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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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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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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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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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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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싸움

DUMMY

대략 30분 전.

창고로 향한 라이너는 그 창고에 다가가는 것 만으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뭔가가 있다.’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일정 이상의 경지에 도달한 이들만 내뿜는 분위기.

그것이 느껴졌다.


‘··· 우선 하던 대로.’


라이너는 호흡을 극단적으로 느리게 반복했다.

그렇게 그의 마력과 기척은 주변의 자연물과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


* * *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창고.

빛이라고는 창고의 위쪽에 달려있는 작은 쇠창살에서부터 비치는 달빛 뿐이었다.

그 달빛은 점차 창고의 안쪽을 비추기 시작했고, 이내 한 남자를 비추었다.

그는 여러개 쌓여있는 나무 상자 위에 앉아있었고, 얼굴은 가면과 로브로 완전히 감췄고, 특이한 검붉은 머플러를 두른 상태였다.


덜그럭.


남자는 왼손으로 나무로 된 큐브를 이리 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그때.


흠칫.


남자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몸과 분리된 자신의 머리였다.

남자는 곧장 들고 있던 큐브를 놓고, 왼소으로 검을 뽑아들어 목을 보호했다.


챙!!


마치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철과 철이 만나 불똥이 튀었다.


훙!


남자는 곧장 공격이 들어온 곳을 베었고, 그대로 몸을 뒤쪽으로 피했다.


‘쯧.’


암살에 실패한 라이너는 속으로 혀를 찼다.

자신이 이길 확률이 가장 큰 싸움에서 졌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 강하다.’


체격은 본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흘러나오는 마력의 수준은 상대가 더 뛰어났다.

그와 동시에 무인으로서의 기백 역시 저자가 더 뛰어났다.


‘암살을 실패한 순간 기량을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암살자와 암살 대상이 동실력이라면, 암살은 실패하지 않는다.

암살이 실패하는 가장 많은 경우는 크게 2가지.

대상이 암살의 시기와 방법을 알고 있는 경우.

암살자와 암살 대상의 역량 차이가 클 경우.


‘주변에 따로 느껴지는 것은 없었으니 후자겠지.’


라이너는 곧장 자신의 단검 2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자세를 잡고 상대를 경계했다.스윽.

검붉은 머플러를 강하게 여맨 남자는 땅에 떨어진 큐브를 줍고는 검을 라이너에게 겨누었다.

그 검을 본 라이너는 몇 가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롱소드. 그 중에서도 찌르기 특화.’


길이는 약 110cm.

손잡이가 25cm 정도로 긴 편에 속한다.


저벅.


천천히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 저놈은 이 상황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거지.’


라이너는 그를 주시하면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저 큐브. 뭐하는 거지.’


통.


순간 남자가 몸을 가볍게 뛰었다.


훅!


그리고 두 발이 땅에 닿는 것과 동시에 뛰었다.


‘이건?!’


펑!!


순간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창고의 공기가 한 쪽으로 몰렸다.

창고에 맴돌고 있던 먼지와 분진이 섞인 공기들이 라이너가 서있는 방향으로 파도처럼 쓸려나갔다.


‘대장의··· 송곳?’


로건의 찌르기와 상당히 유사한 검술이었다.

찌르기가 올 것은 예상했지만, 그게 이 정도의 속도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상성이 나쁘네······.”


그때 가면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끝을 길게 늘리고, 조금 갈라지는 목소리였다.


“··· 그건 해봐야 알겠지.”


라이너는 역수로 잡고 있던 두 단검 중 오른손의 단검을 바로 잡았다.

저 남자의 말대로 그다지 단검을 사용하는 자신이 이렇게 일 대일 대결의 양상으로 끌어들여 진 것만으로 이미 진 것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라이너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것이 하나 있다.


‘최대한 흘리기 위주, 직선상의 공격이기에 로브를 이용한 혼란을 준다.’


역량 파악.

상대의 역량을 그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절대 만용을 부리지 않는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아예 못 비빌 정도는 아니니. 적당히.’


우웅!


그때 남자의 마력이 조금 일렁거렸고, 그와 함께 라이너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훙!


순식간에 좁아진 거리에 남자는 몸을 옆쪽으로 피하며 그 공격을 피했다.


슥.


그리고 곧장 반격을 하려 검을 움켜쥐던 남자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서걱.


자신의 네 손가락이 베이고, 검을 놓치는 모습이었다.


탓.


남자는 두 발자국 물러났다.

그리고 라이너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을 시선을 마주보며 라이너는 생각했다.


‘이젠 기회랄게 딱히 없겠군.’


암살과 첫 격돌.

상대가 가장 방심하는 두 순간을 모두 놓쳤다.


우웅.


그것을 증명하듯 남자의 마력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요동쳤다.


“후우···.”


라이너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쒜엑!!


시작은 남자의 찌르기였다.

라이너의 왼쪽 발목을 노린 찌르기를 라이너는 공중으로 뛰면서 피했다.


훙!


뜀으로서 생긴 힘을 이용해 그대로 단검을 휘두른 라이너였지만, 남자는 그보다 자세를 더욱이 낮췄고, 라이너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챙!


찌른 자세 그대로 올려 베는 남자의 검을 라이너는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두 개의 단검으로 막았다.


끼긱!


대략 1초 정도 이어지던 힘싸움은 남자가 손아귀의 힘을 빼는 것으로 끝이 났다.


‘큭!’


쒜엑!!


라이너의 머릿속에서는 꿰뚫리는 자신의 오른쪽 허벅지가 나타났다.


챙!


라이너는 오른손의 단검을 역수로 잡고 팔을 내려 그 공격을 받아냈다.


“호오.”


그 모습에 남자는 감탄을 내뱉었고, 뒤로 몸을 한 번 뺐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향해 라이너는 곧장 달려들었다.


‘준비시간을 조금이라도 주면 안 된다.’


방금의 찌르기는 힘의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기에 막을 수 있던 것이었다.

최적의 거리는 1m 이내.


‘마력을 모을 시간 역시, 줘서는 안되고.’


로건의 싸움 방식을 아는 라이너였기에 기사라고 해서 원거리 공격이 전무하다 생각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는다.


후웅.


그때 라이너는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


‘······.’


그와 동시에 라이너는 몸에 힘을 뺐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모든 마력을 감각에 집중시켰다.


흠칫.


목덜미가 섬짓하는 감각과 함께 자신의 왼팔을 향하는 압도적인 살의를 라이너는 느낄 수 있었다.


챙!


그와 동시에 라이너는 남자의 찌르기를 막아내었다.

남자는 그 찌르기를 막은 라이너를 보며 말했다.


“···본능쪽이었나.”


라이너를 처음 봤을 때, 남자는 라이너를 이성에 의한 계획과 작전 위주의 암살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저 모습을 보면, 그게 아니었다.

기본적인 생각은 하되···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자신의 반사신경과 감각에 맡기는 부류.

본능형이라는 평가가 보다 어울렸다.


“춤춰보자고.”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복잡한 생각을 그만두었다.


쒜엑! 훙!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날카로운 송곳이 빗방울처럼 빠르게 쏟아졌다.

라이너의 머릿속에서 점점 구멍이 뚫리는 자신의 신체 부위가 많아졌다.


피잇!


그때 라이너의 팔에 아주 작은 생채기가 생겼다.


파앗! 촥!


그 소리가 시작을 알리듯 점점 라이너의 몸에 상처가 많아졌다.

물론 쏟아지는 공격 대부분을 흘리고 있었지만, 처음처럼 완벽히 막지는 못했다.


챙! 챙!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창고를 크게 울렸다.


타닷. 탁!


바닥을 박차는 소리와 흙먼지가 날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이어졌다.


핏!


“큭.”


그렇게 라이너의 얼굴에 긴 자상이 생겼다.

공방을 이어나가는 두 사람의 머릿속에 그려지던 수많은 그림들은 이제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다.

라이너의 죽음.


챙!!


라이너는 단검으로 남자의 검을 처내고 거리를 크게 벌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남자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쿠구궁.


라이너는 숨을 몰아쉬면서 점점 무거워지는 공기를 느꼈다.

저 남자가 내뿜고 있는 마력에 의한 현상이었다.

라이너는 눈에 자신이 운용 가능한 마력을 모조리 쏟았다.


사락.


그의 머리카락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펑!!!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고, 창고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커헉!”


라이너는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가공할 위력의 일결을 날렸음에도 남자는 호흡을 조금 가다듬는 것 이외의 일을 하진 않았다.


“허억, 허억.”


라이너의 두 눈은 실핏줄이 터져 충혈되어 있었다.


“··· 꽤나 좋은 싸움이었다.”


남자는 라이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나 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주지.”


그는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려 검은색 문신을 하나 드러냈다.

그리고 그 문신에 장갑을 낀 손을 올렸다.


“이 라르에 있는 쓰레기들··· 그것들도 잘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서 말이야.”


그가 끼고 있던 검은 장갑의 손등 부분에서 마법진이 빛났다.


우웅.


피처럼 붉은 빛이 창고를 빛냈다.


"··· 음?"


하지만, 빠져나가지 않는 자신의 마력을 보며 남자는 의문을 표했다.


'뭐지. 마법진이 잘못 됐나?'


남자는 자신의 의심을 빠르게 접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사람의 설계였으니, 잘못 됐을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자는 라이너를 내려보았다.

그리고 숨을 고르고 있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처음부터 이게 계획이었나?"


그 말에 라이너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 그래."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너를 상대하러 온 이가 대장이 아닌 나였던 시점에서 의심했어야지."


로건이 저 자폭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은, 라이너 역시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마법이 어떤 방식으로 발동되는지 역시 알고 있었다.


'난 약하다.'


독립 부대, 정확히는 로건과 전쟁터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약 5년.

그와 함께한 시간이 긴 라이너인 만큼 그는 스스로를 잘 알았다.

이런 방식의 전투 방법을 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내 한계는 기껏해야 은등급의 상위.'


하지만, 라이너는 알고 있었다.

강한 것과 살아남는 것은 별개라고.


"··· 목숨을 버려 인명을 살린다라. 군인에 어울리는 태도군."


그 말에 라이너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 반응에 남자는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라이너는 그런 남자에게 대답했다.


"웃기는 소리를 해서 말이야. 내가 아는 한, 진짜 군인이라고 불릴 사람은 단 한명 밖에 없다."


스스로가 약하단 것을 알고 있기에.

재능의 한계와 가진 힘이 정상을 노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라이너가 싸우는 방법은 보다 간단했다.


"··· 난 내 동료를, 대장을 그 누구보다 믿는다."


쾅!


그리고 그 순간.

창고의 문이 박살났고, 강한 바람이 창고를 덮쳤다.


"잘 버텨줬어."


부서진 문 뒤로 비치는 달빛.

그 달빛을 등진 로건의 말에 라이너는 그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생존자인가?]

쓰러져있는 자신을 향한 간절한 목소리.

칠흑 같은 어둠 뿐이던 곳에 빛처럼 다가와준 은인.


"이젠 내가 맡지."


분명 꽤 소모를 했을 것이 분명함에도, 전혀 티를 내지 않는 모습까지.

라이너가 오랫동안 봤던 로건의 모습이었다.


"미안합니다··· 대장."


그 말에 로건은 라이너를 창고 밖으로 내보내며 대답했다.


"새삼 무슨."


그런 두 사람의 대화와 절뚝이는 라이너를 남자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선 이 남자.

로건에게서 눈을 돌리면 그대로 목이 달아나는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잘도 해주셨겠다."


라이너가 완전히 창고에서 멀어지자 로건은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런 로건과 마주한 남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지금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는 4번은 넘게 죽었기 때문이다.


'······ 격이 다르다.'


남자는 다시금 깨달았다.

마스터급 기사와 금등급 기사.

그 사이의 벽이 얼마나 큰지.

고작 한 등급으로 차이를 나누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것을.


챙!!


자신의 검기를 막아낸 남자를 향해 로건은 말했다.


"녹턴의 6번째 환몽, 구르. "


로건은 그 이름을 부르며 말을 이었다.


"··· 만약 지금 살아나간다 하더라도, 넌 언젠가 내 손에 죽는다."


그 말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경고였다.

그들이 무엇을 건들였는지, 어떤 짓거리를 저지른 건지.


'각인시켜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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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7 0 13쪽
» 약자의 싸움 24.08.31 17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8 0 11쪽
24 녹턴(2) 24.08.23 24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6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3 0 17쪽
19 1 vs 30 24.08.08 32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3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9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3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6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9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5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3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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