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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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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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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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문제

DUMMY

‘한동안 약을 안 먹기는 했지만···.’


외쪽 무릎이 저리는 현상은 전쟁 이후, 정확히는 오네트 호수에서의 전투 이후이다.


‘······ 다 알고 했으니, 이제와서 후회 같은 감정은 없다.’


나투스 서부에 존재하는 대륙 최대 규모의 대산림.

그 대산림에는 오네트 호수라는 호수가 존재한다.

본래 이 오네트 호수는 주변 마나의 순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명소에 가까운 장소였다.

허나, 전쟁 이후 나투스의 국민들에게 이 호수는 기적의 발현지이자, 기적의 장소로서 각인 된다.

카르단의 2만 군단을 이끌던 2명의 마스터급 기사.

그 2명의 기사를 상대로 로건이 이겼던 장소이다.

게다가 그 중 한명의 이명은 카르단 제1 검.

카르단의 후계자인 제1 황녀의 심복이자 카르단의 기사단장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후우.”


허나, 그들과 싸우면서 로건 역시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방금 먹은 약 역시 그 흔적 중 하나이다.


‘··· 애들한테는 미안하게 됐군.’


시간상 마무리를 해야 하는 단계이긴 했어도 그렇게 쫓기듯 수업을 끝마치는 것은 누가 봐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수업 자체도 조금 더 좋게 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느낀 로건은 숨을 몰아쉬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하루를 끝마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 *


그날 밤.

카이든 악시온은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 설마. 이때부터?’


그는 오늘 낮에 있던 로건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조금 급해보이는 것 같던 모습.

무엇 때문인지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의심은 할 수 있었다.

카이든 악시온은 로건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말해주시지 않으셔서 모르시지만···.’


학생들에게는 항상 강철같던 모습을 보였던 로건이었기에 카이든의 생각은 부정적인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 아니지. 그러니 더욱 내 할 일을 해야 하는 법이지.’


덜컥.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한 번 되세긴 카이든은 자신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그리고 그 방에 있는 한 사람을 보고, 그는 소리를 지를 뻔 한 것을 겨우 참았다.

그의 방에는 카이든의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는 로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쿵.


자연스럽게 불어온 바람이 방 문을 닫았다.

카이든이 로건을 바라보고만 있자 로건은 의자를 그 쪽으로 가져다 주며 말했다.


“앉으셔도 됩니다.”


그 말에 카이든은 작게 숨을 몰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생각했다.


‘··· 오신 이유는 명백하지, 그래도 대안은 이미 마련해뒀어.’


카이든이 의자에 앉자 로건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피하면서 카이든은 물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그의 물음에 로건은 눈을 돌리지 않으며 대답했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이죠.”


로건은 그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정말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발견 하지 못한 겁니까?”


그의 물음에 카이든은 일부로 시간을 조금 둔 이후 대답했다.


“그 양피지···.”


“양피지 말고 말이죠.”


카이든의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로건은 그의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그 양피지. 물론 유물이긴 했습니다.”


로건은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 무엇이 궁금하신 겁니까.”


카이든의 솔직한 물음에 로건 역시 솔직하게 말했다.


“이거. 뭡니까?”


로건이 카이든에게 건낸 것은 드워프의 명패였다.


“어째서 이것에 그 양피지에 깃들어 있는 마력과 유사한 마력이 느껴지는 겁니까.”


그 물음에 카이든의 표정이 변했다.

별 거 아닌 질문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아. 그것도 유물이라면 유물이긴 합니다.”


그 말에 로건은 의문을 표했다.


“무슨 말이지?”


카이든은 명패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건 악시온 가문 중에서도 직계에게 내려지는 신분패 같은 겁니다.”


거짓말이었다.


“나투스 왕조 시절부터 악시온 가문과 거래를 이어온 대장간이 있는데, 그 대장간의 선대가 드워프의 제자였다고 하더군요.”


이것조차도 사실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그곳과 거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이 명패입니다.”


물론, 이것 조차도.


하지만, 악시온 가문의 주문만을 받고,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는 장인들의 존재는 사실이다.


“··· 그런가?”


“예.”


허나 로건의 입장에서는 저 말의 진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악시온 가문은 나투스 왕국의 개국공신 가문이다.

역사가 400년이 넘어가는 가문이고, 그런 가문인 만큼 밝혀진 것보다 비밀이 더 많은 가문이고.


‘······ 시기도 적당히 맞기는 한데.’


동대륙에서 서대륙의 존재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대략 400년 전 카르단의 건국과 동시였다는 걸로 로건은 알고 있다.


‘··· 저 말이 사실이라면, 케이드가 그렇게 많이 가져오던 그 물건들이 설명이 되기는 한다.’


로건은 케이드가 사용했던 장비들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다.

수도의 가장 이름있는 대장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진귀한 물건들.

그것들의 출처가 어디인지 물었지만,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던 그 물건들의 원산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로건은 생각했다.

참고로, 케이드가 가져왔던 물건들은 악시온 가문의 보고에 있던 보물들이었다.


“그런 걸··· 저에게 말해도 되는겁니까?”


그 말에 카이든은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


“선생님께서 먼저 저를 신뢰해주셨으니, 저도 그에 보답해야겠죠.”


카이든의 대답에 로건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학생을 신뢰하는 것은 선생으로서의 기본 소양입니다.”


“그럼,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거 아닌가요?”


처음으로 로건의 말문이 막혔다.

허나, 곧바로 정신을 다잡은 로건은 카이든에게 확인차 말했다.


“흠. 당신의 짐을 멋대로 뒤진 점,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로건은 그때의 상황을 다시 짚으면서 말했다.


“렘피아의 교사인 이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살펴봐야 해서 말입니다.”


조사를 그날 바로 하지 않은 이유는 당사자가 카이든 악시온이었기 때문이다.

악시온 가문이라는, 나투스에서는 그 어떤 신분패보다도 확실한 신분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였기에 큰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을 노릇이기에 이렇게 따로 찾아온 것이다.


“정말. 그곳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그때, 카이든은 일부로 자신의 눈동자를 조금 떨 듯이 움직였다.

의식하고 보면 뭔가 있다는 걸 눈치 채기 매우 쉬운 행동이었다.


‘··· 음?’


하지만 로건은 아무것도 물어오지 않았다.

로건 정도의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의 이상을 알아차렸을 것인데 라는 생각을 하던 카이든은 순간 그의 눈을 마주쳤다.


‘아.’


그 눈빛을 빠르게 이해한 카이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책상 서랍을 열었고, 그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게. 그 안에 있었습니다.”


상자를 열면서 하는 말에 로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금장치까지 걸어 놨다라.’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가 싶어 상자 안을 살펴본 로건은 먼저 의아함을 느꼈다.


“이건···?”


로건으로서는 처음보는 광물이었다.

호박이라고 하기에는 그 투명도가 너무 짙은 광석이었다.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거기에 떨어져 있길래 부적 삼아서 들고 오기는 했지만··· 반납하겠습니다.”


그 대답에 로건은 카이든이 건낸 광물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는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로건은 카이든의 태도에 감동이라는 감정을 가졌다.

어린 나이에 이 상황을 잘 받아들여 준 것이 고마웠다.


“카이든. 당신의 재능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행동은 조심하는게 좋습니다.”


이번엔 운이 좋아 출구가 명확한 장소였다곤 해도 또 이런 곳에 혼자 가면 위험할 확률이 더 높다.

비단, 렘피아 뿐만이 아닌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기사를 꿈꾼다면, 망설이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망설임이란 고민이다.

고민을 한다는 것은 생각을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고.


“이런 식으로 위압감을 조성한 것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번 경우가 특수한 상황이라서 그렇습니다.”


그 사과를 카이든은 손사레를 치며 받았다.


“아닙니다. 저도 제가 들어갈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에게 보고하는 것이 맞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카이든의 대답을 들은 로건은 놀라운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 이게 정말 케이드의 동생이라고?’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 대답은 너무나 고마운 대답이었다.


“예. 그럼, 오늘은 이만 쉬시지요.”


그 말을 끝으로 로건은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한 카이든은 천천히 침대에 앉았다.


풀썩.


그대로 소리가 나게 침대에 누운 카이든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푸우···.”


그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잘 넘겼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는 확실한 증거나 명분이 있어야 겠어. 물론, 이제는 그런 것들 밖에 안 남기는 했지만.’


회귀자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지만, 가장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명분과 증거가 없는 행위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카이든 악시온은 자신했기 때문이다.


* * *


치이익!!


이튿날 아침.

나투스 북부로 향하는 기차가 증기를 내뿜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벌써 간다고?”


로건은 몇 시간 전 레니아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네.”


로건의 대답에 레니아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내가 무리 시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그 말에 로건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무리는요. 이 정도 가지고.”


그런 그의 대답에 레니아는 눈을 게슴츠래 뜨며 말했다.


“너. 잠은 자면서 그런 대답을 하는 거야?”


“어제 잤습니다.”


너무나 당당한 대답에 레니아는 한숨을 내쉬며 서랍을 뒤적거렸다.


“그래, 뭐. 나야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뭐라 할 말은 없긴 한데.”


그녀는 종이 한 장을 꺼내더니 만연필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거기 가서 제가 뭘 하면 되는 겁니까?”


그에 레니아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거기 시장이 말이야. 조금 썩었다고 하더라고.”


로건은 그녀가 말하는 시장이 순간 무슨 의미인가 헷갈렸다.


“사람 말입니까?”


“응.”


한 도시의 대표인 시장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이 로건으로서는 아직 익숙치 않았다.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는··· 몰라도 되겠지.’


어떤 방법인지는 몰라도 로건은 알아서 좋을 것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제 역할은.”


레니아는 무언가를 꾸미기 전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마스터의 직위, 렘피아 아카데미 총장의 대리, 군 원수의 직위 이 3개를 한 번에 가진 권력자가 돼서 시청을 탈탈 털면 돼.”


하나만 가져도 어디가서 무시는 절대 안 받을 이름표가 3개나 모였다.


‘원수님은 또 언제.’


로건은 어째서 레니아가 자신에게 이 일을 부탁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왕 조질거, 확실하게 조지겠다는 의미니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는 이거 보고 하면 돼.”


그렇게 레니아는 대략 20줄 이상은 되어 보이는 긴 문서를 건넸다.

그게 뭔가 싶어 슬쩍 읽어본 로건은 첫 줄에 보이는 시장의 비밀 금고라는 단어를 보고는 바로 접었다.


“알겠습니다.”


레니아는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로건의 렘피아 총장의 상징인 아카데미 본성 모양의 백금 엠블렘을 로건에게 건넸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그녀의 당부와도 같은 말에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대화 이후 로건이 탄 기차는 나투스 최대의 광산이 있는 곳이자, 나투스의 대도시.

라르로 향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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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7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 신뢰의 문제 24.08.14 26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3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2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9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3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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