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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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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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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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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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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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도, 피렌시아

DUMMY

앞에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의 은등급 검사 크락.

자신이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광경을 남자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자신의 옆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적당히 맞춰.”


불어온 바람을 타고 온 것 같은 목소리에 남자가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그 방향에는 모자를 조금 들어 젖힌 로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백금으로 이루어진 작은 검 모형이 있었다.


“헉···!!?”


남자는 저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일평생 자신은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

마스터급 기사의 상징이었다.

저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선은 한 가지는 확실했다.


“생각보다 약한 놈들이어서 다행이군요.”


저 사람.

아니, 저분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것.


“흠. 제가 최대한 빠르게 마을로 돌아가 이놈들을 처리하겠습니다. 안심하시고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남자는 마부와 마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고, 사람들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남자는 곧바로 말에 탄 후 달렸다.

전속력으로.


‘생각한 것 보다는 잘 버티던데.’


그 와중에 로건은 방금 날린 자신의 공격을 떠올렸다.


‘검을 뽑을 뻔했으니.’


생각한 것보다 오래 버텼기에 결국 피를 봐야만 했다.

확실히 자신의 실력이 조금 녹슬었다.

로건은 그렇게 생각하고 아이의 눈과 귀를 덮은 망토를 치웠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저도 잘···.”


그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어른들 사이 아직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아이에게 사탕 하나를 쥐어줬다.

화사한 표정을 지으며 그 사탕을 받은 아이는 자연스럽게 로건 옆에 앉았고, 로건 역시 몸에 힘을 풀고 마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 * *


대략 3일 후 로난에서 출발한 마차는 길이 잘 닦이고 포장까지 끝난 산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산의 능선 너머로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거의 도착했습니다.”


거대한 회백색 성벽과 그 밖에 늘어선 정갈한 건물들.

나투스의 수도.

피렌시아였다.


‘9년 만인가.’


수도에 외각 주거지를 둘러보며 로건은 감상에 빠졌다.

9년 전에 봤을 때보다 높은 건물들.

딱 봐도 그때보다 발전한 것으로 보였다.


'보호 마법진도 더 견고해졌고.'


처음에는 이 도시를 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아무런 고통 없이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속 무언가가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그 도시를 봤을 때 별 감흥은 없었다.


부우웅.


그때 말발굽 소리를 울리며 길을 걷고 있는 마차 옆으로 무언가가 지나갔다.


'외각 도시에도 이제 자동차가 다니네.'


자동차였다.

성벽 외각인데도 불구하고 잘 닦여 있는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로건은 생각했다.

기술의 발전이 참 빠르게 진행되었다고.


'9년 전에는 성벽 안쪽에 많아야 10대 내외였는데.'


그때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도에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개인 행동을 하셔도 무관합니다. 혹여 로난으로 다시 돌아오실 분들은 2주일 뒤에 출발하니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마부의 말이 끝나자 마차 내에서는 사람들의 고양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로건은 몸을 조금 움직였다.


‘저 시선은 언제 사라지려나.’


지금 이 순간에도 힐끗힐끗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시선이 거슬리긴 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눈치 없이 말을 걸어오지도 않았기에 그냥 묵인하고는 있지만.


“정지.”


성벽의 성문에 다다르자 2명의 문지기가 마차를 멈춰세웠다.

문을 지키는 문지기는 단 2명이었지만, 그들이 내뿜는 기백은 상당했다.


“검문이 있겠습니다. 모두 마차에서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문지기의 말에 로난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마차에서 내렸고 로건 역시 마차에서 내렸다.


“먼저 검문이 끝나신 분들은 바로 입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지기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검문을 시작했다.

특별한 것 없는 작은 마을인 로난 마을의 사람들인 만큼 검문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저씨~ 다음에 봐요~”


그 3일 동안 로건에게 5개의 사탕을 더 받은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을 저으며 인사했다.

로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호위 역할을 맡았던 남자까지 검문이 끝났고, 마지막 차례로 로건의 차례가 다가왔다.


“정지해주십시오.”


그리고 여태까지는 한 명의 문지기 만이 하던 검문을 로건의 차례에서는 2명이 모두 가까이 다가왔다.

느슨했던 방금과는 달리 두 사람 모두 긴장했다는 것을 로건은 바로 알았다.


‘모두 제법인데.’


허리춤에 검을 매고 있는 것을 보면 두 사람 모두 기사로 보였다.

그것도 최소 동등급 상위권의 실력자.


‘날 경계하는 것도 보는 눈이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


같은 동등급이어도 그 산적과 비교했을 때 이 경비병들은 비교하기 미안했다.

그 중에서도 문을 직접적으로 지키는 2명의 문지기들은 사실상 은등급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모자를 벗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랬기에 로건은 문지기들의 지시를 군말하지 않고 따랐다.


“음?”


순간 로건의 얼굴을 본 문지기들은 의아함을 보였지만, 로건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잠시간 로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갸웃한 문지기는 검문을 이어나갔다.


“신분증과 도검 소지증을 건내 주시길 바랍니다..”


로건은 경비병의 지시에 따라 신분증과 도검 소지증을 건냈다.

문지기 중 한 명이 그것들을 받는 와중 남은 문지기는 계속해서 로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명 어디선가 본 기억이···.’


그 순간 문지기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강하게 떠올랐다.

짜릿한 감각과 함께 신문에 대문짝처럼 박혀있던 얼굴과 그 이름이 떠올랐다.


“헉?!”


그와 동시에 로건의 신분증을 받은 문지기 역시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꽂꽂히 세웠다.


척.


각자의 방법으로 로건의 이름을 알아낸 두 문지기는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움직였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두 손을 골반 옆에 두고 차렷 자세를 취하였고,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척.


그리고 자로 잰듯한 경례 자세를 취하며 두 문지기는 동시에 외쳤다.

아니, 정확히는 외치려고 했다.


“독······!!”


“그만.”


허나 그것을 로건이 막았다.

말로만이 아닌 물리력을 이용해서.


후우웅!


바람이 불어와 두 문지기의 주변을 맴돌았고, 그 바람은 두 문지기가 만들어내는 말소리를 날려보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더 이상 대장의 신분이 아닙니다. 이미 퇴역했으니까요.”


굉장히 할 말이 많아 보이는 문지기들이었지만, 그들은 우선 로건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지는 것을 저는 원치 않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문지기들 주변의 바람은 사라졌다.

하지만, 문지기들의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부디 저희의 경례는 받아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 말에 로건이 망설이자 문지기가 간청했다.


“전쟁 영웅께 저희가 예를 취할 수 있게 허락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문지기들의 계속되는 요청 속에 담겨있는 진심을 읽은 로건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경례를 받았다.

그러자 문지기들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고, 로건이 손을 내리자 그들 역시 손을 내렸다.


‘······음?’


이제 다음으로 올 말들을 기다리고 있던 로건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아무 말도 로건에게 오지 않았다.

의아함을 느낀 로건이 문지기들을 바라보자 두 사람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실례되는 질문인 것임을 알고 있지만, 혹 수도로 복귀하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로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저 잠시간 체류를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주위의 시선이 몰리는 것을 느낀 로건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주의가 집중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로건의 완고한 태도에 문지기들은 곧장 표정을 궅히고 검문을 계속했다.


“큼. 알겠습니다.”


신분증의 이름 확인만 하고 나머지는 확인하지 않았던 문지기는 빠르게 나머지를 확인했다.


‘이게··· 마스터급 기사의 신분증.’


사실 신분증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저 마스터급 기사라는 6글자만이 박혀있을 뿐이었음이었지만, 그게 문지기에게는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크흠.”


헛기침을 하고 도검 소지증의 확인을 끝낸 문지기는 로건에게 받은 다른 물건을 살펴보았다.


‘··· 뭐야 이건.’


검을 차고 있었기에 도검 소유증을 소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로건이 건낸 것은 도검 소유증이 아니었다.


‘무기 자격증?’


단순한 소지증은 그 물건에 대한 소유가 허가된 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건을 다룰 수 있다는 의미인 자격증은 당연히 소유증의 역할을 포함하고 있다.


‘이게 실존하는 물건이었어?’


단순히 한 종류의 무기만이 아닌 무기 그 자체를 다룰 수 있다는 의미에 무기 자격증이었다.

그것도 금등급의.


‘이게··· 천재인가.’


모든 무기를 달인 이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증거였다.

나투스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특유한 마력이 깃든 인장이 각인되어 있었기에 모조품일 확률도 없었다.


“확인 끝났습니다. 문 쪽으로 가시면 검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후로는 간단한 과정이었다.

문지기들은 로건의 마력을 측정했고, 그가 소지한 물건들 중 불법 마도구가 없는지 확인했다.


"네. 통과되셨습니다. 입성을 허가합니다."


두 문지기는 로건의 앞에서 비켜셨고, 로건은 다시 망토를 쓰고 성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걸어가 자신에게 말을 걸려는 남자를 지나쳤다.


'몇 년 만이지.'


성문을 지나 수도 내부로 들어온 로건은 천천히 피렌시아를 둘러보았다.

높은 건물, 연기를 내뿜고 있는 건물.

정교하게 놓여있는 도로와 그 위를 지나다니는 자동차.

과거 왕성이 있었던 장소에 세워진 대총통이 머무는 관저.

그리고 그 맞은편에 있는 사령부.


'오랜만이구나.'


익숙한 구조를 보자 로건은 본인이 진짜 수도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람들도 더 많아졌고.'


천천히 둘러보는 수도의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아 진 것이 그 예였다.


'··· 그래도 다행이지.'


그리고 그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그것이 로건을 기쁘게 했다.


후웅.


남들 모르게 빠르게 모습을 감춘 로건은 건물 사이를 타고 올라갔다.

어렸을 적 늘 올라갔었던 시계탑의 지붕 위였다.


"하아."


높은 곳의 공기를 가볍게 들이마신 로건은 천천히 피렌시아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

절경이라고 해도 좋을 배경을 로건은 천천히 둘러보았다.


'··· 왔네.'


그리고 로건은 뒤쪽으로 검을 검집채로 베었다.


부웅!


순간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순간 검은 무언가가 일렁거렸다.


후우웅!!


그리고 그 검은 물체를 향해 바람이 몰려들었다.


쿵.


그 바람에 눌려 흑의를 입은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속은?"


그 물음에 흑의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네이브 소속, 람다입니다."


네이브.

대총통 직속의 정보 부대이자.

7년 전쟁 당시, 로건이 이끈 독립 부대와 협작을 펼쳤던 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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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0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7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23 녹턴 (1) 24.08.20 21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5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2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2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0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8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29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3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0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8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2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3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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