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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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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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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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X급 잠재스킬(1)

DUMMY

*

나는 김수한. 25세. D급 보조계 헌터다.

사람들에게 소개할 만한 말은 이게 전부다.


뻔한 설명을 하자면 21xx년, 인구의 절반이 헌터인 헌터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계열은 보통 전투계, 보조계로 나뉜다.

보통 보조계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사람들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내게 묻는다.


“힐러인가요?”

“아닙니다.”

“그럼...?”

“전투를 빨리 감아주는 스킬을 사용합니다.”

“아...”


곧 사람들의 눈은 실망으로 바뀐다.

나는 뭔가 지칭할 만한 적당한 이름을 찾지 못한 채 ’서포터‘로 불리고 있다.


-

전투 빨리 감기 Lv.5(MAX)

-


말 그대로 전투를 빠르게 감는 스킬이다.

D급 기준으로 평균 1시간 걸릴 전투를 30분으로 줄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그렇다는 말이다.

정말 좋은 스킬’일 수‘ 있었다.


“공격 스킬만 하나 있었어도.....“


공격 스킬 하나 있었으면 전투계 헌터로 전향해 돈을 더 많이 벌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모든 헌터들은 각자의 주력 스킬을 1~2개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전투에서 주로 사용하는 헌터의 고유 스킬을 의미한다.

듣기로는 A급~S급은 스킬 개수가 3~5개라고 한다.


보조계 헌터는 그리 많은 돈을 받지 못한다.

물론 S급 힐러 같이 던전 공략에 매우 중요한 헌터들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어디까지나 예외는 예외에 그쳤다.


그래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D급 평균보다 월등하게 돈을 많이 버는 편이었으니까.


다행히 B급 이하의 헌터들이 종종 나를 필요로 했다.

빠르게 하나의 던전을 끝내고 다음 던전으로 가야 했기에 인기가 좋았다.

그 이상 등급은 의뢰를 받으면 민폐다.

딱 한 번 A급 헌터가 내 스킬에 관심을 가져서 A급 던전에 따라가게 됐는데, 거의 죽을 뻔했다.


-

헌터뱅크

입출금 3xx-1xxxxx-0xxxx

잔액: 100,000,000원

-


은행 어플을 켜니 화면에 보이는 아름다운 숫자.

20살때부터 죽었다 생각하고 일하고 매일 삼각김밥만 먹어서 모으고 모은 돈이다.

고작 25살에 1억을 모았으니 기만이라고 하겠지만 나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으니 죽도록 모은 것 아니겠는가.

사정이야 뻔하니 생략하고, 나는 다시 아름다운 숫자를 봤다.


“아름답다. 다른 게 아니야. 돈이 최고다. 돈이 내 이상형이다.”


광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이내 다시 내려갔다.

사실 더 벌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악덕기업 ‘SSS헌터매니지먼트’ 에 10년 계약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계약 조건도 해외 진출 금지, 던전에서 나오는 수익은 회사가 9 내가 1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쓰레기 조건들이 있었다.

관련 법체계가 허술하기도 하고, 이런 걸 잡아야 하는 헌터 협회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이런 기업들이 날뛰는 것이다.


제대로 알아보고 입사했어야 했지만 계약 당시 나는 고작 20살, 사회에 갓 나온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D급 판정 직후, 내 측정실 앞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명함을 내민 최태성 팀장을 기억한다.


“저희하고 같이 일해보시겠습니까? 당신에게는 자질이 있어요!”

“네? 저요?“

“네! 당신이요!”

“제 이름은 아십니까?”

“지금부터 알아가면 됩니다!”


뻔뻔함으로는 세계 최고인 최태성 팀장.

흔한 전투계 스킬 하나 없던 나에게 적극적으로 계약을 권유했었다.


“태성이 X발놈.”


내 인생에 쳐들어온 핵폐기물 쓰레기.

생각해보면 그렇다.

스킬 뭔지도 들어보지도 않고 자질이 있다고 하냐?

D급 뜨자마자 대부분 사람들이 똥씹은 표정으로 다른 데 가던데.

당시에는 날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격해서 바로 계약했다.


태성이는 바로 계약 의사를 내비치는 어리숙한 20살 어린애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최고의 선택입니다!”


헛소리하지 말자. 태성아!

나중에 알고 보니 SSS급헌터매니지먼트는 신입 헌터들을 마구잡이로 데려와 최악의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맺어서 뽑아먹을 대로 뽑아먹고 버리는 악덕기업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게 업계 평균이란다.


“빌어먹을 헌터 업계.”


다행인 건 계약서에 나에게 비교적 괜찮은 조건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김수한 헌터의 주력 스킬인 전투 빨리 감기를 통해 얻는 모든 수익은 갑 7/ 을 3 으로 배분한다.’


안다. 이건 태성이 덕이고, 일반적인 D급 보조계는 중소기업 직장인 평균 월급 받고 다닌다는 걸 안다.

내가 다른 D급들에 비해 많이 번다는 것도 알지만...

회사는 나 하나 겁나게 굴려서 돈을 뽑아 먹는데 그에 비해 적은 돈 받고 태성이에게 욕 먹어가며 일하고, 뭐 하나 실수라도 하면 내 사비로 때워야 하는 현실이 거지같으니 악덕기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몇 년을 고생해서 모은 돈.

각성한 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맨날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때우다 보니 만성 위염은 덤이었다.

돈을 벌면 벌수록 좋은 것이었으니 독기를 품고 달려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전부다!!!”


그래서 지금 똥을 먹고 있다.


내 아침 루틴은 이렇다.

아침 7시 기상하자마자 모닝 똥을 시원하게 배출한다.


“오늘도 쾌변이군.”


색도, 농도도, 모양도 합격이다.

나는 서둘러 젓가락 한 개를 가져와 콕 찍은 후, 물을 내렸다.

나도 이 일이 내 일이 되기 전까지 처음의 질문에 대해 질색팔색을 했었다.


”으, 나는 둘 다 싫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 답은 달라졌다.


“카레맛 똥.”


매일 똥 조금만 찍어먹으면 로또 당첨될 확률이 0.1%씩 올라간다고 하는데, 나는 먹을 수 밖에 없었다.

1%, 한 번에 10%면 이 참혹한 인권 박탈 현상을 더 이상 겪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뭐, 이제 적응됐다.

나는 로또 0.1%를 혀에 갖다 대었다.


“음. 맛있다.”


-

알림

잠재스킬 EX급 ????을 획득할 확률이 0.1% 증가했습니다.

-


인생역전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확인한 후에 입을 열심히 헹군다.

양치 2번은 필수다.


“이 짓도 얼마 안 남았다.”


거울 속 독기만 가득 찬 폐인 같은 모습이 보였다.


“정보 열람.”


시선을 돌려 눈 앞의 상태창을 바라봤다.


-

열람 권한 허용


이름: 김수한

나이: 25세 (만 24세)

국적: 대한민국

등급: D

레벨: 13


능력치

공격력 1 근력 1 방어력 1 마력 3 민첩 1 운 10(MAX)


주력 스킬(1)

D급 전투 빨리 감기 Lv.5(MAX)


보조 스킬(5)

E급 근력 강화 Lv.5, 동물의 감각 Lv.1···

-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중요한 건 맨 밑에 있다.


-

(Hidden) 잠재 스킬

EX급 ????

(획득 조건: 카레맛 똥을 매일 1회 먹어라. 1회당 0.1%의 스킬 획득률 증가. 단, 하루 1회 인정.)

-


잠재 스킬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검색결과: ‘잠재스킬’에 대한 정보를 찾지 못했습니다.’


포털 사이트 어디를 가도, SNS를 이 잡듯 뒤져봐도 관련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A급 S급도 아닌 무려 EX급!

세계 헌터 랭킹 1위 미국의 찰스 웨이커가 전세계에 단 한 개 존재하는 EX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 빼고는 EX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아이템도 아니라 EX급 스킬은 모두가 개같이 달려들 만한 것임은 확실했다.


그야말로 로또 1등, 인생역전의 기회!

이걸 안 순간부터 나는 눈물을 머금고 매일 똥을 먹어야 했다.

그래도 다 먹지 않고 조금씩 찍어먹어도 1회로 인정된다는 걸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아, 물론 중간에 좌절도 있었다.

0.1%면 꽤 높은 확률인데 왜 6년차인 지금도 스킬을 획득하지 못했냐면...

사용 설명서 보면 주의사항 코딱지만 한 크기로 써져 있는 거 본 적 있겠지.

이것도 그랬다.


정보 열람.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길 바란다.


-

(Hidden) 잠재 스킬

EX급 ???? (획득 조건: 카레맛 똥을 먹어라. 1회당 0.1%의 스킬 획득률 증가. 단, 하루 1회 인정)

(주의사항: 랜덤임.)

-


맨 밑에 새로운 사항이 보일 것이다.

실제 화면에는 코딱지만한 크기로 적혀있었다.

나는 이것을 1000일째 되던 날, 100%를 다 채우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

22살, 마지막 똥을 찍어먹고 경건하게 침대에 앉아 무교임에도 기도 비슷한 것을 흉내내면서까지 준비했다.


-

알림

잠재 스킬을 획득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


당연히 나는 예를 눌렀다.

그런데 룰렛이 내 눈앞에 뜨더니 혼자 돌아가기 시작했다.


휘리리릭-


????


“뭐냐 이건?”


혼란에 가득 찬 나를 배려하지 않은 채 빠르게 돌아가던 정신 나간 룰렛.

잡히지도 않는 룰렛을 잡아 멈추려고 노력했다.


“뭐냐고! 이거 설마 랜덤이냐? 그런 말 없었잖아!”


휘리리릭-


“안돼, 멈춰!”


휘리릭ㄱ···


멈추란다고 정말 서서히 멈추기 시작한 룰렛은 이내 ‘꽝’에 멈췄다.

그래. 99%가 꽝이고 1%가 당첨이었으니까.

현실 반영 실화냐.

그리고는 다음의 메시지를 띄웠다.


-

알림

아쉽게도 잠재 스킬 획득에 실패하였습니다. 진행률이 초기화됩니다.

현재 진행률: 0%

-


···.


“x바아아아아아알!!!!!!”


망연자실하게 100%에서 0%가 된 게이지를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분노가 차올랐다.

내 3년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새벽 3시에 미친사람처럼 방을 헤집고 고성을 질러댔다.

덕분에 아래층에서 올라왔다.


“죄송한데, 지금 새벽이거든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

“저기요? 왜 고개를 숙이고,”

“끅···죄송합니다···..“

“···.힘내세요. 파이팅.”


그렇게 의도치 않게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아래층 사람을 당황시켰다.

세상이 어찌나 미웠는지.

그러나 이 정도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다음 날부터 다시 성실하게 아침 루틴을 반복했다.


“기필코 운에 모든 스탯 몰빵해서 다음엔 반드시 당첨된다.”


그 결과.


-

잠재스킬

EX급 ???

진행률 0%

-


저 확률을


-

잠재스킬

EX급 ???

진행률 100%

-


이렇게 만들었다. 나는 25살이 되었고.

이제 개고생의 결실을 맺을 때가 되었다.


“가보자고, 인생 제 2막!”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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