습니다. 한 이사님도 잘 오셨습니까?”

“다들 일찍들 왔네요.”

“아닙니다. 한 이사님. 어서 전각으로 오르시지요.”

“예, 그럼.”


모인 이들과 가볍게 인사를 한 후지와라 사장과 현수 등은 3층에 오르자 탁자 하나와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어서 오세요. 후지와라 사장님. 여기 대전 준비물들이 있습니다.”

“고마워요.”


그곳에서 기모노를 입은 미모의 아가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후지와라 사장에게 무전기 한 박스와 리시버가 가득 든 박스를 건네주곤 3층 전각을 내려갔다.

아사이 회장을 대신해서 동천각을 대표하게 돼서인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후지와라 사장이 탁자를 둘러싼 의자들 중에서 왼쪽에 있는 의자에 앉자, 그 반대편 오른쪽에 현수가 앉고 그들 뒤에 놓여있는 의자에 홍영인 하찌스까 사유리와 청영인 사이고 아이, 그리고 플레이어인 하찌스까 카렌이 앉았다.

하찌스까 카렌은 홍영 수하에 있는 홍귀였지만 사유리의 친동생으로 그녀 역시 혈연으로 이어진 하찌스까 가문의 플레이어였다.

이 세상에서 현수가 만난 두 번째 플레이어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번 6회 아카오니 대전을 맞아 후지와라 사장이 믿는 또 하나의 카드였다.


하찌스까 카렌(3성, 레벨-3)

고유 : 골법(닌자도. 사슬 낫, 수리검. 바람총.), 염력.


사유리는 그림자 이동이란 스킬을 가지고 있었는데 카렌은 염력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모두 착석하자 후지와라 사장은 박스에서 리시버를 꺼내 현수 등에게 건넸다.

이미 사전에 이런저런 절차에 들은 것이 있는 현수는 후지와라 사장이 건네준 리시버를 귀에 꼽자, 대회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낭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이 시대의 기술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기물이었지만 현수는 그런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잠시 후 누각 위에 사회자가 나와 아카오니 대전의 시작을 알렸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늘 아래 발길이 닿는 구석구석을 누비며 힘을 키우신 여러분, 드디어 기다리던 여섯 번째의 아카오니 대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여러분을 응원하기 위해 도코에서 온 신예 야마구치 모모에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누각 위에 아직 여고생인 야마구치 모모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야마구치 모모에의 여고생답지 않은 선정적인 노래는 젊은 야쿠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초긴장 속에 대회장에 군집해 있던 야쿠자들의 날카로운 기세로 가라앉아 있던 대회장이 요즘 한창 주가를 떠올리고 있는 여고생의 노래에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하자, 이런 여흥에 익숙하지 못한 현수는 이 대회를 주관하는 아마구찌구미의 현 회장과 그 측근들이 있는 중천각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는 전각들을 살펴봤다.

각 전각의 동정이 한 눈에 현수에게 들어왔다.

사실 굳이 각 전각의 동정을 지켜보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각 전각들의 3층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동천각을 향해 있는 것을 알았기에 현수 역시 그들을 주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동천각을 주시하던 각 전각의 사람들이 작은 소요와 함께 실망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동천각이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내건 100건의 대상물에 대해서 들은 것으로 보였다.

역시 후지와라의 예상대로 지지 세력이 줄어든 것은 아쉬웠지만 다행이도 그 덕분에 남은 지지 세력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카오니의 첫 대결은 일본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야마구치구미의 서천각과 시코쿠 지역의 남천각의 선수들의 대결로 시작되었다.

칼을 사용하는 서천각 선수와 두 자루 소도를 사용하는 남천각 선수의 목숨을 도외시한 살벌한 대결은 누각 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누각 위에서 선수들의 격투가 시작되자 세토나이카이가 후끈 달아올랐다.

뒤이어 여러 전각에서 선수들이 뛰어나와 상대 전각들을 지목하자, 각 대결마다 걸린 각종 이권들에 관한 내용 등이 리시버를 통해 전해졌다.

야쿠자라 불리는 자들의 싸움 실력이 궁금한 현수의 이목이 누각으로 향할 때 시야가 어두워지며 그동안 속을 끓이며 기다리던 영혼이동이 시작되었다.


‘돌아왔어.’


현수 앞에는 포션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희수가 있었다.

아카오니 대전에 참가하기 위해 동천각 3층에 있던 현수는 불시에 찾아온 영혼이동으로 다시는 원래 세상으로 되돌아가지 못할까? 하고 걱정을 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이전처럼 자신의 영혼이 이동하기 전 그 시간대로 되돌아왔던 것이다.

이곳에서야 순간이지만 사실 현수는 상당한 시간을 저쪽 세상에서 지내다 왔다. 그것도 기존처럼 보는 것과 듣는 것만이 아니라 빙의를 해서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지내다 온 것이다.

이쪽 세상으로 되돌아온 현수는 자신이 지냈던 그 시간의 갭을 무시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포션을 손에 들고 얼굴만 붉히고 있는 희수를 보자 지금의 상황을 바로 인지하게 되었다.


‘하! 되돌아오자마자 곤란한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네. 그래도 내가 잘 말한 것 같은데, 내가 거절해서 희수가 상처는 받지 않았겠지? 희수의 가족들도 참......, 광야에선 생존을 위해 여자들의 쓰임이 이렇게도 쓰인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건 거부감이 더 들어.’


다른 세상의 현수와 많은 면에서 동화가 되어가고 있던 현수는 아직 성년도 안 됀 희수와 같이 밤을 보내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이 세상의 보편적인 풍습이겠지만 성년도 되지 않은 희수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것이 현수는 불편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 생각하다 자신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


“이런 데서 잠을 자려고 하니 답답하네. 좀 나갈까?”

“옛? 예.”


포션을 들고 현수의 눈치를 살피던 희수의 얼굴엔 다양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건 안심한 듯 하면서도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 얼굴이었다.

현수가 마차 밖으로 나오자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차바퀴에 기대서 아이들과 여인들이 뒤엉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을 자는 여자들의 손에 조잡한 수제 석궁들이 쥐어져 있었다.

그런데 낯에 있었던 약탈자들의 습격을 물리쳤다는 생각에서인지 마차 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자까지 졸고 있었다.

아무리 오늘 밤이 약탈자들의 습격을 막고 안전하다고 하지만 졸고 있는 경계병은 현수가 대충 봐도 육체의 발육까지 덜 되어 보이는 이제 겨우 광야에서 성인으로 인정되는 열다섯 살은 되었을 까? 했다.

현수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만약 이 순간 적이라도 침입한다면 그 뒤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뒤따라 마차에서 내리던 희수는 현수의 한숨 소리를 듣고 이내 사정을 알아차렸지만 상단의 사정을 잘 아는 그녀는 무언가 현수에게 변명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때 현수의 눈에 어둠 속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은 상품을 실은 또 다른 마차에서 약탈자를 신문하고 있던 희수의 조부인 상단주와 아버지였다. 그들이 짓는 한숨 소리가 현수에게 들렸다.

최가 상단. 희수가 몸담고 있는 유랑상단의 이름이다. 주로 작은 콜로니나 그보다 작은 광야인들의 거주지를 돌아다니며 약초들을 거래하며 생존하지만 그들의 가장 중요한 거래 품목은 화주에 들어가는 약초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대격변 이후 지상은 1년 중 4개월은 겨울이었는데 그 중 2개월이 문제였다.

무려 영하 100도를 넘어가는 추위는 마력이 깃들지 않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지상에 거주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플레이어들 역시 화주라는 신비한 액체의 보조를 받지 않는다면 장시간을 추위 속에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울이 오면 추위가 미치지 않는 지저로 이동해서 살아갔다. 그렇다고 사람들은 지상에서의 활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인간들이 공략한 지저는 11층까지인데 대략 층간의 거리가 1km 정도 되었다.

여하튼 지저 역시 3층 이하의 층은 1년 중 4개월 정도 심처에서 올라오는 화기에 플레이어를 제외한 일반인들은 살아갈 수가 없었다. 화기를 이겨내자면 빙주라는 액체가 필요했다.

이런 관계로 사람들은 한 곳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지상과 지하를 옮겨 다니며 오랜 세월을 지내왔다.

그런데 이런 생활을 극복한 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도시를 세우고 강력한 콜로니를 형성했다.

이들이 지상의 가공할 추위와 지저의 화기를 막아내고 도시와 콜로니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제단이란 과거의 유산을 소유했기 때문이었다.

제단은 1m 정도의 폭과 높이의 원통형 금속으로 만들어졌는데 제단의 상단 표면은 다양한 기호와 문양이 양각되어 있는 7개의 원형 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런 제단은 자기 규모의 100배 정도의 상하좌우의 공간을 커버했다. 폭과 높이가 1m 정도 되는 제단이라면 제단을 중심으로 상하좌우 100m까지는 기후를 조절할 수 있었다. 그밖에 공간을 이어 연이어 설치하면 그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었다.

이 제단을 설치하려면 제단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연금술사가 필요한데, 대략 하루 정도 고정화 과정을 거쳤다.

물론 시작은 연금술사가 7개 링을 다루어 수동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여하튼 고정화가 되면 스스로 작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정화를 푸는 방법이나 시간도 설치할 때와 비슷했다.

그밖에도 밝혀진 제단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상하좌우를 커버하는 기능을 제어함으로써 그 영역을 자유로이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필요에 따라 상하를 줄여서 좌우를 넓힐 수도 있고 좌우를 좁혀서 상하를 키울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 기능을 잘 이용한다면 많은 제단을 소유한 집단이 상당한 영역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되었다.

세상에는 한때 이런 말이 돌아다녔었다. 재단을 사용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라고.......

최가 상단이 거래하는 중요한 품목이 바로 플레이어들이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화주에 들어가는 약초들이었다.

그런데 약탈자를 신문하자, 자신들이 알고 있는 약초들에 대한 정보를 탐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 밖에도 그들은 자신들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자들에게서.......


“아버지 이젠 어떡하지요?”

“그들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구나. 망할 자식들....... 그동안 저렴하게 갖다 바친 약초며 아이들까지......, 젠장, 죽일 놈들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구나.”

“그들은 또 사람들을 보낼 겁니다.”

“역시 그게 잘못된 결정이었나?”

“아버지, 그래도 희수가 있지 않습니까? 만약 희수가.......”

“희수가 뭐 어쩐단 말입니까?”

“이-힉-. 어떻게 여길?”


두 사람은 언제 다가왔는지 자신들 뒤에 현수와 희수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희수의 차림새를 보니 깨끗해. 건드린 흔적이 없다는 것은 희수가 저 소년을 품지 못했다는 건데. 비록 일반인이지만 희수의 미모라면 능히 저 소년을 함락 시킬 줄 알았는데, 이젠 어떡하지? 이유도 없이 우리를 도와주고 소속도 없는 플레이어처럼 보여서 희수를 붙여줬던 건데.’


상단주인 최태섭의 얼굴에 절망의 표정이 스쳐갔다. 나름대로 꿈꾸었던 비장의 카드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최태섭의 궁리와는 다르게 광야의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관행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었지만 아직 성년식도 치르지 않은 자신에게 희수를 자신의 잠자리 시중을 들게 한 이들의 말에서 묘하게 빈정이 상한 현수의 말투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리들 놀라는 겁니까? 혹시 내게 무언가 수작이라도 부리려 한 겁니까?”

“무슨 그리 끔찍한 말씀을 다하십니까? 저희가 플레이어인 은공을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우린 다만 희수가 좋은 인연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었기에....... 그게 다입니다. 저흰 결코 은공을 어찌해보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태섭은 현수가 플레이어인 것을 알자 그의 씨를 받을 수만 있다면 피를 통해 이어지는 플레이어를 자신들의 혈족 안에서도 키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근에서 소문이 자자한 미모를 지닌 희수를 바친 것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플레이어인 소년은 희수를 건드리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돌아가는 상황을 통해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저들의 눈엔 현수가 잘하면 자신들의 무리 안으로 끌어드릴 수 있는 유랑하는 어린 플레이어로 보였겠지만 현수는 개마시를 일군 가문의 직계 혈족이었기에 플레이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희망했던 것은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것이었다.

게다가 희수는 일반인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미모가 아니었다.

아마도 자신이 아니었다면 희수를 품는 것에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희수를 품은 플레이어가 악한 심성을 가진 자이라면 희수를 빼앗기는 것을 불문하고라도 상단의 구성원 중 살아남는 자들 역시 없었을 것이었다. 최태섭의 의도는 결코 그 끝이 아름답지 못할 확률이 지극히 높았다.

현수는 이들의 부인과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것처럼 보이는 조부와 아버지를 지켜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희수를 보곤 이들에 대한 추궁을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래 심문하던 약탈자에게서 무슨 정보라도 들었습니까?”

“그게.......”


현수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최태섭이 말을 이어나갔다.


“약탈자의 말을 들으니 이번 일을 의뢰한 자들이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자들이었습니다.”

“의뢰한 자들이 잘 알던 자들이라고요?”

“예, 은공. 그들은 지금까지 우리와 거래를 하던 자들입니다. 그게 우리와 거래를 하던 콜로니 중에 아이언 콜로니라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아이언 콜로니라면 희정이 언니가 이번에 시집간 천약포 상가를 말하는 거예요?”

“그래. 약탈자의 말에 의하면 희정이가 시집간 천약포에서 이번 의뢰를 했다는 구나. 아마도 내 생각엔 희정이가 나서서 우리를 배신했을 리는 없고, 희정이를 협박해서 우리가 거래하는 화주에 들어가는 약초들의 산지를 알아내려고 한 것이겠지. 하지만 희정이가 그 모든 약초 산지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약초 산지, 그게 이번에 그들이 그토록 집요하게 우리에게 강요하던 희정이를 자신들의 자식과 결혼을 시킨 이유인 것 같구나.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약초 산지를 희정이를 통해 알아내지 못하자 약탈자들에 의뢰를 한 모양이다.”

“할아버지, 그럼 희정 언니는 어떻게 되었답니까?”

“그것까지는 그 자도 모르고 있더구나. 하지만 우리를 이리 처리하기로 했다면 희정이에게도 분명 탈이 났을 것이야. 하지만 우리가 어쩌겠니? 아이언 콜로니에 우리가 가서 천약포와 대적하더라도 그곳에서 우리 말발이 통하겠느냐? 유랑상단인 우리보단 당연히 아이언 콜로니에선 자신들의 영역에 거주하는 그들의 손을 들어주겠지.”


천약포의 탐욕을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보낼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처지가 곤궁해진 것이 확실한 희정을 구출하자고 천약포에 쳐들어갈 수도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조부와 아버지를 지켜보던 희수가 현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은공, 부디 저희를 도와주세요.”

“........”

“은공, 희정이 언니를 도와주세요. 제가 은공을 따르겠습니다. 저를 은공의 노예로 삼아주세요. 평생을 은공의 수족으로 살겠습니다. 은공,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희수야, 그건 안 된다. 너까지 그리 보낼 순 없어.”

“이거 참.”


희수의 행동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현수를 지켜보던 최태섭이 무언가 결심한 얼굴로 말했다.


“은공, 은공께서 광야에서 지내시려면 수족들이 필요하실 겁니다. 저희가 비록 힘은 없지만 그래도 은공이 불편하지 않게 모실 생각이 있습니다. 저희들을 은공의 짐꾼으로 써 주십시오.”


현수는 최태섭의 말에 도리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저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 헤어진 가솔들을 찾는 거도 힘겹거늘 저들까지 책임진다면......, 아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현수는 자신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동천각에서 사람들을 이끈 경험이 있었기에 최태섭의 말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이 세상은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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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집으로 돌아가다(4) 24.08.25 27 1 16쪽
35 집으로 돌아가다(3) 24.08.24 32 1 16쪽
34 집으로 돌아가다(2) 24.08.24 26 1 16쪽
33 집으로 돌아가다.(1) 24.08.18 28 2 16쪽
32 아이언 콜로니(2) 24.08.17 33 2 17쪽
31 아이언 콜로니(1) 24.08.15 32 2 17쪽
30 정착하는 한 씨 가문(8) 24.08.11 34 2 17쪽
29 정착하는 한 씨 가문(7) 24.08.10 30 2 17쪽
28 정착하는 한 씨 가문(6) 24.08.10 32 2 17쪽
27 정착하는 한 씨 가문(5) 24.08.06 28 2 17쪽
26 정착하는 한 씨 가문(4) 24.08.06 30 2 17쪽
25 정착하는 한 씨 가문(3) 24.08.04 32 2 16쪽
24 정착하는 한 씨 가문(2) 24.08.03 35 2 16쪽
23 정착하는 한 씨 가문(1) 24.08.03 33 2 16쪽
22 귀신들의 쟁투(6) 24.07.28 32 2 17쪽
21 귀신들의 쟁투(5) 24.07.27 31 2 17쪽
20 귀신들의 쟁투(4) 24.07.27 35 2 17쪽
19 귀신들의 쟁투(3) 24.07.21 35 2 16쪽
18 귀신들의 쟁투(2) 24.07.20 31 2 17쪽
17 귀신들의 쟁투(1) 24.07.14 36 1 16쪽
16 마수들의 습격(2) 24.07.13 38 2 16쪽
15 마수들의 습격(1) 24.07.10 33 1 16쪽
14 최 씨 상단(3) 24.07.04 35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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