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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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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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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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북부의 요새, 라르

DUMMY

크레나는 압도당했다.

분명 이지를 상실하고 마력만을 끌어올려 짐승과 같은 상태가 되는 환몽의 약을 먹었음에도 그녀는 인지했다.


‘뭐, 뭐야 저건···.’


크레나는 유령 중에서는 나름 지위가 높은 인물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먼 발치였긴 하지만, 녹턴의 수장을 직접 보고, 그의 기량을 알고 있는 정도.

그런 그녀였기에 알 수 있었다.


‘더 강해···.’


물론 자신으로서는 감히 처다볼 수도 없는 경지의 존재들이긴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저자들의 공격에서는 단 한 순간도 망설임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검을 막는 저항이라고 할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휘두르면 휘두르는데로 검로가 이어졌고, 혈흔을 남겼다.


후두둑.


그때 로건이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내었다.

그 모습이 마치 다음은 너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기에 크레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저벅. 저벅.


그녀를 향해 천천히 로건이 다가왔다.

허나, 그보다 먼저 그의 옆에 있던 라이너가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정보를 분다면 너는 살려주마.”


그녀에게 있어 그 말은 마치 구명줄 같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크레나가 정신을 차리게 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 그 말을 믿을 것 같나?”


이 장소를 마치 특정이라도 한 것 같은 말투와 타이밍.

그리고 정말 갑작스럽게 확보한 의심스러운 정보.


“처음부터 이걸 노린 것 아닌가? 우리가 한 장소에 모이는 그 순간을.”


그녀의 말은 정답이었다.


“그래. 맞긴 하다.”


라이너는 천천히 크레나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앞에 쭈그려 앉으며 말했다.


“하지만 말이야··· 이 정도가 다 일리가 없을테고. 분명 기생충들이 더 있겠지.”


라이너는 널부러져있는 유령들을 보며 말했다.

그는 무감정한 눈빛을 띈 채 크레나를 바라보았다.


“난 너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거다.”


라이너는 진심으로 귀찮아 하며 말을 이었다.


“꼭 이런식으로 회유할 필요 없이 그냥 경비병들을 모조리 동원하고, 도시 전체 단위로 작업을 시작하면 이러고 있을 필요도 없어.”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적막이 찾아왔다.


똑.


고여있는 피 웅덩이로 유령들의 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적막.

들리는 소리라고는 크레나의 호흡 소리 뿐이었다.


“큭.”


그리고 그 적막을 깨부순 것도 크레나였다.


“하하하하!!”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그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 알 수 있었다.


“좆까는 소리 하지 마시지. 네놈들이 우리의 존재를 안 것도 어차피 이런 방식으로 한 것 아닌가? 시청을 먼저 점거했나 보지?”


라이너의 말에서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라르 전체의 힘을 이용하려면, 시장의 힘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 둘이라면 그 시장을 본 순간 뒤집어 엎었을 거고.


“어차피. 내 손은 더러워질대로 더워졌고, 그걸 네놈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없다.”


크레나는 로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일거면 죽여.”


그 말에 로건은 천천히 입을 땠다.


“··· 라이너.”


로건의 부름에 라이너는 곧바로 대답했다.


“예.”


“······ 아니다.”


휙!


로건은 하고 싶은 말을 묻어두고는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검집에 넣었다.


푸슉!!


크레나에게서 피가 솓구쳤고, 로건은 그런 크레나와 유령들을 두고서 창고 밖으로 나섰다.


“··· 저에게 맡기셔도 됐습니다. 아니, 애초에 직접 손대지 않으셔도···.”


로건은 라이너의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카논에게 가야겠어. 종을 울린다.”


다시 로브를 두르는 로건의 모습에 라이너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창고에 간단한 결계를 쳤고 빠르게 시청으로 향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시청에는 총 400명의 직원들이 광장에 모여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방대한 인원이 한 공간에 모였지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 저희가 할 일은 없을 까요?”


한 시청 직원이 광장의 가운데에 앉아있던 카논에게 물었다.

그러자 카논은 오늘만 10번은 넘게 한 대답을 이어나갔다.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냉혹하게도 들리고, 막무가네로 들리는 그 대답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군인임을 상징하는 엠블램.

두 번째는 한 곳에 모여있는 피를 흘리고 있는 7명의 유령들.

대략 3시간 전, 상황에 이상함을 느낀 유령들은 동시에 카논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지만, 고작 유령따위에게 당할 그녀가 아니었다.


“시장님이······ 설마 녹턴과 내통하고 있었을 줄은······.”


그와 함게 알렝 세르파가 자신의 잘못을 그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은 것 역시 도움이 되었다.

카논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때.


“부관.”


기다리던 목소리에 카논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혈향을 풍겨오는 로건과 라이너가 보였다.


“대장님.”


카논은 로건을 부르며 고개를 돌려 유령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모습을 본 로건은 상황을 대충 파악하였고, 로브를 벗었다.

그리고 백금색 징표를 꺼내들며 말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게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전 마스터급 기사 로건이라고 합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집무실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카논이 일부로 입막음을 시켰기에 이런 반응이 이어졌다.


“갑작스럽겠지만 저희의 지시를 잘 따라주신 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는 로건을 향해 시청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저··· 로건님.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그에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빠르면 1시간, 늦어도 오늘 새벽에 녹턴의 습격이 강행될 예정입니다.”


갑자기 터진 폭탄같은 로건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약 10분 전. 저희는 북쪽의 폐창고에서 약 30명의 유령들을 발견하였고, 처리했습니다.”


여기서 처리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허나. 그들만으로 이만한 규모의 일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때문에 저희는 그들을 선발대라고 판단. 진짜 공격은 이 이후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노인이 조금 어색한 어투로 그에게 물었다.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되는 겁니까.”


로건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종을 울려 주십시요.”


그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 표정을 보며 로건은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


‘··· 이들까지 말려들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로건 혼자 힘만으로 이 일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도시 전체를 뒤엎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고, 그렇다고 곧바로 정보만을 쏙쏙 빼올 수 있는 허울좋은 방안 따위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알렝 세르파 역시,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와 연결된 유령은 말단 중의 말단, 시청에 일하는 15명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제가 무능하기에 여러분까지 이 일에 휘말리게 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협조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노인은 천천히 로건에게 다가왔다.


턱.


그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당신이. 무능을 입에 담지 마십시요.”


노인, 라르의 가장 오래된 장관이자 한때 2위계 기사였던 카르베 라토가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 그 말을 하면, 저흰 어쩌자는 말입니까.”


로건이 순간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카르베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로건님. 당신은 지금 착각하고 있는게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뒤에 있는 시청의 직원, 라르의 시민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라르의 주민이라면 그 누구도. 자신의 고향에 기생충이 들어왔는데 가만히 있을 이는 없습니다.”


카르베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일시에 끄덕였다.

그들의 표정에는 이 상황을 온전히 파악했기에 생긴 냉정함과 차가워 보이는 표정과는 상반되는 뜨거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 말고는.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없습니까?”


카르베의 물음에 로건은 얼떨떨한 티를 최대한 겉으로 내보내지 않으며 대답했다.


“저의 지시에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에 카르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알렝 세르파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가슴께에 달려있던 작은 뱃지를 뜯어내고는 로건에게 건냈다.


“라르의 시장을 상징하는 징표입니다. 이 일을 해결할 때까지, 임시 시장 직위를 맡아주십시오.”


이 말에는 로건도 당황을 지우지 못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지요. 다른 누구도 아닌 전쟁 영웅 로건이라면.”


그 말에 다른 사람들 모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로건의 말에 카르베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방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모두!! 내가 한 말에 불만은 없겠지?!!”


광장에 쩌렁 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라르의 사람들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로건과 라이너, 카논은 조금 움츨어들었다.


“전원!!! 북부에 기생충이 숨어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알겠나!?”


북부 특유의 억센 억양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목소리가 만나자 압도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예!!!”


그리고 그에 돌아오는 마치 하나의 목소리 같은 대답에 로건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러니··· 단 한 번도 뚫리지 않은 거지.’


5분 후.


댕.


라르의 시청 가장 높은 곳.


댕. 댕. 댕.


그곳에 달려있는 강철의 종이 4번 울렸다.


벌떡.


그 소리와 함께 잠을 청하고 있던 라르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척. 척. 척.


라르에 있는 1500명의 경비병들은 모두 한 몸처럼 움직여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라르의 종소리는 라르의 거인으로 깨우는 종이라고 하더니.’


로건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종은 울리는 횟수나 길이에 따라 의미하는 뜻이 다르다.

하지만, 종이 네 번 울리는 경우는 단 하나만이 존재한다.

적이 라르에 침입했을 때.

로건은 카르베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기생충 놈들이 어디로 들어왔는지··· 머리에 각인시켜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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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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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8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6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3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3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9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3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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