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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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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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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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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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발걸음 (2)

DUMMY

로건의 시범이 끝나고 수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카이든은 머릿속으로 로건의 시범을 다시 한 번 되세기며 자신을 투영시켜 보았다.


‘··· 그림이 안 그려진다.’


한 번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숨쉬듯 자연스럽게 시범을 보일 정도냐고 한다면, 글쎄라는 물음을 할 것 같다.


“야. 카이든.”


그때 카이든을 향해 에릭이 말을 걸어왔다.

에릭에게 고개를 돌리며 카이든은 대답했다.


“왜.”


그에 에릭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한거야?”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말투였다.


‘흠. 그럴만도 하지. 분명 비슷한 실력이었으니까.’


카이든이 회귀하기 이전.

아카데미 입학 당시에는 카이든 악시온과 에릭 듀크가 호적수이자 선의의 라이벌로 불리던 사이였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카이든 악시온의 성장세가 더 두각을 보였긴 했지만, 에릭 듀크 역시 뛰어난 재능이었다.


‘자기는 못 한걸 내가 했으니까.’


카이든은 에릭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보다는··· 선생님의 시범을 분석하는게 더 나을거야. 나도 결국 저 경지에 다다르는 과정이니까.”


카이든의 대답에 에릭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도 납득했다.

로건의 일격은 카이든의 것과 닮았으면서도 어딘가 달라보였으니까.


‘젠장··· 그새 또 성장했다고?’


자신과 카이든이 만난 것은 3개월 전.

분명 그때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일격이긴 해도 그 때문에 알 수 있는 것들 역시 존재하니까.


‘나도 질 수는 없겠지.’


좋은 친구이지만 라이벌.

에릭은 카이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때 로건의 말이 끝을 맺었다.

로건이 연무장 밖으로 나가자 몇몇 학생들이 모여 저마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괜찮을까.”


그리고 그 중에는 카이든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 역시 있었다.


‘미하일···.’


회귀전 삶에서 카이든 악시온과 미하일이 목표로 하는 바는 같았다.

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과정이 너무나 달랐다.

그랬기에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걸으면서 서로에게 칼을 겨누었다.


“왜?”


그게 얼마나 의미 없는 행위였는지 알고 있는 카이든은 과오를 반복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로건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느낀바를 물어봐도 되겠나? 내가 느끼기에는 무언가 명확하지가 않아서 말이지.”


저 말로 미하일의 재능이 입증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긴 하다.

교과서적인 일격.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뭔지 모를 묘리.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모르는 경지.


“흠···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카이든은 자연스럽게 모르는 척을 하며 대답했다.


“무언가 선생님의 시범에서는 무언가의 저항이라는 것을 못 느낀 것 같다.”


저항.

카이든의 말을 듣던 미하일은 그 단어에 집중하였다.

미하일이 곧바로 대답하지 않자 카이든은 순간 결이나 틈과 같은 설명을 더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리고 미하일은 카이든의 바람대로 느리긴 해도 확실하게 감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식견을 나누어주어 고맙군.”


미하일의 대답에 카이든은 담담한 태도로 대답했다.


“뭘 이정도로.”


그 후로 미하일은 조금 더 카이든과 대화를 나누었고, 아주 옅은 미소를 띈채 연무장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든을 마치 다른 사람 쳐다보듯 보는 3명의 학생이 있었다.

에릭 듀크, 라이네스 피렌시아, 에밀리 리에타였다.

공통점이라고 할 점은 세 사람 모두 회귀 전의 유소년기의 카이든 악시온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 저 새끼 왜 저래.’


그 중에서도 가장 카이든과 교류가 많았던 에릭은 순간 그에게 뭘 잘못 먹었냐고 물어볼 뻔 했지만 참아냈다.

그저 조용히 카이든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을 뿐이었다.


“야. 왜 내가 물어봤을 때는 저렇게 대답 안 해줬냐?”


그에 카이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라이벌에게 친절히 설명해주는 놈이 있던가?”


정말 태연하게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에릭은 순간 자신이 뭘 들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대략 4초의 시간이 지나서야 에릭은 카이든의 말을 이해했다.


“···라이벌?”


그에 카이든은 말없이 연무장 밖으로 걸어갔다.

에릭은 그런 카이든을 따라가며 말했다.


“야. 야. 카이든! 한 번만 다시 말해봐! 뭐라고?”


질척인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에릭을 무시하며 카이든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라이네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못 본 새에··· 사람이 저렇게 변하네.’


그녀는 카이든 악시온과의 첫 만남을 떠올려 보았다.


‘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좋지도 않았던 시간.

정말 딱 이름과 얼굴만 튼 시간이었다.


‘정확히는 딱히 신경도 안 쓰는 느낌이었는데.’


관심 없다는 느낌을 은연 중 받을 수 있었다.

그랬기에 현재 카이든이 보인 태도가 놀라웠다.


‘··· 저항이 없는 느낌이라.’


라이네스는 동시에 로건의 마력탄을 떠올렸다.

로건의 마력탄에서 라이네스가 느낀 것은 빠르다는 것이었다.

마력을 끌어올리는 속도와 그것을 응축하고 발산하는 모든 과정이 빨랐다.


‘······.’


그 모습을 되짚어가며 라이네스는 조용히 연무장 밖으로 나섰다.


“···리.”


그리고 또 한 사람.

카이든 악시온의 본모습을 알고 있는 에밀리 리에타는 그의 바뀐 태도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그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전이었다.


‘젠장···.’


에밀리 역시 로건의 시범을 보았다.

그가 뿜어낸 마력탄이 확실히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카이든 악시온의 저 태도는···.’


에밀리 리에타는 천재다.

마법에 있어서는 나투스 최고의 재능을 다투는 수준의 천재.

그랬기에 카이든이 현재 일부로 자신이 알고 있는 전부를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 역시 자주 저랬기 때문이다.


“···밀리!”


단 한 번 본 것만으로 로건의 시범을 이해했다.

이것이 에밀리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 누구도 에밀리에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귀족들 사이의 맴도는 분위기, 또래 친구들이 은연중에 하는 비교.

에밀리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카이든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에밀리!!”


그때 에밀리는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다.


“세실. 나 힘낼게.”


3번째 부름에 겨우 대답한 내용이 뜬금없는 내용이었지만, 세실리아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 아무튼. 우리 다음 수업 가야돼. 가자.”


그렇게 세계의 흐름을 뒤튼 아주 작고 하찮지만, 부정할 수 없는 한 걸음을 내딛은 카이든은 다음날 새벽을 기다렸다.


* * *


동대륙과 서대륙.

거대한 바다를 가운데에 둔 채 떨어져있는 두 개의 땅.

서로가 서로의 존재는 인식하고 있지만, 절대 개입할 수 없는 장소.

과거에는 이 두 개의 대륙이 하나의 대륙이었었다.

어째서 그것을 알 수 있냐고 한다면, 2개의 증거가 존재한다.

기록과 유물이다.


‘유물······.’


유물이란 이제는 동대륙에서 찾을 수 없는 서대륙의 생명체들의 이질적이지만 강력한 힘이 깃들어있는 도구나 물건들을 말한다.

또한 카이든 악시온이 회귀를 할 수 있던 이유이자, 회귀를 해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훗날 일어날 나투스와 카르단.

아니, 인간들의 땅인 동대륙 전체에서 일어나는 대전쟁.

그 전쟁의 시발점이자 원인이 이 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유물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곳 렘피아에도 2개의 유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교직원 회의가 있는 날 새벽에 얻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변하는 유물의 입구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 짐을 덜어드려야지.’


지금 카이든이 확보하는 유물은 본래 로건이 가지고 있던 유물이다.

허나.

현재의 로건에게 이 유물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카이든은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잘 사용하시지만, 그게 문제가 될 것은 아무도 몰랐지.’


카이든은 학생 전부가 잠든 새벽에 조용히 기숙사 밖으로 나서며 생각했다.

기척을 숨기는 것과 발소리를 내지 않는 등의 은폐는 익숙했다.

물론 중간중간 위험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 빠져 나왔다.


‘다왔군.’


새벽 2시.

카이든이 렘피아 본성 3층 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이었다.


‘여기서 왼쪽 끝벽 가운데 책장이라고 했었지.’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수색에는 시간이 소모되지 않았다.

곧바로 장치를 발견한 카이든은 우선 천천히 그 장치를 관찰했다.


“흠···.”


짧은 관찰로도 카이든은 이 장치의 구조와 어떻게 가동시키는지를 이해했다.

로건이 말한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정해진 길을 따라 일정한 속도로 농도가 높은 마력이 흘러야 한다.’


그리고 그런 길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잘못 들어서기라도 한다면.’


카이든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물론 로건은 단번에 성공했다고 했긴 했지만, 두 사람은 상황이 다르다.

큰 부담 없는 처지, 이게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기에 오히려 빠르게 해낼 수 있던 것도 있다.


‘다시는 못 열수도 있지.’


카이든은 빠르게 변수를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눈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카이든은 대략 50분의 시간을 소모해서 머리카락보다 얇은 아주아주 미세한 길 74개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그 길 전부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였다.


“후우···.”


두 눈의 실핏줄이 터져 출혈된 수준이 되어서야 카이든은 관찰을 그만두었다.

길의 확인을 끝낸 카이든은 빠르게 욱신거리는 두 눈을 감아 짧은 휴식을 취했다.


‘해보자.’


1분이 채 안되는 휴식을 끝낸 카이든은 곧장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마력을 천천히 장치에 밀어넣었다.


우웅.

정교하게 조각이 되어있는 대리석의 틈에서 검푸른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들은 하나의 길을 따라 천천히 흐르듯 움직였다.


파앗!!


카이든의 마력이 도서관 일부를 관통하였고.


쿠구궁.


도서관의 바닥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카이든은 곧바로 바닥의 구멍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정교한 건축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건축물들이었다.

하지만, 카이든은 그것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저벅. 저벅.


발소리를 줄이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은채 카이든은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말이 빠른 걸음이지 사실 뛰는 수준이었다.


턱.


그렇게 로건에게 들었던 교탁을 연상케 하는 선반이 나타나자 카이든은 숨을 몰아쉬며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마력을 그 선반에 밀어넣었다.


드드득···.


카이든 악시온이 회귀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산맥의 마나를 자신의 마력과 동화시킨 이유가 여기서 등장한다.

드워프란 땅의 주민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그런 드워프들의 마력은 대지의 마나와 유사한 점이 굉장히 크다.

입구를 여는 것은 그냥 밀도가 높은 마력으로도 가능하지만, 이 장치를 가동시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대지의 마나가 섞인 마력.

그것이 필요하다.


“하아······.”


선반의 윗부분이 마치 뚜껑 열리듯이 천천히 반으로 갈라졌고.

그 안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양피지가 접혀 있었다.


"찾았다."


하지만, 카이든은 그 양피지를 챙기지 않았다.

그는 양피지가 놓여있는 비단 방석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은패가 하나 있었다.


"드디어···."


드워프의 명패.

드워프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작품에 남기는 자부심이자 이름표.

무기나 다른 도구들의 경우에는 각인하여 남기지만, 이런 건물의 경우에는 명패로 남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 명패를 지니고 있는 자는 그 명패의 주인에게 딱 한 번 무엇이든 제작을 맡길 수 있다.

그것이 드워프의 규칙이자 명예이다.

그리고 이 렘피아의 제작자이자 명패의 주인.

동대륙에 존재하는 마지막 남은 드워프.


‘렉스.’


스스로를 범부라 칭하지만, 드워프라는 종족의 역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위대한 장인.

그의 명패다.

이 명패로 인해서 회귀 전 대륙 제일의 명검, 폭풍이 탄생했다.


흠칫.


그때 카이든은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라고는 했지만, 누구의 인기척인지는 뻔했다.


'아. 젠장.'


카이든 본인의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그리고, 이 상황이면 어차피 뭘 어떻게 해도 걸릴 것은 뻔하다.

그랬기에 카이든은 짧은 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턱.


그리고 로건의 발소리를 카이든이 들음과 동시에


"컥!"


카이든의 목이 로건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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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7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6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3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2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9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3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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