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처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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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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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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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의 사람들

DUMMY

땅 밑에서 솟아오른 컨테이너에 사람들은 서로 밀치며 타올랐다. 누구보다 빨리 탑승하기 위해 질서는 무시하고 자신과 가족들을 우선하며 남들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넘어지는 아이가 울고 있었지만 내 아이가 아닌 이상, 한 번 보고 바로 지나쳐 버리거나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거친 발길에 차인 아이는 피를 흘리며 부모를 찾았다. 컨테이너 안에서 부모가 뛰쳐나오며 아이를 안고 들어간다.

무지로 가득 찬 혼란 속에서 아저씨와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나마 인간성이 사라진 모습은 내가 서 있는 곳과 그들이 서 있는 곳이 다른 공간이란 느낌을 받는다.

방사능 처리반이라는 남자의 눈을 다시 보고 나서 나의 마음을 집어삼킨 불안함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나의 정신을 양분 삼아 덩치를 키우고 있다. 나는 광기와 혼돈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보며 나의 불안은 내간 직접 조절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그래서 그가 우리와 함께 컨테이너에 올라타지 않고 가버렸을 땐 안도감을 느꼈다.

이때 와그너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부모를 따라 컨테이너에 올라탔다.

아저씨가 말을 끝내자, 사람들의 행렬은 멈춰 섰다. 행렬의 끝에서 서서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기에 줄이 왜 멈춰 섰는지 궁금한 마음에 기웃거리며 앞의 상태를 살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더니 일제히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생존자 귀환 시설이라 불리는 컨테이너는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우리의 탑승을 독촉했다.

아저씨는 그 경적에 반응하며 나를 한 번 내려보고는 나의 앞에서며 그 경적을 막아주었다. 아저씨는 시끄러운 그 소리가 나의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기 들어가고 나서 제 옆에 붙어있어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컨테이너에 오르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우리에게 꽂혔다. 사람들은 뒷자리에 몰려있지 않고 컨테이너의 문 바로 앞에 몰려있었기에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사람들을 밀치며 겨우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비교적 한적한 뒷자리에 섰다.

-생존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제 안전한 지하도시로 모시겠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고 몇몇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아저씨에게 착 달라붙은 채 예민하게 신경을 세웠다.

아저씨는 우리가 자리를 잡자마자 배낭을 내려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겨있는 병 여럿과 지난번에 깎은 나뭇가지들을 꺼낸다. 병에 담긴 액체들은 점성을 가지고 있어 병이 흔들릴 때마다 병의 안쪽 면을 타고 흘러내리며 흔적을 남겼고 나뭇가지는 검게 그을려 있는 흔적으로 열을 가한 것 같았다.

그가 꺼낸 나뭇가지 중 특이한 것이 하나 섞여 있었는데 그것은 직선으로 곧게 뻗지 않고 곡선의 형태로 휘어져 있었다. 그것 역시 불에 그을린 검게 탄 흔적이 있었고 아저씨는 그 곡선의 나뭇가지 양 끝을 줄로 연결하였다. 활을 만든 것이다. 아버지도 사용하셨기에 잘 알고 있다. 그럼 뾰족하게 깎은 나뭇가지들은 화살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지금 활을 왜 준비하는 것인가?

아저씨는 배낭에서 길쭉한 원기둥의 통을 꺼내더니 화살을 담고 옆으로 매는 가방을 꺼내 병을 담았다. 배낭은 내버려둔 채 화살통은 자신의 왼쪽 허리춤에 달았고 병을 담은 가방은 오른쪽으로 메었다. 그리고 활을 꼭 부여잡는다.

액체가 담긴 병은 투명한 병에 담긴 것과 갈색의 병에 담긴 것이 있었는데 냄새를 맡았을 때 투명한 병은 기름이 확실했으나 갈색의 병에 담긴 것은 확인할 수 없었다. 내가 갈색의 병 가까이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려 할 때쯤 그가 나를 알아차리고 나의 행동을 막았기 때문이다.

-위험합니다. 만지지 마세요.

그와 동시에 컨테이너의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컨테이너 입구로 몰린다. 먼저 나가기 위해 서로 밀고 당긴다. 고함을 지르며 싸우기 시작하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그 속에서 아저씨와 나는 맨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난 여전히 불안이 엄습하여 떨리는 심장을 안도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나를 뒤로 숨기며 나의 앞을 막아선다.

사람들의 고함이 멈추고 잠시 잔잔해졌다. 아저씨 때문에 시야가 가려 앞을 볼 수 없어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상황을 살필 때 아주 큰 소리가 났다. 총소리다!

-꺅! 아아악!

사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린다. 발소리가 커질수록 더 큰 굉음이 들리며 피 냄새가 느껴진다.

-아빠!

와그너의 외침이 들린다. 나는 반사적으로 튀어 나갔다.

-와그너!

-이런!

아저씨는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뛰쳐나가는 나의 몸이 조금 더 빨랐다.

컨테이너의 밖은 처참하다.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피가 섞여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다. 신발 밑이 바닥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마넬리!

컨테이너 앞에서 와그너가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에 붙잡혀 끌려가고 있다. 와그너는 발버둥 치며 그들에게서 벗어나려 애를 쓴다. 와그너의 아빠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닥에 누워있다. 그의 엄마 역시 끌려갔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나를 발견한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그들 역시 나를 잡으러 온 것이다. 나는 패닉에 빠져 뒷걸음치다 다른 사람의 팔에 걸려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며 바닥을 짚은 손에는 불쾌한 기운이 팔을 타고 올랐다. 차갑게 식어버린 피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피가 내 손에는 묻어 같이 굳어가고 있다. 숨을 쉴 때마다 비릿한 냄새가 느껴지며 머리 안쪽에서 통증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끼야아악!

비명을 지른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나에게 손을 뻗는다.

그때 내 몸이 뒤로 쑥 빠진다. 아저씨가 내 뒷덜미를 잡고 컨테이너 안으로 당긴 것이다. 낚싯바늘에 걸린 해초처럼 몸에 힘이 빠진 채 공중에 떠오르며 컨테이너 안으로 쏙 들어갔다. 나는 두 팔을 부여잡고 두려움에 떨며 컨테이너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벌벌 떨고 있는 나를 아저씨가 보셨지만, 나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아저씨는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오려는 검은 옷의 사내들을 막아야 했다.

평소 아저씨의 체격을 보면 직접 보지 않아도 엄청 힘이 셀 거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저 정도일지는 몰랐다.

아저씨는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혼자서 밀어내었다. 열댓 명의 어른을 한 번 힘쓰는 것으로 몇 미터 이상으로 날려버렸다.

-이 안에서 가만히 있어요. 절대 나오면 안 됩니다.

아저씨는 온화한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떨리는 동공으로 그를 바라보고 울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나를 안정시키기 위해 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가 컨테이너 밖으로 나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격발 소리가 주위를 채웠다. 사람들의 비명보다 총소리가 크게 들린다. 나는 분명 아저씨가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 나의 우려와 달리 컨테이너 안으로 아저씨가 들어온다. 아저씨의 품에는 나와 같이 공포에 빠져있는 와그너가 있었다.

-더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아저씨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와그너를 품에서 내려놓았다. 나와 와그너는 서로 껴안고 무사한지 확인하였다. 우리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공포에서 벗어나려 노력할 때 아저씨는 우리를 잡으러 오는 검은 옷의 사람들을 처리하기 위해 컨테이너를 나선다.

아저씨는 말이 끝나자마자 재빨리 검은 옷의 사람들에게 내달렸다. 역시 전과 같이 아저씨는 가볍게 그들을 밀어내었다. 나와 와그너는 손을 꼭 잡고 아저씨의 배낭 뒤에 숨어 아저씨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저씨의 배낭은 아이인 우리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숨기에 적합했다.

나의 예상대로 아저씨가 나무로 만든 것은 활과 화살이 맞았다. 아저씨는 그 사람들에게 활을 겨누고 활시위를 당기고 놓는다. 아저씨의 동작은 매우 빨라 마치 기계가 활을 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복되는 동작은 한 치의 흔들림이나 틀림은 없었다.

아저씨의 화살을, 목표를 꿰뚫고 지나가기보다는 살을 뭉개고 짓이기며 파열시키는 것을 보였다. 활이 맞은 곳은 직경 50cm의 모든 것을 삭제시켜 버린다. 그렇기에 활을 맞은 사람들은 연결점이 사라진 몸이 두 동강 나 스러지거나 몸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활을 맞은 부위는 사람마다 달랐는데 이는 아저씨가 그때 잠시 실수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 아니었고 그의 명중률이 낮아서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아저씨가 활을 겨누고 있는 상대는 몸이 전체적으로 백색의 빛을 발광하고 있었다. 특히 어느 한 지점이 유독 밝게 빛났으며 아저씨는 그곳을 조준하는 것으로 보였다. 방금 화살이 어깨에서 빛이 집중되어 반짝이는 사람의 어깨를 맞추는 것으로 보아 나의 생각이 맞는다.

그 사람의 어깨는 완전히 소실되었고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면서 바로 바닥에 쓰러지며 일어서지 않았다. 이제 바닥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산더미다.

방금 쓰러진 사람 외에도 검은 옷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발광하고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서 피부에서 빛이 발하는 것이 잘 보이지 않을 텐데 옷을 뚫고 빛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매우 밝은 듯하다.

나는 도대체 저 사람들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나의 궁금증은 해결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저씨가 갈색 병에 든 새빨간 색의 액체를 뿌리자, 그들의 몸이 발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금 액체를 맞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빛의 세기가 강했다. 그 사람은 장갑을 낀 손으로 다른 이들보다 앞에 서서 아저씨를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총으로 일반인을 죽여오던 사람들은 아무리 총에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아저씨를 보고 전의를 상실한 것으로 보였다. 결국 검은 옷의 사람들은 아저씨의 실력에 말단 나부랭이들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들을 불러온 모양이다. 이제 무작정 달려들기보다 서로 눈치를 보며 공격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 앞장선 사람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이 아저씨에게 말했다.

-누구냐?

아저씨는 말하지 않았다. 아저씨의 눈은 매섭게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빛이 매우 거세게 반짝이고 있는 가슴 정중앙이었다.

-이 새빨간 액체는 뭐냐? 뭔지 몰라도 위험해 보이는데. 일부러 검은 옷을 입은 보람이 없잖아!

아저씨는 말 대신 화살을 날렸다. 이전 바닥에 쓰러져간 사람들과 달리 그는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챘다. 아저씨는 이를 당연히 예상이라도 한 듯 당황하지 않고 바로 활을 쏜다. 이번에는 연달아 여러 번을 쏘았다. 동작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몇 발을 쐈는지 알 수 없다.

아저씨의 기교 같은 활 솜씨에도 그는 한 발도 맞지 않았다. 재빠르게 피하거나 화살을 받아치며 공격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아저씨를 보며 비웃더니 가슴 중앙의 빛이 더욱 세지기 시작한다. 나와 와그너는 눈이 부셔 배낭 옆으로 내민 고개를 다시 배낭 뒤로 내빼며 눈을 감았다.

그 이후로 아저씨가 그 사람을 어떻게 쓰러뜨렸는지 알 수 없다. 빛이 너무 강했기에 눈을 감고도 오랜 시간 장상이 보였으며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고함이 들리고 몇 번의 총격 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폭발로 인한 후폭풍이 불어온다. 나와 와그너는 서로를 꼭 붙잡고 날아가지 않으려 애썼다. 다행히 무겁고 큰 배낭 덕분에 우리는 무사할 수 있었다.

거대한 바람은 주위를 환기했다. 더 이상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았으며 두려움 때문에 답답하고 갑갑했던 마음이 한층 편안해졌다.

폭발이 있고 난 후 더 이상 빛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고개를 내밀고 아저씨가 무사한지 쳐다보았다. 폭발 때문에 아저씨의 옷이 거의 누더기가 되어 버렸고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었지만, 아저씨의 신변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저씨는 곧바로 투명한 병을 사방으로 던지기 시작한다. 투명한 병에 담긴 기름이 불에 닿아 주변을 불바다로 만든다. 불의 벽이 세워지자, 아저씨는 다시 컨테이너 안에 들어와 우리를 살폈다.

-다들 괜찮습니까?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저씨는 배낭을 뒤지며 배낭 안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비롯해 생존에 필요한 것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조잡하게 만들어진 기계를 보여주었다.

제대로 땜질이 되지 않아 헐거워 보였고 안에 들어간 부속들이 잘 보였다. 기계의 중간에는 버튼이 있는데 아저씨가 우리에게 버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이 버튼을 누르면 다시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 이 물품들로 살아가는 겁니다. 터를 잡고 사람들을 모아 마을을 만드세요. 사랑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베풀며 살아가요.

-아저씨는?

나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가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도 가야지. 어, 같이 가야지!

나는 아저씨에게 매달렸다. 나는 애원하였지만, 아저씨는 몸에 묻은 먼지를 집어내듯 나를 떼어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와그너 역시 나처럼 아저씨에게 달라붙었지만 나와 같은 신세였다.

아저씨는 나의 말에 아무런 확답을 주지 않고 컨테이너 밖으로 나간다. 나는 그의 앞으로 달려가 막아서며 말했다.

-아저씨가 안 간다면.... 나도 안가!

나는 악을 쓰며 두 손을 꼭 쥐고 눈물을 흘리는 눈을 꼭 감고 소리쳤다. 아이가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닌 발악을 했다.

-차라리 이 불에 들어가 죽어버릴 테야!

때마침 와그너도 달려와 나와 같이 발악을 하자, 그제야 아저씨는 무릎을 꿇고 앉아 우리의 눈을 맞추었다. 아저씨는 눈을 꼭 감고 통증을 참듯 얼굴을 찡그렸다. 이내 결심을 한 듯 눈을 뜬 아저씨의 눈에는 아련함과 슬픔이 묻어있었다. 아저씨는 튀어나오려는 말을 애써 참으려는 듯 입을 막고 두 손으로 마른세수했다. 그리고 떨리는 입술로 말한다.

-얼른···. 얼른 타세요. 여러분이 할 일은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겁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 있듯 저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이 가야지! 우리끼리 어떻게 하란 말이야. 우린 아직 아이들이라고!

아이란 단어에 아저씨가 움찔거린다. 아저씨는 회상에 빠진 듯 침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다. 나와 와그너는 타오르는 불의 열기를 느끼며 한참을 서서 아저씨의 말을 기다렸다.

그때 아저씨는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사람처럼 눈을 번쩍 뜨며 반응하더니 우리를 안고 바로 컨테이너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 아저씨가 우리를 안고 들어갈 때 어깨 너머로 보인 것은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더 많은 병력을 끌고 온 것이다.

내가 그들을 보고 있을 때 총알이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 아저씨의 등에 총알이 맞으며 피를 튀겼다. 그리고 다른 한발은 병이 담겨있던 가방을 맞췄다.

아저씨는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내려놓고 곧바로 조잡한 기계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컨테이너의 문이 닫힌다. 짧은 순간 컨테이너가 요동을 친다. 나와 와그너는 서로 껴안고 눈을 감고 버텼다.

진동이 멈추고 감은 눈 틈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눈을 뜨자, 컨테이너의 문은 열려있었고 밝은 하늘과 이글거리는 태양이 우리를 맞이한다. 나무들 사이로 바람들이 지나며 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다시 지상으로 나온 것이다.

나와 와그너는 컨테이너 밖으로 나와 하늘에 부유하는 구름을 한없이 쳐다보았다. 서로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각자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들의 마음은 공포와 상실감 속에서 묘한 해방감이 피워내고 있었다.

-아저씨!

나는 뒤돌아 아직 컨테이너 밖으로 나오지 않은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아저씨···.

아저씨는 몸을 웅크린 채 바닥에 엎드려 있다. 아저씨의 가방은 붉은 액체로 물들어 있었고 아저씨의 몸은 검은 옷의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빛을 뿜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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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옷의 사람들 24.07.15 23 0 16쪽
30 아저씨 24.07.11 25 0 16쪽
29 마넬리와 와그너 24.07.08 23 0 15쪽
28 발각 24.07.04 24 0 14쪽
27 집으로 24.07.01 26 0 12쪽
26 아침. 24.06.27 25 0 14쪽
25 지켜야 할 사람들 24.06.24 25 1 13쪽
24 샛별 24.06.20 25 0 12쪽
23 파피(2) 24.06.17 25 0 16쪽
22 살아남은 자들 24.06.13 28 0 14쪽
21 파피(1) 24.06.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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