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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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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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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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2)

DUMMY

똑똑.


라르의 한 가정집.

손님이 찾아올 장소가 아닌 곳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


허나, 그 노크에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똑똑.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은 없었다.


똑독.


세 번째에도.


똑똑.


콰직!!!

네 번째 반복되는 행동에 안 쪽에서부터 칼날이 튀어나왔다.


챙!


문을 뚫고 나오는 칼날을 처낸 로건은 곧장 문을 박찼다.


쾅!


문은 그대로 뜯어져 집 안쪽으로 날아가듯 떨어졌다.

사람이 있다기에는 너무나 가벼웠다.


쑤욱!


집 안쪽으로 발을 들인 로건에게로 바로 칼날이 들어왔다.

그 칼날은 대략 50cm도 안되는 단검 2개였고, 그 단검의 주인은 흑의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다.

로건은 그 칼날을 몸을 돌리면서 피하고 곧장 검을 맡대었다.


챙! 챙! 챙!


대략 1초의 시간에 세 번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상단, 상단, 발목으로 이어지는 공격은 마치 뱀의 움직임 같았다.


“라이너. 나다.”


그 공격을 막아낸 로건은 태연하게 말했고, 그의 목소리를 들은 남자는 곧장 흑의의 모자를 벗으며 외쳤다.


“아니!! 암구호를 말하란 말입니다! 대장!!”


그 반응에 로건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네 상태를 검증해야 할 거 아니야.”


로건의 대답에 라이너는 귓목을 잡으며 말했다.


“와, 와!! 내가 얼마나 쫄았는지는 압니까?!”


라이너는 우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내가 씨벌 잠입 임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 앞에 말도 안되는 마력이 느껴지는데 그걸 숨길 생각도 없고!”


그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지원인가 싶어도 암구호는커녕 노크만 존나 해대는데!!!”


그 말을 듣고 있던 로건은 태연하게 물었다.


“끝났나?”


그에 라이너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 예. 끝났습니다.”


이후에 정적이 두 사람을 감쌌다.


“··· 진짜······ 대장입니까?”


로건은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라이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와락!


그리고, 라이너는 그런 로건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진짜··· 살아있었군요······.”


그 말과 목소리에 담겨있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았기에 로건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신문에 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나?”


그 대답에 라이너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로건은 가볍게 라이너의 등을 두드려줬고, 다시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무의 내용은 들었다. 하지만, 변수가 있어.”


변수라는 말에 라이너 역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뭡니까.”


“녹턴이 이 일에 개입되어 있다. 그것도 꽤나 크게.”


그 말에 라이너의 표정은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할 정도로 차가워졌다.


“아······ 그렇군요···.”


말끝을 늘리는 그 목소리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로건이 유령에게 했던 그 목소리와 똑같았다.


“인원과 장소는 알고 계십니까?”


라이너의 질문에 로건은 조용히 대답했다.


“총인원은 80. 그중 8은 사망 7은 시청에 있다고 하긴 하더군.”


“시청에는 카논을?”


로건은 긍정했다.


“계획 있으습니까?”


그의 물음에 로건은 잠시간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의 계획을 떠올렸다.


“정보를 풀지. 내일. 내가 이곳으로 온다고 흘려.”


그 말에 라이너는 의문을 표했다.


“그걸로 되겠습니까?”


“네가 만약 50명의 동료들과 로크에 잠입해 있는데, 카일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어떻게 할 거냐.”


그 비유에 라이너는 곧장 로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우. 알겠습니다. 그러니 그놈 이름은 꺼내지도 마십쇼.”


카일.

로건이 이끌었던 독립 부대와 가장 많은 전투를 치룬 카르단의 기사.

이명은 용사, 그리고 카르단 제1검 이었다.


* * *


“이봐! 그 소식 들었나? 로건님께서 이틀 뒤 이곳에 오신다고 하는데?”


주점에서 술을 홀짝이고 있던 남자의 목소리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그에 남자는 자신이 들었던 정보를 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그 왜. 이번에 렘피아의 현장 강습 장소에 라르가 포함되어 있었나봐. 사전 답사라는 명분으로 로건님께서 이곳에 오신다고 하더군.”


그 말에 술에 취해있는 시민들 대부분이 흥을 내며 말했다.


“정말이야?! 영웅께서 이곳으로 오신다고?!”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아니야? 시장님은 이 소식을 알고 계신가?!”


이어지는 기대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와 말 사이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그거. 어디서 들은 거야?”


사실을 확인하는 듯한 말에 남자는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말했다.


“확실하다고! 자신의 동생이 렘피아에 근무 중인데 렘피아에서 로건 선생이 총장에게 직접 부탁받았다고 하더군!”


자신만만한 그 태도에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이내 시장통을 연상케 하는 광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여자 한 명이 빠져나갔다.


‘로건이라고? 그 전쟁 영웅 로건?’


그녀는 생각했다.

그가 정말 사전 답사를 하기 위해서만 이곳으로 오는 것이 목적이 아닐 것이라고.


‘안돼. 너무 거물이다.’


그녀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이 다다른 곳은 라르의 작은 카페였다.


딸랑.


“어서오세요.”


카페의 문을 열자 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한 노인의 목소리가 그녀를 반겼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카운터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카페의 주인이 묻자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 홍차 부탁드립니다. 차가운 우유를 넣고, 잎은 띄운 채로.”


그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노인은 천천히 카페의 안쪽으로 들어갔고, 찻잎을 보관해두는 방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방의 문을 닫고 선반 위의 찻잎이 담기 유리병을 가볍게 밀었다.


드드드득.


천천히 방의 바닥이 열렸고, 지하에 깊은 공간이 나타났다.

지하에는 긴 복도가 이어져 있었고, 그 복도를 끝까지 걸어가자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노인의 말에 여자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전쟁 영웅 로건이 이곳으로 온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 확실한 정보인가?”


그에 여자는 자신이 들은 바를 정확하게 전달했다.


“방금 전, 렘피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가족에게 그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하는 행인의 말이었습니다.”


그 말에 노인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고작 그딴 걸로?”


“하지만, 진짜 정보일 가능성 역시 존재합니다.”


그녀 역시 허황된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정보가 진짜라면?


“만약 사실일 경우, 시청에 방문을 하는 그 순간 저희는 끝입니다.”


“··· 그분 앞에서는 멋대로 단정 짓지 마라.”


노인의 말에 여자는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


노인은 깊게 고민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보았다.

로건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가정을.


‘생존 가능성은··· 없다.’


노인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 우선.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빠르게 확인해라. 정보원들을 풀어.”


그 말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악몽의 실현을 앞당긴다. 투입 인원은 선발대 전원. 시행 시기는 내일 아침이다.”


“알겠습니다.”


그 말에 여자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악몽이란 녹턴의 작전 중 하나이다.

다른 말로는 동귀어진을 목적으로 하는 목숨을 내다 버리는 자폭이고.


“선발대의 지휘는 너한테 일임한다. 이름은?”


그 말에 여자는 부여받은 가명을 말했다.


“크레나입니다.”


노인은 크레나에게 말했다.


“좋아. 선발대를 어떻게 운용할지는 네가 알아서 결정해라. 접선 장소는 4번 창고로 가고.”


크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끝으로 노인은 다시 지하 공간 밖으로 나갔고, 크레나 역시 그를 따랐다.


* * *


그날 밤.

인적이 드문 폐광산에 버려진 폐창고에 흑의를 둘러싼 30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 모두 모였나.”


그 인원들을 보며 크레나는 흑의를 덮어쓴 채 말했다.


“전원 악몽에 대해서는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흑의인 들은 아무런 반응과 말없이 그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


“지금부터 악몽을 실행하겠다. 모두 약을 섭취하도록.”


크레나의 말에 그녀를 포함한 유령 전원 손에 쥐고 있던 검은색 알약을 삼켰다.


“우리들의 목숨을 악몽의 실현에.”


그녀의 말에 반응하듯 흑의인 전원이 그 말을 따라하듯 말했다.


“우리들의 목숨을 악몽의······.”


“이게 다인가?”


허나 그들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뒤쪽, 정확히는 창고의 정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들려오는 목소리.

문틈 사이에서 비치는 달빛을 등지고 선 한 남자의 모습과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섬뜩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적은데.”


그들 모두 알 수 있었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조차 처음 듣는 것이지만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로건이다.


“혹시나 싶긴 한데······ 이들 중 민간인, 혹은 억지로 협박 받고 있는 이들. 있나?”


터무니 없는 로건의 말에 유령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훙.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바람이 불어왔다.


푸슉!!!


그리고 로건과 가장 가까이 있던 유령의 목이 사라졌다.


“없다면 다행이고.”


“전원!!! 저놈을 죽여라!!!”


크레나의 외침에 유령 전원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 수준이 상당했기에 로건은 감탄했다.


‘저것들이 모두 잡졸이라고? 저 마력 크기가?’


최소 은등급 기사, 혹은 2위계 마법사가 가지고 있을 만한 마력의 양이었다.

물론 마력의 양만 봤을 때의 말이었지만.


‘··· 소란스러워지면 안되니.’


로건은 천천히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창고 전체를 감싸는 바람의 막을 펼쳤다.


‘증폭제라도 먹은 건가.’


유령들의 마력이 저렇게 부풀어 오른 이유는 그들이 먹은 약 때문이다.

마력 증폭제라 불리는 물건이었다.


‘··· 사람 목숨을 장기말 이하로 보고 있어.’


허나 부작용 없이 마력만을 증폭시키는 약이라는 허울 좋은 물건은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인 즉.

저 정도로 마력이 불어난다면 저들은 얼마 안 가 죽는다는 의미였다.


“크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로건에게 달려드는 유령들을 로건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걱.


로건에게 접근한 유령은 그대로 팔을 잃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느껴지는 시선도 없었고요.”


유령의 팔을 자른 라이너는 자연스럽게 로건에게 보고했다.

그의 말을 들은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검을 유령에게 겨누었다.


“··· 가자.”


“예.”


그 뒤로는 학살이었다.

큰 묘사는 필요 없을 정도의 일방적인 학살.


서걱.


로건은 굉장히 오랜만에 진심을 내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진심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이들을 죽이고자 하였다.


턱.


그때 검을 휘두르려는 로건의 팔을 라이너가 막았다.


“대장. 한 놈은 살려둬야 합니다.”


그 말에 로건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피칠갑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집무실에서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때는 민간인이 존재했기에 로건이 손속에 염두를 두었다면, 이번은 아니었다.


“··· 그래.”


로건은 자신의 로브에 뭍은 피를 보며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휘릭.


로건은 칼을 돌리듯이 휘둘러 검날에 뭍은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 살아남은 마지막 유령.

크레나의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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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7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8 0 11쪽
» 녹턴(2) 24.08.23 24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6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3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3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9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6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3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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