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처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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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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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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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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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파피(2)

DUMMY

매뉴얼 4장···.

제3항 아래의 징후 및 특성을 보이는 자 및 생명체를 ‘돌연변이’라 칭한다.

1.사고 및 질병 또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신체 구조 변이 외 이 형적인 신체 구조 및 변이를 가진 것.

.

.

.

6. 체온이 그토록 높거나 낮은 것.

7. 식인 행위에 대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

.

.

17. 고치로 변하거나 고치 상태의 것.

···.


-휙!

칼에게 도망치던 빌리는 파피의 머리와 망치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에 기겁하며 넘어진다. 빌리는 자신이 본 상황이 현실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저 둔탁한 망치가 자신의 정수리 한가운데 박힐 생각을 하니 치가 떨린다. 빌리는 파피의 처량한 모습을 뒤로 하고 앞으로 고꾸라질 듯 달려 어딘가로 숨어버린다.

-키기긱!

사람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목소리가 칼의 귀에 들린다. 세상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척당하는 그 목소리는 아주 공포스럽다.

머리에 망치 꽂혀 뒤로 젖혀진 파피의 몸이 꿈틀거린다. 그녀의 두 발이 땅을 밟는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부터 머리까지 파도처럼 울렁거리며 올라오더니 이내 곧 몸이 똑바로 선다. 그녀의 하체가 온전히 일어설 무렵 그녀의 상체는 완전히 뒤로 접혀 있었는데 상당히 괴기스러웠다.

마주한 파피의 얼굴을 지금 막상 보니 가죽을 씌워 놓은 것처럼 보인다.

멀쩡히 일어선 그녀는 머리에 박힌 망치를 두 손으로 빼내 바닥에 던진다. 그리고 그 두 손을 입으로 가져다 댄다.

양손이 각각 위쪽 입술과 잇몸, 아래쪽 입술과 잇몸을 잡는다. 그리고 그대로 위아래로 찢는다. 입이 벌려지며 피부가 갈라지고 뼈를 뜯어내는 듣기 힘든 소리가 난다. 드러난 목구멍에서부터 새파란 피부의 얼굴이 부풀어 오른다. 파란 얼굴이 끈적거리는 황갈색의 점액을 두르고 있다. 퇴폐적이고 매혹적인 그녀의 얼굴은 지금 후드의 모자처럼 그것의 머리 씌어져 있다. 그 얼굴이 있던 자리에는 흉측하고 험상궂은 파란 얼굴이 자리한다. 그 얼굴이 입을 벌리며 웃으니, 연분홍빛의 잇몸에 송곳니가 가득 채워져 있다.

괴이한 변형은 얼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로브 같은 것이 인간의 모습일 때의 백옥 같은 피부색으로 변하더니 불규칙적으로 난잡하게 찢어진다. 그녀의 손을 덮고 있던 피부 또한 동일하게 찢어진다. 그리고 그것들이 머플러의 형태로 변해 그것의 목을 감싼다.

피부가 벗겨지고 난 후 그것의 몸은 얼굴과 마찬가지로 새파랗고 황갈색의 점액을 두르고 있다. 그것은 여자의 것인지 남자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상한 알몸을 내보인다.

황갈색의 점액은 그것의 피부로 다시 흡수되어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그것이 눈을 부릅떴다. 새파란 얼굴에 황달이 온 사람의 것과 같은 노란 눈동자는 동공이 따로 없어 야심한 밤에 노란 구슬 2개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히뜩! 아···. 안녕···엉?


칼은 AI를 이용하여 마을을 살필 당시 그는 마을 사람들의 체온을 살폈다. 체온은 변이가 일어날 징조 및 돌연변이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평소의 사람들과 상이한 생체반응을 가진 그들은 체온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달랐다. 그 정보를 토대로 칼은 돌연변이로 의심되는 자들의 명단을 정리하였다.

-이상하군요···. 거의 다 남성이에요.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

AI가 마을 구조를 입체구조로 모형화하여 칼의 머릿속에 띄우며 말했다. 마을에 그대로 본뜬 홀로그램이 칼의 눈 앞에 펼쳐진다.

-빨간 점들이 ‘보인자’입니다.

보인자는 변이가 일어나기 전의 개체이다. 보통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이 점차 피폭되어 몸속에서부터 변이가 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반적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지만 보인자들은 그렇지 않다.

일반인과 보인자가 똑같이 방사능에 피폭되면 이미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죽어가는 징조들을 겪을 때 그들은 점차 생체 구조 및 패턴이 바뀌며 습성이나 습관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 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에 급격히 달라지거나 변화가 거의 없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목숨에 지장이 없고 대부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니 당사자들도 자신이 보인자인지 알 수 없다.

생활 습관이 변한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사람처럼 모든 생체 반응이 멈춘다. 점점 몸이 부풀어 오르며 표피가 딱딱하게 굳어 고치가 된다. 그 고치에서 꽤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 속에서 돌연변이가 나오는 것이다.

현재 지상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돌연변이의 존재를 알지만 보인자의 존재는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은 돌연변이가 방사능 천국인 이곳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생명체가 아닐지 여겼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돌연변이들은 보인자인 사람 혹은 동물들이 변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인자가 생겨났는지 아니면 만들어졌는지 그것은 알 수 없다. 전쟁 이전부터 존재했는지 아니면 이후에 생겨난 건지 알 수 없다. 애초에 방사능이 퍼지기 전에는 그것에 대해 드러날 일이 없었다.

-이런···.칼은 AI가 그려 놓은 마을 모델에서 분산된 빨간 점들을 보았다. 빨간 점들은 대부분 축제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공터에 모여 있었다. 몇몇 점들은 공터에서 멀어진 채 분산되어 있다. 공터에서 멀리 떨어진 점들은 각자의 집에서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칼이 두 손으로 마을 모델을 대각선 양 끝을 잡고 쫙 늘렸다. 모델이 커지며 마을을 그대로 덮었다. 칼은 자신이 숨어있는 담벼락의 뒤쪽을 살핀다. 눈에 보이는 빨간 점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빌리의 머리 위에도 빨간 점이 있다.

-AI, 제대로 확인한 게 맞나?

빨간 점의 개수는 칼의 예상보다 많았다. 마을 안 대부분의 남자가 보인자인 상황에 이렇게 많은 보인자가 한 곳에, 이 마을에 모여 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수색대는 물론 마을 안에서 지내던 사람들까지 보인자가 된 상황. 수색대라면 마을 밖으로 나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폭되어 돌아올 수 있어도 마을 안에 있던 사람들이 마저 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정확합니다.

칼은 단호한 AI의 대답에 입을 더 이상 열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어요.

그렇다. AI의 말이 맞다. 아직 이성이 있고 아직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는 그들이 아직 고치가 되기 전 상태임이 틀림없으므로 갑작스러운 돌연변이의 출현은 없을 거라 여겼다. 게다가 갑자기 저들이 고치가 된다고 해도 고치에서 우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기에 얼마든지 그것들을 처리할 수 있다.

-칼 이제 어떻게 하죠?

칼은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아닌, 혼자서 이곳저곳을 떠돌던 상황과 지금은 매우 다르다. 이곳에서 함부로 나섰다간 돌이킬 수 없다. 마을 사람들에게 혼란과 충돌을 일으킬 것이다. 칼은 고뇌에 빠진다. 이 상황을 어찌 풀어나가야 할까.

-지금 마넬리에게 가서 도움을 청해보죠. 이건 그녀와 마을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에요.

-그래 지금···.

칼은 축제를 즐겁게 보내는 루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겨우내 아이 같은 얼굴을 하는 루나의 모습. 칼은 잠시나마 그것을 보았을 때 심장에서 뭔가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전혀 불편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안정감을 주고 평화로운 울림이었다.

루나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잠시 이 마을에 지내면서 사람들과 마주하고 어울리며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칼은 루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마을을 망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내일. 내일 마넬리에게 말한다. 오늘은 루나에게 정말 소중한 날로 기억될 거야. 그런 날을 망치고 싶지 않아.

-네 뭐···. 칼 치곤 꽤 감성적이네요. 원래 방사능 처리반이 그랬나요? 그런데···. 칼, 이상한 점이 있어요. 여기.

점멸하는 빨간 점이 보인다. 칼은 그것을 자세히 보기 위해 눈가에 힘을 주며 확인한다.


그 수많은 보인자 중에서 오로지 파피만이 여자였다.

-어떻게 알았어? 자기?

그 남색의 머리는 이제 적응이 되었는지 처음보다 발음이 정확하다. 그러나 불경스러운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것이 웃음소리를 내며 웃자 괜한 거부감이 일어난다.

-아! 이제 날 봐주는 거야? 어제랑 아까는 그렇게 소극적으로 굴더니~.

칼은 그것의 얼굴을 본체만체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레아의 곁으로 갔다. 아직 목숨이 붙어있어 얕은 들숨과 날숨을 약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찌푸린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으로 보아 아주 위급하다.

-후후. 이런 나를 두고 그런 아줌마한테 눈을 돌리다니···. 아 혹시 그런 취향인가? 그럼 말을 하지~.

목에 두르고 있던 피부가 다시 펼쳐지며 파피의 시퍼런 몸을 덮었다. 피부가 달라붙으며 체형이 변하더니 옷을 입고 있지 않은 모습의 레아가 나타났다.

-아! 아!

파피가 혐오감을 일으키는 목소리로 목을 다듬더니 그 목소리가 레아의 것으로 변한다. 이제 목소리와 얼굴이 레아의 것과 같았다.

-짜잔! 어때 똑같아?

파피는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더니 남성을 유혹할 만한 자세를 취한다.

-아 몸은 안 비슷한가? 자기가 한 번 저 옷을 벗겨서 확인해 줄래? 똑같은지 직접 확인···.

파피의 말이 끝나기도 전 칼이 파피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는 정확히 파피의 턱을 노렸다.

칼은 평상시 어마어마한 질량의 장비들로 무장하였다. 각각의 장비들은 일반적인 사람의 선에서 들 수 없는 것들로 대부분 무거운 중금속으로 만들어졌거나 납으로 덧대어 있다. 예를 들어 그가 한 손으로 들고 다니는 방패는 100kg의 방패에 납을 여러 장 덧댄 것이었다. 그가 쓰는 망치나 도끼도 중금속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괴력을 가진 그가 폭발 같은 순발력으로 내지른 주먹은 공기를 스치며 굉음을 낼 정도로 빨랐다.

그러나 파피는 그 주먹을 피한다. 파피가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칼과 거리를 벌린다.

-웅~ 갑자기 그렇게 내지르면 어떻게 자기야~ 그렇게 내가 좋았어? 막 흥분돼?

파피가 레아의 모습으로 입술을 쭉 내밀고 손가락 끝으로 그 입술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그렇게 내 입술이 탐나?

파피는 칼에게 도발하기 위해 여러 포즈를 취하였지만 방금 그가 주먹을 내지른 만큼 그에게 도발이 통하지 않았다.

파피는 알았다. 칼에게 어떻게 도발해야 하는지.

-자기야~ 있잖아! 내가 이런 모습으로 노아한테 접근했는데~ 그가 어땠는지 알아? 막 개처럼 달려들지 모양~. 자기 마누라인지 아닌지 구별도 못 하고 말이야. 아! 아~ 아아! 아흣! 그때 생각만 하면···.

도발이 통했다. 칼이 다시 파피에게 주먹을 지른다. 이번에 연달아 주먹을 날렸지만 역시 파피는 이리저리 잘 피한다.

-에잇~ 질투하는 거야? 잠시 내 얘기 좀 들어봐. 우리 자기 성급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번에 다른 마을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건 어때 마르코의 아내를 따라 해봤어! 자기가 유부녀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히잉~ 그리고 이건 다른 사람~.

파피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으로 바꿔가며 자랑하듯 내보였다. 그리고 다시 레아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말한다.

-하나같이 좋았어~ 그런데 말이야~ 그 아저씨들이 다 그랬는데 평소보다 더 좋았데!

칼은 괴물의 사체에 손을 집어넣어 괴촉수와 연결된 거대한 괴물의 사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칼은 그대로 촉수를 휘둘러 괴물의 사체를 파피에게 내려찍는다. 파피는 괴물의 몸통에 직격으로 맞는다. 거대한 괴물의 사체가 땅과 닿는 동시에 터지며 주위에 살점과 점액을 흩뿌린다. 사체가 터지며 나는 소리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크다.

그러나 칼의 바람과 달리 파피는 그 잔해 속에서 멀쩡히 서 있다.

-나 어때? 예쁘지?

충격과 함께 공중으로 떠오른 살점과 피가 비처럼 파피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파피는 그 비로 샤워하는 듯 머리를 뒤로 쓸어내렸다. 그리고 한껏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우우~, 자기 완전 재미없다. 그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은 뭐야?

칼은 여전히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얼굴을 내비치며 파피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럼···. 이건 어때?

-우욱!

기다란 촉수가 칼의 배를 관통하였다. 여래 갈래의 촉수가 하나로 뭉쳐 하나의 굵은 촉수가 되어 꿈틀거린다. 그 줄기가 칼의 배 속을 한 번 휘젓고 나니 칼의 배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어때 시원하지?

칼은 배를 부여잡고 앞으로 쓰러졌다. 배가 뚫리며 상당한 출혈이 있었다. 손상된 장기와 등뼈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에 살점과 장기의 일부분이 떨어졌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칼의 몸에 초록색 빛의 선들이 생겨난다. 그 흐름은 그가 난 상처 주위로 모여들었고 떨어져 나간 살점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장기들은 본래의 형태와 위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뜯겨 나간 부위는 새로 자라나 복구된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쓰러지는 순간 뒤에 보였던 괴물. 그것은 바닥에 누워있는 레아의 배를 뚫고 나와 하늘을 향해 길쭉한 몸을 흔들고 있었다. 칼의 몸통을 꿰뚫었던 촉수는 그 길쭉한 것 자체였다. 그것의 뿌리 즉 레아의 몸에 연결된 부분에서 위에서 아래로 찢어진 눈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피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던 칼이 쓰러진 것을 보며 두 손으로 얼굴을 받치면서 희열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경련이 오는 듯한 파피는 떨리는 목소리로 칼에게 말한다.

-앗! 항~ 너어무 좋아하~

칼은 벌써 회복된 배를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중간에 균형을 잡지 못해 다시 한번 앞으로 쓰러질 뻔했지만, 무사히 일어난다. 아무리 뛰어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어도 고통이 느끼지는 않는 것은 아니다. 칼은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갑자기 몰아친 통증에 적응하고 있다. 아직 남아있던 녹색의 선들은 차츰 옅어지기 시작한다.

-자기는 어땠어? 내 선물이?

파피는 다리를 교차하며 몸을 배배 꼰다.

-사실 난 내 피를 이용해서 괴물을 만들 수 있거든~ 마을 남자들도 다 그렇고 그런 걸 해서~ 아잇! 부끄러워라~

칼은 레아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레아의 몸에서 돋아난 그 돌연변이의 뿌리를 쥐어 뜯어낸다. 레아는 이미 숨이 끊겨 있었다. 칼은 잠시 레아를 내려 본다.

-그 아줌마는 내가 방금 잘려 나간 팔에 내 피를 조금 넣었지!

마을에 잠시 머무는 동안 루나에게 마음을 내어준 그녀가 처참하게 죽어있다. 그 괴물이 몸에서 튀어나오며 고통스러웠는지 그녀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굳어있다. 마을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그녀에게 루나를 맡기고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아이는 루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을 것이고 루나는 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겠지. 그러나 이제 그럴 일은 없다.

-루나가 슬퍼하겠지···.

칼의 눈은 공허해진다. 이런 무기력함은 어떤 사명 앞에서도 묵묵히 해내던 그가 전혀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어떠한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하는 오지에서도 임무를 다하던 그가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익숙하지 않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파피는 잠시 칼에게 틈이 생긴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심성이 뒤틀린 그녀는 칼이 절망적인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그를 죽이는 것을 택하지 않고 한 번 더 좌절시킨다.

-사실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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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천혜의 영토 24.07.18 23 0 15쪽
31 검은 옷의 사람들 24.07.15 22 0 16쪽
30 아저씨 24.07.11 25 0 16쪽
29 마넬리와 와그너 24.07.08 23 0 15쪽
28 발각 24.07.04 24 0 14쪽
27 집으로 24.07.01 25 0 12쪽
26 아침. 24.06.27 24 0 14쪽
25 지켜야 할 사람들 24.06.24 24 1 13쪽
24 샛별 24.06.20 25 0 12쪽
» 파피(2) 24.06.17 25 0 16쪽
22 살아남은 자들 24.06.13 27 0 14쪽
21 파피(1) 24.06.13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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