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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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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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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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발걸음 (1)

DUMMY

처음 회귀를 한 이후 카이든 악시온이 한 일은 정보의 정리였다.

아직 기억이 생생할 때, 최대한 알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그리고, 이전 생에서는 하지 못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은 따로 적어두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입학식 이후 이틀 뒤에 일어나는 일.'


회귀 전의 삶에서 로건이 자신에게 말해준 것.

렘피아 본성 도서관에 있는 비밀의 방.


'그곳에서. 그걸 찾아야 한다.'


중요하고, 굵직한 사건의 기록을 끝낸 카이든 악시온은 그 종이를 접고 자신의 로켓에 넣었다.

가문 직계의 상징이 박혀 있으니 누가 열어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기반 역시 제대로 다져야지.'


자연의 마나와 자신의 마력의 조화를 이루어내는데 지난 생에선 거의 3개월을 소모했다.

그리고 카이든 악시온은 그 시간을 단축시키기로 결심했다.

대략 3주의 시간으로.


* * *


악시온 가문에서의 두 달은 카이든 악시온에게 있어 굉장히 귀중한 시간이었다.

아카데미에 가기 전.

정확히는 큰 흐름에 올라타기 이전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탁월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아이고 도련님. 정말 도련님이 아카데미에 가시다니···."


그리고 시간은 입학실 날이 되었다.

카이든은 같은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 때도 이렇게 주책이었나?"


그에 집사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제 눈엔 두 분 모두 아직 어리기만 한 것을요······."


2번째 듣는 반응에 카이든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머리카락이 다 센 노인에 가까운 남자.

정장을 입고 단정하게 앉아있는 에녹을 바라보았다.


'······ 에녹.'


거의 50년간 악시온 가문의 집사직을 맡고 있는 충신.

그리고 악시온 가문에 존재하는 2명의 1위계 마법사 중 한명.


'이번에는 희생될 필요 없을 거야.'


그걸 위해서 되돌아 왔으니까.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말에 에녹과 카이든은 마차에서 내렸고.

에녹은 걱정 반 기대 반이 섞인 표정으로 카이든을 배웅했다.


"도련님. 도련님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에녹의 표정은 신뢰가 가득했다.


"하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아 주십시요. 가주님과 칼슨님이 걱정하시니까요."


그 말에 카이든은 웃으면서 그를 마차에 도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마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카이든은 렘피아 아카데미의 정문을 올려다 보았다.


'······.'


이제부터 이곳에서 일어날 수많은 일들.

이미 한 번 경험해 봤지만, 성공은 하지 못한 일들.

그것들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 시선이 몰리는 건 여전하네.'


처음에는 이 시선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악시온 가문의 일원으로서 받는 당연한 대우.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이로서 가지는 우월감이라고 생각했다.


'······ 어우 씨.'


흑역사였다.

카이든은 빠르게 머릿속에서 그 기억을 지우고 정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조금 있으면 입학식이 시작하는 시간이니까.


* * *


"······ 신입 교사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2번째 보는 입학식을 보면서 카이든은 한 순간을 기다렸다.

자신이 돌아왔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시간을.


'······ 선생님.'


로건.

그가 단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야 카이든은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진짜. 다시 시작이구나.'


모든걸 되돌릴 수 있는 기회.

다신 없을 기회가 자신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을 카이든은 체감할 수 있었다.


'교직원 회의가 있는 날.'


그날 새벽.

첫 발걸음을 내딛는 날이 될 것이다.


"야 카이든."


그때 카이든의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카이든 악시온의 오랜 친구이자 미래의 마스터급 기사.

에릭 듀크였다.


"왜."


감성에 빠져있던 것이 깨졌기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허나 그것이 익숙한듯 에릭은 카이든에게 말했다.


"직접 보니 감상은 어때? 너 예전부터 저 사람 만나고 싶어 했잖아."


에릭은 로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카이든 역시 로건에게 시선을 돌렸다.


'······ 새삼 느끼지만.'


과거에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느껴졌다.

극한으로 갈무리 되어있는 마력과 기백.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은 살기.


"··· 뭘 어때. 보면 모르나."


카이든은 믿을 수 없었다.

저 정도로 완벽하게 자신을 감출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의 자신도 저 사람이 멀쩡해 보인다는 것이.


'저렇게 강한 사람이.'


카이든 악시온은 남들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로건이 하는 말을 들으며 결심을 불태웠다.


* * *


입학식 당일날.

카이든은 연무장에서 허수아비 앞에 서 있었다.

로건의 수업시간 30분 전이었다.


'··· 참. 이런 거 하나 하나에 감상 젖어있을 시간 없는데.'


허나 그럼에도.

카이든은 렘피아의 모든 것에서 감상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죽어있던 인간성과 감정이라는 것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저벅.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로건은 순간 누구의 발소린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 에밀리 리에타?"


발소리의 주인은 에밀리였다.

그리고, 그녀 역시 연무장에 있는 카이든을 보고 놀랬다.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꾸벅.


조금 굳어있는 그녀를 향해 카이든이 먼저 고개를 조금 숙였다.

그러자 에밀리 역시 놀라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에밀리가 놀란 이유는 두 사람은 이때에 안면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 카이든 악시온이 먼저 인사를?'


꼿꼿히 서있는 저 허리와 목이 먼저 숙여질 것을 에밀리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허나 어째서 인사를 먼저 하냐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했기에 그녀는 조용히 거리를 두고 같은 선상에 섰다.

그렇게 어색하다는 생각을 내심 하며 연무장을 둘러보았다.


'굉장히 빨리 오네.'


그리고 같은 시간에.

카이든은 예상보다도 더 빨리오는 에밀리에게 놀랬다.


'저 여자랑도 다시 관계를 쌓을 수 있구나.'


이전 생.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가장 많이 싸운 상대.

가치관이 정반대였기에 싸웠고.

뜻은 항상 같았기에 함께했다.


'···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과거에 존재했던 독불장군과 대나무는 꺾인지 오래였다.

이제는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상대만 남았을 뿐.


'시간이 없는건 아니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점점 연무장에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라이네스, 세실리아, 애니, 미하일, 로렌조, 그레이.'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자 카이든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빠르게 뛰려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왔어."


그리고 자신을 보고 놀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에릭을 보며 카이든은 고개를 까딱였다.

그의 그런 태도에 에릭은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지각은 하지 않지만, 이렇게 빨리 수업을 오는 놈은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에릭은 조용히 카이든의 옆에 섰다.


저벅.


그리고 또 하나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의 것과는 다른 묵직한 발소리였다.


"반갑습니다."


그 후 이어지는 로건의 말에 카이든은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긴 했다.


"··· 로렌조. 나오시죠."


이어지는 설명을 듣던 카이든은 기억을 되집어 보았다.

처음.

아카데미에서의 배움과 성장, 경험이 없던 동료들의 실력이 어땠었지?


'······ 엉망인데.'


파앗!!


빛을 발하는 마법진을 보며 카이든은 생각했다.

어째서 로건이 처음에 너희들은 많이 부족했다고 했는지.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고 한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불과 6년 사이에 저 로렌조는 불꽃의 지배자라는 이명을 얻는다.

그와 함께 나투스를 대표하는 1위계 마법사이자 초신성이라는 명성까지.


'불과 6년 만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던가.

그게 어떤 말인지 이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미하일."


그리고 익숙한 이름이 또 하나 들려왔다.

평민 출신의 기사.

허나, 이후 나투스의 정의라는 이명을 얻게되는 남자.

카이든 악시온과 견줄 정도로 굳센 심지를 가진 이.


'··· 난 왜 첫 단추가 멀쩡한게 없냐'


자신의 인간관계에서 원만하게 시작한 경우가 적은 것을 카이든은 다시금 깨달았다.

결국 나중에 가서는 등을 맞대고 함께 싸울 이들이었다.


서걱!!


허수아비 하나를 미하일은 전력을 다해 베었다.

척 봐도 힘을 과투자 한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미하일 스스로는 만족한 모습이었다.


'여전하네.'


그 다음으로 불리는 이름 역시 주목할 만 했다.


"라이네스 피렌티아."


3대 가문이라 불리는 가문 중 하나.

그리고, 훗날 하늘 위의 눈이라 불리는 여자.


"······."


라이네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보이지 않았다.

명문가라 불리는 가문의 자제인 만큼 그녀의 마법은 다른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완성도가 높았다.

사용된 마력의 양 역시 적지 않았고.


쾅!


하지만, 그 결과는 상당히 애매했다.

허수아비의 반파.

아예 부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대한 것 만큼은 아니었다.


"잘 하셨습니다. 훌륭한 마력을 가지고 계시군요."


하지만, 로건은 그것만으로 그녀를 판단하지 않았다.

한 번의 시연으로 그녀의 진가를 알아본 것이다.


"··· 감사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라이네스는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녀의 얼굴은 조금이지만 붉어져 있었다.

그렇게 순서는 점점 지나갔고.


"에밀리 리에타."


에밀리의 차례가 다가왔고.


콰가광!!!


이어지는 공격을 카이든은 지켜봤다.


'얘도 마찬가지네.'


나이에 비해선 뛰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면이 잘 보였다.


'뭐. 내 코가 석잔가.'


에밀리의 차례 다음으로 조금 기다린 후.

카이든 본인의 이름이 불렸다.


"후우···."


어느샌가 습관이 되어버린 깊은 숨을 내뱉는 행위를 반복했다.

호흡을 정돈하고 생각을 비우는 것을 한 번에 하는 것이다.


'배운대로만.'


허수아비의 앞에 선 카이든은 일순간 세상이 느리게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을 휘둘렀다.


서걱.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턱 없이 미약한 소리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툭. 툭.


'··· 좋아.'


아직 육체도 마력도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격이었다.

물론 완벽하냐고 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만족할 정도는 된다고 카이든은 생각했다.


서걱.


이어지는 로건의 시현을 보지 않았다면.


툭.


'좋아는 무슨 좋아냐. 병신 같은 놈이."


스스로를 욕하며 카이든은 방금 로건의 일격을 다시 떠올렸다.


'··· 결가름은 어떻게 하는 건지.'


그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행한 베기.

실전에서 사용하면 쓰레기라고 욕을 들어 먹을 무기를 가지고 한 그 베기.

카이든 악시온이 지난 생에서는 도달하지 못한 경지.


'방금 저 일격을 이해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같은 시간에 로건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카이든은 자신의 일격 역시 다시 되짚어보았다.

부족한 것이 눈에 보였지만, 고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불가능은 아니었다.


'시간은 있고, 의지 역시 충분하다.'


카이든은 저마다 충격 받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동료들과는··· 친구가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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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0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7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23 녹턴 (1) 24.08.20 21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5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2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2 0 13쪽
»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8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0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8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2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3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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