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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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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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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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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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DUMMY

<존경하는 조선국 세자 저하께,


본관 모리 데루모토는 위대한 태합(太閤) 도요토미 히데요시 공의 명을 받들어 이 땅에 왔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히 조선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대의를 위한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울산성은 견고하여 아무리 귀국의 군사가 공격한들 함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본관의 병사들은 모두 충성심 깊고 용맹한 자들로, 최후의 일 인까지 싸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본관은 더 이상의 무의미한 살상을 원치 않습니다. 양국 간의 우호를 위해 본관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 성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이는 결코 패배가 아닌, 평화를 위한 숭고한 결단임을 아시기 바랍니다.


본관은 사흘 후 정오, 모든 병력과 함께 이 성을 떠나 부산으로 향할 것입니다. 우리의 평화로운 철수를 보장해 주신다면, 앞으로 양국 간의 관계 개선에 본관이 힘을 보태겠습니다.


부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모리 데루모토 올림>


<일본국 관백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고하노라.


그대에게 통고하나니, 우리 군이 이키섬을 점령하였음을 알리노라. 이는 귀국이 조선을 침략한 데 대한 정당한 응징이며,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이에 휴전 협상의 장소를 이키섬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하노라. 이는 양국의 중간 지점으로, 공정한 협상을 위한 적절한 장소가 될 것이다.


더불어 경고하노니, 만약 우리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우리 군은 계속해서 전진할 것이며, 다음 목표는 귀국의 본토가 될 것이다. 부디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속히 답변을 보내기 바라며,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노라.


조선 8군 수군 체찰사 이순신>


* * *


이날 밤, 가택 연금된 소 요시자네와 소 요시사다는 앞날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실상,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즉, 논의가 아닌 예측에 불과했다.


“형님, 이제 우리는 어찌 될까요?”

“휴, 조선 세자가 섬 정벌에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우리의 땅을 하사했다. 이는 쓰시마를 직접 지배할 뜻인 듯하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 이시하라 성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이시하라 성은 소 씨 일가가 머문 곳이자, 대마도 제1의 고을. 그곳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의미심장했다.


“하면······? 네 생각은?”

“우리에게 살길을 열어주는 게 아닐 듯싶사옵니다.”


요시자네는 현명한 동생의 말에 잠시 희망의 불꽃이 일어났으나, 살길이라는 것을 도통 짐작할 수 없었다.


“우리는 세자의 명령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따르겠다고 이미 말했다. 한데, 뭘 더 할 수 있단 말이냐?”

“조선의 세자는 아마 증명하길 바랄 것이옵니다. 우리가 진짜 조선의 편에 서는지.”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단 말이냐?”

“그동안 계속 살피니, 세자의 야심은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일본의 본토까지도 칠 생각을 하는 것 같사옵니다.”

“서, 설마······. 그건 너무나 무모한 짓 아니더냐? 아무리 조선이 일본의 침공을 잘 막아냈다지만, 내가 봤을 때는 간신히 버티다가 지금에야 반격한 모양새다. 하여, 그 반대로 조선이 일본을 치다가는······, 히데요시에게 크게 당할 것이야.”

“냉정하게 말하면,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하나, 히데요시는 나이가 너무 들었습니다. 즉,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만약 그가 죽는다면? 일본은 어떻게 될까요?”

“음······.”


요시자네는 가만히 일본의 앞날을 헤아려 봤다.

당장 강성하긴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후가 문제였다.


“히데요시에게 후사가 없다는 게 큰 변수로 작용하겠어.”

“변수 정도가 아닐 것이옵니다. 나라가 뒤집힐 것이며, 어쩌면 다시 전란에 휩싸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는 전국시대가 다시 발발할 수 있다는 뜻.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요시자네가 다시 물었다.


“그럼, 네 뜻은 무엇이냐? 우리의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것은 알겠지만, 조선의 편에 더 확실히 붙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냐?”

“당연히 일본을 칠 때 길잡이를 해야 할 것이옵니다. 또한, 앞으로 우리 쓰시마 출신에서 나고 자란 이들을 조선을 위해 싸우도록 해야 할 것이고요.”

“허······.”


동생의 말을 듣고, 요시자네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일본을 위해서 병력을 싹싹 긁어 조선에 파병했던 쓰시마였다. 그런데 이제는 손바닥 뒤집듯, 조선 편에 붙어서 일본 본토를 침략한다?


‘일본에 다시 전란의 시대가 찾아온다면, 못할 것도 없지.’


전국시대에서는 사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논리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는지, 요시자네는 잠시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일본과 조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왔던 쓰시마의 역사, 그리고 이제 마주한 새로운 현실.

그 사이에서 요시자네는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나 요시사다가 훨씬 더 과단성이 있었다.

그는 망설이는 요시자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도 시간도 없습니다. 조선의 세자가 내일이라도 우리를 다 죽이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선의 편에 서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요시자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렇게 하자. 근데 우리가 지금 말한 이 내용을 당장 세자에게 알려야 하는 거 아니냐? 네 말대로라면, 날이 밝기 전에 그가 무서운 결정을 할 수도 있으니.”


실상 요시자네는 세자를 만나서 동생과 나눈 내용을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 뜻을 요시사다가 못 읽을 리가 없었으니, 눈빛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와 만나겠습니다.”

“휴, 내가 자꾸 너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맡기는구나.”

“아닙니다, 형님.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어느샌가, 외교와 행정을 도맡아서 해왔던 요시사다였다.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님, 며칠 잠도 못 주무셨을 텐데,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이제 주무십시오.”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요시자네. 그러나 불안감에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그는 그저 동생의 판단이 옳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당장도, 그리고 먼 미래에도······.


* * *


늦은 밤, 김류가 광해의 처소를 찾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서려 있었다.

광해는 최근 들어 죽었다가 다시 회귀한 김류의 성격이 또 변했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었다.

사악해졌다고 해야 하나? 아까도 소 씨 일가의 처분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자는 말을 듣고, 광해는 약간 놀라기도 했다.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저하, 좀 전에 제가 잠깐 졸았는데 한양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이 꿈으로 나왔습니다.”

“별······. 그래, 무슨 꿈이더냐?”

“지금쯤이면, 분명히 원균과 함께 저하의 대마도 정벌 소식이 가지 않았겠습니까?”

“아마 그렇겠지. 그런데?”


김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 내용을 들은 성상께서 잠시 돌부처가 되셨사옵니다.”

“너, 말조심하라.”

“네네, 근데 그 돌부처가 나중에는 허수아비로 변하더이다. 저는 여기까지 하겠사옵니다.”


김류의 꿈 내용을 듣고 광해는 쓰게 웃었다. 아버지한테 민심도, 신하들의 신뢰도 모두 떠날 것 같다는 암시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 조금만 더 있으면, 마치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허수아비가 되시겠지.’


생전 제대로 부정을 느껴보지 못했던 광해였으나, 지금은 허수아비로 전락할 아비를 계속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예상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대마도를 복속했다. 해서 말인데, 네 계획을 알고 싶구나.”


둘은 이미 굵직한 계획을 다 설계해 놨다. 회귀한 조선에서도, 그전에 대한민국에서도.

그러나 늘 상황은 변하고, 그에 맞춰서 세부적인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라서, 김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실은 저도 그 때문에 저하를 찾아뵌 것이옵니다. 우선, 대마도를 완전히 복속했다기에는 섣부른 판단인 것 같사옵니다.”

“나도 안다. 힘으로는 정복했으나, 소 씨 일가를 완전히 우리 편에 끌어오지 못했지. 하나,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박쥐와 같은 그놈들한테 어찌 충성을 바라겠느냐?”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죠. 원래 쪽발이들은 믿어서는 안 됩니다. 하니, 여기서 더 압박할 필요가 있사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들이 ‘빼박’도 못 하게 하는 거죠.”

“어떻게?”

“최소한 히데요시가, 더 나아가 미래의 권력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대마도는 조선으로 넘어갔구나. 이렇게 생각하도록, 여기 소 씨 일가 사람을 우리 군에 편입하는 겁니다. 아예 그들이 지휘 아래 이키섬을 쳐도 좋고요.”


이키섬은 대마도와 일본 본토 사이에 있는 섬이었다. 보통 조선을 침공하는 함선은 본토에서 이키섬, 그리고 대마도를 거쳐 오곤 했다.

김류의 어이없는 발상에, 광해가 인상을 찌푸렸다.


“못 믿을 것들이라고 하더니, 그들에게 병력을 맡기라고?”

“대마도에 수많은 인질이 있지 않습니까? 쉽게 배신하지는 못할 겁니다.”

“음······.”


생각해 보니, 그럴듯하여 광해가 침음성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밖에서 정기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소 요시사다가 뵙기를 청하였사옵니다.”


순간, 광해와 김류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늦은 시간에 소 요시사다가 면회를 요청하다니. 이는 분명 중요한 제안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제안은 물론 그동안 이들 가문을 압박한 결과였고, 당연하게도 조선에 유리한 것이리라.


“들라 하라.”


그러자 정기룡이 요시사다와 함께 들어온 뒤에 세자 옆에 섰다. 그의 관점에서는 요시사다가 믿을 수 없는 자였기에 세자의 호위 임무에 다시 들어간 것.

든든한 정기룡을 곁에 두고, 광해가 요시사다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어떤 결단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저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뵙게 되어 송구하옵니다.”


요시사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오라, 저희 소 씨 일족은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었사옵니다.”

“그거야 아까 한 말 아니더냐?”


여기서 요시사다는 김류를 잠깐 바라본 후 다시 광해를 바라봤다.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기에, 광해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김류는 내가 가장 믿는 신하다. 말해도 좋다.”

“네, 저하.”


요시사다는 여기서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드디어 준비해 왔던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저희는 조선을 위해 일본 본토 공략에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사옵니다. 길잡이 역할은 물론, 필요하다면 우리 쓰시마의 병력을 조선군에 편입시켜 함께 싸우겠사옵니다.”


이 말에 광해의 눈이 반짝였다. 이는 좀 전에 김류와 나눴던 계획 중 일부 아니던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스스로 찾아오다니.


‘역시 이놈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는 놈이다.’


요시사다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광해였으나, 그래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한데, 여기서 김류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제가 이놈을 시험해도 되겠습니까?’


마치 이런 뜻이었기에, 광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류가 요시사다에게 내뱉은 말.


“소 요시사다. 하면, 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우리의 사신으로 갈 수도 있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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