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군인이 회귀자의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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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전도사
작품등록일 :
2024.05.15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6 02:59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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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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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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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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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수업

DUMMY

"와아!!!!"


로건의 등장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뭐라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와아아!!!"


오히려 로건이 진짜 로건임을 확인하고 환호성이 더 커지면 커졌지.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을 뭐라고 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렘피아에서부터 시작된 사람들의 환호 소리는 렘피아 밖까지 이어졌다.

광장을 절대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이들도 확신에 차 기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


그 광경을 보며 로건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허나 그것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는 없었다.

말로 나타내기에는 이 감정을 느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힐끗.


사람들의 환호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로건은 레니아를 살짝 돌아보았다.

허나, 레니아 역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만족스러운 듯 웃고만 있었다.


'······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닌데.'


2년전 종전 소식을 전하는 것과 함께 진행했던 개선식.

그곳에 로건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사람들은 궁금해하였지만, 로건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가 어째서 개선식에 참여하지 않았는가 하면······.


"자. 자. 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지천을 울리자 레니아는 손벽을 치면서 주의를 집중시켰다.

귓가에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모습 보기 좋네요."


그녀는 로건 앞에 서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의 주인공은 로건 선생님이 아니죠."


레니아의 말에 광장 뒤쪽에 있는 사람들 중 몇몇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람들을 힐끗 바라본 레니아는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 여러분입니다."


물론 그 신입생들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상태이기는 했다.


"로건 선생님은··· 그런 여러분들의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모신 거죠."


그 말에 신입생들의 표정이 변했다.

단순한 동경에서 감격으로.

선망에서 바램으로.

그리고 다짐으로.


"흠. 그럼 로건 선생님?"


신입생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확인한 레니아는 로건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새로운 학생들을 위해서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 말에 학생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로건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눈빛에 무엇을 말해야 할까 잠시간 고민하던 로건은 단상 앞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에 마력을 담고 입을 열었다.


"렘피아 아카데미는 여러분들의 생각보다 더 힘든 경험을 하게 될 곳일 겁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좌중들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되었다.


"허나. 그 경험이 여러분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로건이 목소리를 퍼트리는 방식의 원리를 레니아와 동일했다.

목소리에 마력을 담고, 그 마력을 공기중의 마나에 퍼트리는 방식.

조금 다른 점은 레니아는 주위의 마나를 주로 다룬다는 점이고.

로건은 본인의 마력을 퍼트린다는 것이다.

이는 기사와 마법사의 차이이기도 했다.


"여러분들의 정진을 응원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로건은 말을 맺었고.


"와!!"


신입생들은 다시 한 번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후로는 신입생들의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입학식은 끝을 향해갔고.


"여러분들의 입학을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 * *


그리고 입학식이 끝난 다음 날.

로건은 한 장의 종이를 들고 렘피아 아카데미의 정원을 걷고 있었다.


'30명이라···.'


로건이 해야할 수업인 실전 전투의 이해와 체험.

모든 학년들을 대상을 개설된 수업에서 로건이 맡은 반은 신입생 반이었다.

150명 중 30명 만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고, 경쟁률은 5:1 이었다.

쉽게 말해 150명 전부 로건의 수업을 듣기를 희망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뽑기는 했다만.'


이 30명은 성적순서로 뽑힌 것은 아니었다.

1등부터 150등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었다.

그저 과목의 이름대로 실전 전투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체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참고로 기준은 로건의 안목이었다.


뚜벅. 뚜벅.


가끔씩 지나가며 자신을 힐끗 보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로건은 생각했다.

과연 이 수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재능의 원석들이자 아직 다 자라지 못한 꽃망울에게서 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 긴장이 된다고?'


조금씩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 소리에 로건은 스스로에게 놀랐다.

차가운 칼날을 앞에 두고도 쉽사리 뛰지 않던 심장이 이토록 빠르게 뛴다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다.


"후우···."


로건은 한 건물에 도착했다.

레니아가 내어준 소연무장.

오늘을 비롯하여 앞으로의 수업에서 많이 쓰일 곳이었다.


‘소연무장이라 해도 수용인원이 50명이 넘으니 충분하지.’


그리고 자신의 복장을 잠시 돌아보았다.

멀끔한 검은색 정장과 코트.

하얀 와이셔츠.

그리고 하얀 장갑과 보급형 검까지.


'적당하다.'


너무 모나지도 잘나지도 않은 정석적이고 평범한 복장.

우선은 그것을 입었다.


턱.


조금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가볍게 털어낸 로건은 연무장 안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자박.


특유의 모래와 흙이 섞인 바닥을 걷는 소리와 함께 로건은 많은 시선을 느꼈다.


‘아무도 안 늦었군.’


다행이라 할지 모두 로건이 사전에 공표한대로 수업 장소까지 잘 왔다.


'긴장했네.'


허나 긴장을 지울 수는 없었다.

몇몇이 붙어있는 것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서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시선 전부에서 잔뜩 굳어있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자박. 자박.


로건은 일부로 발소리를 크게 내며 아이들이 뭉처있는 곳 앞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걸어가는 와중에도 학생들의 얼굴을 살폈다.

어색함과 긴장감이 섞여있는 분위기였다.


턱.


걸음을 멈춘 로건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신입생들의 상태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흠.'


그는 대부분의 아이들의 눈에서 긴장이라는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외로는 흥미, 기대와 두려움까지 보였다.


‘음?’


그러던 중 로건은 굉장히 특이한 감정을 읽었다.

반가움과 그리움, 그리고 희열.

로건은 순간 그 감정들이 읽힌 곳으로 눈을 돌렸고, 그곳에 있는 이의 얼굴이 보았다.


‘카이든 악시온?’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치자 카이든 악시온의 눈에서 로건이 읽었던 감정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착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강렬하다고 로건은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따로 붙들고 물어보기도 뭐 하다.'


로건의 입장에서는 아예 예상이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카이든 악시온은 케이드 악시온의 동생이었다.

그리고 케이드는 로건의 동기이자 전쟁터에서 힘을 나누었던 동료이기도 했고.


'자신의 형한테 무슨 말을 들었을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며 로건은 수업을 진행하였다.


“반갑습니다. 전 실전 전투의 이론과 체험 수업을 맡게 된 교사 로건이라고 합니다.”


로건은 일부로 말을 높였다.

말을 낮춰서 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전쟁 당시의 습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얼마 전까지 군인이었던 몸입니다.”


로건의 말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저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때문에 말투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미리 공표하겠습니다.”


최대한 말을 누그러뜨리며 말해도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것은 로건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첫 수업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아이들의 표정은 제각기 변했다.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았다.


“이 교과에서 가르치는 것은 수업의 이름에도 적혀있는 실전 전투의 이론과 체험. 즉, 실전입니다.”


로건으로서는 최대한 돌려 말했음에도 많은 아이들이 놀란 듯 몸을 움찔거렸다.

실전이란 것은 생과 사가 오가는 전투를 의미하니까.


“허나.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로건은 아이들을 달래듯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여러분들이 실전에 나설 확률은 0에 수렴하니까요.”


그렇게 되기 전에 자신이 막을 거라고, 로건은 다짐했다.


“여러분이 이 교과를 배우는 이유는 혼란스러운 대륙의 상황에 맞춰 극단적인 상황을 대비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로건도 어째서 자신이 이 과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무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나투스는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다.

원하는 사람들이 군인이 되고 기사가 되고 전투 마법사가 된다.

때문에 이름 좀 날리는 검사나 마법사들 중 호기롭게 전쟁터에 나갔다가 초살당한 인물이 한 둘이 아니다.


‘전쟁터에서는 강하다고 살아남을 수 없다.’


전쟁터를 맴도는 노병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어딘가 미친놈이거나 운이 좋은 놈, 아니면 똑똑한 놈만이 살아남는다.

로건은 이 아이들을 똑똑한 놈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로건은 아이들의 눈에 맺힌 호기심을 바라보며 물었다.


“따로 저에게 하고 싶은 질문 있으십니까?”


그 말에 손이 올라왔다.

정확히 29개가.

그 숫자에 로건은 천천히 아이들을 살피다 한 사람을 지목했다.


"에밀리 리에타. 말해보세요."


그에 로건이 지목한 학생.

입학 성적 차석이자 리에타 가문의 천재.

에밀리 리에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7년 전쟁에서 있었던 일을 여쭤봐도 될까요?”


로건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 에밀리를 한 번 보고는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랑할 만한 이야기는 되지 못합니다.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여러분들 앞에선 더더욱 할 수 없는 이야기이고요.”


그렇게 대답한 로건은 추가로 말을 덧붙혔다.


"미안합니다. 말재주가 없어 여러분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그 대답에 에밀리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그에 로건은 괜찮다고 대답하며 다음 질문을 받았다.


"다른 질문 있습니까?"


그 후로는 바로 손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평범한 상황이었으면 기분이 나쁠 만도 했지만, 로건은 그렇지 않았다.


'좋아.'


저 나이대 아이들이라면, 호기심이 왕성할 때이다.

분명 전쟁에 대한 질문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못하지.’


저 나이대 아이들이 들어서 좋을 것 하나 없는 내용이다.

그랬기에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일부로 더 단호하게 대답한 바가 있다.


“질문 있습니다.”


그때였다.

카이든 악시온이 손을 들었다.


“카이든 악시온. 그래. 무엇이 궁금합니까?”


그는 로건을 조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를 어째서 가르치시는 겁니까.”


로건은 카이든의 질문을 잠깐 동안 파악했다.

언뜻 들어서는 어떻게 너 따위가 나를? 이란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질문은 그런 의미가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저희를이 아닌, 저희를 어째서.’


어째서라···.

카이든의 질문에 로건은 잠깐 동안 고민했다.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할 뿐입니다.”


레널드의 부탁.

레니아의 제안뿐 아닌 로건 스스로의 생각.

그 모든 것들이 로건이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것이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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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회귀자의 발걸음 (3) 24.09.16 6 0 12쪽
30 이름 없는 편지 24.09.12 9 0 13쪽
29 파랑 24.09.09 11 0 15쪽
28 유물 24.09.05 16 0 13쪽
27 약자의 싸움 24.08.31 16 0 13쪽
26 수풍(守風) 24.08.28 15 0 15쪽
25 북부의 요새, 라르 24.08.24 17 0 11쪽
24 녹턴(2) 24.08.23 23 0 12쪽
23 녹턴 (1) 24.08.20 22 0 13쪽
22 광산 도시, 라르 24.08.15 22 1 13쪽
21 신뢰의 문제 24.08.14 25 0 12쪽
20 예상외 24.08.11 32 0 17쪽
19 1 vs 30 24.08.08 31 0 14쪽
18 회귀자의 발걸음 (2) 24.08.06 32 0 13쪽
17 회귀자의 발걸음 (1) 24.07.29 31 0 12쪽
16 숨겨진 비밀 24.07.29 28 1 17쪽
15 참관 수업 24.07.13 30 0 15쪽
14 교직원 회의 24.07.08 34 0 15쪽
13 새로운 만남 24.06.21 39 1 15쪽
12 용화(蛹化) 24.06.16 42 2 12쪽
11 테스트 24.06.14 45 0 12쪽
» 첫 수업 24.06.09 51 0 12쪽
9 입학식 24.06.08 48 0 14쪽
8 카이든 악시온 24.06.03 54 1 14쪽
7 레니아 24.05.31 48 0 15쪽
6 렘피아 아카데미 24.05.27 58 1 13쪽
5 제2 부대 대장 24.05.25 62 1 12쪽
4 수도, 피렌시아 24.05.22 72 1 12쪽
3 산적 크락 24.05.19 82 2 12쪽
2 독립 부대 대장 24.05.17 113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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