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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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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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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자각

DUMMY

뿌리가 뽑힌 채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나무가 떠오른다.

그 나무는 해리슨과 퓨리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성인 3명 정도가 힘껏 양팔을 벌려야 겨우 둘러쌀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는 그 어떤 전차가 오더라도 길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거대한 나무를 퓨리가 나무 위를 타고 다니면서 부러뜨렸고 지금은 해리슨이 능력을 이용하여 가볍게 들어 올렸다.

해리슨은 나무를 창처럼 눕히고 칼에게 겨눈다. 칼을 향하고 있는 나무의 끝은 아주 예리하지는 않았지만, 난잡하고 거칠게 부서진 단면이 아주 위협적이다.

고요하게 해리슨의 머리 옆에서 유유히 부유하던 나무는 그것의 크기와 무게에 알맞지 않게 매우 빠른 속도로 칼에게 향한다. 날아가는 육중한 나무 주위로 공기가 팽창되어 파도처럼 철렁이며 숲속으로 퍼져간다. 갑작스레 일어나는 바람에 주위의 풀들은 아예 누워버렸고 나무들은 공포에 빠진 것처럼 몸을 떨기 시작한다.

해리슨은 ‘번견’이라는 단어에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칼을 가볍게 손 봐 줄 계획이었지만 수정하기로 한다. 그를 구제 불능 갱생 불가라 여기며 여기서 처리한다.

-어째서 네가 그 단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니 듣기 매우 거북하군.

칼은 무거운 방패를 세게 내리쳐 땅 깊숙이 박아 넣는다. 방패의 아랫부분이 땅에 박히면서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루나는 귀를 막으며 한걸음 물러섰다.

칼의 상체를 가릴 정도로 거대한 방패가 땅에 박혀 굳건히 서 있다.

칼은 그 방패 뒤에 루나를 숨겼다. 그리고 방패 주위로 선을 그으며 루나에게 말한다.

-절대 이 선 밖으로 나오면 안 돼!

칼은 가죽끈을 풀어 방패에 부착한 도끼와 망치를 챙긴다. 그리고 재빠르게 방패 앞으로 나선다.

발가락 끝과 발목에 힘을 주어 땅을 딛고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린 채 자세를 낮추어 무게중심을 잡는다. 왼손으로 도낏자루의 중간 지점을 쥐고 오른손은 망치 자루 끝부분을 잡는다. 망치를 잡은 손은 손목을 풀기 위해 흔들거린다.

그 상태로 허리를 오른쪽으로 돌린 채 시선은 날아오는 나무에 집중한다.

나무가 덮칠 무렵 칼은 허벅지에서부터 힘을 주며 빠른 속도로 허리를 돌린다. 몸을 회전하며 팔을 휘두르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망치가 나무를 직격한다.

팍!

큰 소리와 함께 망치가 나무 횡단면의 정중앙을 가격하자, 타격 부위부터 반대편까지 나무가 갈라지며 산산조각 난다.

파편이 튀기고 굉음이 폭발하자 루나는 방패의 뒤에서 공포에 질린 채 몸을 숙인다. 다행히 방패 덕분에 루나는 다치지 않고 무사하다.

반면에 칼의 강력한 힘으로 부서진 나무의 파편은 해리슨을 향해 날아가 그의 얼굴을 스치며 상처를 낸다.

해리슨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칼을 바라본다. 해리슨의 눈에는 칼이 아무리 살충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보인다. 죽일 작정으로 살충제를 뿌려도 정작 아무렇지 않고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 부아가 치밀어 올라 터질 직전이다.

해리슨의 눈은 광기에 집어삼켜져 그 빛을 잃었다. 그의 동공에 비친 것은 오로지 칼뿐이다. 파편이 스친 그의 눈가는 금방 아물어 피가 흘러내린 흔적만 남아있다.

그의 이마에는 퓨리를 상대할 때와같이 핏대가 서기 시작한다. 점점 얼굴이 붉게 물들어간다. 얼굴에 흘러내린 피처럼 붉어진다.

해리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칼은 다음 공격을 대비한다. 분명 방금보다 더 강력할 것이다. 칼은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지만 방패 뒤에서 떨고 있는 아이를 위해 반드시 막겠다고 다짐한다.

해리슨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의 몸에는 머리부터 어깨를 지나 손까지 경련이 일어나며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 경련은 점점 심해져 병적으로 고개를 흔들 정도로 해리슨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집중하고 있던 잠시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지반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땅이 흔들리며 칼은 몸을 비틀거리며 균형을 잡는다.

뒤에서 아이의 비명이 들린다.

-까악!

뒤돌아보았을 때 아이는 방패와 함께 사라졌다. 아니 땅이 갈라져 그 틈새로 아이가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아직 틈새가 작아 아이가 겨우 매달려 있지만, 갈라진 땅 사이가 서로 멀어지고 그 깊이가 깊어지며 아이가 그 사이로 빠질 위기에 처했다.

칼은 몸을 날리며 루나의 손을 잡았지만, 이윽고 칼이 있던 땅마저 아래로 꺼진다.


칼은 한 손으로 루나의 뒷덜미를 잡고 반대쪽 손으로 튀어나온 돌부리를 잡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위급한 상황이지만, 칼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칼은 한 손으로 루나를 안은 채 낭떠러지를 기어오를 수 있다.

칼이 아이를 끌어 올려 품에 안자, 루나는 떨리는 손으로 칼의 목을 양팔로 감싸며 그의 몸에 매달린다. 덕분에 칼은 두 손으로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잘 다져진 지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떨어질 당시 겨우 붙잡았던 돌부리와 같이 매달릴 곳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칼은 가볍게 절벽을 기어올랐는데 이는 칼이 오로지 자신의 악력으로 기반암에 구멍을 뚫어 요철을 만들어가며 절벽을 타올랐다. 분명 견고하게 다져진 기반암이었지만, 그는 찰흙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듯이 간단하게 뚫어버린다.

칼은 올려다보며 남은 거리를 가늠했을 때 금방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는다.

-젠장!

불과 몇 m 남지 않았을 무렵 땅이 다시 움직인다. 갈라진 땅이 다시 맞붙기 시작한 것이다.

칼은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살핀다. 점차 칼이 매달려있는 곳을 향해 갈라진 대지가 사정없이 입을 세차게 다물며 그를 쫓는다. 양옆의 대지가 칼을 조여오며 순식간에 에워싼다.

칼은 빠르게 몸을 돌려 매달린 절벽 반대편에 손을 뻗었다. 칼은 두 팔을 쭉 뻗어 집어삼키기 직전의 입을 막는다. 칼은 과한 힘을 주지 않고 그를 짓누르는 압박에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힘을 조절한다.

갈라진 기반암들은 떨어진 몸을 되찾으려는 듯 무지막지한 힘으로 칼을 짓누른다.

칼이 땅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해리슨이 칼의 머리 위로 다가와 쪼그려 앉는다. 불과 몇 분 만에 초췌해진 얼굴로 보아 땅을 가르기 위해 많은 힘을 투자했음이 틀림없다.

무표정으로 칼을 바라보고 있는 그 얼굴은 파헤친 땅 위에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린다. 그 피가 그의 코에서 흐르는 것인지 눈에서 흐르는 것인지 입에서 흐르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를 흘린 해리슨은 묵묵히 칼을 바라보다 입을 연다.

-아이를 넘겨.

촐랑대고 철없이 굴던 평소 말투와 달리 상당히 차분하고 냉철한 말투로 칼에게 말했다. 그러나 흘러내린 피 때문에 발음이 잘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입을 다물 힘도 없는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칼을 바라보고 있다.

해리슨은 칼을 향해 손을 내밀며 다시 한번 말한다.

-아이를 넘겨. 순순히 넘긴다면 아이는 무사히 데려간다.

칼은 루나를 한 번 내려보고 해리슨을 올려본다. 이내 결심이 선 듯 루나를 보며 칼을 말을 꺼낸다.

-루나.

그러나 루나는 반응이 없다. 사경을 넘나드는 루나는 지금 남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루나!

칼은 조금 격양된 어조로 루나에게 말했다. 루나는 칼의 호통치는 듯한 목소리에 놀라 칼의 가슴팍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고 칼을 바라본다.

그 얼굴이다. 다시 아이는 그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우울함과 슬픔으로 가득 찬 얼굴.

그럼에도 칼은 루나에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루나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왔다.

칼은 루나의 마음을 전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지금은 루나를 이곳에서 꺼내는 것이 우선이다.

-저 사람의 손을 잡고 나가! 어찌 됐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칼은 루나의 떨리는 동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는 땅이 몸을 떨며 흙먼지를 일으킨다.

루나는 싫다는 의미로 얼굴을 다시 칼의 가슴팍에 파묻은 채 얼굴을 비빈다.

칼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는다. 다시 눈을 뜨며 해리슨을 올려본다.

해리슨은 재촉하듯이 앞으로 내민 손을 흔들며 칼을 쳐다본다.

-자, 얼른.

칼은 잠시 회상에 빠진다.


매정한 비구름이 다시 땅의 뒤덮을 때 비정하게 쏟아지는 빗속을 헤치고 나타난 것은 아이였다. 그 아이는 부모도 없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숲속을 방황하고 있었다.

아이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그 눈에 담기는 것은 없었고 아이의 귀는 열려 있었지만, 들리는 것이 없었다. 도저히 아이의 얼굴이라 하기엔 천진함과 순수함이 결핍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삶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저 어린아이를 이렇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아이의 걸음은 내 품에 안기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 아이는 터벅터벅 걸어오다 나를 인지하지 못한 채 나의 품에 안겼다.

가까이서 보았을 땐 아이의 메마른 눈동자와 희미하게 느껴지는 숨소리에 아이가 죽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물론 그것은 내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이 오염된 비를 맞으며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가 몇 있겠는가?

어째선지 나는 미련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이를 데리고 동굴로 데려왔다. 아껴둔 등유로 불을 피우고 아이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불 옆에 따뜻한 잠자리를 만들어 눕혀놓았다.

난 아이가 깨어나기 전까지 자신의 행동에 이해할 수 없었고 나 스스로가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가 깨어나자 그러한 의심과 생각들은 휘발성 기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밤하늘에 별이 우수수 떨어지던 밤, 나는 밥을 먹는 아이의 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었던 날이다.


칠흑 같은 어둠은 그 야생성을 번득이며 숲속의 공기를 냉각시켰다. AI가 비추는 곳을 제외한 다른 곳들은 이미 밤의 영역이었고 내가 서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그저 어둠 속을 응시한다.

-‘굳이 아이를 찾을 필요가 있는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난 모조리 검게 칠해진 세상 속에 찍혀있는 단 하나의 흰점이었다.

내 생각이 어둠에 잠식되어 갈 때쯤 나를 깨운 것은 늑대의 소리였다.

늑대는 매우 위험하다. 이런 이차원적인 생각에 나의 몸은 방아쇠를 당긴 총에서 총알이 나가는 것처럼 뛰쳐나간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움직였다.

조악하게 지어진 오두막, 그렇지만 만든 사람의 노력이 느껴지는 오두막의 뒤틀린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따스함이 반겨주었다.

아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나에게 웃음을 지었다. 그날 나는 혜에게 아이를 맡긴 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그것이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늑대를 향한 나의 일방적인 폭력은 더욱 잔혹하고 끔찍했다. 핏자국을 따라 도착한 동굴의 앞에서 나는 스스로에 대한 이질감에 돌아섰다.

내가 아이와 함께 있어도 되는가?


수확제가 있던 밤. 흥겨운 사람들의 웃음과 노래가 공기를 채우고 고단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온화한 모닥불이 밤하늘 아래 모든 것을 어루만져주던 그때. 모닥불을 중심으로 길게 뻗어 나온 아이들의 그림자는 노래하고 춤추며 웃고 떠든다.

짙은 푸른색의 우울함이 자리 잡아 떠날 줄 모르던 아이의 얼굴은 온전히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천진함과 순수함. 루나의 얼굴에서 그것들이 느껴지니 나의 가슴 한쪽에서는 길고 오랫동안 전해지는 기운이 꿈틀거린다.

나는 그 기운이 거북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처음 느껴보는 것이지만 편안하고 어색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천진난만하게 웃고 떠들고 있는 루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그것은 매우 강렬하고 쉬이 끊어내기가 어려웠다.

내가 루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아이가 살아가기 위해서, 다시 아이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아니라 친구들과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루나에게 필요하지 않다.

루나는 이곳에 남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터전이 될 곳은 나로 인해 사라져 버렸다.

내가 망쳐버렸다. 나는 루나의 곁에 남으면 안 된다.


칼은 다시 아이를 내려보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루나는 자연스레 칼을 보았다.

루나의 눈물이 얼굴에 묻은 흙먼지 때문에 탁해진다. 아이의 두 뺨은 살아남으려는 생각에 용을 쓴 탓에 발갛게 달아올랐다. 식은땀으로 인해 루나의 머리와 옷은 흠뻑 젖어버렸다.

칼은 고심한다. 이 아이의 곁에 남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칼이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루나는 칼의 생각을 헤아리려는 듯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칼의 시선과 루나의 시선이 맞는다.

루나의 눈동자는 평온한 하늘 아래 흐르는 잔잔한 물결처럼 올려다보는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세상은 루나의 눈 속에서 잠시 멈춰있다.

그리고 칼은 잠시 시간이 멈춘 듯 숨이 멎는다.

-‘루나가 바라보는 세상에는 내가 담겨 있다.’

루나가 바라보는 세상, 그 중심에는 자신이 있었다.

순간 루나를 바라보는 칼의 눈이 생기를 띄며 번득인다.


길게는 3개월 짧게는 일주일 동안 입을 열지 않은 적이 많았다. 며칠 동안 끼니를 거른 적도 있고 밤을 새운 적도 많다.

머릿속을 비운 채 죽음의 손길만이 가득한 곳을 넘나들며 그저 주어진 책임만을 다했다.

내 존재에 대한 의심과 회의감, 내가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 의문, 나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여러 생각들은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자각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이미 사라져 버렸다.

나의 정신은 모래 위에 세워진 공든 탑처럼 무너져 내렸다.

나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세상에 매몰차게 버려졌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내가 보이지 않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고요하고 정적인 무채색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사이 무채색의 세상은 조금씩 칠해진다.

처음으로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며 밥을 먹었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물었고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었고 나를 안아주었다. 누군가 진심으로 내가 필요했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나 역시 그들이 필요했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루나와 만나며 나는 조금씩 나에 대해 그리고 나 이외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진실을 마주하며 내가 지금껏 살아온 나날들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고요와 정적을 깨며 그렇게 나는 조금씩 의심하게 되고 부딪히며 나아가고 있었다.


칼은 결심한 듯 해리슨을 바라본다. 그리고 공허한 눈빛으로 내려보고 있는 해리슨을 보며 말한다.

-엿이나 먹어.

해리슨의 오른쪽 눈썹이 움찔거린다. 쪼그려 앉아 있던 해리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심하다는 듯 칼을 내려본다.

땅이 더욱 몸부림치며 칼을 조여온다. 흙더미들이 칼을 집어삼킬 때쯤 날카로운 화살촉이 해리슨의 이마를 뚫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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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검은 옷의 사람들 24.07.15 22 0 16쪽
30 아저씨 24.07.11 25 0 16쪽
29 마넬리와 와그너 24.07.08 23 0 15쪽
28 발각 24.07.04 24 0 14쪽
27 집으로 24.07.01 25 0 12쪽
26 아침. 24.06.27 25 0 14쪽
25 지켜야 할 사람들 24.06.24 25 1 13쪽
24 샛별 24.06.2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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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살아남은 자들 24.06.13 28 0 14쪽
21 파피(1) 24.06.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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