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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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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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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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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아저씨

DUMMY

-아빠!

나는 어두운 밤 아래 피어난 모닥불 옆에서 깨어났다. 싸늘한 공기가 머리 위로 지나며 잠시 멎은 나의 감각을 깨웠다.

내가 깨어난 곳은 절벽 위가 아닌 하늘이 뻥 뚫려있는 평지였다. 이미 될 대로 검게 변해버린 하늘 탓에 사람들은 각자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모닥불을 피워 지친 하루를 달래고 있다.

내가 누워있는 곳은 사람들에게서 꽤 떨어져 있었다.

주황빛이 땅 위로 자라난 모든 것들을 덮는다. 모닥불 주위로 모여있는 사람들이나 풀잎 위에서 노래하는 이름 모를 벌레까지.

주황빛이 닿지 않는 곳에는 남색의 하늘이 덮여있다. 남색으로 물들은 저 나무 사이에는 번쩍이는 두 눈동자가 아른거리다 사라졌다.

식은땀으로 온몸이 젖어버린 나는 지금 내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혹시 이곳이 천국이 아닐지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없었기에 천국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마넬리, 일어났구나!

내 곁에는 와그너가 있었다. 와그너는 나를 와락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혹여나 아버지도 나처럼 살아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 잠시 나에게 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것이라고, 내가 보았던 절벽에서 떨어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모두 다 꿈이라고 여기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다. 나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아버지를 찾았다.

-괜찮습니까?

그때 내가 누워있던 곳에서 모닥불 너머에 있던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허름한 옷차림의 그 사람은 입고 있는 옷과 비슷하게 용모도 너저분했다. 길게 기른 더벅머리가 눈 앞을 가리고 있고 얼굴은 수염으로 덮여 있다. 머리 군데군데 새치가 많았기에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목소리로 보아 20대인 모양이다.

그 사람은 작은 칼을 이용하여 나무를 깎고 있었다. 칼에 모닥불의 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며 광택을 낸다. 그 남자는 나뭇가지를 깎아 긴 막대를 만들고 있었다. 그 조각의 길이는 어른의 팔보다 길었고 한쪽 끝에는 뾰족하게 깎여있다.

정성스레 깎은 막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막대를 유심히 관찰하던 남자는 그 막대를 자신의 오른쪽에 펼쳐놓은 보자기 위에 둔다. 그 막대의 밑으로 이미 많은 막대가 보자기 위에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 그 남자의 왼쪽에는 아직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나뭇가지들이 쌓여있다.

방금 손질하던 막대를 내려놓은 뒤 나를 쳐다보던 그는 단검을 검집에 넣고 그의 뒤에 놓여있던 커다란 배낭 옆 주머니에 꽂아 넣는다. 보자기 위 막대들을 나란히 정리하고 그대로 보자기로 싸 배낭에 넣는다. 그리고 난 후 배낭에서 천으로 둘러싼 무언가를 꺼낸다.

그는 불 옆에서 그 천을 조심히 펼쳤다. 그 안에는 잘 말려진 육포가 있다. 어떤 고기를 이용해 만든 것인지 몰랐지만 육포에 향신료를 발라 말렸는지 그 옆에만 있어도 코가 간질거린다.

-드세요.

아직 어안이 벙벙한 나는 멍하니 그 육포를 바라보다 그 남자를 보았다.

절벽으로 떨어진 순간 이후 기억을 잃어버린 난 혼란스러웠다. 기억을 잃은 사이 난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는지···.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머릿속에 몰아치며 나를 괴롭힌다.

-이분이 너를 구해주셨어. 얼마나 빠르던지! 순식간에 달려와서 절벽에 떨어진 너의 발목을 겨우 잡으셨지.

나를 끌어안았던 와그너가 나를 놓아주며 말했다. 나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와그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는?

와그너는 나의 시선을 피하며 땅을 내려본다. 와그너는 입을 꾹 다물고 우물쭈물할 뿐 말하지 않는다.

-구하지 못했습니다.

와그너 대신 그 남자가 대답했다. 그 남자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회색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일렁거리는 불빛이 반사되어 비치는 그 눈동자는 흔들림도 없이 나를 똑바로 응시한다.

나는 한없이 그 눈동자를 바라보다 슬며시 모닥불로 시선을 옮겼다. 모닥불의 중심, 불이 피어난 자리에서 타들어 가는 목재를 보며 나는 한동안 말없이 숨죽인다. 나의 모습을 걱정하는 와그너까지 조용히 나를 지켜보니 모닥불이 나무를 태우는 소리만 들린다.

타닥타닥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슬프지 않다는 건 아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다만 슬픔보다 더 큰 감정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뿐이다.

하루살이가 모닥불에 몸을 던진다. 점점 모닥불 깊숙이 들어갈수록 그 존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코끝에는 역한 냄새만 남는다.

허무하다. 너무 허무하다. 생명이 이렇게 쉽게 꺼지다니 여태껏 살아온 의미가 어디로 간다는 것인가? 저 벌레는 냄새라도 남겼지만, 아버지는 무엇이라도 남긴 것이 있는가? 목숨이란 이렇게 가벼운 것인가? 세상에 염증이 난 나는 슬픔보다 큰 공허함을 느꼈다.

-드세요.

그 남자가 나에게 한 번 더 육포를 건넨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방금까지 허무함에 빠져있던 나는 육포의 냄새를 맡고 배가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내가 미워진다. 내가 밉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살려고 하는 나의 의지가 너무 밉다. 생명이 한순간 꺼져버릴 불씨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나의 정신과 다르게 나의 몸은 살기 위해 먹을 것을 달라고 투정을 부린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누워 모닥불에 등을 돌린 채 몸을 움츠린다. 그리고 자기혐오에 빠져 밤새 허우적거린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타다 남은 장작뿐이다. 불은 이미 꺼져버렸고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추위에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새우처럼 굽은 등을 펴고 눈을 비비고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자고 있다. 그들도 역시 밤사이 떨어진 기온에 추위를 느꼈는지 서로 엉겨 붙어 있거나 불 주위에 모여있다. 그렇게 다들 자고 있을 줄 알았지만, 깨어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남자가 사라졌다. 나만 꺼져버린 모닥불 근처에 동그라니 남겨져 있다.

나는 다시 누워 눈을 감았다. 자고 일어나니 다시 머릿속으로 몰려드는 잡념이 도를 넘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때 누가 나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 남자다. 그 남자가 나를 보며 검지를 세워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오라며 손짓한다. 나는 계속 누워있다간 다시 자신의 추악함을 되새기며 하루를 보낼 거란 생각에 그를 따라나섰다.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잡념을 떨쳐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깊지 않은 계곡이다. 우리가 야영한 곳 근처에 계곡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예쁘게 빚어진 자갈들이 계곡을 따라 쭉 이어진다. 간혹 나보다 큰 바위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나무들과 하늘이 물을 거울삼아 용모를 단정히 정리하였다. 경사가 완만한 깎인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계곡물은 한 치의 급급함 없이 여유롭게 내려갔다.

그는 나에게 조잡하게 나무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자랑스레 내민다.

-이게 뭐예요?

-배···. 입니다.

나는 실제로 배를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배가 아닌 것을 배라고 속인다면 언제든지 속아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배라고 하기에는 마음 한편에서 그것이 배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

내가 의심의 표정으로 그 사람이 배라고 명칭 한 것을 볼 때 그 사람이 말했다.

-옛날에는 죽은 사람을 위해 배를 띄운다고 하더군요. 어느 나라의 풍습인지···. 이게 정말 맞는 방법인지 모르겠지만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를 위해 배를 띄운다니···.

-그렇게 죽은 이를 추모하며 슬픔을 달래는 거죠.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가 나에게 배를 내민다.

-직접 띄워봐요.

나는 그 배를 받고 한참을 서서 망설였다. 이것이 정말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나뭇가지들을 엮어 만든 배를 보니 어젯밤 그가 밤새 이것을 만들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의 옆에 남아있던 나뭇가지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죽은 이들은 남아있는 사람의 기억 속에 더 오래 남을 겁니다.

그 말에 나는 그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그 사람은 다정한 눈길로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나는 내 무릎 가까이 물이 찰 때까지 계곡으로 들어갔다. 나는 다시 한번 마른침을 삼키고 망설인다. 다시 그 남자를 향해 뒤돌아본다. 그는 강의 가장자리에 서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물에 배를 띄웠다. 이상하게 생기긴 해도 배는 물 위에 떠서 점점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잔잔한 물살 위에 타올라 멀어지기 시작한다.

배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어째선지 나는 그것을 다시 붙잡고 싶은 마음에 달려갔다. 그 남자는 달려가는 나를 보고 계곡 가장자리를 따라 나와 같은 방향을 움직였다.

계곡 바닥에 깔린 돌들이 잘그락거리며 움직인다. 발을 내딛는 곳마다 돌멩이들이 불안하게 흔들리니 제대로 달리기가 어렵다. 균형을 잃고 물에 빠지기일 수다. 그러나 나는 맹목적으로 배를 바라보며 다시 일어나 물속에서 뒤뚱거린다.

그것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점점, 점점 더 멀리 나아간다. 결국 나는 멈춰 선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해의 밝은 미소가 배 위로 비추며 그것을 따라가고 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것이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지켜보았다. 뛰었던 탓인지 마음 한구석이 후련하다.

물을 첨벙이며 그 남자가 걸어온다. 그리고 나의 곁에 서서 뒷짐을 진 채 나와 함께 배가 떠가는 것을 본다.

나는 한참 동안 배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다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아빠···. 잘 가.


아버지를 보내고 나의 일상은 하루 내내 걷고 쉬는 것을 반복한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우리는 쉬지 않고 무작정 앞장서서 걸어가는 그 남자와 타협을 통해 2시간 걷고 20분을 쉬었다. 그 달콤한 20분 동안 사람들은 지쳐 바닥에 쓰러지곤 했지만, 그 남자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나는 수염이 덥수룩한 그 사람을 아저씨라 부르며 따르기 시작했다. 더구나 혼자가 되어버린 나를 곁에서 지켜주던 와그너도 자연스레 아저씨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처음 아저씨라 불렸을 때 반응은 떨떠름해 보였지만 이제는 익숙했는지 처연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우리는 틈만 나면 아저씨의 모닥불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역시 살아온 세월이 혁혁한 아저씨는 우리에게 많은 말들을 해주었다.

아저씨는 가죽을 덧댄 수첩을 들고 다니며 글을 썼다. 어느 날 궁금한 내가 아저씨에게 무슨 글을 쓰는지 물어보았을 때 직접 대답하기를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순간순간 떠오른 글들을 기록한다고 했다. 검게 탄 목탄을 끼워 넣은 나뭇가지를 잡고 기록하는 아저씨의 모습은 소꿉놀이하는 아이처럼 보인다. 수첩이나 연필 대용으로 쓰는 나뭇가지나 그에겐 한없이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 수첩은 내 두 손을 펼친 것보다 넓었는데도 말이다.

길을 걸을 때면 나와 와그너는 나란히 걸어가고 아저씨가 뒤를 따랐다. 항상 아저씨는 행렬의 끝에서 따라왔다. 나는 그런 아저씨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하며 뒤를 돌아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저씨는 밝게 웃으며 화답한다.

-저기 저희는 언제쯤 도착하나요?

무리 중 한 명이 우리를 이끄는 그 남자에게 묻는다. 그 남자에게 말을 꺼낸 사람은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으며 할머니를 부축하고 있다. 그 할머니는 손때가 묻은 나무 지팡이로 땅을 짚고 겨우 숨을 붙잡고 있었다.

-더 이상 저희 어머니가 버티질 못하십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잡고 계신다. 지팡이가 없었다면 할머니는 이미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부은 손가락으로 닳아버린 지팡이의 손잡이 부분을 꼼지락거리며 고통을 참고 있다.

-조금만 더 빨리···.

-원래 이미 도착하고 시간이 남았을 겁니다.

그 남자가 중년 남성의 말을 끊었다.

-이렇게 늦어지는 건 당신네가 선택한 것입니다.

그 남자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한다.

-네?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합니까? 지금 우리 어머니가···.

중년의 남성은 말하다 말았다. 아니 놀라서 숨이 멎는다. 순간 그 중년은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똑똑히 쳐다보고 있는 그 남자의 눈빛은 생명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질적이다. 그의 전체적인 모습은 그대로 박제를 해놓은 듯 전혀 떨림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의 형태를 본뜬 그 속내는 어떠한 생명의 고동도 느껴지지 않는 인형이란 것을 알았다.

중년의 남성이 말하다 말자, 그 사람은 뒤돌아 다시 길을 떠난다. 중년의 남성은 잠시 자신이 혼이 나간 사실을 깨닫고 잊고 있던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그의 어머니는 한 손을 지팡이를 짚는 것이 힘들어 두 손으로 짚은 채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다시 한번 그 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의 불안감이 수중에 떠오른다. 그래 저 눈빛. 내가 느꼈던 상실감과 공허함은 비교조차 불가한 아득히 깊은 심연을 담은 눈동자. 살아있는 것이라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그 남자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아저씨 또한 그 남자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그 남자를 알고 있는 듯 그를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아저씨···. 저 사람 누구인지 알아요?

-방사능 처리반···.

아저씨가 말했다. 아저씨의 표정은 슬퍼 보인다.

-그게 뭐예요?

내가 되물었다. 아저씨는 잠시 말을 꺼내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며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불쌍한 것, 아니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그 대답 이후로 아저씨는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으셨다. 근래 내가 고된 여정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와그너와 함께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 때문이었는데···. 와그너와 나는 서로 눈치를 보며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려 말도 없이 그저 걷기만 하는 아저씨를 돌아볼 뿐이었다. 아저씨는 땅을 쳐다보며 슬픔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다. 방금 중년과 할머니의 일을 보고 사람들은 쉬지도 않고 길을 걸었다. 이미 걸은 지 2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누구도 쉬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사람들의 대화도 들리지 않았다. 평소라면 희망에 찬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는데 고요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은 이어졌다.

중년의 남성과 할머니는 결국 대열에서 이탈하였다. 그 둘은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길가에 앉아 쉬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나가며 그들을 흘깃 쳐다보고 지나간다.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나와 와그너, 아저씨가 지나쳐 간다.

-괜찮아요?

내가 그 중년의 남성에게 물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려 얼른 가라는 뜻의 손짓을 했다. 나는 머뭇거리다 발을 뗐다. 한참을 가다 뒤돌아보았을 때 할머니는 중년 남성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있었다. 그 중년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그렇게 끝을 알 수 없는 고행이 시작되고 한참이 흐른 후 뒤에서 아저씨가 말했다.

-도착했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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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천혜의 영토 24.07.18 24 0 15쪽
31 검은 옷의 사람들 24.07.15 23 0 16쪽
» 아저씨 24.07.11 26 0 16쪽
29 마넬리와 와그너 24.07.08 24 0 15쪽
28 발각 24.07.04 24 0 14쪽
27 집으로 24.07.01 26 0 12쪽
26 아침. 24.06.27 25 0 14쪽
25 지켜야 할 사람들 24.06.24 25 1 13쪽
24 샛별 24.06.20 25 0 12쪽
23 파피(2) 24.06.17 25 0 16쪽
22 살아남은 자들 24.06.13 28 0 14쪽
21 파피(1) 24.06.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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