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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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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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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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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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첫걸음 - 1

DUMMY

일본의 기이 출신, 류신덕.

그는 어려서부터 유학에 심취했고, 조선과 명나라의 문화를 흠모했다.

그 영향을 받아서였을까? 살인과 약탈, 그리고 이익에 따라 배신을 일삼는 일본인의 습성에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류신덕이 살던 기이는 일본에서 철포, 즉, 조총을 가장 빠르게 입수한 지방이었다. 그랬기에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을 소수의 철포수 병력으로도 잘 막아낼 수 있었다.

류신덕이 포함된 부대가 전국 최강의 철포대라고 불렸던 시점도 이때였다. 하지만 히데요시의 물량 공세와 계략 등에 결국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패배의 대가는 예상보다 더 아팠다. 남자는 죽거나 노예가 되었고, 아내와 딸은 노리개가 되었다.

분노와 복수심에 불탄 류신덕이었지만 별수 없었다. 기이를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히데요시의 전국 통일을 지켜보며 비탄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히데요시가 조선을 친다는 소문을 들었다. 특히, 철포대를 모집한다는 내용에 옛 부하들과 모종의 계획을 세웠다.


- 나는 선비의 나라 조선에 귀순할 것이다. 조선 편에 서서, 우리 고향에 총칼을 들이댄 히데요시를 언젠가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 너희에게 강요하지는 않겠다. 나를 따를 자는 함께하고, 그렇지 않을 자는 남아라.


류신덕의 목소리에는 가슴을 울리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남을 잘 설득하는 힘은 바로 이때부터였던 듯싶다.


- 조일 전쟁의 항왜 인물 열전 중 <야에몬 류신덕>의 일부


* * *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한참이나 침묵에 빠진 마쓰자카 토리.

그는 생각하는 것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하고, 말보다 먼저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랬기에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먼저 뽑았다.

그리고 선상에서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이런 썩을! 조센징, 다 죽여버리겠다!”


혹시라도 그의 칼부림에 베일까, 주변의 부하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들을 날카롭게 바라보다가, 겨우 마음을 다잡은 듯, 씩씩대며 말했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 태합 전하께 연락을 드려야 한다. 쓰시마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부하가 앞으로 나섰다.


“도노, 그러기엔 아직 이릅니다. 우리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전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순신이 그렇게 많은 함선을 쓰시마에 배치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그나마 똑똑한 부하의 일깨움이 있었지만, 또 다른 똑똑한 부하가 그를 헷갈리게 했다.


“도노, 확인 후에는 너무 늦사옵니다. 좀 전에 교전으로 적은 우리 함선의 수를 파악하고 갔습니다. 만약 쓰시마를 친 150척의 함선이 이키섬까지 들어온다면, 우리의 50척으로는 막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먼저 말한 부하가 반박했다.


“쓰시마를 완전히 점령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키섬에 온다고? 그건 말이 안 되는 작전입니다.”

“쓰시마에는 고작 세키부네 두 척만 있었습니다. 그 배들만 처리하면, 굳이 점령할 필요가 없지요.”

“상도와 하도를 잇는 곳을 막았다면, 점령의 뜻이 없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내 말은 당장 점령보다는 나중을 기약한 후, 이키섬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오!”

“아무리 그래도 확인은 필요합니다! 정찰선 하나 보내는 게 뭐가 힘들단 말입니까?”


둘이 자꾸 머리를 어지럽게 하자, 토리가 호통을 쳤다.


“그만!”

“······!”

“······!”

“너희 둘의 말이 옳다. 당장 확인하러 정찰선도 보내고, 동시에 태합 전하께 이 소식을 알리겠노라.”


그러면서 쓰시마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온 야마도 유우토와 사토 스즈키를 보며 눈을 부라리며, 또 다른 명령을 내렸다.


“이놈들을 방에 가둬두고 잘 감시해라. 대마도 상황을 확인한 뒤에 처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때 뿔 나팔 소리가 갑자기 또 들려왔다. 듣자마자 토리의 안색이 변했다.


“이, 이건······.”

“도노, 적이 출몰한 거 같습니다.”


일본의 수군은 뿔 나팔로 소통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미리 정한 약속에 따라 적이 나타났다는 뿔 나팔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쓰시마 출신 유우토란 자가 재빨리 말했다.


“도노, 이런 말씀 외람되지만, 적장 이순신은 예측불허의 뛰어난 장수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쓰시마에 있을 때, 우리 일본의 무적이라고 불렸던 지휘관들도 늘 조선에 가서 당하고 왔습니다.”

“그,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지금도 이키섬의 함선 수를 헤아리고, 신속하게 판단하여 쳐들어온 거 같습니다. 그들과 정면 승부를 피하시길 바랍니다.”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설마 본토로 도망이라도 치라는 뜻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순신이 판단은 빠르지만, 또 신중한 성격이라고 들었습니다. 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치하되, 만약 공격해 온다면 빠른 세키부네 함대를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키섬의 지형지물을 활용하면서요.”

“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토리는 해적 출신이라, 조선의 함선도 몇 차례 마주한 적이 있었다.

세키부네와 비교하면 둔하고 느렸다.


‘이놈 말에도 일리가 있다.’


다른 똑똑한 부하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이에 토리가 재빨리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지금은 캄캄한 밤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치하되, 평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알았느냐?”

“네, 도노!”


이렇게 이키섬 앞 바다에, 조선의 함대와 일본의 함대가 대치하는 장면이 이루어졌다.


* * *


한편, 그 시각 이순신이 탄 대장선은 이키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있었다.


‘저놈들이 속아주면 좋겠는데······.’


사실 이키섬에 있는 함선이 고작 50척이라고 해서, 그들과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이순신도 그동안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조선의 앞바다에서, 적들과 싸워 이겼다.

저들이라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직접 대장선과 수십 척의 함선을 끌고 온 이유는 준사와 류신덕의 이야기에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김류가 옆에서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영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뿔피리 소리가 났는데도, 적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심해서는 안 되느니라.”

“물론 그렇죠. 하지만 어둠 속에서 과연 저들이 우리를 치러 올 수 있을까요? 아니, 온다면 우리로서는 나쁠 게 없습니다. 이곳에서 저들을 한꺼번에 섬멸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밤에 작전을 벌인 이유, 적들이 조선 함선의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의도였다.

숫자를 모르면, 함부로 덤벼들 수 없고, 이는 이키섬에 잠입한 준사와 류신덕의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할 수 있었다.

성공 가능성을 높게 해주는 김류의 책략이었지만, 이순신은 늘 한 가지 허점도 살펴봐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칫, 준사와 류신덕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앞쪽에서 함선 하나가 붙은 뒤, 부교를 내리고 누군가 건너왔다.

첨사 김완이었다.


“무슨 일이냐?”

“영감, 적 함선이 거리를 두고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거리가 얼마나 되더냐?”

“처음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떨어져 있었사옵니다.”


이순신의 눈빛이 반짝였다. 더 떨어져 있다면, 적들이 매우 조심한다는 뜻.

조선 수군의 교묘한 기만 작전이 먹힌 듯 보인다.

김류도 똑같이 생각했는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영감, 놈들도 완전히 바보는 아닌 듯싶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절대 공격할 리가 없습니다.”


이제야 무거운 책임감을 다소 내려놓는 이순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김완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잊지 말거라. 지금처럼 넓게 포진하되, 새벽이 오기 전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방심 또한 금물이고.”

“네, 영감.”


일본이 공중에 불화살을 쏘면, 이쪽의 숫자가 드러날 수 있었다. 그래서 조선의 함대는 넓게 포진한 것.

이마저도 더 가까이 붙어야 하지만, 방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기에 이순신은 김완을 통해 함대를 단속하고자 했다.

김완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그의 함선으로 돌아가자, 이순신의 시선이 저 멀리 이키섬으로 향했다.


‘준사, 류신덕, 부디 살아서 돌아오길. 꼭 다시 보세.’


* * *


며칠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귀에 믿을 수 없는 보고가 들어왔다.


“태합 전하! 쓰시마가 조선에 점령되었다고 하옵니다!”


히데요시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의 작은 체구가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쓰시마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히데요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주변의 신하들이 그의 기분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러섰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자세한 상황을 말해보거라.”


보고를 올리던 자가 땀을 삼키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네, 태합. 이순신이 이끌던 조선의 수군이 나흘 전에 쓰시마를 기습 공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부분 류신덕이 꾸며낸 내용을 부하의 입으로 상세히 듣게 된 히데요시.

물론 워낙 급하게 전해진 소식이라, 중간에 빠진 내용이 더 있는 것 같았다.

다만 히데요시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펴기를 반복하며 화를 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누가 감히······?”


그때, 히데요시의 제갈량이라 일컫는 구로다 간베에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나섰다.


“태합, 진정하시옵소서.”

“진정? 지금 저 말을 듣고도 내가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있나? 당장 쓰시마로 함선을 보내야 한다! 저놈들이 150척이 있으니, 우리는 그 두 배인 300척을 보내라! 지금 당장 말이다!”


흥분한 히데요시를 보며, 간베에는 간언을 잠시 멈췄다.

늘 그렇듯, 그의 주군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 곧 함선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역시나.


“끙······.”


앓는 소리를 한 번 내더니, 간베에를 보며 물었다.


“간베에.”

“네, 태합.”

“이걸 진짜 이순신이 했다고 보느냐?”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 하나, 소신이 지금까지 파악한 이순신은 매우 신중한 인물이었습니다. 그 부분이 다소 이해되지 않지만, 지금은 쓰시마 상태의 확인과 동시에 이키섬 방비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사옵니다.”

“음······.”


히데요시와 간베에의 귀에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처음 들려왔을 때는 옥포 해전에서 127척의 함선이 크게 당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았을 시점.

그 후, 몇 차례의 해전이 더 있었고, 이순신은 번번이 일본의 다이묘와 병사들을 수장시켰다.

물론 아직 일본에는 그만큼의 배가 더 있긴 했다.

그런데 그 함선마저 조선에 출격한다면?


‘누군가 내 자리를 노리는 놈이 분명히 야심을 품을 거란 말이지.’


늙은 여우 히데요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한 명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능구렁이 같은 그놈이 진짜 거슬린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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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954 30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970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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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4 24.09.10 1,033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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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161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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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242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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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315 46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74 38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327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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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428 47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76 40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512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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