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제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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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오리
작품등록일 :
2024.06.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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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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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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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황제의 해(5)

DUMMY

"파벨은 좀 어떠하던가요?"


"주무시고 계시다 해서 직접 뵙진 못했으나 시종 안드레이의 말론 다행히 열은 내렸다고 합니다. 폐하와 약속한 저녁식사 자리에 가지 못하는 점에 미안해하셨다는군요."


"안드레이? 아아, 파벨 곁을 따라다니는 빨간머리 말이군요. 열이 내렸다니 다행이네요. 괜히 아픈 아이에게 걱정을 더해준 건 아닌지."


장작불이 타닥거리는 개인실에서, 이제는 남편이라 부르기도 싫은 황제의 기행을 전해들은 예카테리나는 소감을 입에 담았다.

언뜻 보기에 평온한 얼굴인 그녀였지만, 꿈틀거린 두 눈썹에 서린 언짢음은 불만에 찬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들은 원래 엄하게 키우는 법이라지만, 파벨은 이제 겨우 여섯 살인데 폐하께서 너무 엄격하게 대하시는 게 아닌가 어미로서 걱정이에요. 어찌됐든 그 아인 내게 하나뿐인 자식이니.“


어느 왕가든 자녀를 직접 돌보는 법은 없다.

태어나기 전에 유모를 엄선하고 나이가 차면 담당교사와 군무에 대해 가르칠 장교에게 맡기는데 그마저도 측근에게 일임하는 일도 허다하다.


더욱이 후계자인 아들을 경계하다 끝내 살해한 이반 4세나 표트르 대제의 일화가 말해주듯 러시아 황실은 자식을 대함에 있어 냉혹한 축에 속했다.

평민들에서도 부친에게 맞아죽는 일이 예삿일도 아니었지만, 예카테리나에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파벨은 예카테리나의 외아들이었다. 상속권을 가진 대체할 수 없는 후계자.

이제 여섯살이니 자식을 볼 수도 없건만 만에 하나 변고가 생긴다면, 꼼짝없이 수녀원 행일 예카테리나로선 아들의 안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로서 당연한 마음이시겠지요. 저 역시 후계자이신 파벨 전하께 프로이센 군복을 입힌 것도 모자라 군사훈련까지 지시하신 폐하의 결정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황후의 제일가는 조언자이자 제국의 외무장관 니키타 파닌 백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성실하고 이해심 있는 군주감으로서 자라나고 있는 어린 대공에게 기대가 큰 파닌으로선 후계자 교육에 매진해야할 이때에 자칫 군사훈련에만 관심을 둘까 염려스러웠다.

행여나 황제처럼 프로이센 물이 든다면 그 또한 큰일이기도 했고.


"파벨은 현명한 아이니 우리의 걱정은 무색하게 해줄 거라 믿지만, 그 아일 페테르슈타트에 데려간 건 역시."


"상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교회 토지 회수와 관련한 움직임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함이겠지요. "


예카테리나와 파닌은 눈을 마주친 채 입을 모아 말했다.

표트르 3세가 추진하려는, 아니 그 이전의 옐리자베타 황제가 추진했던 교회 재산의 세속화 안건.


기실 먼 옛날 이반 4세의 부친인 바실리 3세 시절부터 황실과 교단의 사이는 빈말로도 좋지 못했다.


바실리 3세는 기회가 될 때마다 교회의 재산증식을 억제했다.

차르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는 스스로가 제안한 공동통치란 화려한 올가미로 니콘 총대주교을 굴복시키며 한때마다 교권을 발 아래 뒀다.

로마노프 가문이 위태롭게 제위를 이어가면서 세 차례나 부활과 폐지를 반복하고도 수도원 프리카즈는 새롭게 부활하여 교회 토지에 세금을 물리는 성과마저 거두었다.


"정부의 주머니와 달리 주님의 창고엔 언제나 풍요가 쌓여있지요. 헌금이든 토지든, 가만히 놔둬도 재산이 증식되는 마법 같은 곳이니까요."


"신성모독적인 발언 아닌가요, 백작?"


"주님께선 언제나 더 가난하고 힘없는 자를 구휼하라 하셨으니 그것을 쌓아두기만 한 이들에게 더 큰 벌을 내려주시지 않겠습니까. 표트르 대제 폐하의 치세만 봐도 누구 편을 들어주실지는 눈먼 자도 알 수 있겠지요."


그러나 총대주교좌와 권위는 남겨놓았던 여느 차르와 달리 개혁을 인생 모토로 삼은 남자, 표트르 1세는 종교에조차 예외를 두지 않았다.

증오하는 누이 소피아 공주가 반포한 12개 조항 폐지를 시작으로, 마치 도미노처럼 차례차례 종교의 권위를 쓰러뜨렸다.


대북방전쟁에 소요되는 자금 마련을 위해 수도원과 주교가 농장의 수입을 관리할 권한이 박탈했다. 차르의 직속기관으로 부활한 수도원 프리카즈는 위로는 총대주교부터 아래로는 수도원의 모든 세습 토지를 통제할 권한을 얻었다.

오죽하면 신성통치종무원을 내세워 없애버린 당대 모스크바 총대주교 스테판 야보르스키가 표트르 1세를 두고 성상파괴자란 평가를 내렸을까.


"폐하께서 보고 계시는 국정방향, 분명 나쁘진 않습니다. 오히려 좋다고 볼 수 있지요. 어디까지나 정책적으로는."


니키타 파닌은 외교관답게 여지를 남기는 말을 하기 좋아했다. 단정짓는 말은 외교관이 아닌 군인에게나 어울리는 태도이니까.


"경제위원회에선 분명 반길 겁니다. 그곳은 여전히 선황의 충실한 지지자들이 바글거리는 곳, 볼코프야 신이 나서 선언문을 작성할 테고요.“


옐리자베타 페트로브나는 독실한 신앙인이었기에 말년에 회수한 이권을 일부 돌려주기도 했지만, 치세 내내 부친의 개혁기조를 이어갔다. 그녀의 측근 볼코프의 손으로 쓰여진 선언문들만 봐도 그랬다.


"주교가 아닌 은퇴한 장교단과 국가의 지휘 하에 모은 수입을 상이군인들을 위한 기금으로 쓰다는 골자도 듣기엔 참 좋아요."


사이는 최악인 남편이지만, 예카테리나는 한편으론 표트르를 잘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의중도 잘 알겠고.

그러나 이해란 것이 언제나 모두의 이익을 포함하는 일이 있던가?


"시기도, 방식도, 추진하는 사람마저도 모두 좋지 못한 정책이란 점이 아쉬울 뿐이죠."


손에 들린 서류를 흘긋 본 예카테리나는 한숨을 삼키듯 미소지었다. 표트르 자신은 완전히 장악했다고 여길 제국 의회에서도 예카테리나의 눈과 귀는 심어져있었다.

구교도에 대한 박해 금지 안건과 홀슈타인에서 초청하려는 루터교회의 주교 목록,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누가봐도 일목요연하다.


'이모가 추진하던 일을 조카가 이어받은 정도에 그치진 않겠지.'


수없는 반란과 반역모의에서 때때로 눈감거나 동조하기도 했던 비밀 조사국의 폐지만 봐도 알 수 있듯 표트르 3세는 오랫동안 정부에 뿌리내린, 허나 자신의 뜻에 반하는 귀족들을 쳐낼 생각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과 한통속일 홀슈타인 측근들 더 나아가 친프로이센 파를 심으려 하겠지.


"황제께선 여전히 자신을 독일의 공작이라 생각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제2의 안나 이오안노브나를 본받으시려는 건 아닌지."


"안나 황제는 여성이었지만, 그래도 나은 점이 있었답니다. 측근의 손에 검을 쥐어주었으니까요."


예카테리나의 남편 표트르 3세의 약점은 자기 세력의 부재였다.

프로이센을 찬양하는 줏대없는 조카를 못미더워한 이모 옐리자베타가 그에게 허락한 건 제1생도군단의 별볼일 없는 자리 하나뿐.


똑같이 발트 계를 선호했던 안나 이오안노브나 황제 역시 치세 초기 자신의 세력이라 부를 게 없었다. 제국 의회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음에도 '독일패거리' 의 단합은 구심점을 잃은 러시아계의 분열로 무산됐다. 내부를 단단하게 굳힐 외부의 위협이 없던 탓이다.


그랬기에 안나 황제는 비밀수사국을 창설해 그 힘을 남용하면서까지 권력을 유지했지만, 표트르는 그런 노력조차 기울지 않은 채 일을 벌이려 하고 있었다.


그 자신의 권력은 누구도 흔들지 못할 난공불락인 것처럼.

아니면, 다른 꿍꿍이 속이 있는 것처럼.


그쯤에서 예카테리나는 와인잔을 들었다. 그때의 표트르처럼 아무런 힘이 없는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작금의 차르이시니까요. 어린시절과는 다른 현명한 선택을 내리실 거라 아내로서 믿어드릴밖에요."


"물론입니다. 차르란 응당 현명한 선택을 내리셔야 하는 분이시기에."


태연하게 말을 받는 파닌 백작의 입가에 오묘한 미소가 어렸다. 예카테리나는 그걸 보며 이 사람은 언제든 속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두 사람은 한 배를 탔으므로.


품이 넓은 드레스로도 가려지지 않는 배를 흘긋 보던 예카테리나는 생각난 듯 창밖을 바라봤다. 흩날리듯 약해진 눈발과 밤에 잠긴 겨울궁전이 그녀의 눈에 담겼다.


"....곧 부활절이네요."


율리우스 력 1762년 2월 27일.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신자들에게 중요한 부활절을 기리는 40일의 사순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사순 시기.


흔히 사순절이라 부르는 이 기간은 이름 그대로 40일 간의 준비기간을 의미한다.


무엇을 준비하냐고? 그건 바로 부활절, 쉽게 말해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나야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까진 자타공인 무신론자였다. 백날 기도한다고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도 못할 신을 믿어봐야 돈이 나와 치킨이 나와?

간병기간이 길어지고, 결정적으로 이런 옛날로 날아와버린 지금으로선 신의 존재를 믿게 됐지만. 그렇다고 딱히 독실한 신앙인은 되지 못했다.


그런 내게 이런 본격적인 부활절 준비기간의 감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단순했다.


"배고프다...."


배에서 우렁차게 꼬르륵대는데도 평소와 달리 먹는 양이 반의 반으로 줄었다. 황실이 하루 아침에 망해서 알거지가 돼서는 물론 아니다.


"사순 시기엔 다 그렇지요."


그렇다. 밤 9시 30분에 마트에서 대박세일을 하는 게 국룰, 아니 상룰이듯 부활절엔 응당 단식과 금육이 따라붙는다.

여러 평지풍파를 겪어 느슨해진 21세기 교회나 성당과 달리 이 옛날 동네는 부활절에 금욕과 절제는 생활이고-사실 먹을 게 없어서가 맞지만-그리스도의 고난을 간접체험한다는 거룩한 뜻 앞에선 누구 하나 불평을 늘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쩐지 한동안 엄청 먹여대더라니.'


바야흐로 3주 전, 하루 아침에 빈약해진 식단의 원인을 들으니 그때가 사육제 기간이었다더라고. 안드레이는 물론이고 표트르 3세 역시 먹고 죽을 기세로 마셨다나.


"그래도 전하께선 아직까진 괜찮으신데 사서 고생하실 필요가 있으실까요?"


"내가 배불리 먹어도 안드레이 네 배에서 꼬르륵소리 한 번 들리면 내 여기가 아파져."


그나마 어류는 허용하는 가톨릭과 달리 정교회는 척추 있는 건 먹을 생각조차 말아야할만큼 더 엄격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14살이 되지 않은 아이, 노인, 병자와 아이를 가졌거나 수유해야하는 어머니들은 면제되거나 허용되는 음식이 몇 가지 있었다.


안드레이야 열다섯이 넘었으니 수술 앞둔 환자들처럼 절대금식중이다. 나는 여섯 살이니 노카운트였고.

그러나 곁에서 굶고 있는 사람 앞에서 포식할 수야 있나. 누운 사랑니 뽑은 애 앞에서 치킨 뜯어봐, 그대로 내 목젖을 뽑고 닭뼈를 꽂고 싶어지겠지.


"전하..."


사내놈의 쓸데없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밀어내며 난 책을 집어들었다. 일전에 안면을 쌓은 야고프 주교님이 보내온 전례서인데 장식도 화려한 게 내용도 나름 볼 게 많았다.


'사순절에 먹어도 되는 것과 안될 걸 적어놓은 것도 전례서라니. 원래 그런 건가?'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잘 지내셨는지요, 전하."


현대인의 필수품 고기, 치킨, 생선이 금지된 강제비건화에 대리만족중이던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살집이 조금은 줄어든 듯한 파닌 백작이 교재를 든 채 웃고 있었다.


"이제와 항상 또 영원히 있나이다, 아멘."


부활절 인사와 달리 딱히 정해진 것이 없는 사순 시기엔 성찬례를 대신해 일상에서 찬송가 구절을 입에 말해주며 금식의 기쁨을 드러내보인다.

지금 같이 인사를 나눌 때 무난한 영광송을 서로 주고받으며 마주앉은 파닌 백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 아이들도 열다섯이 되어도 단식하는 것도 괴로워했답니다. 혹 속이 쓰리거나 하진 않으신가요?"


"신앙인이라면 해야하는 거랬어요. 다들 하는 거기도 하고."


"이런, 역시 베니아민 대주교께서 종종 언급하실 만 하십니다. 일전에 손수 축복한 전례서를 보내셨다고 들었는데 마침 읽고 계셨던 모양이군요."


'그 사람이 보낸 건 아닌데.'


베니아민 대주교, 상트페테르부르크교구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성직자의 이름에 나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진실이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든다면 때때로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니까.


예전 일처럼 느껴지는 옐리자베타를 위해 기도하러 간 날, 의도한 대로 야고프란 주교의 눈에 띠고 난 후로 종종 인근 교구의 성직자들이 편지를 보내오곤 했다.

대체로 성경이나 축복한 전례서 혹은 기도매듭을 보내는 게 다였지만, 은연중에 교단의 상황이나 바라는 바를 담은 내용이 담긴 편지도 있어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지.


"선생님은 대주교님과 아는 사이인가요?"


"겨울궁전에 적을 두고 있다면 그분과 접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특히 지금 같은 사순 시기에는 전례서를 축복받거나 황후 폐하나 전하와 같이 황실의 일원들이 참석할 성주간 예배 일정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지요."


담담하면서도 다소 즐거운 얼굴로 파닌 백작은 늘 어떤 의도가 숨겨놓은 듯 말하곤 했다. 마치 상대가 그걸 알아차릴 사람인지 가늠해보려는 것처럼.

어린아이인 내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 지레짐작하면서 쉽게 말을 꺼내놓는 다른 이들과 달리 바로 지금처럼.


'나랑 예카테리나만 성주간 예배에 참석 확정했다는 말이지. 표트르는 미정이고.'


따지자면 웃긴 일이다. 표트르 1세가 신성통치종무원을 내세워 총대주교좌를 없앤 이후 황제는 사실상 비잔틴 시절 황제들처럼 교단을 좌지우지할 권리와 의무가 있게 되었는데, 그 힘을 정작 황제가 내팽겨치듯 구는 것이다.


'그와중에 금식도 안하고 어제도 술마셨다던데.'


그야 루터교를 선호하는 것도 알고, 거긴 금식이나 금육이 의무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어떻게 자기가 수장격인 종교에 대한 예의마저 저버리나 했는데.

새삼 기억을 되새기다 고개를 들었을 때 여전히 웃고 있는 파닌 백작의 얼굴에 조금 소름이 돋았다. 때마침 우렁차게 울리는 자신의 배꼽시계에도 듣지 못한 척 구는 저 뻔뻔함은 어떤 징조 같았다.


"....폐하를 빠뜨리셨는데요, 선생님? 당연히 오실 거라선가요?"


"물론 그러실 거라 저는 믿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제 바람은 조금 미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파닌 백작의 입술 끝이 꿈틀거렸다.

그게 웃음을 참기 위한 노력의 흔적인지 참을 수 없는 비웃음의 흔적인지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오늘 상원에서 폐하의 이름으로 반포된 선언문에 기초하여 교회 재산을 주 정부에 귀속하는 절차를 집행했다고 하더군요."


표트르의 기행 행렬은 이제 막을 올렸을 뿐이었기에.


작가의말

이제 전개가 좀 더 빨라질 것 같습니다. 표트르 3세의 재위기간은 채 1년을 채우지 못했다보니.


1. 러시아 정교회는 전통적으로 율리우스력을 사용해왔습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그레고리력이 애초에 가톨릭의 주도 하에 이뤄진 변혁이기도 했고, 이미 그 전부터 수위권과 성상 논쟁, 그리고 삼위일체론에 대한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수정 문제로 틀어진 사이였죠.


그렇게 율리우스력을 고집하던 정교회였지만 결국 달력 자체의 점점 벌어지는 오차와 미뤄지는 부활절 문제로 차츰 그레고리력을 인정하였고, 러시아 정교회 또한 1918년에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레고리력 달력을 사용해도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은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쇠고 있습니다.


2. 근대 초 러시아에선 국가와 교회간의 줄타리기 싸움이 한창이었습니다. 종교개혁과 크고작은 전쟁을 통한 사회변화를 뼈저리게 겪은 서유럽과 달리 종교적 색채가 짙은 정교회 위주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던 러시아인 탓에 차르조차 일상의 상당부분을 종교생활로 보냈다고 하죠.


신동혁<근대 초 러시아에서 국가와 교회>란 논문에서 보여주듯 총대주교란 산 하나를 넘은 차르 알렉세이 미하일로비치는 자신의 기대와 달리 자주적이면서 독립적인 기관이길 바란 교회의 반발에 차르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수도원 프리카즈 폐지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정교회의 사순 시기와 부활절은 화려하고 엄숙한 정교회 예식의 결정체로 부활 주일 직전까지인 10주를 3단계로 나뉘어 부활절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첫 3주간은 금식 전 기간으로 그 직전을 사육제라 해서 이땐 라마단 시기 저녁처럼 신나고 먹고 마시게 됩니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부활절일까지인 7주 간은 고기, 기름, 달걀과 우유가 들어간 음식은 모조리 금지되는 사순대제로서 간접적으로 비건이 되는 시기입니다.


4. 가톨릭과 정교회에서 행해지는 금식은 만 열여덟 살이 되는 해부터 예순까지, 금육은 만 열 네살부터 죽을 때까지 지킬 의무가 부여됩니다. 물론 옛날에도 사람 사는 동네답게 열네 살 이하인 어린아이, 노인, 병자, 군인, 임산부와 수유해야하는 어머니들에겐 관면하거나 한 주에 이틀간만 육류, 유제품, 달걀 등을 피하는 쪽으로 가볍게 적용합니다.


물론 작중 파벨이 하고 있는 건 열넷 이상인 신자들에게 적용되는 금식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하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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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돈은 내가 벌고, 남이 쓴다(1)(일부내용수정) +3 24.08.30 508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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