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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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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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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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녹턴 (1)

DUMMY

현 림다의 대장이자 전 로건의 부관이었던 군인.

기척을 감추는 은폐술은 자타공인 대륙 제일이라 평가받는 이.

카논 아리아.

그녀가 얼마나 바쁘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지 알고 있는 로건이었기에 그녀의 존재에 더욱 놀랐다.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그 물음에 카논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임무입니다.”


많은 것이 생략된 대답이었지만, 알아 듣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고맙긴 한데··· 언제부터 여기에 잠입했었던 거야?”


그에 카논은 조금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금방 대답했다.


“대략··· 2주 정도 됐을 겁니다. 아, 정보 자체는 열흘 만에 모두 캐냈고요.”


카논의 대답을 들으며 로건은 감탄했다.

경계가 덜 삼엄하다고는 해도, 이만한 정보를 열흘 만에 확보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단한데? 지금은 이렇긴 해도, 알렝 세르파. 이놈이 그렇게 허술한 놈은 아니던데.”


그에 카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 혼자 한 게 아니었습니다. 라이너 선배님의 도움도 있었고, 외부 인력이 한 명 더 있었어요.”


또 다른 반가운 이름에 로건의 표정이 조금 더 밝아졌다.


“라이너가? 지금 이곳에 있는 거야?”


카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는, 저 대신 라이너 선배가 대장님을 도와드릴 겁니다. 저는 또 다른 임무가 있어서···.”


말 끝을 흐리는 그녀처럼 로건 역시 아쉬움을 느꼈다.


“바로 있다고?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그 대답에 카논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긴 한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녀는 로건에게 쪽지 하나를 쥐어주며 말했다.


“라이너 선배는 시청 경비병들 중 한 명으로 위장하고 있고, 암구호는 적혀있는대로 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카논은 어디서 나타난지 모를 흑의를 걸치면서 작게 말했다.


“제가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대부분 확보하기는 했지만, 무언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카논의 말에 로건 역시 동의했다.


“그래. 말로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뭔가 더 있을 거 같네.”


그때.

로건과 카논 두 사람의 분위기가 변했다.


“······ 아무래도, 일이 좀 늘어날 것 같지?”


로건의 말에 카논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렇게 되겠네요. 아, 장비는 괜찮으십니까?”


카논의 말에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건의 허리춤에 매인 평범한 검을 본 카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비병들과 시청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전원. 제 뒤로 오시길 바랍니다.”


그녀의 말에 혼란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지은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


“아니··· 레베카? 너, 너. 무슨 일이······.”


허나 그 대답을 기다려줄 카논이 아니었다.


“살고 싶으면. 빨리 오시길 바랍니다.”


마력이 실린 목소리에서 섬뜩함을 느낀 사람들은 빠르게 카논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로건은 알레 세르파를 묶어둔 쇠사슬을 카논에게 건넸다.


스릉.


그리고, 검을 뽑았다.


“뭐, 뭘 하려는 겁니까···?”


갑작스러운 로건과 카논의 행동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알렝 세르파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허나, 그의 말에는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쾅!!


“시장님!!”


문을 박차고 열며 갑옷을 입은 경비병들이 8명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을 발견한 알렝 세르파는 순간 반색했지만, 이내 표정을 굳혔다.


“자네들······ 이제 됐네. 끝났어.”


“예···? 그게 무슨?”


그의 말을 들은 경비병들은 설명을 요구했고, 알렝 세르파는 로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남자. 마스터급 기사 로건이야··· 게다가 원수의 대리인이자 렘피아 아카데미 총장의 대리인 신분까지 가지고 있어.”


그 설명을 들은 경비병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정확히는, 로건의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였다.


“어쩔 수 없군.”“그래. 어쩔 수 없······.”


챙!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던 경비병이 칼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알렝 세르파를 향해 검을 내던졌다.


“움직여라.”


탓!


경비병들 중 가장 후미에 있던 2명이 문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핏!


그 2명 모두 피를 흘리면서 뒷걸음질 쳤다.


“뭔가 했더니.”


로건은 이 방 전체를 바람으로 감쌌다.

사람의 살점을 갈아버리는, 날카로운 칼바람이었다.


“기생충들이 날뛴다고 하더니.”


그리고, 그 바람에 찢어진 가죽 갑옷 사이로 들어난 것은 검은색 유령 문신이었다.


“너희들이, 녹턴인가 하는 그놈들인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로건도 대답을 원하고 한 물음이 아니었다.


꽉.


로건은 검을 강하게 쥐었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펑!


땅을 박차고 뛴 것에 불과하지만,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울렸다.


서걱!


“너희들은··· 평범한 조직원을 유령이라고 부른다고 하지?”


그리고, 가장 앞에 있던 녹턴의 조직원 중 한 명의 목이 잘려나갔다.


“상처 하나라도 남겨라!!”


대장격의 인물이 죽자마자 그 뒤에 있던 유령들이 모두 검을 뽑아들며 로건에게 달려들었다.


훙!


로건은 머리 위로 검을 크게 휘둘렀다.


후우웅!!


그의 검로를 따라 바람이 일어났다.

평범한 바람이 아닌, 사람을 날려보낼 정도의 강풍이었다.


“크악!”


그 중, 몇 명은 문쪽으로 몸이 띄어졌기에 방을 감싸고 있던 칼바람에 갈렸다.


서걱.


이어지는 로건의 검을 유령 중 한 명이 막아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로건의 마력으로 감싸진 검은 유령의 검을 두부 자르듯이 베었고, 그대로 목까지 베어냈다.


“뭐라도 좀 해봐!”


그때, 최후미에 있던 유령이 소리쳤다.

로건은 그 유령과 눈을 마주쳤고, 이내 그 시선에서 사라졌다.


‘어디갔···?’


로건의 위치를 놓친 유령들이 눈동자를 움직이며 그를 찾아냈다.

자신들의 대형 가운데에 있었다.

로건은 그 가운데에서 자세를 낮추고 검으로 원을 그리듯 베었다.


서걱.


유령 7명의 발목이 잘려나갔고, 그 중 6명은 가슴에 큰 자상을 남기고 쓰러졌다.


“크아악!!”


비명을 지르며 피가 흐르는 발목을 움켜잡고 있는 이는 뭐라도 해보라고 외친 이였다.


“그래. 뭐라도 좀 말해보지?”


로건은 가볍게 손목을 돌려 검날에 맺힌 피를 털어냈다.

그리고, 그 유령의 앞에 검을 꽂아넣으며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헉··· 헉···.”


그런 로건을 앞에 둔 유령의 눈에는 혼란이 가득 담겨있었다.


“대장님.”


그때, 카논이 로건을 불렀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있는 이들을 보며 말했다.


“시청 직원들을 한 곳에 모아둬야할 것 같습니다. 녹턴이 개입되었다면, 이건 꽤 큰일이니까요.”


그에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해도 될까?”


로건의 물음에 카논은 뭘 물어보냐는 듯한 태도로 사람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여러분. 모두 저를 따라 와주시길 바랍니다. 무장집단, 녹턴이 라르에 침입했습니다. 이는 실제 상황입니다.”


그녀는 침착하게 현 상황을 설명하며 혼란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이끌었다.


“아. 피를 보기 싫으신 분들은 눈을 가리고 앞 사람의 소매 등을 잡으세요.”


카논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게 무슨 의민가 했지만, 바로 알 수 있었다.

로건을 중심으로 집무실 전체에 피가 흩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힉!”


주로 서류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낭자한 피를 보고는 곧장 눈을 가렸다.

카논은 그런 사람들을 이끌고 집무실 밖으로 향했다.


“··· 로건님.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지나가며 자신에게 속삭이는 카논을 보며 로건은 피식 웃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무리랄 것 까지야. 전력을 내지도 않았는데.”


그 말에 카논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거 말고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게 어떤 것인지 로건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로건은 카논의 시선을 마주보며 대답했다.


“알았어.”


카논은 집무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중앙의 광장에 사람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 자 그럼.”


집무실에는 로건과 유령 한 명, 그리고 알렝 세르파가 남아 있었다.


“설명을 들어보실까.”


로건은 쓰러져있는 유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놈은··· 그냥 이용당한 건가.’


알렝 세르파는 이 상황을 단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녹턴이 저 옷을 입고 있는지, 애초에 경비병이 왜 녹턴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몇이나 있고, 어디에 있지?”


그 말에 유령은 이빨을 꽉 깨물며 자신의 이빨에 있는 독을 씹으려고 했다.

살고 싶기는 했지만, 어차피 정보를 불어서 살아도 나중에 가면 죽는 것이니 그게 최악의 선택이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컥?!”


“안되지.”


로건은 자신의 검집을 그 입안에 욱여 넣었다.


“이걸 돌리면 어떻게 될 것 같나?”


그는 검집을 툭툭 까딱거리며 말했다.

유령은 그런 로건을 보면서 눈동자를 마구 떨었다.

로건의 눈에서 그가 읽은 것은 무(無)였다.

자신을 마치 개미를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말하는 편이 신상에 그나마 좋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군.”


그 말에서 유령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말을 하든 안 하든 어차피 모두 다 죽을 것이라는 것을.


“마, 마라게따!!”


잘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유령은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로건이 검집을 빼자 유령은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대, 대신. 나는 살려줘! 아는 것 전부 말할테니까!”


로건은 순간 고민했지만, 빠르게 결정했다.


“··· 들어보고 결정하지.”


척.


그리고 로건은 유령의 잘린 발목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화륵!


그리고 그 손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상처를 지졌다.


“크아악!”


막심한 고통에 유령은 비명을 질렀지만 로건은 신경쓰지 않았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도 칼을 내미는 범죄자들은 로건의 머릿속에서 인간 이하의 생물이었으니까.


“남은 한쪽을 어떻게 할지는 들어보고 결정하지.”


피가 줄줄 세고 있던 유령의 발목 중 왼쪽에서는 피가 멎었다.


“아, 알겠다! 우선······!”


유령은 말 그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들은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군.”


그 반응에 유령은 핏기가 거의 가신 얼굴로 절박하게 물어왔다.


“그, 그럼 날 살려주는······!”


후웅.


그런 그를 향해서 기분 좋은 바람이, 정확히는 상냥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을 맞으며 유령은 상황에 맞지 않은 생뚱맞은 생각을 했다.


‘······ 시원해.’


그리고 그게 유령의 마지막이었다.


핏.


유령의 뒷목, 정확히는 경추에 해당하는 부분에 아주 깊고 얇은 상처가 나타났다.


“후······.”


마지막 유령까지 처리한 로건은 자신의 손과 옷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서는 피가 낭자하게 뭍어있었다.

손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옷에도 피가 튀어 있었다.


“하아···.”


로건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그 피들은 모두 사라졌다.

로건의 옷과 신발, 심지어는 검날에조차 피 한 방울조차 없었다.

애초에 하나도 묻지 않았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로건은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알렝 세르파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것들. 모두 네가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그 말에 알렝 세르파는 눈을 크게 떴다.


“전시에서도 적을 한 번도 들인적 없는 이 도시에. 네놈이 피를 불러들였다.”


로건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책임과 죗값. 이후에 일어날 모든 일들을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 네놈의 처후는 그 이후에 결정하겠다.”


로건은 쇠사슬을 잡고 끌어당겼다.

어딘가에 홀린 것처럼 알렝 세르파는 힘없이 끌려왔다.


덜컹.


로건은 집무실의 문을 열고 광장으로 향했다.

카논이 어디로 갈 것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디에 있을지는 뻔했다.


“부관.”


광장에 도착한 로건은 카논을 불렀다.

이름이 아닌, 전쟁터에서 부르던 호칭으로.


“네.”


저 호칭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카논은 바로 알았다.


“이곳을 부탁해도 되겠나?”


카논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총 인원은 80명. 각자 라르의 시민으로 위장하였고, 시청에는 경비병 8, 직원 7명으로 숨어들었다고 하더군.”


로건은 알아낸 정보를 말했다.


“그중 간부급 1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정보가 있지만··· 늘 그렇듯 의심하도록.”


카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고 맡긴다.”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로건은 시청의 정문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시청 밖으로 나서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


아무런 변화가 없는 평화로워 보이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 65명의 무장범들이 존재한다.


“··· 환멸나는군.”


전쟁이 끝난지 몇 년 되지도 않았음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전쟁터에서 벗어난지 2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검을 휘두를 때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에 대해서.

로건은 큰 환멸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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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0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7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5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2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2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8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0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8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2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3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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