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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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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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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마넬리와 와그너

DUMMY

-어딜 보고 있어?

혜가 하늘을 감상하고 있는 AI에 말했다. AI는 디스플레이로 찜찜하다는 듯 가늘게 뜬 눈을 나타내고 있다.

해가 기울어지며 하얀 구름을 핑크빛으로 색칠한다. 구름의 본연의 색을 덮어버린 것이 아닌 옅게 칠한 그 분홍색은 만족감과 안도감을 선사한다. 뭉게구름에 칠한 탓에 굴곡진 부분에 약간의 음각이 새겨지며 입체적인 느낌을 한껏 더한다. 그렇게 물들어진 구름은 붉게 변해버린, 잠시 멈춘 듯한 하늘 속에서 표류하듯 유유히 떠다닌다.

체감상 가까워 보이는 저 산들의 햇빛을 마주하지 않은 면에는 고스란히 그림자가 산비탈을 따라 내려앉는다. 결국 그 그림자는 빠른 속도로 산의 정상에 도달하고 산 능선을 따라 이동한다.

해가 모습을 감추며 점차 흥이 가라앉은 바람들은 차분히 풀잎들을 흔들었다. 그러나 아쉬워하는 바람들은 조금이라도 흥을 올리기 위해 일행들 사이로 지나며 그들의 열을 빼앗는다. 덕분에 지쳐버린 일행들은 그 바람에 몸을 맡기며 열을 식힌다.

-아···. 혜 아가씨. 아무것도 아닙니다. 누가 제 욕을 하는 느낌이라···.

혜는 콧방귀를 뀌며 AI가 하는 말을 시답잖게 넘기며 들고 있던 나뭇가지 더미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칼 때문에 원치 않은 고된 행군을 끝마친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쉴 곳을 마련하기 위해 역할을 나누어 분담하였다. 칼과 와그너는 주변 숲속을 순찰하며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찾거나 일행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있는지 살핀다. 한나와 맥스는 사람들이 깔고 잘만한 나뭇잎들을 모으고 있으며 마넬리와 혜는 불을 피우기 위해 적당한 나뭇가지와 불쏘시개를 모아 왔다. 파토스는 마차의 상태를 점검하고 수리한다. 칸나는 몇 명의 아이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며 놀아주었다. 몇몇 아이들은 기어다니는 늑대 새끼들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혜가 바닥에 던져 놓은 나뭇가지 위로 마넬리가 직접 가져온 마른 나뭇가지들을 사뿐히 내려놓는다. 마넬리는 손을 털며 일어나 양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나뭇가지를 내려보았다. 그녀의 무릎 가까이 쌓인 가지 더미를 보며 마넬리는 이 정도면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혜! 그 정도면 충분해. 이제 불 피울 준비를 하자.

팔에 나뭇가지를 한 아름 끼고 있는 혜가 나뭇가지를 마저 줍고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혜는 마넬리를 보며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나뭇가지 뭉치를 낑낑거리며 들고 와 더미 위에 올려놓는다.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히며 우둑거리는 소리를 낸다.

허리를 쭉 펴고 AI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을 한 번 쳐다본 후 마넬리와 혜는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둘은 긴 나뭇가지를 작게 부순 후 불을 피울 자리에 쌓는다. 바람이 잘 통하기 위해 난잡하게 쌓아 올린다. 그리고 마넬리가 불쏘시개 대용으로 모은 풀잎과 나뭇잎을 모은 다음 그 위에서 부싯돌을 맞부딪혀 불똥을 튀기기 시작한다.

불쏘시개에 연기가 피어오르자 마넬리는 입으로 바람을 불었다. 연기가 더 짙어지며 작은 빛이 보이더니 순식간이 불꽃이 일어난다. 마넬리는 불이 붙은 불쏘시개 뭉치를 나뭇더미에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불이 나무로 옮겨 타며 크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불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은 주위를 따뜻하게 감싸기 시작한다. 비교적 다른 이들보다 맡은 일을 빨리 끝낸 마넬리와 혜는 모닥불 주위에 앉아 지친 몸을 달랜다. 혜는 무릎을 턱까지 당겨 다리를 양팔로 감싼 후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는다. 마넬리는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잠시 불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그대로 뒤로 눕는다. 이렇게 맨땅에 드러누워 하늘을 본적이 언제인가 따져보던 마넬리는 눈을 감는다.


-마넬리, 우리 딸!

유난히 푸른 하늘,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이 저 멀리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낼 때 아버지는 나를 안아주셨다.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나를 안아주신 것은. 그날들 이후로 우산 없이 마주한 먹구름이 얼굴에 덮여있는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밝게 웃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익숙하지 않고 어색하지만 처음 느껴본 그때의 감정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어깨너머로 본 하늘을 보며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안길 당시 느꼈던 감정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치밀어 오르는 불안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안은 우리를 무심히 지켜보고 있는 남자에게 시선이 갈 때마다 더욱 증폭되었다. 특히나 그의 눈빛. 광택마저 없는 눈동자는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 아닌 인형의 것처럼 보인다.

-이제···. 흑! 이제 살았다!

방금까지 웃고 있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버지는 나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에 다양한 감정들이 오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매우 신기했다.

-자! 어서 가지죠.

아버지가 그 남자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고 방향을 틀어 걸어간다. 그러자 그와 동행하는 사람들도 그를 따라간다. 아버지도 따라나선다.

아버지가 왜 그 남자를 만나 그리 기뻐했는지, 그 남자를 왜 따라가야 하는지 몰랐다. 아버지와 그 남자 사이에 일말의 대화가 오가는 것을 보았지만 정확하게 무슨 내용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와 만나기 전 이미 그 남자와 동행하던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 미쳐버린 땅 위에서 겨우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온 사람들. 우리와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가?

그 질문이 떠올라 그를 유심히 보았다. 그의 곁에는 구체의 무언가가 허공에 뜬 상태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때마침 해가 거의 져가는 숲속이라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내가 그것의 정체를 파악하려 할 때 그것이 나를 똑바로 본다. 아니 잘 모르겠다. 그것에는 눈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없었고 몇 개의 불빛이 잠시 깜박거릴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 그것이 나에게 준 그 느낌은 잊지 못한다. 멸시, 혐오, 무시, 배척, 불편, 증오, 미움 등 갖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나는 곧바로 눈을 내리깔았다. 나는 너무 두려웠다. 저 사람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도 좋은 곳이 아님이 확실하다. 나는 혼자였다. 우리 가족과 함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그때 누가 내 손을 잡는다.

-고개 들어.

그 아이는 우리 가족이 그 남자를 만나기 전 이미 그 남자와 동행하던 부부의 아이다. 나의 시선은 꼭 잡은 두 손에서 그 아이의 얼굴로 옮겨갔다. 땀에 찌든 앞머리가 그의 눈을 덮고 있었지만, 벌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 아이의 두 눈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보일 듯 말 듯 한 그의 눈을 자세히 보느라 확실치 않지만 나는 그 아이가 그 무언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가 내 손을 잡자 어째선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겨난 나는 그 아이가 노려보고 있는 대상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진 후였다.

-저건 분명 귀신일 거야.

그 아이가 말했다.

-우리 엄마가 알려줬어. 죽은 사람의 혼이 지옥에 가지 않고 이승에 떠도는 것이래.

나는 섬뜩했다. 더구나 그 아이가 귀신에 대해 설명할 때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기에 더욱 그랬다. 그때 찬바람이 땀에 젖은 나의 등줄기를 스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난다.

-저것의 기에 눌리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너의 몸을 빼앗아 버릴 거야!

내 얼굴이 일그러지자, 아이는 애써 웃음을 참으려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 터져버린다.

-하하하, 너 정말 재밌구나! 그런 건 없어. 다 지어낸 이야기야.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아이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나의 반응에 아이가 뻘쭘해하며 말했다.

-아···. 난 와그너야. 너는 이름이 뭐야?

-나? 나···. 마넬리.

-마넬리! 마넬리, 반가워.

아이가 앞니 2개가 빠진 잇몸을 드러내며 웃는다. 나는 뚱하니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때 아이가 내 얼굴 가까이 그 얼굴을 들이민다. 그리고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래도 말야. 조심해야 해 마넬리. 나, 저 사람이 허공에다 말을 거는 것을 몇 번 봤거든.

말을 끝내고 나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잠시 뜸을 들이다 두 사람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웃음이 튀어나왔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단지 그 아이의 익살스러운 어조가 웃겼는지 아니면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고 그 아이가 한 번 더 나에게 장난을 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확실하게 정할 수 없었다.

우리는 숲속을 빠져나갈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나는 공중을 떠다니는 그것을 본 적이 없다. 와그너가 말 한대로 그 남자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것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쉴 때도 말없이 그저 묵묵하게 입을 다물고 있던 그 남자. 그와 함께 별다른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그와 함께 가는 동안에는 괴물이나 약탈자 같은 존재들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점점 긴장감이 풀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느꼈던 불안감이 사라졌다. 나는 방심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가파른 절벽을 옆에 두고 조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길의 폭이 두 사람이 같이 걸어갈 수 있을 정도였기에 벽에 몸을 밀착하지 않아도 한 줄로 서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었다. 정신을 어딘가에 팔린 채 걷지만 않는다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

그날따라 아버지는 많이 힘겨워하셨다. 그 남자를 만나고 나서 상태가 악화한 것이 틀림없다. 이미 그 전부터 아버지는 갑자기 살이 빠지고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아버지의 손을 잡을 때 가끔 떨림이 느껴졌고 나에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한껏 찡그린 얼굴은 아버지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 남자와 동행하는 3일 동안 악몽을 꾸시거나 우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등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 이러한 증상들이 전부터 간혹 나타났지만, 그 빈도나 정도가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때마침 오늘이 극에 달한 것이다.

아버지는 마른침을 삼켜가며 괴로워하셨다. 힘든 것보다 괴로워하셨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피곤하다며 자리에서 멈춘 채 눈을 질끈 감고 비벼대셨다. 나는 아버지의 곁에서 그가 멈출 때마다 뒤에서 그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말씀하시며 다시 걸으셨다. 그런 일이 반복하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레 일행의 뒤쪽으로 밀려났다.

그런 상태에서 하늘은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질척한 땅을 밟으며 비를 맞는 아버지는 더욱 힘겨워하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뒤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인지하셨는지 힘에 부칠 때마다 잠시 멈칫하며 자세를 다잡을 뿐 내색하지 않으셨다.

몸에 억지로 힘을 주며 걸었던 탓일까, 결국 아버지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시고 말았다. 동시에 비가 내린 바닥에 미끄러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에 두 손에 묻은 채 눈을 꼭 감았다. 그날 비명이 얼마나 컸는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그 협곡 전체에 울려 퍼졌다.

-마넬리!

아버지의 목소리다.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퀭하니 뜬 채 낭떠러지로 고개를 내밀고 아버지를 찾았다. 그때 내 얼굴을 타고 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눈물인지 비인지 구분할 수 없다. 빗물에 젖어 흘러내리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아버지를 찾았다.

-마넬리!

아버지다. 아버지가 벼랑 끝에서 내 키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튀어나온 돌부리를 한 손으로 잡고 버티고 계셨다. 아버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구렁텅이를 한 번 내려다보고 나를 쳐다본다. 비가 아버지의 얼굴로 쏟아진 탓에 아버지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셨다.

얄미운 빗방울이 아버지를 모질게 타박한다.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아버지의 얼굴에 떨어지며 아버지를 구렁텅이로 몰아내기 시작한다. 게다가 거세게 내리는 비는 길에 쌓인 퇴적물과 함께 암벽으로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암벽을 타고 내려가 아버지를 덮친다.

아버지가 다른 손을 손 위로 겹치며 바위를 두 손으로 잡고 매달린다. 구렁텅이를 한 번 보고 다시 아래를 내려볼 수 없었던 아버지는 발을 버둥거리며 밟을 수 있을 만한 틈새나 돌부리를 찾았다. 하지만 지금 붙들고 있는 그것 외에는 아버지가 잡거나 밟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도와주세요!

나는 저 앞에 걸어가고 있던 일행에게 알렸다. 이미 그 사람들은 멈춰서서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는 눈치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아빠가! 아빠가 떨어지셨어요!

머뭇거리던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 튀어나온다. 그러나 눈두덩이에 맺힌 물방울 때문에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그 사람은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첨벙이며 성급하게 달려왔다.

-마넬리!

와그너의 목소리다. 사람들 사이로 튀어나온 것은 와그너였다.

-와그너!

나는 알고 있다. 이건 우리 둘이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그래도 그렇게 달려온 그 아이의 존재가 나에게는 너무 힘이 되었다.

나는 다시 아빠를 내려본다. 나는 아빠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아빠! 조금만 버텨요! 조금만 더!

나는 그때 아버지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약탈자들이 우리 엄마를 겁탈하고 유린하며 목숨을 빼앗았다. 자고 일어나니 동생은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러자 아버지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우며 그를 병약하게 만들었다.

그런 아버지의 얼굴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웃음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자포자기의 심정이 아닌 희망을 품은 사람의 것이었다. 잠시나마 아버지의 얼굴이 빛나 보인다.

-마넬리, 우리 딸. 아빠가···. 아주 밉지?

-아니야!

아버지는 지친 몸으로 나를 끌어안고 거센 비바람을 버티며 강을 넘고 산을 넘었다. 간혹 괴물이 나타날 때는 나를 품 안에 안고서 숨죽이며 밤새 덜덜 떤 적도 있다. 아버지도 무서웠다. 두려웠다. 힘들었다. 도망가고 싶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마넬리 안돼!

와그너가 나의 몸을 붙잡는다. 나는 거세게 저항했다. 하지만 와그너는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아빠가 우리 딸 많이 사랑해요.

-아빠! 아빠! 아니야! 아빠! 안돼!

아버지는 나에게 불 피우는 방법,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먹을 수 있는 약초나 과일을 알려주셨고 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붕대를 매는 법과 상처를 소독하는 방법, 길을 찾는 방법, 지도를 보는 방법 등···.

-우리 공주님···.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린다.

-아니야! 아니라고! 아빠! 아빠! 도와주세요! 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아빠! 아빠! 안돼!

아버지의 손이 바위에서 떨어졌다.

-마넬리!

와그너가 외쳤다.

나는 벼랑으로 내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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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검은 옷의 사람들 24.07.15 23 0 16쪽
30 아저씨 24.07.11 25 0 16쪽
» 마넬리와 와그너 24.07.08 24 0 15쪽
28 발각 24.07.04 24 0 14쪽
27 집으로 24.07.01 26 0 12쪽
26 아침. 24.06.27 25 0 14쪽
25 지켜야 할 사람들 24.06.24 25 1 13쪽
24 샛별 24.06.20 25 0 12쪽
23 파피(2) 24.06.17 25 0 16쪽
22 살아남은 자들 24.06.13 28 0 14쪽
21 파피(1) 24.06.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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