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247
추천수 :
18
글자수 :
182,655

작성
24.05.19 00:23
조회
82
추천
2
글자
12쪽

산적 크락

DUMMY

“이제 여기도 정리해야 하겠지.”


대략 3개월 정도 머물었던 집 내부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 살풍경이긴 하네.”


카논이 어째서 그런 표정을 보였는지 알 것 같았다.

가구라고 할 법한 것이 책상, 의자 2개, 침대뿐이니.

로건이 처음으로 마을의 이장에게 집을 대여했을 때와 똑같은 모양새였다.


‘그래도 대충 닦고, 치우기는 해야겠지.’


사람이 산 흔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것 정도는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반드시 치워야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도 챙길 생각이었다.

로건은 작은 보자기 하나를 펼친 이후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찻잔이나 주전자 같은 것들은 버리고, 필요한 것들만 따로 챙겼다.

그렇게 챙긴 물건들을 다 모아보니 나온 것은 작은 보따리 하나였다.

로건은 그 보따리를 챙기고 망토를 뒤집어쓴 채 집의 가운데 있는 책상을 들었다.


쿵.


나무로 된 책상을 잠시 옆쪽으로 밀어둔 로건은 책상이 있던 곳에 무릎을 꿇고 나무 판자에 손을 대었다.


우직.


그리고 그 바닥의 나무판을 뜯었다.

그 바닥에 있는 작은 공간에는 비단으로 보이는 천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한 자루의 검은색 검이 있었다.


‘이것도. 3개월 만이지.’


이 마을에 있을 때는 절대 이걸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넣어둔 자신의 애검.

로건은 그것을 들어 허리춤에 매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마치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은 것처럼 편안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편안함을 느꼈다는 것에 대한 환멸감 역시 함께.


‘가자.’


보따리를 막대기에 묶고 어깨에 걸친 다음, 로건은 문을 열었다.


후웅.


그러자 불어오는 바람에 망토가 크게 흔들렸다.

다만, 이번에는 모자가 벗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 *


로난 마을.

나투스 남동쪽 외각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그리고 그 작은 마을 중에서도 로건이 머물고있는 집은 변두리에 있는 작은 오두막이었다.

마을 자체가 전체 인구가 1000명 정도 되는 작은 규모였기에 변두리 쪽에 있는 집이라고는 로건이 살고 있는 집이 전부였다.

때문에 로건이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는 촌장 뿐이었다.


"아이고··· 요즘 따라 허리가 쑤시네요."


그리고 그 촌장, 드렉은 현재 자신의 부인 캐니와 함께 마을을 걷고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만나는 아이들과 어른들 마다 드렉과 캐니에게 인사를 건냈다.


"나이가 있는데 무리를 하니까 그렇죠."


드렉의 한탄과 같은 말을 듣고 책망하듯 말한 캐니를 보며 드렉은 말했다.


"아니. 하지만 부인."


"아니, 하지만이 아니구요."


캐니는 흙먼지가 묻어있는 드렉의 옷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에 어떤 촌장이 자기 마을의 담벼락을 직접 고치냐고요."


"당신 남편이?"


그 말에 캐니는 드렉의 등을 때렸고, 드렉은 아이고 하는 소리를 내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으면서."


캐니는 풍채가 있는 드렉의 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말에 드렉은 조금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부정할 수가 없네요."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드렉은 쾌할하게 웃었다.


"그래도! 이런게 다 잘 먹고 산다는 증거 아닙니까?"


그의 태도에 캐니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그녀 역시 그의 말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어?"


그렇게 그들의 집 앞에 도착한 드렉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었다.

그의 반응에 캐니는 드렉을 돌아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


드렉은 캐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걷는 속도를 빨리 하여 자신의 집으로 다가갈 뿐이었다.


스윽.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집 문 앞에 놓인 편지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건···."


드렉의 손에 쥐어진 편지를 본 캐니는 설마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드렉은 천천히 편지를 펼쳐보더니 캐니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 로건님이··· 떠나신 것 같네요."


그 편지에는 단 2줄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 동안 제 편의를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집은 처음 상태와 크게 달라진 것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벌써요?"


드렉에게 말하는 캐니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 캐니를 보고 싱긋 웃은 드렉은 편지를 조심스럽게 접으며 말했다.


"벌써는 아니죠. 로건님 정도나 되시는 분이 로난에서 3개월이나 있으셨던 게 더 이상한 거죠."


태연한 듯 말하는 드렉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도 아쉬움은 가득했다.


'더 챙겼어야 했는데.'


드렉은 아직도 잊지 못했다.

처음 자신을 찾아왔을 때 로건의 모습을.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의 얼굴에 그 어떤 상처보다 날카로운 상처가 세겨져 있었다.


'해준 것이 식재료나 생필품 조달 밖에 없으니.'


그 이상은 로건이 직접 거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 나중에 소식을 듣기만 하면, 그때.'


받을 의지가 없는 이에게 억지로 쥐어 주는 것도 민폐다.

드렉은 로건이 남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까지 모두 합쳐서 값기로 했다.

나투스가 한 남자에게 진 빚의 아주 일부를.


* * *


“마차 탑승권은 있으십니까?”


마을의 북문으로 나가자 대략 10명의 사람을 태우고 있는 큰 마차와 3마리의 말, 그리고 마부가 있었다.

말들은 가슴 부분을 가리는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갑옷에는 푸른색 마석이 박혀 있었다.


‘구식 마차긴 하네.’


오늘 로난에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수도편 마차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마차의 형태는 구식이었다.

큰 짐마차에 천막을 씌운 전형적인 50년 전에나 사용했을 마차였다.

큰 감흥은 없었기에 로건은 가지고 있는 금화 2개를 건냈다.


“흠. 타십시오. 곧 출발합니다.”


그 금화를 조용히 받은 마부가 로건에게 말했다.

로건은 조용히 마차의 구석으로 가 앉았고, 고개를 숙인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대략 5분 후, 로건은 멀리서 술 냄새가 풍겨오는 것을 느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대략 5분 후 방정맞다는 감상이 드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마부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대답했다.


“또 늦으신 겁니까. 게다가 술까지 드셨고요?”


딸꾹!


“아유. 조금만 마셨습니다. 조금만. 일은 제대로 할 거니까 걱정 안해도 됩니다.”


하···.


마부의 근심 섞인 한숨을 내뱉었지만, 그 이상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울린 것을 보면 그 남자에게 말 한 마리를 맡긴 것으로 판단되었다.


‘취한 이에게 말이라···.’


로건은 무언가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우선은 지켜보기로 했다.덜컹.

그 남자가 합류하자마자 바로 마차는 출발했고, 은은한 바람이 불어왔다.


“수도는 처음 가시는 건가요?”


“네. 이번에 아들이 승진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로서 축하하러 가야죠.”


그리고 그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작은 말소리는 귀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아··· 머리 아프네···.”


그 틈을 뚫고 들려오는 술에 쩔어있는 누군가의 목소리만 빼면, 제법 편안한 길이었다.


‘······ 8명.’


그리고 대략 1시간 후.

로건은 이쪽을 향한 8개의 기척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뭉퉁한 것은 아니었다.


‘저쪽은 눈치를··· 못 챈 모양인데.’


로건은 고개를 들고 눈을 떠 마차 밖을 바라봤다.

마차 밖에는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기만 했다.


‘··· 3분 정도.’


이 마차의 경호원이라 한 이가 저 숙취에 찌든 남자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 남자의 무위가 4위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걸릴 시간을 로건은 예측했다.


“흠···.”


순간 입 밖으로 고민의 소리가 흘러나갔고, 그에 바로 옆에서 들려오던 말소리가 사라졌다.

괜히 소리를 내었다 싶을 때, 어떤 조그만한 손이 자신의 팔을 흔드는 것을 로건은 느꼈다.


“아저씨. 아저씨.”


그리고 들려오는 아주 맑고 또랑또랑한 아이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 목소리를 향해 로건이 고개를 돌리자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여자아이의 얼굴이 있었다.


“어디 아파요? 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거에요?”


어린아이의 말에 그 아이 옆에 있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를 제지했다.


“얘가!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야! 제가 대신 죄송합니다···.”


로건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괜찮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오히려 기꺼웠다.

아이가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타박할 수 없는 행위니까.

그로 인해 문제가 일어났다면, 그런 상황을 초래한 어른의 잘못이다라는 게 로건의 지론이었다.


‘쯧.’


그리고 지금 그런 상황이 초래할 것 같았기에 로건은 짜증이 났다.


‘지척까지 왔는데, 아직도 눈치를 못 챘어?’


물론 저 산적으로 추정되는 것들의 경지가 산적 치고 높은 것은 맞았다.


‘8위계 중, 가장 높은 놈은 3위계 정도 되겠네.’


나무, 구리, 철, 흑암, 동, 은, 금.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마스터와 로드.

총 8개로 이루어져 있는 이 위계란 각각 무와 마도의 길을 걷는 기사와 마법사의 경지를 나눈 기준.

대게 평범한 천재라고 불리는 자들이 도달할 수 있는 등급이 2위인 금등급이다.

마스터와 로드의 경지에 다다르는 자들은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다.

같은 세대에서 3명 이상 씩만 나와도 많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는 경지.


‘은 등급이면. 달인 수준은 된다는 건데.’


그런 이가 산적질을 한다는 것이 로건의 눈살을 찌푸르트렸다.


쒜엑!!


그때 마차를 향해 빠르게 화살이 열여섯 발 날아왔다.


촤악!


물론, 그 화살은 마차에 닿지는 않았다.

숙취에 쩔어있던 남자가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베었기 때문이다.


‘2발을 흘려?’


물론 온전히 그 덕분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4개는 처리했다는 점에서 저 남자의 실력이 완전히 꽝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냐!!”


말에서 내리고 덮여있는 천막 위로 올라간 남자가 말했다.

천막이 조금 아래로 파이긴 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모습을 드러내라!!!”


그의 포효와 같은 외침에 나뭇가지가 떨리고, 나뭇잎이 땅에 떨어졌다.

말들 역시 앞발을 들어 올리며 반응했다.


“아예 쓰레기는 아니군.”


그 말에 나무 사이에서 16명의 산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산적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산적을 본 남자는 표정을 구기고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망했다.’


다른 놈들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저 덩치 크고 수염이 거칠게 나있는 저 산적.

7년 전쟁이 끝나고 모습을 드러낸 악명 높은 산적인 크락이었다.


‘3위계인 은등급···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 어쩌지 못할 놈이다.’


숙취는 진작 날라간 지 오래였다.

지금은 그저 흘러내리는 식은 땀과 뛰고 있는 자신의 심장 박동만이 느껴질 뿐이었고.


‘제기랄. 사람들 만이라도 도망치게 해야 하는데.’


이를 갈며 어떻게든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을 때, 마차 안에서 어떤 소리가 그의 귀로 들려왔다.


훙.


분명 어딘가 들어봤지만, 익숙하지는 않은 소리였다.


후우웅.


그리고 그와 함께 바람이 불었고.


촤악!!!


마차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바람이 칼날처럼 회전했다.


“크아악!!”


터져나오는 비명과 피를 남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듣기 싫은 소리는 바람의 날카로운 소리에, 흩뿌려지는 붉은 액체는 하늘 위로 날아가는 광경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쿵!


육중한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 방향으로 남자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기절한 크락과 산적들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7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5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3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2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9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 산적 크락 24.05.19 83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4 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