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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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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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DUMMY

이순신의 칭찬은 거듭 이어졌다.


“앞으로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이렇게 정확하다니. 류,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과찬입니다. 항왜의 정보가 생각보다 더 큰 도움이 된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 있나?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 이렇게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습니까? 시간만 있었다면, 더 자세히 그릴 수 있었습니다. 이게 도움이 되어, 왜적의 대갈통을······, 앗, 죄송합니다.”


칭찬에 흥분했는지, 김류의 입이 걸어졌다. 이순신은 그저 씩 웃었다.


“그리고 만약 원하신다면, 나중에 조선과 왜를 잇는 해로까지 그려드리겠습니다. 더 나아가, 왜의 본토 지도도 상세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순신은 또 한 번 놀란다.


“그, 그게 정말이냐?”

“제가 뭐 하러 영감께 거짓을 올린단 말이옵니까? 참말입니다.”

“허허······.”


헛웃음을 지었지만, 이순신의 몸에 전율이 흐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당시 지도는 매우 귀중한 전략적 자산이었다.

정확할수록 더 가치가 있고, 특히 적국의 영토에 대한 상세한 지도는 전쟁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정보였다.


‘만약 이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지도만으로 왜의 공격을 나아가서 막을 수 있다.’


어느덧 이순신의 생각은 조선과 왜를 잇는 바다로 가 있었다.


“정 그렇다면, 내가 부탁해도 되겠느냐?”

“최선을 다해서, 그리겠습니다. 조선과 왜 사이의 바다와 왜의 섬과······, 그리고 왜의 본토까지.”


마지막 말에 힘을 주는 것이 꽤 의미심장했다. 마치 언젠가 왜의 본토 지도가 이순신에게 꼭 필요하다는 식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앞으로 점점 나아가다 보니, 드디어 산길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주 경계를 강화하라.”

“네, 장군.”


물론 항왜들이 이미 척후로 사방에 뿔뿔이 흩어진 상황이다. 그래서 적을 발견하면 먼저 소식이 오겠으나, 이순신은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김류의 지도가 계속 진가를 발휘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확인한 지형은 웬만한 조선 땅보다 더 험준했다는 것.

그 부분까지 꼼꼼하게 지도에 표시해 놨으니, 한결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다만 류성룡과 이덕형 등은 죽을 맛이었다.


“아이고, 죽겠소.”

“휴, 내, 저하 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체력이 더 좋아진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소이다.”

“그래도 아까 잡혀간 백성들을 보니, 뿌듯하기 짝이 없었소.”

“맞소. 거기다가 진짜 대마도를 혼쭐 내주기라도 한다면? 아니, 더 나아가 점령이라도 한다면? 이 전쟁의 끝은 불을 보듯 뻔한 게 아니겠소?”

“두말하면 잔소리요.”


힘이 들어도, 세자 곁에 있다는 게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는 대신들.

뭐가 어쨌거나, 벼슬하는 자는 공을 세우고 싶어 했다.

이 전쟁이 끝나면, 분명히 1등 공신이 되어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꿈을 꿨다.

그러던 차, 역사적인 순간이 곧 눈앞에 왔다.

남쪽으로 갔던 항왜 중 하나가 오더니, 세자와 이순신 앞에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하, 백기를 든 자가 나타났사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광해와 이순신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자는 자신이 소 요시사다라고 하였사옵니다.”

“대마도 도주의 작은 숙부로구나.”


대마도의 외교와 행정을 담당하는 요시사다, 광해는 현대에서 이미 그를 공부하고 왔다.

그런데 광해가 아니더라도, 류성룡과 이덕형 등은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저하, 전란 전에 저자가 직접 조선에 서신을 보냈사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왜의 침략이 있을 터이니, 방비를 잘하라고 미리 알려주었사옵니다.”


광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나도 들었소. 거기에 더해, 병력을 파견하여 대마도를 지켜달라고도 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상하지 않소? 그때 정말 우리가 병력을 파견했다면? 과연 대마도를 지킬 수 있었을 거 같소?”

“그, 그건······.”

“음······.”


세자의 질문에 류성룡과 이덕형이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생각했다. 소 요시사다가 일본의 침략을 미리 알린 것은 분명 거짓이 아니었으나, 대마도 파병까지 요청한 부분은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가 없소. 특히나 이곳 대마도에 사는 자들은 세종 대왕님 이후 우리 조선과 왜를 동시에 섬긴 박쥐와 같은 족속들이오. 나는 놈들을 믿지 않소.”


실제로 원래 역사에서 소 요시사다의 행보는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고 평가해도 무방했다.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을 미리 알린 것은 분명 조선에 도움을 주려고 하였으나, 다른 한 발은 꼭 일본에 걸쳐 있었다.

나중에 조정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왜란 후 협상에서 그를 꾸짖곤 했다.

그 이후, 소 요시사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요리에게 붙었다가, 끝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어가서 자기가 모시던 세력을 패망하게 했다.

그 결과, 대마도는 무사했지만, 지금의 광해는 그를 신뢰하기 힘들었다.


“백기를 들었다고 하지만, 그는 분명히 협상하러 왔을 거요. 그리고 우리에게 요구할 거요. 섬의 지배권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하니, 그와의 협상은 내가 직접 하겠소.”


여기까지 말한 광해는 다시 이순신에게 시선을 돌린 뒤에, 또 다른 명령을 내렸다.


“왜적은 협상을 앞세우고 뒤를 치는 놈들이오. 그러니 통제사는 계속해서 해안가의 방어시설을 무력화시키고, 내륙 곳곳에 항왜들을 보내 마을을 하나씩 하나씩 진압하시오.”

“네, 저하.”

“그리고 이 산악지대를 이용해서 혹시라도 있을 적의 퇴로를 차단하시오. 만약에 이놈들이 북쪽 섬으로 들어가면, 더 험준한 산에 의지하여 저항할 수도 있소. 아, 광산 또한 살펴보시오. 아무래도 그곳에서 일하는 장정들이 꽤 있을 테니, 언제든지 그들 손에 무기가 쥐어질 수 있소.”

“명심하겠사옵니다.”


세자의 지시가 떨어지자, 이순신은 병사들을 나눈 뒤에 각각의 임무를 부여했다. 가기 전에 지도를 꼼꼼하게 숙지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였다.

그러고 나서, 다시 본진을 천천히 출발시키며 생각했다.


‘저하께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철두철미하시다.’


철두철미한 것뿐만 아니라, 광해는 계략도 잘 썼다.

광해는 아무도 모르게 좀 전에 보고했던 항왜 손에 서찰을 쥐여 주며 이렇게 말했으니.


“이것을 충선에게 가지고 가라. 그리고 여기 적힌 그대로 하라고 말해라.”

“네, 저하!”


과연 이 서찰에는 뭐라고 적혀있었을까?

그 내용은 광해와 김류만 알았고, 나중에 큰 명분을 만들 수 있었다.


* * *


한참, 산길을 따라 내려가니 넓은 평지가 나왔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소 요시사다가 광해를 알아보고 얼른 다가왔다.

그러나 한명련의 칼과 정기룡의 편곤 앞에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기에, 적당한 거리에서 허리를 깊이 굽히며 인사했다.


“저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인 줄 아뢰옵니다!”


광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뒷짐을 진 채 그에게 물었다.


“네가 소 요시사다냐?”

“그러하옵니다, 저하!”

“네가 직접 백기를 들고 왔다고 들었다.”

“그렇사옵니다.”

“하면, 너희 일족이 다스리는 대마도의 모든 권리를 우리에게 넘기겠다? 목숨값 대신?”


순간, 요시사다의 눈빛이 흔들렸고, 얼굴이 굳어졌다.

당연히 그럴 마음은 없다. 그러나 세자가 칼을 쥐고 있었으니, 어떻게 돌려서 말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요시사다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하, 저희 대마도는 오래전부터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중요한 가교 구실을 해왔사옵니다. 양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저희의 공로를······.”

“공로라고 하였느냐?”


광해가 노기를 띠고, 요시사다의 말을 끊었다.


“그런 공로가 있다면 왜 이 전쟁을 막지 못했느냐?”

“그건······, 저희의 힘이 일본 본토에 미치지 못해서······.”

“그래서 너희도 조선 땅에 와서 나의 백성을 죽이고 겁탈하며, 납치하여 노예로 팔아넘겼더냐?”

“저, 저하······.”

“시끄럽다! 지금 와서 그런 변명이 가당키나 하더냐!”


중간에 계속 요시사다의 말을 자르는 광해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밥 먹듯이 돌변하는 대마도의 너희 족속을 내,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이냐?”


요시사다는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그의 눈에 결연한 빛이 어렸다. 즉, 지금부터 목숨을 걸고 섬의 자치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새겨진 것.


“저하, 대마도는 저희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입니다. 저희에겐 대마도 외에는 갈 곳이 없사옵니다. 하여, 조선과의 관계 또한 중요하오니, 앞으로 양국 사이에서 더욱 충실히 가교 임무를 하겠나이다. 부디 저희의 처지를 헤아려 주시옵고, 제 말을 믿어주시옵소서.”


광해는 차갑게 대꾸했다.


“그래, 네 말대로 너희에겐 대마도밖에 없겠지. 하나, 거듭 말했지만, 나중에 딴말하는 너희 족속에게 한두 번 당해본 게 아니다. 이제 너희가 선택해야 할 때다. 조선이냐, 일본이냐? 이 자리에서 말하거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요시사다의 얼굴에 고뇌의 빛이 스쳤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하, 저희는······, 조선을 선택하겠나이다.”


광해는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요시사다의 입에서 원하는 대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좋다. 하면, 너는 우선 이시하라까지 가는 길을 열어라.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쓸데없는 교전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저하,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제가 성을 나오기 전, 이미 전령을 다 보내놨사옵니다. 먼 곳은 좀 더 시간이 지체되겠으나, 가는 길에는 감히 저하의 길을 막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옵니다.”

“틀림없으렷다?”

“그렇사옵니다!”


실제로 요시사다는 이시하라에서 출발하기 전, 무조건 조선과 교전하지 말라고 서신을 보냈다. 쓸데없는 희생과 피해도 막고, 원활한 협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단, 좀 전에 말한 조선의 편에 서겠다는 것은 지키기 힘든 약속이었다.


‘일단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


요시사다는 나중에 다시 히데요시를 만나면, 그때 또 저울질하여 태세를 전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요시사다의 꿍꿍이가 위기를 맞이한 시점은 평지에서 다시 산길로 접어든 뒤였다.

좁은 계곡을 지나던 중, 갑자기 바위와 나무들이 굴러떨어졌다.


“이런······!”

“누구냐?”

“저, 저하, 조심하시옵소서!”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세자의 신변이 걱정된 이순신이 서둘러 병사들을 올려보냈다.

그들은 곧 장정 십 수명을 붙잡아 왔는데, 광해의 시선을 받은 소 요시사다가 그들을 보면서 벌벌 떨었다.


“저, 저하! 소, 소신은 모르는 일입니다. 참말이······ 옵니다!”


변명하면서도 느꼈다. 저들의 얼굴이 일부 낯이 익긴 했으나, 전부 대마도 출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이건······.’


어쩌면 세자가 꾸민 계략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러나 아까 호언장담했으니, 여기서 함부로 따질 수 있겠는가.

곧 세자의 격노가 들려왔다.


“네 이놈! 네가 나를 또 속이려 들어? 내, 이럴 줄 알았다! 여봐라, 지금 당장, 저놈을 포박하라!”


요시사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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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2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9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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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60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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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5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5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4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6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30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7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41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6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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