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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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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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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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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DUMMY

-이제 진정이 좀 되지?

해리슨은 마지막으로 혜의 손을 결박하며 말했다.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하루 일을 마무리한 사람처럼 뿌듯하게 웃는다.

결박을 당하는 혜는 저항할 수 없었다. 혜는 피 칠갑을 한 채 마주한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반항할 의사 따윈 피어오르지 않는다.

해리슨은 사람들을 모아두고 그 앞에 나무 의자를 끌고 와 앉는다. 그 의자는 칼이 직접 만든 의자였다.

해리슨은 뒤틀어진 나무 의자가 삐거덕거리며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가 났기에 의자를 발로 차버리고 소파를 낑낑거리며 끌고 온다.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와 사람들에게 튄 파편에 아이들과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그는 푹신한 매트리스가 있는 소파 위로 몸을 던지며 바로 눕는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외투 안주머니에 넣어둔 권총을 꺼내 이리저리 둘러본다.

탄창을 빼고 총의 구석구석을 확인하던 해리슨은 탄창에 담긴 총알 6발을 확인하고 다시 장전한다.

퍼즐을 끼워 맞추듯 착 들어맞는 탄창과 탄착음, 딱 알맞은 무게감과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에 해리슨은 좋은 물건이라 생각하며 총을 외투 안주머니에 넣고 가슴팍을 톡톡 두드렸다.

호크는 해리슨의 행동이 마땅치 않았다. 그 권총은 호크 아버지의 권총이기 때문이다. 당신께서 돌아가시며 호크에게 건네주었던 유품이다. 그 유품이 지금 저 쓰레기 같은 녀석의 손아귀에 있다.

해리슨은 소파에 누워있는 채로 사람들에게 말한다.

-자, 이제 우리 천천히 이야기를 해보자고.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 칼, 칼이란 녀석이 여기 있지? 어딨어?

칼의 이름이 해리슨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칼을 아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저 입을 다물고 바닥을 내려보거나, 아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순간 몸이 움찔거린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살필 뿐이다.

해리슨은 입을 삐죽 내밀고 코를 찡긋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떤다.

-아니야. 아니야. 너희가 살려면 그를 택할 것이 아니라 나를 택해야지. 내 말을 들어야 너희가 사는 거야.

해리슨이 사람들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방금은 너희들이 나랑 얼마나 친해졌는지 확인하려 질문한 거야. 여기 칼이 있다는 걸 아니까 내가 여기 오지 않았겠어?

해리슨은 확인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다. 그리고 혜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리고 저기 저 언니는 나한테 칼이라고 불렀단 말이야. 그러니 적어도 너희가 칼을 알고 있겠지?

몇몇이 혜를 뒤돌아본다. 혜는 그들의 눈빛을 피해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해리슨은 허공에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어~ 그러지 마. 저 언니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무사히 왔단 말이야. 내가 숲속에서 얼마나 헤맸는지 알아? 언니! 기죽지 말고 고개 들어!

혜는 어딘가로 숨고 싶다. 아예 사라지고 싶다.

해리슨은 일어나 앉으며 말한다.

-뭐, 어찌 됐든. 난 여기 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난 너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그러니까 한 번 더 물어볼 게~. 칼, 여기 있지?

해리슨은 손으로 귓바퀴를 감싸며 말했다. 해리슨은 눈을 감고 대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음~ 그렇지, 그렇지. 맞아, 맞아. 내가 너무 성의가 없었지. 내 잘못이야. 내가 너희들에게 너무 무례하게 굴었어.

해리슨은 체념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사죄의 의미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실수를 한 사람처럼 허겁지겁 아이들에게 다가가 아이 중 가장 어린아이를 풀어준다.

해리슨은 아이를 품에 안고 소파로 돌아와 앉는다. 해리슨의 품에 안긴 아이는 두려움에 얼굴이 창백해져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해리슨은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아이의 턱을 잡는다. 그리고 인형극을 하듯 아이의 턱을 움직이며 아이의 뒤에 숨은 척하며 말한다.

-아저씨~, 아줌마~ 칼 아저씨 어딨어요? 녜? 얼른 알려주세욧!

해리슨은 이상하게 목소리를 변조하며 아이의 흉내를 내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해리슨은 얼굴을 아이의 얼굴 옆으로 내밀며 징그럽게 웃는다.

아이의 몸은 점점 굳어간다. 창백하다 못해 피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 같은 아이의 얼굴은 보는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아이의 고통이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사람들이 해리슨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자, 해리슨은 혜를 한번 슬쩍 보고 아이에게 말한다.

-음···. 내가 봤을 땐 이 사람들은 모르는가 봐. 아 그렇군!

해리슨은 묘안을 떠올린 것처럼 번뜩 눈을 뜬다. 그리고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이 사람들이 모르면···. 네가 알고 있구나! 이 사람들에게 묻는 게 아니었어.

해리슨은 아이를 옆자리에 앉히고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아이의 눈을 맞춘다.

번뜩이는 안광과 살짝 벌려진 입,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얼굴에 아이는 경기가 일어나 몸을 떨기 시작한다. 아이의 눈이 거의 뒤집어지기 전 와그너가 외친다.

-잠깐! 아이를 놓아줘.

해리슨은 그대로 얼굴을 돌려 와그너를 쳐다본다. 웃고 있던 표정은 한순간 일그러지고 해리슨은 불처럼 화를 낸다.

-닥쳐! 너한테 묻지 않았어! 감히 우리가 대화하는 데 끼어들다니!

해리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와그너의 얼굴을 후려친다. 와그너는 바닥에 고꾸라진다.

해리슨은 무릎으로 와그너의 머리를 누르며 고함을 지른다.

-얼마나 중요한 대화 중이었는데! 네까짓 게 감히!

와그너의 얼굴은 붉게 변하며 핏줄이 서기 시작한다. 와그너는 머리가 터질듯한 고통에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다.

-와그너!

마넬리가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해리슨이 마넬리에 다가가 그녀의 뺨을 때린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모두에게 말한다.

-다 닥쳐! 같잖은 혓바닥을 함부로 나불거렸다간 뒤지는 수가 있어.

해리슨은 얼굴이 싹 바뀌며 다시 아이의 옆에 앉아 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자, 이제 말해보렴. 칼은 어디 있니?

아이의 눈동자는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혼탁하다. 아이는 입을 벌린 체 침만 흘리고 있다.

-이런! 젠장! 빌어먹을 것! 나가 죽어도 시원찮을 놈들! 이 애의 부모란 녀석들은 어딨어?! 애한테 말하는 법도 안 가르치고 말이야!

해리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묶여있는 사람들 쪽으로 쳐다보았다. 유독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는 파토스를 발견한 해리슨은 파토스를 향해 손을 뻗는다.

파토스의 몸이 공중에 떠 오르며 해리슨의 손으로 날아간다. 해리슨의 손에 파토스의 멱살이 잡힌다.

-네가 애 아빠야? 애한테 글도 안 가르치고 뭐 하는 짓이야?

해리슨은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말한다.

파토스는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아니야! 내가 아니야! 저 아이의 아빠는 이상한 괴물들에게! 웁!

파토스는 자기 입에서 튀어나오는 입을 막고 곁눈질로 아이를 쳐다보았다. 누가 자기 아빠가 괴물에 잡아먹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정신일 수 있겠는가?

파토스는 땀이 가득 맺힌 얼굴을 떨며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아이는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아이의 얼굴은 대리석처럼 굳어버렸고 입술은 납빛으로 변했다.

-괴물? 그럼, 너희 파피가 있던 축사에서 살았던 놈들이구나!

해리슨은 괴물이란 단어로 그들이 파피가 숨어들어 간 축사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해리슨은 축사의 흔적마저 깔끔하게 지워진 그곳을 보고 생존자가 남아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해리슨은 파토스를 바닥에 던지며 웃으며 말한다.

-아하하하! 그간 그 축사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 특히 파피가 많이 도와줬어!

그 말에 마넬리가 반응한다. 마넬리는 해리슨에게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도움을 받았다니···.

-아! 아! 너희는 잘 모르겠지. 너희 덕분에 그분들이 지상 위로 나올 수 있을 거야.

-얼렁뚱땅 넘기지 말고 확실히 말해! 무슨 짓을 한 거야?!

마넬리는 흥분하며 해리슨에게 소리쳤다.

해리슨은 혀를 차며 마넬리에게 말한다.

-저기, 착각하고 있나 본데. 지금 너희가 나에게 질문할 처지라고 생각한 거야?

해리슨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마넬리의 얼굴에 가까이 맞대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너희도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나도 너희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해리슨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가슴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낸다. 해리슨은 총구를 마넬리의 이마를 향해 겨눈다.

해리슨은 조준하는 시늉으로 왼쪽 눈을 감는다. 그리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다.

-안돼!

와그너가 핏줄이 터진 눈을 부라리며 외치지만 해리슨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해리슨은 총구를 마넬리의 이마에 밀착시킨다.

마넬리는 분노에 치를 떨며 눈을 감고 마른침을 삼킨다.

그때 호크가 나선다.

-그 사람은 떠났어! 내가 일어나 확인했을 때 이미 사리진 후였어! 게다가 그를 따르던 아이까지 말이야.

해리슨은 말을 어기고 입을 연 호크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다가가던 중 그와 함께하는 아이가 있다는 소리에 멈추어 선다.

-뭐, 칼이 아이를 데리고 다녀? 방사능 처리반이? 이거 재밌는데?

해리슨은 호크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로운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옅은 미소를 띤다. 그러나 이내 곧 표정이 바뀌며 호크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다.

-근데 누가 함부로 입을 열어도 된다고 허락했지?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는지 호크는 호쾌하게 웃으며 해리슨에게 말했다.

-제기랄! 이 정도 거리에도 쓰레기 냄새가 나는데, 곁에 붙어있던 저 아이는 오죽했겠군.

호크의 말에 해리슨도 따라 웃기 시작한다.

-너 진짜 마음에 든다. 너는 꼭 데려가야겠어.

그리고 호크 앞에 쭈그려 앉아 그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획 넘긴다.

호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해리슨을 노려본다.

-너는 네가 직접 귀여워해 줄게~.

해리슨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호크를 게슴츠레 바라본다.

모두가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볼 때 갑자기 해리슨이 몸을 돌려 문을 향해 총을 쏜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총성에 몸을 숙인다.

해리슨은 벽을 따라 총구를 움직이며 총을 쏜다.

총알이 박힌 자리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며 집 구석구석에 화약 냄새가 퍼진다.

-아닌가?

해리슨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직 열기가 남은 총구로 머리를 긁적인다.

그때 호크가 박차고 일어나 해리슨에게 달려든다. 호크는 탄창에 6발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해리슨이 마지막으로 창문 아래쪽으로 격발했을 때 소매 아래 숨겨둔 칼날 조각으로 손을 포박한 줄을 끊어내었다.

호크가 달려들자, 그를 따라 사람들도 해리슨에게 달려든다. 그들은 아직 손이 묶여있지만 몸을 던져가며 해리슨에게 덤빈다.

해리슨은 단순히 달려들 뿐인 사람들의 공격을 뒤로 물러나며 피하려 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얀 털들이 그의 발을 잡고 있다. 그 털들은 창을 통해 들어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림들이 그를 향해 뛰어들자, 해리슨의 몸이 위로 움직인다. 사람들은 고스란히 서로 부딪히며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천장을 쳐다본다. 해리슨은 발목이 잡힌 채 거꾸로 매달려있다.

갑자기 흰털이 급작스럽게 움직이며 해리슨의 몸은 천장과 바닥을 번갈아 가며 내팽개쳐진다. 그의 몸이 사정없이 매몰차게 바닥과 천장에 매타작당할 때마다 나무 파편이 튀긴다.

그렇게 10번 정도 천장과 바닥을 오간 해리슨은 갑자기 흰 털을 따라 창문 밖으로 끌려간다. 해리슨의 머리가 창문 위 틀에 부딪혀 부서진다.

혼란을 틈타 호크는 다른 사람들을 풀어준다. 결박이 풀린 와그너는 곧바로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뒤를 이어 호크가 바닥에 떨어진 아버지의 권총을 챙기며 나선다. 해리슨이 천장에 부딪힐 때 손에서 권총이 떨어졌다.

칸나는 넋이 나간 아이와 나머지 아이들을 달랜다. 몇몇은 주위에 무기로 쓸만한 것들을 챙긴 채 밖으로 나갔고 몇몇은 집 구석구석으로 숨어 들어갔다.

혜는 어깨 위로 흐트러진 머리로 절뚝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느새 상처에서 새어 나온 피 때문에 그녀의 발에 감긴 흰 천이 벌써 붉게 물들었다.

혜는 뚜벅이며 칸나의 곁으로 다가가 하얗게 질려버린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다리를 절뚝이며 문밖으로 나선다.

문밖으로 나서자, 사람들은 길을 잃은 사람들처럼 숲속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람들을 습격한 해리슨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다. 흙바닥에는 무언가 쓸린 흔적이 남아있다.

와그너와 마넬리는 낮은 자세로 흔적을 살피며 그 흔적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하고 있다. 호크는 그 옆에서 숲속을 둘러보며 경계를 선다. 그는 어느새 탄창에 총알을 채워 넣은 후다.

와그너는 흔적이 숲속으로 이어진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집중하며 쳐다본다.

그때 숲속에서 나무가 부서지며 땅이 울릴 정도로 거대한 포효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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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위협 24.08.02 2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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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하얀 도마뱀 24.07.26 26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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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천혜의 영토 24.07.18 24 0 15쪽
31 검은 옷의 사람들 24.07.15 22 0 16쪽
30 아저씨 24.07.11 25 0 16쪽
29 마넬리와 와그너 24.07.08 23 0 15쪽
28 발각 24.07.04 24 0 14쪽
27 집으로 24.07.01 26 0 12쪽
26 아침. 24.06.27 25 0 14쪽
25 지켜야 할 사람들 24.06.24 25 1 13쪽
24 샛별 24.06.20 25 0 12쪽
23 파피(2) 24.06.17 25 0 16쪽
22 살아남은 자들 24.06.13 28 0 14쪽
21 파피(1) 24.06.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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