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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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256
추천수 :
18
글자수 :
182,655

작성
24.06.1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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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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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용화(蛹化)

DUMMY

“허.”


쓰러지는 허수아비들을 바라보며 아이들, 특히 기사를 꿈꾸는 아이들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만 했다.

본인들은 많아야 하나, 대부분은 흠집 정도만 낼 수 있었던 것을 전부 베어버렸으니.

그 차이를 직접 몸으로 느낀 꼴일 것이다.


“잘했습니다.”


로건은 카이든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 고생했습니다.”


몇몇 아이들의 표정에 담겨있는 침울한 감정.

너무나 투명하게 보이는 감정들에 로건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이 결과에 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찌보면 형식상의 말 같기도 했지만, 이는 진심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의 강점은 다르고, 이렇게 단순한 테스트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으니까요.”


방금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낼 수 있는 최대의 화력.

혹은 그에 준하는 힘.

그것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들 중 난 이런 류는 약한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겁니다.”


그 말에 아주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몇 명 있었다.

로건은 그들을 못 본척 하며 천천히 움직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분들을 지도할 것이니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참고 자료 수준도 안 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말을 마친 로건은 허수아비들을 새로이 불러냈다.


“참고로 말하자면, 여러분들이 부순 허수아비는 3단계 중 1단계였습니다.”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부술 수 있는 허수아비.

부술 수 있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의 방출이 가능하다는 의미.


“제가 렘피아에 다닐 동안, 모든 재학생들이 1단계 허수아비들은 최소 하나는 격파에 성공했습니다.”


로건은 적당히 진열되어있는 연습용 창 하나를 잡고는 말을 이었다.


“그 말인 즉. 그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러분이라면, 모두 가능할 겁니다.”


그의 행동과 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던 아이들은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가 어째서 지금 이 순간에 무기를 짚었을까.


“총 2번의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부터 여러분들 개개인의 지도를 시작하죠.”


로건의 말에 담긴 요지는 간단했다.

나의 움직임에서 얻어갈 것을 최대한 얻어가라.

그리고, 그것을 다음 시간까지 최대한 잘 흡수해라.


‘단순한 동작이 아닌,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만.’


그것까지 말을 한다면, 아이들의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로건은 말을 아낀채 움직였다.


척.


날이 무디다 못해 거의 없는 수준의 창을 가볍게 한 바퀴 돌린 로건은 땅을 딛고 있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 다음은 골반, 허리, 상반신.

단단히 고정한 하체와 그로 인해 생겨난 지지력을 이용한 원심력.


훙!!


그 힘을 그대로 실어 창을 휘둘렀다.


후우웅.


그러자 카이든 악시온의 검격때와 같이 미약한 원형의 바람이 일어났다.

더 짧으면서 강력하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참고가 되었을지 모르겠군요.”


창을 제자리에 내려둔 로건의 말에 아이들, 특히 기사를 꿈꾸고 있는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스르륵.


천천히 앞쪽으로 떨어지는 허수아비들의 모습에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아이들 역시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방금 로건의 일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2개였다.

완벽했던 공격.

그리고, 그보다 더 뛰어났던 마력의 운용.


‘잘 봤을까.’


아마 못 봤을 거다.

많아야 3명, 적으면 2명 정도 로건의 뜻을 읽었을 것이라고 그 스스로도 생각했다.

하지만, 때론 압도적인 고수의 행동 하나에 눈이 뜨이는 경험을 한다.

뛰어난 천재든, 둔재든 쌓아온 것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그럼 다음을 보여드리죠.”


로건은 반으로 갈라진 7개의 허수아비들을 새롭게 바꾸었다.

이번에 로건은 무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보통 기사는 마법사보다 마법의 사용이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나 감응력에서 차이가 나니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편견이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로건은 손을 앞으로 뻗으며 말을 이었다.


“마나 감응력이란, 자신의 마력이 마나에 얼마나 잘 섞이는가.”


달리 말하면.


“마나를 얼마나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우웅.


로건의 몸에서 순식간에 마력이 끌어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아앙!!


방대한 마력의 구체가 그의 손에서부터 생겨나더니, 부체꼴 모양의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폭발은 허수아비들을 초전박살 내놓았다.


“··· 저게.”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은 아이들이 몇몇 보였다.

그리고 로건은 그 아이들이 하고 있을 생각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마나 감응력과 마법의 시전 속도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죠.”


그들의 오해를 풀어주기는 하겠지만, 그건 나중의 순서라고 로건은 생각했다.


“본인 스스로의 마력만으로 마법을 이루기 때문에 기사들의 마법시전 속도는 마법사들 보다 더 빠릅니다.”


로건은 아직 놀란 티를 완전히 지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마력이 마나에 쉽게 섞인다는 것은 그만큼 마법의 형성이 불안정하다는 것이기도 하죠.”


마법을 만들기 위해선 결국 자신의 마력으로 틀을 잡아야 한다.

그 틀을 만드는 속도는 압도적으로 기사들이 더 빠르다.


“마법사들이 후위에 서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요.”


로건은 아이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마법사와 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러자 허수아비들이 새로운 허수아비들이 나타났다.


“여러분들과 저의 차이점을 말해보도록 하지요.”


차이점이라는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변했다.

그저 역량 차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에밀리 리에타의 마법을 예시로 들면, 사용한 마력의 절반만 사용했어도, 아니 그보다 더 적게 사용했어도 충분히 부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2명의 학생이 크게 놀랐다.

첫 번째가 에밀리였고, 다른 하나는 로렌조였다.


“그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허수아비를 부순 사람은 대부분 사용한 힘이 과했고, 부수지 못한 사람은 힘이 부족했죠.”


그에 로렌조가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저는,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에 로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력이 아니었습니다. 로렌조. 당신은 당신이 낼 수 있는 힘의 절반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에 로렌조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순수하게 지닌 힘이 부족해서 저 허수아비를 부수지 못한 사람은 없습니다.”


로건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저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은 아이들이 많았다.

특히, 귀족가의 아이들이 그랬다.


"분명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하지만, 로건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힘을 100% 제대로 사용한 것은 카이든 악시온 뿐이었다.


'······ 사실 저놈이 이상한 거긴 한데.'


저 나이에 순간이라도 역량의 100%를 이끌어 내는 것은 로건도 하지 못한 일이다.


"여러분들은 그것을 지금부터 배워나갈 것입니다."


1단계 허수아비와 2단계, 3단계 허수아비들의 간격이 크긴 했다.

하지만, 렘피아의 학생 중 3단계 허수아비를 하나도 부수지 못한 학생은 없었다.


'애초에 [훈련용]인데.'


허나, 아직 완전히 납득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저 선생님."


그 중 한명이 마법사 지망생, 애니 그레이스였다.


"전 아무리 생각해도 제 전력을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마력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최대를 사용했구요."


그 물음에 로건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낭비된 마력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공격의 방식도 좋지 않았죠."


로건은 새로운 허수아비의 몸체를 건들며 말했다.


"마법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오래 걸리다 보니 마력이 소모되는 것은 아직으로서는 어쩔 수 없죠."


이는 연습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이 허수아비는 자가 수복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에 많은 학생들이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마법적 공격에 의한 피해를 회복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그때는 애니 그레이스가.


"속성에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때는 로렌조가.


"지속적으로 여러번 공격을 가하는 것 보다는, 일격에 집중을 했다면."


로건은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최소 하나씩은 부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로건은 뒤를 돌아 무기들을 가볍게 정리하고 말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배워가는게 많았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뒤를 돌아 연무장 밖으로 나가다가 아차 싶어 말했다.


"다음 수업 역시 이곳에서 진행할 겁니다. 시간 맞춰 잘 와주시길 바랍니다."


그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로건은 조금 빠른 걸음으로 연무장을 나갔다.


* * *


'··· 대단해.'


에밀리는 천천히 사라지는 로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단순한 마력의 폭발이라고 해도. 그 만한 마력을 한 순간에···.'


그리고 하나 더.


'무예 쪽에서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아름다웠어.'


한 폭의 그림 같은 그 공격.


'······ 렘피아에 오길. 정말 잘했다.'


가문에서 고용한 선생님들도 자신을 완벽하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로건은 곧바로 에밀리의 부족한 점을 짚어냈다.

정확히 말하면 부족한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에밀리는 아직 인식하지 못했다.


'기량을 파악하고, 견적을 내는 눈이 부족해.'


에밀리는 고양감으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강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뛰어난 실력의 선생님.


'아버지를 제외하면 처음인가.'


무언가에서 부족함을 느낀 것이 오랜만일 정도의 천재.

한 가문의 가주 마저도 슬슬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성장 속도.

그것을 스스로도 조금씩 깨닫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나보다 더한 천재.'


단 일격.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던 힘의 양.

그리고 너무나 유려했던 동작.


'······ 올려다볼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에밀리는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옆에 있는 자신의 친구, 세실리아 에니트에게 말했다.


"세실. 우리. 열심히 하자."


큰 표시는 안나지만, 자신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친구의 흥분한 모습에 세실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래."


그리고, 같은 시각 카이든은 생각했다.


'··· 보이는게 다르다.'


카이든 악시온은 생각했다.

처음 저 공격을 봤을 때는 그저 대단한 경지라고만 느꼈다.


'······ 터무니 없어.'


로건의 공격에는 마력이 거의 담겨있지 않았다.

그저 창날을 조금 날카롭게 만든 것 정도.


'정확히 틈을 베었다.'


짚으로 이루어진 허수아비의 결과 결 사이.

마법적 처리가 이러우져있지 않은 그 틈을 정확히 갈랐다.


'대단해.'


이전 생에서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

자신의 스승은 그것을 이미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따라잡지 못 할 정도는 아니야.'


카이든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이 기회가 얼마나 귀중하고 터무니 없는 것인지 알았다.

부족했던 시간과, 한 걸음.

그것을 확보하고도 남을 시간이라는 것 역시 알았다.


'그리고 그걸 위해선······.'


그는 이 시기에 일어날 일들을 떠올리며 몇몇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에밀리에게 조금 시선을 오래 두었다.


'··· 슬슬 움직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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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7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8 0 11쪽
24 녹턴(2) 24.08.23 24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6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3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3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9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 용화(蛹化) 24.06.16 43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6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9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5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3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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