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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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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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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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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

DUMMY

와그너는 쓰러진 나무 뒤에 숨어 쇠뇌를 장전한다. 상황을 보기 위해 곁눈질로 나무 너머를 쳐다보면서 시위를 당긴다. 쇠뇌에 장전된 화살의 화살촉이 반짝거린다.

맥스가 만든 쇠뇌다. 맥스는 나무판자와 여러 금속 조각들을 이용하여 쇠뇌와 화살을 만들었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마땅한 무기가 없다고 생각한 그가 칼의 집을 향해 떠났던 초행길부터 만들어 오던 것이다. 부족한 물자와 시간에 맥스가 만들 수 있던 건 고작 3개의 쇠뇌뿐이다.

그중 하나를 와그너가 가지고 있다. 와그너는 조용히 나무를 받침으로 삼아 쇠뇌를 해리슨에게 겨냥한다. 차분히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조준한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와그너가 다급하게 몸을 숨긴다. 와그너가 재빨리 반응하지 않았다면 해리슨을 조준하고 있던 눈이 날아갈 뻔했다. 해리슨을 향해 날카로운 나무 파편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해리슨은 머리에 박힌 화살을 빼내고 고개를 뒤로 젖혀 와그너를 바라보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의 것이 아닌 그의 행동은 와그너의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섬찟했다. 그렇게 머리를 뒤로 젖힌 상태로 몸 거꾸로 뒤집은 채 기어 왔다면 그 자리에서 지려버렸을 것이다.

다행히 해리슨이 와그너에게 다시 공격할 시점, 다른 곳에서 화살이 날아와 해리슨의 목에 박혔다. 그 화살은 와그너가 쏜 것이 아닌 해리슨의 왼쪽에서 날아온 것이다. 화살이 목에 꽂히며 해리슨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쓰러지지 않은 해리슨은 몸을 떨며 몸에 박힌 화살을 잡아 뽑았다. 그때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명이나 외침도 내뱉지 않았다. 화살 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다 금방 막혀버린다.

대지를 찢을 정도의 힘을 쓰고 난 탓일까? 쉴 새 없이 나불대던 입은 꼭 다물고 그 자리에서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뒤로 젖혔던 고개를 다시 똑바로 들고 몸을 돌려 화살이 날아온 왼쪽 숲을 주시한다. 마치 그의 몸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모양이다.

와그너는 사람들을 묶어놓고 위협을 가하던 그 당시의 모습과 다른 해리슨을 보며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상황을 놓칠 리가 없는 와그너는 곧바로 해리슨에게 쇠뇌를 발사했다.

해리슨은 약간의 냉소를 지으며 와그너가 쏜 화살을 막아냈지만, 다른 화살을 막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좋았어!

와그너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며 작전이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녀석 그 ‘이상한 능력’을 쓸 때 꼭 목표물을 주시해야 하는 모양이야. 직접 조종하거나 목표에 발사할 때 말이야.

와그너가 작은 목소리로 마넬리와 맥스에서 말했다. 맥스는 스스로가 만든 쇠뇌를 양손에 곡 쥐고고 와그너의 말에 집중한다.

매일 마을 안에서 한나와 같이 기계를 만지던 그가 이렇게 실제 작전에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심적으로 매우 떨려 손에는 식은땀들이 줄줄 흐른다.

그는 쇠뇌의 원리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쇠뇌를 잘 다루지 못했다. 해리슨을 맞추지 못한다면 작전을 망칠 것이다. 해리슨을 상대한다는 사실과 작전을 망치 것 같은 불길함에 그는 불안을 떨쳐낼 수 없다.

하지만 맥스의 상황을 마넬리와 와그너가 모를 리가 없다. 와그너는 맥스를 고려하며 지시 사항을 내렸다.

-우리는 각자 따로 떨어져 사방으로 해리슨을 둘러싼다. 내 예상이 맞다면 그 녀석은 동시적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완전히 막을 수 없을 거야. 우리는 번갈아 가며 그 녀석의 시선을 끌고 다른 사람들은 그 녀석을 쏴 맞춘다. 그리고 계속 위치를 움직이며 그 녀석에게 교란을 준다. 맥스, 너는 굳이 맞출 필요는 없어. 오히려 맞추지 못하고 녀석의 관심을 끈다면 나와 마넬리가 그 녀석을 끝장내면 돼.


-그래, 맥스 너는 맞추지 않아도 돼. 그냥 녀석의 시선만 끄는 거야.

맥스는 쇠뇌를 끌어안고 나무에 기대 혼자서 되뇌었다. 눈을 감고 자그맣게 속삭이며 스스로 불안을 떨쳐내려 하였다. 간혹 곁눈질로 해리슨을 보며 기회를 살폈지만, 갑자기 땅이 울리며 진동하자 나무 뒤로 몸을 움츠리며 숨겼다.

-아, 괜찮아.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아.

하지만 이내 곧 눈을 치켜뜬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진정해. 진정해.

그때 와그너의 화살이 해리슨의 머리를 꿰뚫었다. 맥스는 당황한 얼굴로 허겁지겁 화살을 장전한다. 손에 땀이 차 화살을 쇠뇌에 끼우다 화살을 떨어뜨린다.

해리슨이 와그너에게 반격한다. 얼른 그 녀석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데 계속 손에서 화살을 놓친다. 그가 만든 쇠뇌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해리슨이 괴이한 자세로 와그너에게 다시 한번 공격을 가하려는 순간 반대편의 마넬리가 해리슨의 목을 맞추었다. 그 덕분에 맥스는 한시름 놓으며 천천히 쇠뇌를 장전한다. 그리고 숨을 참고 해리슨을 향해 겨눈다.


맥스는 와그너가 해준 말을 떠올린다.

-맥스, 이렇게 개머리판을 어깨에 받치고 화살촉 끝을 그 녀석을 향해 맞춘 다음 숨을 편히 내쉬고 참은 뒤 쏘면 돼. 너무 어려워할 거 없어. 네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거야. 그러니 네 생각에 달렸어.


-그래. 할 수 있어.

맥스는 숨을 반쯤 내쉬고 숨을 참는다. 심장박동이 들린다. 얼마나 떨리면 심장이 뛰는 것에 따라 상체가 앞뒤로 움직인다.

몸이 계속 떨려 결국엔 나무에 몸을 기댄 채 해리슨에게 쇠뇌를 겨눈 뒤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다.

해리슨이 몸을 꿈틀대며 움직였기에 조준하기가 쉽지 않다. 맥스는 답답한 마음에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그러나 맥스는 때를 기다린다.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냥 빨래 쏘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버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때.

맥스는 방아쇠를 당긴다. 타이밍이 좋게 와그너가 동시에 발사한다.

이미 위치가 발각된 와그너가 쏜 화살은 가볍게 막았지만, 맥스의 화살을 기운차게 해리슨의 왼쪽 무릎을 맞추었다.

순간 왼쪽 다리에 힘이 풀리며 해리슨이 주저앉는다.

맥스는 다시 나무 뒤로 몸을 숨기며 이마에 묻은 땀을 닦아낸다. 이미 그의 옷은 긴장에 의해 땀에 흠뻑 젖어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맥스는 왠지 모를 개운함을 느꼈다. 심장은 방금보다 더 빨리 뛰며 흥분에 빠져 있다. 해리슨을 맞췄다는 도취감에 빠진 것이다. 잔뜩 찡그린 얼굴은 활짝 웃는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가 해리슨의 이목을 끌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해리슨은 마지막으로 날아온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알아챘다. 해리슨은 직접 끝장낼 생각으로 그곳으로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와그너는 해리슨은 관심을 끌기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소리친다.

-아!

좀비처럼 걸어가던 해리슨은 발길을 멈추고 와그너를 향해 돌아본다. 와그너는 돌아볼 타이밍에 맞춰 다시 그를 향해 쇠뇌를 발사한다. 당연히 그에게 공격이 막혔지만, 그 사이 맥스는 자아도취에서 빠져나와 몸을 다른 곳으로 숨겼다.

맥스가 숨는 것을 확인하고 와그너는 곧바로 숨지 않고 계속 해리슨과 대치하며 쇠뇌를 발사하였다. 해리슨은 와그너에게 터벅터벅 걸어오며 날아오는 화살을 막기만 할 뿐 해리슨을 향해 반격은 하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남아있는 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와그너는 해리슨과 거리를 유지하며 그와 대치한다. 힘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와그너에게 다가오는 것은 비록 넓지는 않더라도 그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와그너를 집어넣기 위함이 틀림없다.

방금 와그너의 한 발짝 앞의 작은 돌멩이가 움직인다. 눈치껏 살폈을 때 해리슨과 거리가 5m 정도 된다. 이를 보고 와그너는 해리슨의 능력 범위가 5m 반경 정도 된다는 것을 직감했다.

해리슨은 그 사실을 유의하며 해리슨의 이목을 끌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와그너가 이렇게 해리슨의 관심을 끄는 것은 마넬리가 무사히 루나와 칼을 구출하기 위함이다. 와그너는 어느새 마넬리는 구덩이에 빠져 있는 칼과 루나를 도와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칼은 루나를 마넬리에게 건네고 스스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무사히 탈출한 그들은 마넬리와 함께 숲속을 숨어들었다.


-그게 와그너가 세운 작전이야.

마넬리는 칼에게 와그너가 세운 작전을 들려주었다. 칼은 평소 상태의 해리슨이라면 통하지 않겠지만, 지금 저렇게 에너지 소모가 큰 상태에서는 분명 통하리라 생각한다.

루나는 잠시 마넬리와 칼이 대화를 하는 사이 쓰러져 있는 퓨리에게 향했다. 대화 도중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아챈 마넬리가 루나를 찾으러 두리번거리면서 퓨리를 발견하자 놀란 눈으로 루나에게 달려간다.

퓨리를 모르는 마넬리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거대한 털북숭이를 보며 위험한 생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얼른 달려가 루나를 낚아챈다.

루나는 발버둥을 치며 칭얼댄다. 마넬리는 아이의 발버둥에 힘겨워한다. 칼이 다가와서 마넬리에게

-위험하지 않으니 내려주어도 됩니다.

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계속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을 것이다.

-정말 위험하지 않아?

마넬리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칼에게 물었다. 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퓨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루나에게 다가갔다.

퓨리는 쓰러져 있는 와중에도 루나에게 무어라 말하는 듯 소리를 내었다. 고통에 신음을 느끼며 앓는 소리도 내었다. 루나는 그럴 때마다 따뜻한 손길로 퓨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지금 저 털북숭이랑 루나가 대화하는 거지?

-그런 모양입니다.

서로 대화하는 루나와 퓨리를 보며 마넬리는 놀라워한다. 마넬리는 점점 작아지는 퓨리의 모습을 보고 더 놀란다.

고통에 시달리고 있던 퓨리는 루나가 쓰다듬어 주니 많이 안정된다. 앓는 소리가 줄어들며 고통 때문에 찡그린 얼굴이 풀리고 편안한 표정이다.

루나의 손길이 닿을수록 퓨리는 점점 더 평온을 찾는다. 거친 숨소리는 새근새근하게 바뀐다. 잠시 잠에 빠진 듯한 퓨리는 점차 작아지며 처음 루나를 만났을 때처럼 작아진다. 지금은 루나의 손바닥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졸고 있다.

-신기하군. 이런 동물이 있을 줄 몰랐어.

-아마 정화가 이루어진 곳에서만 사셨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아직 방사능이 남아있는 곳에는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이 많습니다. 특히 방사능 수치가 높을수록 그 형태나 특성이 더 괴이한 녀석들이 나타나죠.

사람들을 만나기 전, 그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피폭 구역을 다니며 다양한 생명체와 조우한 적이 많았다.

평범한 생명체라 볼 수 없는 다양한 생명체들. 그것들은 험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의한 결과물들이다. 이전에 칼의 눈을 파먹은 ‘새’들도 그것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칼이 보기엔 퓨리도 그것 중 하나다. 심각할 정도로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곳에서 발견되는 생물들 말이다.

-이제 괜찮은가 보군?

칼이 루나에게 다가가 푸리에에 관해 물었다.

루나는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퓨리를 내려보았다. 칼은 퓨리의 이마를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었다.

-이제 우리도 합류해야 해. 맥스와 와그너가 지금 고생하고 있을 거야.

마넬리는 칼과 루나에게 말한다.


마넬리가 칼과 루나를 구한 즉시 와그너는 숲으로 뛰어 들어가 엄폐물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았다. 이미 주변에는 쓰러진 나무들과 뒤집어진 바위들이 많았기에 숨어들기에 아주 적합했다.

와그너는 해리슨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적당한 바위를 골라 그 뒤로 숨는다.

와그너를 쫓아온 해리슨은 스스로 머리를 두드리며 와그너가 숨어있는 바위를 불과 몇 m를 두고 자리에서 멈추어 선다. 머리를 내리치는 강도가 점점 세지며 해리슨이 서 있는 바닥에 핏방울이 튄다.

와그너는 잠시 숨을 고른다. 그를 쫓는 발소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머리를 내려치는 둔탁한 소리도 점차 줄어들더니 들리지 않는다.

해가 하늘 높이 떠 있을 시간이지만 하늘을 가린 구름과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난 나무들 덕분에 숲은 여전히 어둡다. 차갑고 끈적한 공기가 마르지 못한 채 숲속을 가득 채운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와그너는 가쁜 숨을 억지로 참으며 숨소리를 억제한다.

그때

-여기다!

맥스의 목소리다.

해리슨이 와그너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왔다. 지금 그는 약간 흥분된 상태다.

-안돼.

와그너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와그너가 놓친 것이 있었다. 맥스가 해리슨을 맞춘 후 들뜬 상태가 되어 무작정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수색대를 이끌어 온 그는 아직 노련하지 못한 신입들이 같은 이유로 위험한 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

와그너가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해리슨은 맥스에게 손을 뻗었다. 격양된 상태의 맥스는 와그너와 달리 침착하지 못한 탓에 해리슨과 거리를 두지 않았다. 해리슨과 맥스 사이의 거리는 4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맥스! 도망쳐!

와그너는 소리치며 바위에서 달려 나가 해리슨에게 쇠뇌를 겨눈다. 해리슨은 여전히 맥스를 바라보고 있다.

와그너의 외침에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은 맥스는 뒤돌아 도망가려 했지만, 해리슨의 눈동자와 시선이 맞으며 얼어붙고 말았다.

텅 비어버린 눈동자. 모든 것 빨아들이는 어둠이 그곳에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심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그 느낌은 맥스의 다리를 얼어붙게 했다.

결국 의지와 달리 움직여주지 않는 다리 때문에 그대로 쓰러진 맥스는 쇠뇌를 손에서 놓친 채 바닥을 기어간다.

와그너는 해리슨을 향해 쇠뇌를 발사한다. 목청껏 소리친 덕분에 해리슨은 와그너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알 수 있었다. 해리슨은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화살을 보고 손을 뻗었다.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화살을 공중에서 산산조각 난다.

이미 화살의 운명을 알고 있던 와그너는 바닥에 떨어진 날카로운 나뭇조각을 주어 해리슨에게 몸을 던졌다. 나무 조각 끝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피가 묻어 굳어 있었다.

와그너의 바람과 달리 와그너의 몸은 공중에서 멈춘다. 와그너는 발악하며 손에 쥐고 있던 나무 조각을 해리슨의 이마에 던졌다.

해리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무 조각을 맞는다.

와그너의 얼굴은 점점 붉어진다. 해리슨이 능력을 이용하여 와그너의 목을 조른다. 와그너는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칼의 집에서 해리슨에게 붙잡혔을 때보다 더 요란하게 버둥거린다.

해리슨은 더욱 와그너에게 집중했다.

분명 죽기 직전일 것인데 와그너는 점점 미친 것처럼 웃는다.

맥스가 뒤에서 와그너가 해리슨에게 던진 나무 조각을 주어 해리슨의 등허리에 찔러넣었다.

해리슨을 찌른 맥스의 손을 덜덜 떨고 있다. 맥스는 나무를 찔러 넣을 때 있는 힘껏 찌른 탓에 손목이 점점 아려온다. 감자기 근육 통증이 몰려오며 손목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피부에 나무를 찔러 넣을 때 전해지는 느낌에 속이 울렁거린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차갑고 딱딱한 기계와 달랐다.

결국 맥스는 그 자리에서 구토한다. 비록 지금 맥스의 처지가 좋지 않더라도 그가 한 일은 와그너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해리슨의 신경이 잠시 맥스에게 돌려진 덕분에 와그너는 해리슨의 능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와그너는 흘러나온 침과 콧물을 팔이 쓱 닦는다.

와그너는 한시라도 빨리 맥스를 챙겨 달아날 생각이다. 지금 해리슨과 가까운 거리에서 그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장담하지 못하지만, 와그너는 다른 차선책을 찾는 것보다 몸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와그너는 해리슨을 밀치고 나가서 하얗게 질려버린 맥스를 챙기고 해리슨에게서 멀어진다.

운이 좋았던 탓일까? 그를 막는 그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힘, 해리슨의 힘이 와그너에게 작용하지 않는다. 맥스에게도 작용하지 않는다. 둘은 무사히 해리슨의 능력 범위 밖으로 달아났다.

어찌 된 일이지 확인하기 위해 와그너는 해리슨을 돌아보았다.

와그너는 잊고 싶던 그날을 떠올린다. 부모가 죽었던 그날. 무자비하게 사람들이 죽어간 그날.

그날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던 사람들이 지금 해리슨처럼 몸에서 빛이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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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발각 24.07.04 24 0 14쪽
27 집으로 24.07.01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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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켜야 할 사람들 24.06.24 25 1 13쪽
24 샛별 24.06.2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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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파피(1) 24.06.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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