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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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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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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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DUMMY

성에 들어간 광해는 소 요시사다의 안내에 따라, 그들의 가택으로 이동했다.


‘대궐 같군.’


경작지가 많지 않았으나, 대마도주는 조선 침공의 전초 기지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그래서 요시토시를 10만 석 급의 다이묘로 대우 해주고 있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조선도 그런 대우를 해줘야, 대마도의 지배층인 소 씨 일가와 가신들을 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흥, 굳이······.’


다른 생각이 있는 모양인지, 광해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다음,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숙인 채 나열한 이들을 보았다.

요시사다가 재빨리 나서서, 한 명씩 소개하려 했다.


“저하, 이분이 대마도의 도주를 임시로 맡은 소 요시자네입니다. 제 형님입니다. 그리고······.”

“됐다.”


광해가 손을 들어 올리자, 요시사다가 재빨리 입을 닫았다.


“우선 소 씨 일가와 그들의 가신들은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 나오지 말거라. 밤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너희의 처분을 결정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요시자네와 요시사다 등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런, 그냥 오늘 처리하지······.’

‘하루를 뜬눈으로 더 밤을 지새우라는 건가?’


그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광해는 이순신과 류성룡 등 측근들에게도 지시했다.


“경들도 마찬가지요. 밤이 매우 깊었고, 오늘 하루 노고가 많았소. 모두 휴식을 취하시오. 내일 아침 일찍 다시 모여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겠소.”


그러자 대부분 문무 대신은 광해의 명령에 따라 각자 배정된 숙소로 향했다.

단, 이순신만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부하 장수를 시켜, 광해의 안위를 철저히 지키라고 명령했다.

또한, 병사들에게 교대로 보초를 서게 하는 것까지 확인한 후에 임시로 정한 숙소에 들어갔다.

광해는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조용해지는 것을 느끼고 잠시 눈을 붙였다.

하지만 대마도를 점령했다는 사실에 다소 흥분했는지, 깊게 잠을 자지는 못했다.

결국, 몇 번을 뒤척이다가 깨어난 뒤, 새벽녘에는 아예 일어나 버렸다.

그러고 나서, 밖으로 이동하는데.


“저하, 아직 조심하셔야 하옵니다.”


정기룡과 한명련이 재빨리 말리고 나섰다.


“눈은 붙였느냐?”

“저하께서 잠을 못 이루시는데, 소신들이 어찌······.”

“쯧쯧쯧, 다음부터는 교대로라도 잠을 자도록 하여라.”

“네, 저하.”

“망극하옵니다!”


충직한 그들을 보며, 광해는 빙그레 웃었다.

이것도 잠시, 대마도의 새벽 공기를 한없이 들이마셨다.


‘공기 한번 좋구나.’


동시에 정복감마저 차올라, 목적 없이 내딛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그렇게 잠시 여기저기 살피다가, 먼발치에서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김류와 이순신이었다.

그들 역시 뒤늦게 세자를 발견하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


“저하······.”

“어찌 이렇게 일찍 기침하셨사옵니까?”

“그건 내가 경들에게 물어야 할 말이오. 하하하.”


그러자 김류가 재빨리 대답했다.


“내일쯤 대마도의 왜성들을 꼼꼼히 살피러 가자고, 장군께 청했사옵니다.”

“왜성 말이더냐?”

“그렇사옵니다. 아까 살짝 봤을 때, 왜성의 구조가 일반적인 조선의 성곽과 매우 다르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물론 광해와 김류는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현대에서 다 공부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모른 척하고 광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다르더냐?”

“그게······, 몇몇 항왜들에게 얼핏 들었는데, ‘구루와’라고 불리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하옵니다. 이는 돌을 쌓을 때 회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돌만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을 사용했지요.”

“오, 나도 그 방식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메쌓기 방식이라고 하지?”

“그렇사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 옆에서 듣는 이순신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실상, 그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아랑곳하지 않고, 광해가 김류에게 물었다.


“그렇게 쌓는다면, 어떤 특성이 있느냐?”

“빗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게 하고, 무너져도 쉽게 복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쉽게 복구한다? 하면, 쉽게 축조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사옵니다. 하여, 소신은 다소 걱정되었습니다. 현재 부산을 빼앗긴 지 석 달이 넘어가고 있사옵니다. 혹여 왜적이 이와 같은 성을 짓고 있을지······, 않을까.”

“음······.”


이제야 이순신도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알고 보니, 광해와 김류는 왜성을 통해서, 조선을 걱정하고 있었다.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르자. 얼른 김류에게 질문했다.


“쉽게 축조한 것은 쉽게 무너질 수 있지 않은가?”

“아니옵니다. 제가 항왜들에게 자세히 물었사옵니다. 뜻밖에 매우 튼튼하다고 하옵니다.”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그리고 아까 들어오면서 왜성의 구조를 살짝 봤더니, 구불구불한 통로와 툭 튀어나온 돌출부가 있었사옵니다. 왜놈의 말로 각각 ‘고구치’와 ‘우마다시’라고 불리는데, 공략이 상당히 까다로워 보였사옵니다. 소수로 다수를 막을 수 있는 구조라고 할까요? 참고로 견훤산성과 삼년산성의 입구 구조도 이와 비슷하옵니다. 적의 직접적인 공격을 막고 측면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이지요.”


이순신은 들을수록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김류가 이번 전쟁에서 광해의 책사 노릇을 한다는 소문을 접하긴 했으나, 이 정도로 적과 아군의 병략을 꿰뚫고 있을지 몰랐다.


‘괜히 견훤산성과 삼년산성에서 왜적을 잘 막은 게 아니구나.’


심지어 ‘구루와’라든지, ‘고구치,’ ‘우마다시’라는 일본어도 알고 있었다.

세자가 타국의 말을 잘하는 것도 놀라운데, 김류 또한 배우려는 자세가 남달랐으니.


‘나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깨닫는 바가 적지 않아,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면, 왜성의 약점은 무엇이라고 하더냐?”


그러자 잘 물었다는 듯이, 김류가 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메쌓기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돌 사이로 잡초가 자라거나 동물들이 침입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상단부가 약점입니다.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한 번에 무너질 위험도 있지요.”

“내 질문은 어떻게 공략해야 성을 쉽게 무너트릴 수 있냐는 뜻이다?”

“평범한 공략으로는 희생만 뒤따를 것이옵니다. 비진천뢰포와 대장군포가 아니라면, 실상 성벽과 성곽은 쉽게 꿰뚫기 힘들 거 같사옵니다.”

“그렇군······.”


이쯤에서 광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의 방향을 바꿨다.


“김류, 네가 많이 공부했구나. 나중에 수많은 왜성을 치는데, 큰 도움이 되겠어.”

“저하, 소신은 통제사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이번에 거북선만 해도, 소신은 보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사옵니다.”

“거북선이라······, 나 역시 보고 나서 감탄했네. 통제사는 어찌 그렇게 왜적을 대비해서 거북선을 만들었나? 선견지명이 대단하네.”


세자가 칭찬하자, 이순신은 재빨리 겸손의 말을 내뱉으려 하였으나, 한발 늦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저하께서 앞으로도 통제사를 중용하시어, 반드시 대업을 이루시길 바라옵니다.”

“대업이라······. 내, 두 사람의 도움이라면, 얼마든지 자신 있지.”


이순신이 듣고 있자니, 아까부터 계속 의아한 부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수많은 왜성이라니? 아무리 왜적이 부산 등에 머물고 있다지만, 그럴만한 시간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대업? 왠지 모르게 이 두 사람은 더 큰 뜻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김류 이자가 왜국까지 가는 해로의 지도라든지, 왜국 본토까지 그릴 수 있다고 하였다.’


궁금했다. 세자도 그 내용도 알고 있는지. 아니, 혹여 먼저 김류에게 지리를 숙지하게 한 건 아닌지. 그 이유는 설마······.


‘나중에 왜국의 본토를 치겠단 뜻?’


이순신의 생각은 광해의 다음 말에 중단되었다.


“자, 내일 또 할 일이 태산이오. 두 사람 모두 지금이라도 눈을 좀 붙이시오.”


이 말을 듣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으나, 이순신은 왠지 모르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광해와 김류의 대화를 듣고, 그 역시 불타오르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서라. 지금은 먼저 왜적을 몰아내는 게 먼저다. 다른 생각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 * *


대마도의 아침이 밝았다.

광해는 소 씨 일가와 모든 가신 등 식솔들 전부를 불러 모았다.

대부분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아니, 절반쯤은 모두 벌벌 떨었고, 그중 소 요시토시의 아내이자 고니시 유키나가의 딸 다에는 더 부들거렸다.

이들에게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을 하루 더 준 것은 이렇게 부작용으로 남았다.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더 나아가 절망적이며 최악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문제가 하나 더 터진 모양이다.


“너희의 죄를 묻고 벌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느니라.”


광해는 부리부리한 눈을 더 크게 뜨고, 뒤에 있는 장수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데려와라!”


모두 데려와? 누구를? 무릎을 꿇은 소 씨 일가들은 약간 의문이 들었으나, 잠시 후에 끌려오는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런······.”

“음······.”


포승줄로 묶인 이들은 오토모 신조 등 본토 다이묘 세력에서 보내온 무장들이었다.

전날, 분명히 남문을 열고 탈출로를 열어주었건만, 끝내 배를 타지 못하고 잡힌 듯했다.

실제로 수색을 나갔던 항왜들이 이들을 잡아 왔고, 광해도 조금 전에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추상같은 표정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네, 이놈! 요시자네야!”

“저, 저하······.”

“너는 저들을 보내어 원군을 불러들이려 했더냐?”

“아니옵니다! 절대 그런 마음을 품지 않았사옵니다!”

“하면? 어떤 마음으로 저들을 왜의 본토에 보내려 했느냐?”


광해의 서릿발 같은 음성에 요시자네는 그만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한참을 망설였다. 그의 말 한마디로, 일족이 다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저하, 저들은 대마도 출신이 아니옵니다. 하여, 저들마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고한 희생자가 된다는 생각에, 도망치라고 길을 열어준 것이옵니다······.”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

“저, 저하······.”

“그럼, 너희의 도주인 소 요시토시와 그의 가신들은 왜 무고한 나의 백성을 죽였느냐?”

“그, 그것은······. 그것은······.”

“그만! 너희는 감히 조선을 침략했고, 수많은 백성을 죽이고 잡아 왔다. 그런데도 이렇게 뒤에서 작당 모의를 하며, 한 가닥 남은 나의 신뢰를 저버렸다. 고로, 너희는 물론이요, 저놈들 또한 마땅히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 여봐라!”


요시자네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나마 요시사다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변명했다.


“저하! 제 말을 한 번만 들어주시옵소서!”

“그 입 닥치지 못하겠느냐!”

“저하, 제발 한 번만······.”


그때 드디어 김류가 앞으로 나섰다.


“저하, 소신 잠시 말씀 올리겠나이다.”


요시자네 등은 드디어 조선의 신하들이 말려줄 것을 기대하며 김류에게 희망을 걸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라.”

“분명, 이들을 그냥 죽이는 건, 저하께서 오히려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힘을 쓰는 자는 쇠사슬로 묶어 격군 대신 노를 젓게 하고, 나이 많은 자는 총알받이와 칼밥으로 삼아 왜의 본토를 공격할 때 쓰며, 여자와 아이는 노비로 삼아 조선으로 보내는 게 합당한 줄 아뢰옵니다.”


죽느니 못한 삶을 연명해 주라는 김류의 말에 모두 아연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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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4 24.09.10 1,033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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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161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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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308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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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76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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