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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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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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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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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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 부대 대장

DUMMY

'네이브라.'


나투스에는 권력의 기둥이라 할 것이 3개 존재한다.

대총통.

군의 원수.

대법관.


'제법 귀환 인력을 보내셨네.'


3개의 세력에게 권력을 나눠서 부여하는 것.

50년 전, 왕국 체제에서 공화국이라는 체제로 바뀌면서 권력의 독점을 막기 위한 방안이었다.


“일벌.”

“추낙.”


갑작스러운 로건의 말에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역설.”

“동파.”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문답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비신.”

“창천.”


그 말을 끝으로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안내해.”


방금 이어진 문답은 네이브가 사용하는 암구호의 일부였다.

로건이 사용한 건 자신의 소속을 증명할 때 사용하는 24가지 암구호 중 3개만 사용한 것이다.


“이쪽으로.”


로건의 압박에서 벗어나자마자 람다는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마력과 기술, 마도구를 이용한 은신이었다.

그리고 네이브라는 집단을 알고 있는 로건이었기에 그다지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임무 중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원칙 위반이니까.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잘 숨기긴 하네.’


집중하지 않으면 기척을 읽어내지 못할 수준이니 실력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인도하는 곳은 피렌시아의 심층부였다.

중앙에 있는 대총통의 관저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곳입니다.”


로건이 도달한 곳은 관저와 대략 5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작은 술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바 형태의 술집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술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로건은 자연스럽게 그 남자 옆으로 가서 앉았다.


“오랜만에 뵙니다. 요셉님.”


그 말에 남자, 요셉은 망토를 벗으며 말했다.


“잘도 알아차리는구나.”


한쪽 눈에 안대를 쓴 갈색 머리카락의 중년이었다.

요셉의 말에 로건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거야, 요셉님이 풍기는 기세는 잊기 힘드니까요.”


“하. 그거 알아차리는 놈이 대륙에 몇이나 된다고.”


그에 로건은 농담조로 대답했다.


“다섯 쯤 되지 않습니까?”


그 말에 요셉은 3초의 정적 후에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쯤 되겠군.”


그렇게 말하며 요셉은 테이블을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바텐더가 로건의 앞에 동그란 얼음이 들어간 위스키 한 잔을 건내주었다.

로건은 그것을 들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다 입을 열었다.


“원수님께서 저에게 하신 명령은 알고 계십니까?”


그 말에 요셉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명령은 무슨. 부탁이지.”


요셉은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이 나라에서 너한테 명령을 할 수 있는 이가 있긴 하겠냐?”


“있긴 하죠.”


그 봉투를 건내 받으며 로건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요셉은 잠시간 생각했다.


“아. 그래. 있긴 하네.”


낄낄 웃으면서 대답한 그의 반응에 로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봉투를 열어보았다.


“··· 이건.”


그 반응에 요셉은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설마 너 혼자 준비를 시킬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당연히 도와준다.”


렘피아 아카데미 교사 지원 서류와 모집요강.

그리고 서류를 넣은 인원 중 면접까지 갈 확률이 높은 인원을 정리한 서류.

그에 더해 로건이 교사를 준비해왔던 모든 것들이 담겨있었다.


“감사합니다.”


담백하게 말하긴 했지만, 진심이었다.

혼자 준비하기에는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걸리는 일을 대신 처리해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면접 준비에만 몰두하면 된다.


“사실 이것도 다 필요 없긴 하지.”


그때 요셉이 술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로건의 고개를 돌리자 그는 로건의 망토를 손에 쥐며 말했다.


“그렇잖냐. 레니아 그 여자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겠는데.”


훌렁.


자연스럽게 로건의 망토를 내려 얼굴을 드러내게 한 요셉은 눈살을 조금 찌푸리고 술을 들이켰다.


“너잖냐. 로건.”


그에 로건은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에 손을 올리며 대답했다.


“아닐 수도 있죠.”


그 대답에 요셉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니긴. 지도 그 여자가 누굴 원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무슨.”


말투가 저렇긴 해도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차마 자기 입으로 총장님이 자신을 원하는 것 같다라고 할 수가 없었기에 안 하고 있지만, 확신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요셉은 추가로 봉투 하나를 더 꺼내 로건에게 건냈다.


“네 퇴직금과 연금, 나라에서 내린 특별 보상금 전부 다 관리해둔 은행 계좌니까 꼭 들러라.”


“알겠습니다.”


생활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니 로건의 입장에서도 반가웠다.


꿀꺽.


술잔을 끝까지 비운 요셉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테이블에 은화 2개를 얹었다.

그리고 다시 모자를 쓰면서 로건에게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고.”


천천히 사라지는 요셉을 향해 로건은 존중을 담아 말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제2 부대 대장 요셉 듀크님.”


그 말에 요셉은 손을 흔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요셉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졌다.


“··· 흠.”


요셉에게서 받은 2개의 봉투.

그 중 아직 열어보지 않은 봉투에 로건은 손을 대었다.


“크흠.”


네이브까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로건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천천히 봉투를 열어보았다.


“······ 이게 뭔?”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온 문서 3장에 적혀있는 숫자들을 보고 로건은 순간 사고가 멈췄다.


‘0이 몇 개야···?’


순간 아득하다는 감각을 느낄 정도로 그 숫자가 길었다.

다만, 평범하게 살았으면 평생동안 돈을 모아도 이의 절반도 못 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


순간 어휘 능력이 떨어진 것 같은 착각과 함께 로건은 서류를 봉투 속으로 조심히 넣었다.

그리고 그 봉투를 아주 조심스럽게 챙기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피렌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대총통의 관저.

그리고 그 관저로부터 대략 1km 정도 거리에 군의 원수가 머무는 사령부가 있다.

그 사령부의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

눈에 보이는 18명의 경비병, 보이지 않는 8명의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방.

원수의 집무실에 누군가가 몰래 잠입했다.


"요셉. 왔나?"


물론 그 방의 주인에게는 잠입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았다.

옅은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요셉은 망토를 벗으며 말했다.


"물건의 전달을 완료했습니다."


사적인 친분이 있다 하더라도 계급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고생했네."


원수의 대답이 끝나자 요셉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원수님. 하나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로건에 대한 것?"


알고 있다는 듯 역으로 묻는 원수의 말에 요셉은 순간 울컥했다.


"그 녀석. 얼굴에 살이 쫙 빠졌습니다."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감정들이 모두 쉽게 읽혔다.

그것도 자신보다 상급자의 앞에서는 어울리지 않은 태도였다.


"전쟁터에서도 그 정도로 초췌하지는 않았습니다."


요셉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어째서 그 정도로 약해져 있는 녀석을 다시 물 밖으로 내보내시려는 건지······."


"그렇기 때문이야."


요셉의 말을 끊으면서 원수가 말했다.


"로건은 참으로 정이 많은 아이였지."


30대에게 아이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기억하는 로건은 평생 아이일 것이다.


"그렇기에 홀로 있는 시간이 그에게는 더욱 독일 것이야."


어째서, 라는 질문을 요셉은 하지 않았다.

원수가 말하는 저 독이 무엇일지는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로건을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는 이 대륙에 그 스스로 밖에 남지 않았으니."


요셉의 눈에 시선을 고정한 원수는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를 완전히 돕지는 못해도, 그를 늪에서 꺼내줘야 하지는 않겠나."


"······."


요셉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긴 고민과 짧은 결심 끝에 그는 입을 열었다.


"잠시. 계급장을 때도 되겠습니까?"


"그건 좀 싫은데."


요셉은 원수의 말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레널드.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말 놓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불평이 섞인 중얼거림을 깔끔하게 무시한 요셉은 원수, 레널드에게 말했다.


"물론 그 아이가 한때 교사를 꿈 꾼 것은 맞지. 하지만, 그렇기에 그 아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까?"


요셉과 레널드 두 사람 모두 처음 봤을 때의 로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대륙 최고의 재능 중 하나.

그리고 그 누구보다 빛났고 찬란했던 꿈.


"그 나이에 가지기 힘든 확고한 신념을. 스스로 꺾어야 하는데."


"맞는 말이지."


레널드 역시 그에 동의했다.


"하지만, 현 상황을 유지하는 건. 더 안 될 말이야."


요셉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레널드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지. 레니아가 최대한 그를 도와준다고 하니까."


그 말에 요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말을 높였다.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레널드를 향해 경례를 취하고 요셉은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 잠시."


그리고 그런 그를 레널드가 잡아 세웠다.


"최근 대수림에서 소란이 있던 모양이야."


맥락에 맞지 않는 그의 말에 요셉은 주의를 기울였다.


"그 때문에 최근 루카스가 바빠져서 말인데. 자네가 좀 도와줄 수 있겠나?"


루카스의 주요 업무는 국경 수비다.

그런 루카스의 업무를 도우라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알겠습니다."


요셉은 생각했다.

이 정도로 대놓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을 모른 척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3개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나투스 내부의 무장 집단, 녹턴.

서대륙의 존재들.

카르단의 개짓거리.


'서대륙은 아닐 거니까 사실상 2개이긴 했지만.'


대륙간의 거리만 군함을 타도 한 달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그리고 대륙 사이에 환경도 아예 다르고.


'··· 카르단.'


요셉은 한 가지 가정을 해보았다.


'카르단이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렘피아가 말려들었다.


"제기랄."


분노가 담겨있는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고, 그 목소리를 들은 경비병들은 숨을 죽이고 긴장을 유지했다.


'우선 확인부터 하자.'


돌려 말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언질을 남긴 것을 보았을 때.

레널드는 자신에게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요셉은 해석했다.



'아니면 옷 벗으면 되겠지.'


이미 퇴역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물론 가문의 원로들이 지랄들을 하겠지만 상관없다는 것이 요셉의 생각이었다.


'가자.'


우웅.


순간 그의 주변에서 진동이 일어났고.

이내 요셉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이게 진짜 맞는 금액인가?’


한편, 로건은 아직 현실감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의 발걸음은 착실하게 은행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마부한테 돈을 너무 많이 줬나 싶었는데.’


없는 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원금의 몇십 배나 되는 돈을 줬다.

순간 너무 많이 준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가고 싶었기에 조금 무리를 했다.


‘결과만 보면 오히려 좋은 건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로건은 목적지에 도달했다.

피렌시아의 중앙 사거리에 위치한 나투스의 국영 은행으로 향했고, 그 문을 열었다.

순간 직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그 시선은 금방 풀어졌다.


‘행색이 이러니 그렇겠지.’


허름한 외투도 아니고 거적때기 같은 망토를 모자까지 쓰고 들어왔으니 저런 반응이 이해가 됐다.

그때 직원 하나가 가까이 다가와 로건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반갑습니다. 혹시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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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7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7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8 0 11쪽
24 녹턴(2) 24.08.23 24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3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6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3 0 17쪽
19 1 vs 30 24.08.08 32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3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9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3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6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9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5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 제2 부대 대장 24.05.25 63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3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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