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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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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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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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렘피아 아카데미

DUMMY

웃고 있는 얼굴과 상반되게 마음속으로는 조금 귀찮은 일을 짬처리 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미소를 푸는 어설픈 짓은 하지 않았다.


“방문 하신 목적이 어떻게 되시나요?”


대충 계좌 개설, 혹은 대출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은 돌아오는 대답에 완전히 부서졌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망토 사이로 꺼낸 손에 쥐어있는 검의 모형.

저것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 마스···.”


마스터급 기사!

라고 말하려고 했던 그녀의 입은 그녀의 손에 의해 가로막혔다.

저것이 모조품일 확률은 없으니까.


‘나투스에 있는 마스터급 기사가 몇 명이었지?’


그리고 그것을 인식한 순간 그녀의 머리는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 6명. 그 중 아직 이 은행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은 분은.’


빠른 가늠이 끝난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헉.”


순간 고함을 지를 뻔했던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 짧은 시간에 조금 곤란해 보이는 로건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부장님을 모셔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달릴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 은행 2층으로 올라갔다.


쾅!


그리고 노크 없이 은행의 지부장실 문을 열어 재꼈다.


“지부장님!!”


원탁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지부장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분명 중요한 회의를 진행한다고 말했을···.”


“마스터급 기사! 로건님께서 오셨습니다!! 지금 1층에서 대기를···!”


그 말은 끊을 맺지 못했다.

지부장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전속력으로 달렸음에도 옷깃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로건에게 말을 걸었다.


“최대한 조용하게 일을 끝내기를 원합니다.”


그에 지부장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전쟁 영웅의 일을 빠르고 조용하게 처리할 수가···.”


그에 로건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러자 지부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건을 안내했다.


“그럼 이쪽으로 와주세요.”


그에 로건은 지부장의 뒤를 따랐고, 두 사람은 빠르게 1층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실례인 것은 알지만, 혹시 망토를 벗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리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 역시 함께 꺼내주세요.”


필수 절차이기에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말에 로건은 아무 말 없이 모자를 벗고, 신분증과 기사의 징표, 무기 자격증을 꺼냈다.

처음 로건의 얼굴을 봤을 때 한 번, 차례대로 꺼내지는 물건들에 각각 한 번씩.

총 4번 감탄한 지부장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쟁 영웅 로건님을 뵙습니다.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에 로건은 담담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온 목적은 제 이름 앞으로 개설된 계좌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말에 지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기다려왔습니다. 전쟁 영웅들 중 아직 보상금을 취득하시지 않은 분은 로건님 뿐이니까요.”


그렇게 지부장은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한 지부장 전용 금고에 오랫동안 넣어두었던 서류를 꺼냈다.


“이게. 로건님의 계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요셉에게 받았던 서류애 적혀 있던 숫자와 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허.”


다시 봐도 어이없는 숫자에 로건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적은 금액에 제가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그 헛웃음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이해한 지부장은 사과를 했다.


“네? 적다고요?”


로건의 반문에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나라를 구한 영웅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고작 3억 골드라니요.”


참고로 3억 골드는 나투스의 1년 국가 예산 중 약 3할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년 예산 전체를 부여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고작 3할이라니요.”


지부장은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데트 호수에서의 기적을 직접 만드신 영웅에게 어찌···.”


그런 그의 말을 로건은 고개를 숙인채 들었다.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 것 같다는 감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정작 그 말을 한 지부장은 아무렇지 않아 하고 있었다.

그냥 당연한 말을 했다는 태도에 로건은 더욱 어색함을 느꼈다.


“우선. 계좌는 이미 개설되어 있었으니 신분증에 계좌와 연결된 마법진만 이식하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지부장은 주머니에서 도장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 도장을 로건의 신분증과 마스터급 기사의 상징에 찍었다.


“물론 로건님은 얼굴이 증명증이시니 큰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로건이 뭐라고 대답하지 않고 있어도 로건의 바람대로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3억 골드가 들어있는 계좌는 전쟁 보상금만을 넣어둔 계좌였다.

그 외의 2개의 계좌가 더 있었는데, 이는 각각 로건이 본래 쓰던 계좌와 전쟁 이후 개편된 이후 자동으로 생성된 계좌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각각 1억 골드와 2억 골드가 들어 있었다.


“그··· 이건 또.”


자신의 계좌에 들어있는 상상 이상의 돈을 보며 로건이 묻자 지부장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각각 익명의 후원자들이 은행을 통해 로건님에게 맡기신 금액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각각의 계좌들을 한 장의 종이로 정리하고는 봉투와 함께 로건에게 건냈다.


“저희에게 믿고 맡겨주신다면. 최대한 편하시게 일처리를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로건은 곧바로 대답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늦은 반응을 조금 다르게 해석한 지부장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투스에서 직접 운영하는 은행입니다. 저희를 믿어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 열정적인 말에 로건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네. 완료되셨습니다.”


대략 30분 만에 일처리는 모두 끝났고, 로건의 수중에는 대략 6억 골드라는 거금이 생겼다.


‘··· 9년 만에 와서 내가 적응을 못 하는 건가.’


분명 빠른 일처리를 바라긴 했지만, 그게 이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분명 지부장의 배웅을 받고 은행 밖으로 나왔지만, 실감이 잘 되지 않았다.


‘······ 면접이나 준비할까.’


압도적인 금전이라는 확실한 기반을 가진 로건은 그 후로 면접 준비에 열을 올렸다.

적당한 여관에 자리를 잡고, 한동안 잡지 않았던 펜을 잡은지, 어언 2개월.

렘피아로 향할 날이 다가왔다.


* * *


아. 아.


철도 위를 달리고 있는 마공학의 결정체.

기차 안에서 기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다음 역은 렘피아 아카데미 정문 입니다.


창문 너머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로건은 그 말에 뻐근한 목을 돌렸다.

목에서 뚜둑 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작게 혀를 찼다.


'방에만 처박혀 있으니 몸이 그새 굳었네.'


간만에 문서를 들여다보고, 분석과 퇴고를 해서 그런지 재미를 느꼈다.

그 때문인지 필요 이상으로 몰입하여 집중해버렸다.


끼이이이익.


기차의 바퀴와 철도가 마찰하는 소리가 울렸고.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이내 기차가 멈췄다.

대략 1시간의 시간을 거쳐 도착한 역에는 아직 학기가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여기서 도보로 1시간이었던가.'


물론 로건 수준의 기사의 도보가 아닌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 시간이었다.


'대충 2시간 30분 정도 남았으니까. 천천히 가볼까.'


면접 시작 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고, 현재 시각은 11시 정각이기에 꽤나 많은 시간이 남았다.


'··· 아니다.'


그랬기에 설렁설렁 걸어갈 생각이었던 로건이었지만, 금방 생각을 바꿨다.

그래도 대략 11년 만에 돌아온 본인의 모교였다.


'한 번. 구경이나 해보자.'


빠르게 결정을 내린 로건은 가져온 짐 사이에서 작은 천 조각 하나를 꺼냈다.


우웅.


로건이 그 천 조각에 마력을 주입하자 손수건 크기의 작은 천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사람의 몸을 완전히 덮을 수 있는 망토가 되었다.

그가 항상 입고 다니던 망토였다.


'한 번 빨기를 잘했지.'


취급이 안타까운 이 망토는 참고로 나투스 왕조 시절의 국보 중 하나인 물건이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이 자유로운 망토.

최대 2m x 2m까지 크기가 늘어나는 망토로, 방어력 역시 어지간한 갑옷 수준은 되는 물건이었다.


'그럼. 가볼까.'


물론 그런 물건을 로건이 대놓고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크기를 늘린 후 망토를 두르고 정거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바람처럼 사라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움직임이었다.


타앗!


땅을 박차고 달리는 로건의 신형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후웅!


그가 지나가고 난 이후에 아주 잠깐 부는 바람만이 그가 지나갔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땅을 접어 달린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속도였다.


턱.


그렇게 대략 5m 높이의 하얀 벽을 밟고 올라선 로건은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


길고 넓은 정원.

정원 사이에 놓여있는 잘 놓여있는 하얀 벽돌 길.

하얀 길을 따라가면 보이는 높고 거대한 성과 그 옆에 줄서있는 건물들.

그 모든 것들의 중앙에 있는 렘피아를 상징하는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는 찬란한 빛.


'변한게 별로 없네.'


전체적인 구조는 로건이 다녔을 때와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익숙한 광경을 내려다 보는 로건은 무언가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


'지금은 방학 기간이지.'


겨울 방학의 끝자락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 말은 아직 방학 중이라는 의미이고, 그 때문인지 교내는 굉장히 한적했다.


'이만한 부지가 조용한 것도 신기한데.'


로건이 아카데미를 다닐 때는 종종 다른 목적으로도 아카데미 부지가 사용 되었다.

학기 중에도 그런 적이 있었고, 방학 중에는 한 번 이상은 반드시.


'내가 들은 게 없는 건가?'


천천히 외벽 위를 걸으며 정원을 바라본 로건은 허공에 손을 대며 멈춰 섰다.

그러자 그의 뒤쪽에서 바람이 약하게 불어왔고.


후우웅.


마치 거대한 벽에 막힌 듯 앞쪽으로 흐르다가 위로 솟구쳤다.


'마법진이 거의 2배 수준으로 단단해졌는데.'


아주 미약하게 빛나는 황금색 마법진으로 이루어진 돔이 로건의 눈에 보였다.

피렌시아를 감싸고 있는 보호 마법진과 비교해도, 이게 더 단단했다.


'뭐, 당연한 건가.'


이 안쪽.

렘피아의 주인이자 저 빛의 기둥을 형성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로건은 손을 거둔 다음 아주 자연스럽게 외벽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저항도,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로건이 렘피아 안으로 진입한 순간.


"왔네."


렘피아의 심층부에서 한 여자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렘피아 아카데미의 총장.

나투스 제1의 마법사이자 10명의 로드 중 제1좌의 주인.

레니아였다.


"헤리."


레니아는 허공에 대고 한 이름을 불렀다.

그 부름에 그녀의 뒤에 서있던 양복을 입은 남자가 앞쪽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


"예."


조금 귀찮아 보이는 것 같은 그의 대답에 레니아는 조금 불퉁한 태도로 물었다.


"뭐야. 그 반응은. 내 부탁이 귀찮은 거야?"


그녀의 말에 헤리라 불린 남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죠. 제가 어찌 레니아님의 부탁을 귀찮아 하겠습니까."


말의 내용과는 달리 처음 대답했을 때와 조금의 변화도 없는 그의 말에 레니아는 한숨을 쉬었다.


"에휴. 내가 뭘 기대하니."


그렇게 말한 레니아는 시선을 돌려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리를 둬서 바라봐. 면접 시간 가까이 가면 직접 안내해주고."


"거리라면. 50m?"


헤리의 되물음에 레니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들키고 싶어?"


그녀의 말에 헤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예 안 들키게 하라는 말이군요."


그렇게 말한 그는 조금 더 생각하다 레니아에게 물었다.


"근데 그게 가능합니까?"


레니아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헤리가 해줘야겠죠?"


그녀의 말에 헤리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문 앞으로 걸어갔다.


"뭐 할 만큼은 해보겠습니다."


창문을 통해 비치는 태양빛을 통해 보이는 헤리의 검붉은 머리카락을 보며 레니아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귀여운 제자님이니까. 최대한 편의를 봐줘야지."


레니아의 혼잣말에 헤리는 순간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귀여운 제자라기에는, 대륙 제1검 아닙니까?"


그 말에 레니아는 씁쓸하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의 정확한 의중을 알 수 없었던 헤리는 어깨를 으쓱하고 총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시간에.

로건은 연무장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여기도 오랜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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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7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5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2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2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8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10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9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2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3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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