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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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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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바다에서 - 6

DUMMY

광해는 다시 경주 복구에 심신을 쏟았다. 아무리 왜적을 물리치려고 사용한 수공일지라도, 백성들의 가옥이 다 없어져서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주변을 정찰할 병력과 훈련해야 하는 이를 제외하고 모두 백성들의 터전을 복구하도록 하라.”


그런데도 완전히 옛 모습을 복원할 수는 없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구나.’


이에 광해는 집을 잃은 백성을 다독이는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임시로 거주할 곳을 지을 때, 직접 돌과 나무를 나르기도 했다.

그 진심이 통하면서, 백성들의 마음도 크게 움직였다.

나중에는 다음의 수군거림이 일기 시작했다.


“저하께서 직접 나서시다니.”

“그러게나 말일세. 왜적을 물리치시더니, 이제는 우리 살림살이까지 챙기시네.”

“내 평생 저분과 같은 세자 저하는 듣도 보도 못했네. 참으로 백성을 사랑하시는 분이야.”

“네, 나중에 성군이 되실 거 같아요.”


세자 칭송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급기야 광해 덕분에 곧 전쟁이 끝날 것을 기대하기까지 했다.

김류의 서찰을 가져온 기발이 당도한 때가 바로 이때였다.


‘드디어 왔구나.’


죽은 줄 알았던 김류. 현실로 돌아갔다가 다시 왔다고 판단하며 서찰을 펼쳤다.

역시나 광해의 생각이 옳았다.


<저하께 심려를 끼쳐드렸사옵니다. 소신, 잘 갔다 왔사옵니다.>


어디로 갔다가, 어디에서 왔는지 적히지 않았다. 혹시라도 문서 내용이 유출될 것을 대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해에게는 충분히 그 뜻이 전달될 수 있었다.


‘자식이, 걱정했네.’


광해는 현실의 대한민국에 다녀온 내용도 자세히 듣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전쟁이 더 중요하다.

진주성을 지키는 동시에, 왜군을 격퇴했다는 내용이 이어졌으니.


‘김류, 네가 또 해냈구나.’


광해는 기쁜 마음에 얼른 문무 대신들에게 이 낭보를 전했다.


“진주성도 잘 지켰다고 하오! 현재 왜군을 격퇴하고 쫓는 중이라고 적혀있소.”


대소신료들이 감격해서, 만세를 부르는 이까지 나왔다.

그중 김류와 함께했던 이일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를 칭찬했다.


“내, 이럴 줄 알았소. 하하하.”


다만 광해는 여전히 아쉬운 마음을 가라앉지 않았다.


‘김류, 언제 올 거냐?’


다행히 며칠 후, 김류가 왜군을 창원까지 몰아낸 뒤에 경주를 향하고 있다는 서찰이 또 들어왔다.

이 소식까지 전해 들은 광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너를 만나겠구나.’


경주까지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때까지 민심을 살피면서 복구 작업을 완료하면 될 것 같았다.

한데, 김류를 기다리는 동안, 또 하나의 낭보가 들어왔으니.


“저하! 좌수사가 부산포에서 대승을 거두었사옵니다. 적 함선, 370척 중, 무려 200척 이상을 침몰시켰고, 30척 넘게 나포하였사옵니다. 나머지 전함도 뿔뿔이 흩어져, 적은 당분간 해전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보고하는 이는 지난번에 한 번 봤던 송희립이었다. 다만 지난번에 한양에서 내려오는 길과 다르게, 이번에는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에 들렸다고 한다. 그것도 해로를 통해서 말이다. 이는 곧 부산부터 동해안의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


“더 자세히 들려달라.”

“네, 저하.”


임금에게 향하는 장계를 펼칠 수 없어, 광해는 송희립이 들려주는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이전의 해전과 다르게 가장 치열했던 전초전이 펼쳐졌다.

양측은 장림포, 화준구미, 다대포, 서평포, 절영도에서 한 번씩 맞붙었으며, 그럴 때마다 이순신은 연전연승을 거두었던 것.

급기야 바다에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일본의 수군은 부산포를 끼고 격전을 벌였단다. 어쩌면 전함의 숫자도 더 많고, 준비도 탄탄히 되어 있었기에, 유인 작전이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좌수사는 과감히 장사진, 즉, 1열 종대 대형으로 초량목을 통과해서 부산진 포구 안으로 뚫고 들어갔사옵니다.”

“오호라. 그거 묘수로다. 한꺼번에 들어갔다면, 적의 일제 사격에 당할뻔했는데, 장사진으로 왜적의 화약을 소모하게 했구나!”

“그렇사옵니다. 안타깝게도 희생이 몇 척 있었으나, 우리가 압도하였사옵니다. 아무래도 거듭된 패전으로 왜적이 우리한테 겁을 먹고 사기가 떨어져서 그랬던 것 같사옵니다.”


송희립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광해는 원래의 역사에서 부산포 해전을 떠올렸다.


‘양상이 꽤 비슷해.’


달랐던 점은 이전에 부산포 해전은 적의 함선이 470척이었다는 것. 또한, 100척가량 적의 함선을 격침했다는 것.

하나, 이번에는 두 배가 넘었다. 이는 아마도 광해와 김류가 역사에 개입한 이후에 벌어진 나비효과가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된다면, 더 수월하게 육상전을 펼칠 수 있겠구나.’


아울러,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적의 함선을 격침했으니, 조선의 해안 전선을 좀 더 확전할 수도 있었다.


‘이건, 김류가 오면 상의해야겠다.’


이 바람 때문일까, 김류는 며칠 후에 도착했다.


* * *


광해는 김류가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진주성 이후의 상황을 보고받은 뒤.


“김류만 남고 모두 퇴청하시오.”


둘만 따로 자리를 가졌다.

여기서 장난기가 발동한 김류가 이야기를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현대에 간 내용보다, 자기가 암습을 받은 일을 너무 깊게 묘사했으니.


“왜놈들이 이미 저를 알고 있더군요. 벌써 소문이 난 모양입니다. 그래서 따로 암살조를 만들었고, 닌자 같은 그놈들이······.”


김류는 현대에 다녀오더니, 더 가벼워졌다. 광해는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그 이야기는 그만. 네가 죽었다고 치고, 그다음에 어떻게 됐어?”


알고 싶어 죽겠다는 광해를 보며, 김류가 웃었다. 그러고 나서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두 번 더 죽으면, 신은 과거로 다시는 회귀할 수 없을 것 같사옵니다.”

“······?”


광해가 눈에 물음표를 그리자, 김류가 더 상세하게 풀어서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죽은 다음 바로 현실의 대한민국으로 소환되었단다. 또한, 눈을 뜨자마자, 메시지와 타이머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단다.


<당신의 회귀는 두 번 남았습니다>


07 : 00 : 00 : 00


“소신은 놀라서 그 즉시 저하께 전화했죠. 혹시 제가 죽는 바람에 함께 소환된 건 아닌지. 근데 전화를 받으신 저하는 소신의 전화를 너무 차갑게 받으시더군요.”

“뭐? 내가 전화를 받았다고?”

“네, 근데 현실에서의 저하는 지금의 저하와는 다른 분이었습니다.”

“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이혼이 조선에서 활약하다가 현실의 대한민국으로 갈 때, 여기에 남은 광해는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또 다른 존재였다.

다만 현실의 상황은 달랐다. 이혼의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잠시 정지된 상황.

그게 이번에 깨졌다. 김류가 죽고 나서 현실로 돌아가면, 시간은 그대로 흘러간다. 단, 그 시간 속에 이혼은 또 다른 존재로 살아갈 것이다.


“참 신기하군.”

“네, 저도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더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가 변했다는 겁니다.”

“어떻게?”


들뜬 광해의 목소리. 실은 이제부터 기대되는 내용이었다. 지난번에 갔을 때, 변했던 조선의 일부 역사를 겪었기 때문.


“일단 인조반정이 없어졌습니다.”

“오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러나 더 궁금했던 것.


“그러면 우리 조선은? 좀 더 강해졌나? 혹시 청나라 황제에게 무릎을 꿇는 일이 반복되진 않았겠지?”

“네, 맞습니다. 하하하.”


좀처럼 보지 못한 이혼의 반응에 김류가 크게 웃었다. 그러고 나서 설명하는 긴 내용.

우선 광해군은 무종(武宗)의 묘호로 추존되었단다.

묘호 자체는 의미심장했다.

앞에 '무(武)'를 붙인 것은 전쟁 수행 능력을 인정한 것. 확실히 임진왜란의 영웅적인 서사가 영향을 미친 듯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은 이혼이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


“그다음엔? 뭘 했지?”


그 후 일흔 살로 죽을 때까지 꽤 많은 일을 했단다. 다른 건 몰라도 명과 청, 그리고 일본 사이에서 실리 외교를 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들은 이혼, 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흘러나와서 눈살을 찌푸렸다.


“실리 외교? 고작?”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명은 조선에 원군을 보내지 않아서 강성함이 그나마 유지되었고, 청은 누르하치라는 영웅이 등장하며 제법 세력화되었죠. 일본은 더 괜찮아졌습니다.”

“일본이?”

“네, 임진왜란의 실패로 히데요시가 몰락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집권 과정의 변화가 생겼죠. 그 후 쇄국정책이 훨씬 더 완화되면서 서구 문물 역시 빠르게 유입되었습니다.”

“음······.”


그 이후의 역사는 일본에 더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아무래도 서구의 문물 다음에는 철학과 가치가 영향을 끼쳤다. 머리가 깬 사람들이 출몰했고, 당연하게도 막부 체제가 조기에 붕괴했고, 근대화 역시 빨라졌다. 그것도 외부 압력이 아닌 내부적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개혁했으니.


“제기랄, 마음에 안 드네.”

“네, 저도 그러했습니다.”

“아니, 우리는 뭐했어?”

“조선과 대한제국도 일본만 못하지만, 빠르게 발전하긴 했습니다.”

“그래?”

“네, 저하께서 왕위에 올라서 하신 일이 꽤 많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앙법 전면 실시로 백성들의 삶이 나아졌고, 광산 개발로 인해 재정 확충이 잘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양반 중심 사회구조의 점진적 변화가 이어지고, 중인과 상민의 지위가 향상되었다. 김류 역시 광해가 펼치는 개혁에 가장 앞장서서 실학의 발달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삼전도의 굴욕도, 일본에 의한 식민 지배 시기도 없었습니다.”

“그건 반가운 소리네. 근데 분단도?”

“네, 생기지 않았죠. 통일 한국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적응하기 힘들었사옵니다. 물론 세계 8대 강국이라는 지위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왔습니다만.”

“그랬군.”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얼굴의 이혼을 보며, 김류가 피식 웃었다.


“저하께서는 좀 아쉬우신가 봅니다.”

“그래. 나는 우리나라가 8대 강국이 되었다는 거에 큰 감흥이 없어.”

“아예 패권 국가로 거듭나길 바라시는 거군요.”

“맞아. 혹시 내가 유치해 보이나?”

“그럴 리가요. 신 또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하를 도와 조선이든, 대한민국이든 한 시대를 휘어잡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권력자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다. 안으로 확고한 무소불위의 힘을 쥐게 된다면, 그걸 밖으로 쏟아부을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다시 과거로 왔다면, 세상을 격동케 하는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게 광해의 바람이었다.

그 야심을 눈치챈 김류.


“저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신, 저하를 옆에서 보좌하여, 알렉산더와 카이사르, 그리고 칭기즈칸과 나폴레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인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제야 이혼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 내가 욕심이 좀 많다. 성군도, 정복자도 하고 싶구나.”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해하며 공감하옵니다. 저 또한 그 영광을 함께하겠나이다.”

“자, 그런 의미에서 나머지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


이혼이 오늘 밤을 지새울 생각인가? 다시 또 김류에게 변한 역사를 들려달라고 청했다.

김류는 흔쾌히 응했으며, 그래서 실제로 둘은 밤이 깊을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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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5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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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6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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