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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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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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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투

DUMMY

계곡 넘어 숲속으로 이어진 흔적은 처참했다. 무지막지한 불도저가 앞을 막는 모든 것들을 넘어뜨리며 지나갔는지 거대한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나무들로 가득 찬 숲 한 가운데 뻥 뚫린 고속도로가 생겼다.

와그너는 그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며 도대체 무엇이 해리슨을 끌고 갔는지 가늠하려 했지만, 길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어떠한 생명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채 집 밖으로 나와 숲이 파헤쳐진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때 반대편 숲속에서 칼이 뛰쳐나온다.

방금까지 달려오던 칼은 점점 속도를 늦추며 멈춰 섰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가 얼굴이 눈물과 땀에 범벅이 된 채 혼이 나간 사람처럼 똑같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의문스러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칼은 특히 침울한 표정의 혜를 보며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잘못 건드렸다간 눈물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녀의 발은 상처가 심한 모양인지 발을 감싼 천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혜는 칼을 발견하고 눈물이 터질 뻔했지만 입을 악문 채 가까스로 참는다.

사실 그녀는 사람들이 해리슨에게 발각된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없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한없이 자신이 미워지고 초라해진다. 그 누구에게 마음을 두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런 그녀는 칼을 보고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칼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할 때 호크가 총을 발사한다. 총알은 내디딘 칼의 발 바로 앞에 박혔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도대체 네가 뭐길래 ‘저것’이 여기까지 쳐들어오는 거지?

-호크! 뭐 하는 짓이냐?

와그너가 호크에 호통친다. 호크의 위협사격에도 칼은 무덤덤한 표정이다.

-무슨 일인지 나는 잘-.

칼의 말을 끊은 것은 총성이었다. 총알이 그의 얼굴 옆을 스친다. 그의 얼굴에는 생채기 하나 남지 않는다.

호크는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칼이 번견과 같은 족속이라 생각했다.

-잘 모르겠다고? 그런데 저 녀석이 어떻게 너를 알고 있지?

-저 녀석이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지만-.

-닥쳐! 지금 보니 네가 입고 있는 옷과 색만 다를 뿐 똑같이 생겼잖아!

흥분이 고조된 호크가 칼의 말을 끊는다.

-호크, 진정해.

마넬리가 호크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호크는 마넬리를 보며 말한다.

-말리지 마세요. 저 녀석도 검은 녀석과 한패일지 몰라요.

그 말에 마넬리는 총 앞을 막아서며 호크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일단 진정해. 칼은 절대로 번견과 같은 편이 아니야. 내가 보증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총은 넣어놔. 아직 사람들이 몸을 추스르지 못했어.

마넬리의 말을 들은 호크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그들을 살폈다. 사람들은 총성과 호크의 급발진에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그는 진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는 자신을 깨닫는다. 눈 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덕분에 얼굴이 퀭하다.

호크는 총을 쥐고 있는 손을 아래로 뚝 떨군다. 축 늘어진 손끝의 힘이 빠지며 그의 손에서 총이 스르륵 미끄러져 떨어진다.

-칼, 어···. 물론 자네가 놀라지 않았겠지만, 괜찮나?

와그너가 칼에게 물었다. 칼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 번견 하나가 쳐들어왔네. 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우리 꼴을 보면 알겠지. 근데 그 녀석이 너에 관해 묻더군. 혹시 아는 거 있나?

이번에도 칼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번견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던 칼은 번견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수 없다.

-그래 그럴 줄 알았네. 자, 호크 이제 걱정을 거두고 사람들을 챙기지.

와그너는 호크의 어깨를 토닥이며 돌아섰다.

호크가 진정하자, 칼은 잽싸게 집 뒤의 창고로 향한다. 갑자기 칼이 뛰어가니 사람들은 하나같이 칼을 바라보았다.

혜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휘날리며 현관 계단을 내려가 다리를 절뚝이며 칼을 따라 창고로 향했다.

칼은 창고를 뒤지며 자신이 찾고자 하는 물건들을 작업대 위로 올려두었다. 도끼와 망치 방패. 이것들은 마을에서 사건에 휘말려 소실되었던 것들과 같은 것들이다. 두껍고 무거운 철을 덧댄 방패, 금속성의 막대기를 자루로 쓰고 있는 망치와 도끼. 칼은 방패 안쪽에 망치와 도끼를 묶어 놓을 수 있는 가죽끈에 망치와 도끼를 매단다.

칼이 방패를 들고 창고를 나서려 하자, 혜가 문 앞에서 칼을 막아선다.

-어디가?

칼은 나가려던 발길을 멈추고 혜를 내려본다. 그녀의 부산스러운 머리와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이 꼴이 영 아니다.

-가지 마.

혜가 칼에게 말했다.

-가야 한다.

칼은 혜를 옆으로 떠밀며 나선다. 다시 혜가 달려와 앞을 막아선다. 고개를 숙인 채 양팔을 벌려 칼을 막는다.

-나···. 무서워.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옆에···. 있어 주면 안될까?

칼은 혜를 아무 말 없이 쳐다본다. 혜는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발은 상처가 더 심각해 보인다.

칼이 강단 있게 말한다.

-안돼.

단호한 칼의 대답에 혜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고개를 들어 올린다.

-혜, 위험하니 사람들과 있어라. 난 가보겠다. 번견을 추적해야 해.

칼은 혜의 옆을 지나쳐간다.

칼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번견을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옆에 남아있는 건 도저히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혜는 작게 속삭인다.

-여전하구나···. 바뀐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칼은 다시 마당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서로 모여 다독여주며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때 뻥 뚫린 숲속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와그너가 칼에게 묻는다.

-칼, 어떻게 할 거지?

-가야 합니다. 아군인지 적인지 모르지만, 무언가가 해리슨과 싸우고 있을 겁니다. 게다가 아이도, 루나도 거기에 있습니다.

-루나가? 이거 위험한 상황이군.

할 말을 끝냈다고 생각한 칼은 뜀박질한다. 그리고 한 번에 계곡을 넘어 흔적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한다. 쓰러진 나무들을 가볍게 밟고 뛰어오르며 단숨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 모습을 감명 깊게 바라본 와그너가 마넬리에게 말한다.

-난 사실 칼이 떠났다는 호크의 말에 실망했지. 더 이상 우리를 지켜줄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했거든.

와그너는 그의 곁에 서 있는 마넬리를 바라본다. 마넬리도 자신 또한 그랬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다시 칼이 나타났을 때 안도감이 들었어. 우리가 어느새 그에게 길들어진 거지. 그것을 깨닫고 내가 얼마나 한탄스러웠는지 당신을 모를 거야.

-아니, 당신 얼굴에 다 드러났는걸. 적어도 나는 알 수 있었어. 물론 당신도 내 얼굴을 봤다면 내 마음이 당신과 같다는 걸 알았겠지.

-당연히 그러겠지. 지금도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걸.

와그너와 마넬리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동시에 칼이 향한 곳을 바라본다.

-우리도 간다.

와그너가 말한다. 마넬리는 그의 옆에서 밝은 미소를 짓는다.

-이거.

뒤에서 호크가 말했다.

-이거 들고 가세요.

호크가 그는 떨리는 손으로 권총의 손잡이를 그들에게 향한 채 내밀었다.

-너는?

-저는 여기 남아있으려고요.

호크의 불안한 눈빛을 발견한 마넬리는 호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괜찮아. 호크, 너무 무리하지 마.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을 이끄며 지금까지 버텨왔던 호크는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아직 미숙했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아버지를 잃은 그날부터 조금씩 마음이 곪아가고 있는 호크는 해리슨이 나타나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눈앞에서 친구의 죽음을 보고 말았다. 더 이상 그의 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지경이다.

해리슨과 대치 후 그 짧은 시간 동안 호크는 많이 쇠약해졌다. 화상을 입은 부위를 제외한 얼굴이 피가 식어버린 듯 창백하게 변했다.

마넬리는 호크를 안아주며 그의 등을 토닥인다. 불안정하게 떨리는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마넬리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잠시만!

맥스가 다급히 외치며 집 밖으로 나왔다. 그는 무언가를 한 아름 들고나왔는데 꽤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해리슨의 몸이 바닥에서 튀어 오르며 거대한 나무줄기에 부딪힌다. 동시에 나무가 터지며 쓰러진다.

퓨리가 해리슨을 털로 포박한 채 숲속을 휘젓고 다닌다. 해리슨은 바닥에 쓸려가거나 웅장한 나무들에게 매타작을 당한다.

퓨리가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며 타악기를 연주하듯 해리슨을 나무에 두드린다. 그의 머리, 발, 다리 등 부딪히는 곳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난다.

퓨리는 해리슨을 하늘 높이 던진다. 해리슨의 몸이 빠른 속도로 하늘 높이 떠 오르다 점차 느려지면서 떨어진다.

퓨리는 나무를 타고 올라 해리슨이 떨어지고 있는 상공까지 날아오르듯 뛰어오른다. 그리고 공중제비를 돌며 꼬리로 해리슨은 바닥으로 내려찍는다.

쿵!

큰 소리와 함께 해리슨은 바닥 깊숙이 처박힌다.

퓨리는 다시 나무를 타고 내려오며 바닥에 생긴 구멍 주위를 으르렁거리며 돌아다닌다. 퓨리의 등에 매달려 있는 루나는 검은 옷의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퓨리는 아직 그것이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희미하게 그것의 심장 고동과 냄새가 느껴진다.

도저히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새까만 구덩이에서 팔 하나가 튀어나온다. 부러진 팔은 손목이 뒤로 꺾이고 팔이 밖으로 꺾였으나 뼈가 맞춰지는 소리와 함께 팔이 곧게 펴진다.

구덩이 속에서 해리슨으로 보이는 것이 기어 나온다. 발목이 완전히 돌아가 발가락과 발뒤꿈치의 자리가 뒤바뀌었다. 부서진 갈비뼈나 다리뼈가 피부를 뚫고 나오고 끈적이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의 척추가 뒤틀리고 그의 머리는 덜렁거리며 아슬하게 목에 붙어있다.

그러나 거의 시체 같은 해리슨의 몸은 금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살이 찢겨나간 곳은 새살이 차오르고 떨어져 나간 신체 부위는 어느새 새롭게 만들어진다. 뼈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떨어진 살들이 다시 붙기 시작한다.

신체의 장기나 뼈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며 그의 몸은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차츰 그 움직임이 줄어들고 자세가 안정적으로 돌아온다.

완전히 회복된 해리슨은 피로 흥건해진 옷을 입은 채 피를 뒤집어쓴 얼굴로 씩 웃는다. 얼굴을 흘러내리는 피가 입가로 흘러 들어가 그가 웃을 때마다 핏방울이 튄다.

-크하하하하하. 끌끌끌끌.

그의 웃음은 진정이 되지 않는지 도무지 끝나지 않았다.

루나는 공포스러운 광경을 보고 퓨리의 머리에 찰싹 달라붙어 얼굴을 파묻는다. 퓨리는 그것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며 경계한다.

해리슨은 웃는 얼굴을 하며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린다. 그 강도는 점점 세지며 머리에서 피가 터져 나올 때까지 주먹으로 세게 친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웃음이 멈춘다.

-후~ 아이고 죽을 뻔했네.

터져 나오는 웃음 때문에 가쁜 숨을 다스리며 진정한다.

-미안! 미안! 간혹 크게 다치면 웃음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오거든. 이렇게!

해리슨은 시범을 보이는 것처럼 한 번 더 자기 머리를 내려쳤다.

-이렇게, 이렇게 하면 웃음이 멈춰. 후~ 큰일 날 뻔 했네.

그리고 반대쪽 귀를 손가락으로 후벼파며 귀에 들어가 응고된 피를 빼낸다.

-우리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퓨리는 곧장 해리슨에게 달려든다. 퓨리는 해리슨을 물어뜯기 위해 커다란 입을 벌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귀에서 응고된 피를 빼내던 해리슨이 날아오는 퓨리에게 손을 뻗자, 퓨리는 공중에서 멈추어 선다.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는 퓨리는 당황함에 눈동자를 굴리고 몸을 거세게 움직이며 저항한다.

-어우~ 힘 좀 쓰는데.

해리슨은 버거운 척하며 연기를 한다. 장난스럽게 얼굴을 찌푸리거나 숨을 참는 등 진지하게 상대하지 않는다.

손바닥을 펴고 밀어내는 행동을 취하자, 퓨리가 빠른 속도로 뒤로 날아간다.

나무에 부딪히며 몸에 나무 파편과 바위의 조각들이 박히는 와중에도 퓨리는 루나를 몸 안쪽으로 끌어안으며 파편과 조각들로부터 루나를 지켰다.

퓨리는 20m 이상을 날아가 멈추었다. 퓨리가 스쳐 지나간 바닥에는 풀이든 나무든, 돌이든 바위든 남아있지 않다. 피부가 벗겨지듯 녹초들이 벗겨져 습기가 남아있는 흙이 모습을 드러냈다.

퓨리는 두 앞발로 루나를 감싸안고 다른 두 발로 몸을 일으키며 물을 털어내는 개처럼 몸을 털었다. 꼬리에서 머리까지 진동이 일어나는 것처럼 퓨리의 몸이 떨린다. 몸에 박힌 나무와 돌들이 떨어져 나간다. 털에 묻은 흙먼지들이 떨어지며 다시 윤기가 흐른다.

다행히 루나를 보호하고 있는 두 팔 덕분에 루나는 떨어져 나간 파편에 맞지 않는다.

-’루나, 꼭 붙잡아!‘

-우아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제 진심으로 갈 거야‘

퓨리는 루나를 다시 머리 위로 올리며 털로 루나의 몸을 꽁꽁 감싼다. 루나는 다시 복슬복슬한 털에 파묻힌다.

퓨리의 뿔이 길어지며 날카롭게 변한다. 퓨리는 맨 뒷다리로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잡는다.

가장 맨 앞발로 길어진 뿔의 뿌리를 잡아 뜯어낸다. 그리고 뿔은 다시 자라나 방금과 같이 길고 날카롭게 변한다. 다른 한 쌍의 앞발로 길어진 뿔을 잡아 뜯는다. 역시 부서진 뿔은 다시 길어져 길고 날카롭게 변한다.

퓨리의 뿔은 날카롭게 벼려진 검과 같다.

-’꽉 잡아!‘

퓨리는 검처럼 변한 뿔을 거꾸로 잡은 채 땅을 힘차게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점점 속도가 붙으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 뿔이 지나가며 그 옆으로 자라난 나무를 단숨에 베어버린다. 잘려진 단면은 매우 예리하다.

해리슨은 퓨리의 공격을 막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는다. 하지만 퓨리는 해리슨이 손을 뻗는 것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방향을 튼다.

-쳇!

해리슨이 혀를 찬다. 해리슨은 빠른 움직임의 퓨리를 잡기 위해 퓨리의 행동반경을 예상하며 손을 뻗는다.

그는 고군분투하지만, 퓨리는 본능적으로 방향을 틀며 해리슨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퓨리가 단숨에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나무를 발판 삼아 나무 사이를 뛰어다닌다.

너무 재빠른 탓에 해리슨은 퓨리의 움직임을 잡을 수 없다. 발이 닿자마자 바로 다른 나무로 뛰어넘었기에 해리슨은 노력해서 눈으로 퓨리를 쫓을 뿐 다른 방도는 없었다.

퓨리가 빠르게 움직이며 해리슨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자, 퓨리는 그 틈을 타서 곧바로 해리슨에게 달려든다. 날카로운 뿔로 해리슨을 베어 넘길 심산으로 달려들었다.

방금 퓨리가 내디딘 나무는 퓨리의 다리 힘에 밀려 넘어간다.

빠른 순발력으로 반응한 해리슨은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날아오던 퓨리의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뿔의 끝이 해리슨의 오른쪽 어깨에 스친다.

해리슨은 처음 퓨리의 움직음을 막을 계획이었지만 퓨리의 무게와 엄청난 속도 때문에 해리슨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날아오는 퓨리의 궤도를 틀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해리슨의 옷이 잘려 나가면서 깔끔히 절단된 어깨가 보이지만 이내 곧 피가 멈추고 살이 차오르며 회복된다.

-고작 이 정도야?

물론 퓨리는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퓨리는 해리슨이 땅에 세차게 내팽개치고 온몸이 뒤틀려 있어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것을 보았기에 그가 이 정도로 쓰러질 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퓨리는 나무 위를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니며 해리슨에게 변칙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해리슨의 힘으로 인해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때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퓨리는 점점 더 속도를 올리며 해리슨을 가차 없이 베어 넘기기 시작한다.

당연히 해리슨의 반격에 치명타가 쉽게 허용되지 않으니, 시간이 늘어날 뿐이다. 이대로 싸움이 이어지면 불리해지는 쪽은 체력 소모가 큰 퓨리일 것이다.

-’젠장 저 몸은 어떻게 돼 처먹은 거야?‘

이대로는 승산이 없는 퓨리는 땅으로 내려와 해리슨과 거리를 두고 대치하였다.

퓨리가 타고 다니던 나무들은 제 몫을 다하고 한둘씩 쓰러진다. 이제 퓨리의 디딤판이 되어줄 나무들이 거의 남지 않았다.

-뭐야? 벌써 끝난 거야? 고생했어~ 쉬운 일이 아니지?

해리슨은 퓨리의 칼에 맞아 절단된 옷이 거추장스러워 잘려진 부위를 뜯어내 버린다. 드러난 그의 오른팔에는 피가 흘러내린 자국이 남아있다.

그는 뻐근한 목을 풀며 말한다.

-그럼, 이제 내 차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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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넬리와 와그너 24.07.08 24 0 15쪽
28 발각 24.07.04 24 0 14쪽
27 집으로 24.07.01 26 0 12쪽
26 아침. 24.06.27 25 0 14쪽
25 지켜야 할 사람들 24.06.24 25 1 13쪽
24 샛별 24.06.20 25 0 12쪽
23 파피(2) 24.06.17 2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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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파피(1) 24.06.13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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