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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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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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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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DUMMY

대소 신료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눈치챈 광해는 더 몰아붙였다.


“경들도 들었다시피, 지금이 바로 우리가 대마도를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오. 어떻게들 생각하시오?”


하지만 신중한 류성룡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하, 확실히 대마도의 방비가 허술한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저하께서 직접 출정하신다는 것은······.”

“내, 늘 그대들의 반대와 직면했소. 그때마다 기다려 주었던 적도 많소. 하지만 지금은 아니오. 서두르지 않으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소. 지금 대마도는 텅 비어 있고, 언제 일본 본토에서 병력이 들어올지 모르오.”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광해를 보며, 류성룡이나 이덕형 등은 그의 뜻을 꺾기 힘들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선뜻 동조할 수 없어서 머뭇거리니, 김류가 대신해서 나섰다.


“소신, 저하의 말씀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니, 한시바삐 출정하는 게 좋을 듯싶사옵니다.”


결국, 신하들은 서로 눈치로 의견을 주고받더니, 마침내 류성룡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소신, 저하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그 뒤로 이덕형 등의 대신들이 동어 반복을 했고, 광해가 미소를 지으며 이순신에게 아예 못을 박아버렸다.


“통제사,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소. 대마도를 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시오.”


신중한 이순신이 즉답을 피했다.

출정 준비가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력 편성, 군량 확보, 무기 점검 등등.

그때, 광해가 다시 지시를 내렸다.


“내, 출정 준비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지금은 모든 절차를 최대한 축소해야 할 때요. 신속함이 더 중요한지, 우리가 준비하는 동안 적의 본토에서 원군이 오는 게 더 중요한지, 잘 헤아리시기를 바라오.”


이순신은 깊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하. 최선을 다해 신속히 준비에 착수하겠사옵니다.”


* * *


실제로 이순신은 모든 장수를 따로 모이게 하여, 대마도 공략을 명령했다.

이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수영은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 찼다.


“빨리 움직여라! 시간이 없다!”

“군량은 충분한가? 더 실어야 할 것 같다!”

“화약과 화살도 더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다만 일부 장수들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서려 있었다.


“대마도라······. 헛된 공격이 아닐지, 매우 우려되네. 실패하면, 우리가 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어.”

“더구나 저하께서 직접 가신다는데,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싶네.”


이런 소리가 들릴 때면, 송희립이 직접 나서서 그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몇 차례 한양에 올라갔다가 내려왔을 때, 민심은 저하를 향하고 있었사옵니다. 백성들도 듣는 귀가 있사옵니다. 세자 저하께서는 이미 여러 차례 놀라운 전공을 세우셨다는 것도, 실제로 모두 저하의 지략 덕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사옵니다.”

“그렇게 대단하시더냐?”

“다른 건 모르지만, 민심이 저하 편이라면······, 나중에 큰 죄를 묻지는 않을 듯한데······.”


송희립의 말에 장수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그렇사옵니다. 저하께서는 항상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시고, 전략을 세우실 때도 군사들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옵니다. 지난 경주성 수공에서는 사상자가 거의 없었다고 하옵니다.”


장수들의 우려는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결정한 것에 더 힘을 실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찼다.

더구나 병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높은 사기가 감도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동안 당하기만 했는데, 드디어 복수할 시간이 왔어!”

“맞아. 왜놈들한테 단단히 본때를 보여주자고!”


일부 천민으로 이루어진 격군들은 오히려 싸우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저희도 상륙하면 싸우겠사옵니다!”

“네, 공을 세울 수 있도록, 우리 손에 무기를 주시옵소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미 세자의 논공과 신상은 소문이 났다.

늘 광해의 좌우에 붙어있던 정기룡과 한명련이 천민 출신이라는 것도 이들을 자극했다.

이처럼 준비 과정 내내 병사들의 사기는 고조되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무되자, 이순신도 대마도 공략에 확신이 들었다.

준비 과정도 빨라져,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쯤에서 김충선이 천 명의 병력을 끌고 거제도에 도착했다.


* * *


보통 전쟁을 수행하다 보면, 병력이 줄어들지 늘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백의 휘하를 거느렸던 김충선은 천 명으로 불려서 거제도에 도착했다.

일단 무릎을 꿇은 그에게 광해가 물었다.


“그래, 네가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있다는 말은 그동안 계속 들었느니라.”

“아니옵니다. 소장, 아직 미흡하옵니다.”

“겸손해할 것 없다. 내, 네가 세운 공에 알맞은 종6품 요무교위로 임명하겠다. 비록 품계는 높지 않으나, 병사 천 명을 거느리는 장군이니라.”


실제로 요무교위는 요무 장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신 중 상(上) 관직에 해당했다.

아무도 반대할 순 없으리라.

매일 들어오는 장계에 따르면, 김충선은 용맹하게 싸워서 크고 작은 공을 세웠다.

더구나 병력도 두 배로 늘려놨고, 무려 천 명을 이끌고 있기에, 장군 소리는 족히 들을 만했다.

그래도 당사자인 김충선은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저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우렁찬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광해는 웃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병력이 갑절로 늘었구나.”

“네, 저하. 그동안 많은 항왜들이 저희에게 합류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조선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하냐? 내, 그들을 직접 보고 싶구나.”


사실 항왜라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 총부리와 왜도(倭刀)를 조선에 들이댄 자들이었다.

그랬기에 지금도 김충선만 광해를 접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해는 항왜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에게 일본을 향한 충성심은 없다.

정확히는 전국시대를 거친 일본은 국가 개념이라는 게 따로 없었다.

당연히 민족주의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소속을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더구나 김충선의 휘하에 들인 이들을 소개받으니, 더더욱 이들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하, 이 자는 야에몬이라고 하옵니다. 투항한 항왜들을 잘 관리하여, 앞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이 자는 요나몬이라고 하옵니다. 검술을 아주 잘 쓰옵니다. 항왜 중, 최고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옵니다.”

“여기 이 자는 쓰나카토라고 하옵니다. 조총에 일가견이 있사오며, 창원에서 잡혀간 우리 포로들을 부하 몇 명과 함께 구출한 공을 세웠사옵니다.”


대부분 이름이 익숙하다. 원래의 역사에서도 이들은 항왜였던 것.

그래서 광해는 지난번 김충선 때처럼, 그들의 이름을 즉석에서 지어주었다.


“야에몬이라 하였느냐?”

“네, 저하.”

“너는 이제부터 류신덕이다. 너를 믿으니, 곧은 마음으로 정도를 걸으라는 뜻이다.”

“마, 망극하옵니다!”

“또한, 네 공로에 걸맞은 종7품 부사정으로 임명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주도록.”

“저, 저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광해의 일본어는 점점 더 유창해졌다. 작명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류신덕에 이어, 계속해서 이름을 지어주었다.


“요나몬은 이제부터 정무령이라 하겠다. 무예에 뛰어난 자가 조선의 군령을 받들어 싸우라는 뜻이다. 품계는 종7품 부사정으로 임명한다.”

“쓰나카토, 포로를 구출한 너의 공을 잊지 않겠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박의충이다. 의로운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라는 뜻이니라. 품계는 종7품 부사정으로 임명한다.”


진짜 감격에 겨웠는지는 몰라도, 이들 모두 격동된 마음을 못 이기고 눈물을 글썽였다.

실은 김충선이 휘하에 둔 항왜들은 대부분 히데요시에 의해 가족들을 잃은 사무라이 출신이다.

토벌된 가문과 멸문한 영지 출신인데도, 원수의 명령에 따른 것은 조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포로로 잡혀, 김충선에게 설득당했는데, 세자가 이렇게 환대할 줄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 순간은 모두 광해 앞에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충성을 맹세하였으니.


“앞으로 많은 공을 세우라!”


이름은 물론이요, 벼슬까지 내려준 광해.

당연히 이들의 무력을 대마도 정벌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로 김충선을 불러, 대마도 정벌 계획을 알린 것은 물론이다.


* * *


광해가 불러서 계획을 말하니, 김충선이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


“저하, 쓰시마라고 하셨사옵니까?”

“그래, 지금이 절호의 기회니라. 이미 정찰을 통해,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걸 확인했다. 하여, 너의 부대가 이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왜인들은 조선의 문무 대신과 다르다. 일단 위에서 결정했으면, 무조건 따르는 성향이었다.


“저하, 항왜 중에서도 쓰시마 섬의 지형과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자가 있을 것이옵니다. 저희가 선봉에 서겠사옵니다.”

“그 말을 듣고 싶었다.”


광해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옆에 있던 김류를 불렀다.


“김류, 충선에게 지도를 보여줘라.”

“네, 저하.”


듣고 있던 김충선은 의아한 눈빛으로 김류를 보았다.


‘지도?’


어떤 지도를 말하는 건가? 설마 쓰시마 섬의 지도를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류가 준비한 지도는 쓰시마 섬의 지도였다.


“충선, 이게 쓰시마의 지도다.”


일본어에 능통하지 못한 김류를 대신해서, 광해가 이때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너도 알다시피, 쓰시마 섬은 남과 북으로 쪼개져 있다. 그 가운데 좁디좁은 해협이 있지. 우리는 그 해협을 타고 가서, 가장 먼저 이곳을 막을 것이다.”


광해가 지도에서 짚은 곳이 바로 훈내곶이다.


“여기가 남과 북 양쪽 지역을 육로로 연결할 수 있는 요지, 따라서 훈내곶을 장악해야 왜인들의 육상 통로를 차단할 수 있다.”


김충선은 거듭 놀라고 있었다.

광해가 전략에 뛰어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지금은 정밀하게 그려진 이 지도였다.


‘진짜 이게 정확한 지도라면, 그야말로 오래전부터 준비하신 게 분명하다.’


조선에 귀화한 후, 세자를 지켜본 김충선.

광해는 단 한 번도 허튼소리를 하지 않았다.

고로, 이 지도는 대충 그린 지도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김충선은 궁금하기도 했다.

무릇, 지도란 그곳을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직접 그리거나, 상세히 들어서 그려야 했다.

광해는 어떤 방식으로 이 지도를 그리게 했는지, 자못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물어보지 않았고, 어차피 묻는다고 해서 광해가 알려줄 수도 없었다.

왜냐? 이 지도는 역덕이자 밀덕인 김류가 그렸던 건데, 당연히 현대의 지식을 활용해서 그렸기 때문이다.


“훈내곶 장악 후에는 두지포와 니로군을 공략한다. 그리고 만약에 적들이 산지에 흩어져 숨는다면, 그때야말로 너희가 활약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이 말은 곧 대마도에 남아있을 일본의 병력이나 왜구를 소탕해달라는 뜻.

김충선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소장, 죽을힘을 다해 적과 싸워, 쓰시마를 저하께 바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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