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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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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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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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DUMMY

그 시각, 광해는 김류와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대체로 광해가 이순신을 설득한 과정을 김류에게 들려주었는데,


“역시 통제사에게 포로가 키포인트였군요.”


그만큼 이순신이 국가와 백성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광해나 김류 역시 포로가 된 백성에 이순신과 똑같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순신이 포로만 생각한다면, 이 두 사람은 대마도 정벌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통제사에게 조금 미안하지.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한 거니까.”

“넓게 보셔야죠. 대마도는 왜놈들이 우리나라와 중국을 치기 위한 허브로 사용해왔던 곳입니다. 오죽하면 태조와 태종 대왕이 무리해서라도 대마도를 정벌하려고 하셨겠습니까?”

“그렇지만 다 실패했지.”

“네······.”


고려 말, 조선 초. 대마도를 공격한 횟수는 세 차례였다. 그 첫 번째가 창왕 2년이었는데, 실상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이성계가 추진한 것이었다.

그 후 조선 초 태조 5년에 한 차례, 세종 1년에 또 한 차례 이루어졌다.

여기서 마지막에 이루어진 대마도 공략이 역사에서는 정벌이라고 나와 있었으나, 실제로는 대략 열흘 정도 대마도에 주둔했을 따름이다.

끝내는 산지로 숨어 들어간 대마도의 병력과 왜구들을 소탕하지 못하고, 태풍이 두려워 조선으로 철수했다.

다만 이후에 또 한 차례 공격한다고 엄포를 놓자, 대마도 도주가 항복했고, 그때부터 조선의 속주가 되었다.


“하나,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대마도를 점령할 적기이옵니다. 왜적은 대규모 함선을 몇 차례 해전을 통해서 잃었으며, 대마도의 병력 또한 조선에 묶여있사옵니다.”


이전 세 차례의 공격에서, 조선은 적의 항전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왜구의 본거지이기도 한 대마도는 해전에서도, 뭍에서도 잘 싸우는 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 대부분 조선 땅에 들어와, 소 요시토시와 함께 포로로 잡혔다.

해적 또한 이미 일본의 정규군이 되었으며, 이순신의 활약으로 대부분 죽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아직은 확실히 몰라. 통제사가 정찰을 보낸다고 했으니, 그 결과에 따라서 고민해 보자.”

“혹, 고민하신다는 뜻은······?”

“방법을 말하는 거야. 목표도 마찬가지고. 대마도 공략은 변하지 않아.”

“휴, 소신은 또 걱정하였사옵니다. 저하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셨을까······.”

“그럴 리가 있겠어? 대마도를 움켜쥐면, 다시는 왜놈들이 우리 땅을 못 밟을 텐데.”

“나아가, 언젠가 이루어질 일본 공략의 발판이 되기도 하죠.”

“그 이야기는 너무 멀다. 우선은 대마도부터 차례차례.”

“네, 저하. 명심하겠사옵니다.”


두 사람은 이미 세 번째 회귀 이전에, 대마도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깊게 논의했다.

그러다가 김류의 네 번째 회귀 후, 본격적으로 대마도 공략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았다.

지금이 빈집으로 추정되었기에, 결심한 것이었는데.


‘그사이 더 채워지지 않았기를.’


광해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대로 살려보고 싶었다.

단, 이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했다.

그게 바로 류성룡 등 대소신료들의 설득이었다.


* * *


김류와 대마도 정벌을 논의한 다음 날 아침.

세자가 전시 회의에서 대마도 출정을 입에 올리자, 류성룡 등은 또 벼락을 맞은 듯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하, 신중하게 생각하고, 좀 더 논의한 뒤에 출발해도 늦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아직 육지에서 적을 다 몰아내지 못하였사옵니다. 하온데, 어찌 적의 본거지를 친다고 말씀하시옵니까?”


류성룡에 이어, 이덕형도 반대의 뜻을 입에 올렸다.

그렇지만 그들이 언제 세자의 논리를 이겨본 적이 있었던가.

최소한 광해가 몸소 전란에 참전한 후에는 단 한 번도 뜻을 꺾은 일이 없었다.


“육지의 적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아니나, 그들은 이미 끊긴 보급으로 간신히 버티기만 하고 있소. 단, 한두 군데로 뭉치고 있기에, 규모가 꽤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오. 당장 전면전을 벌이는 건, 우리가 부담스럽단 뜻이오. 그래서 이참에, 그들에게 계속해서 비보를 알리는 것이 더 상책일 듯싶소.”


실제로 조선의 반격으로 왜군의 숫자가 상당히 줄었으나, 부산과 울산 등지에 남은 숫자가 총 오만을 훌쩍 넘었다.

거제도로 왔어도, 장계를 보내라는 세자의 명령에 따라 이 내용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었으니.


“또한, 철포대도 오천에서 일만으로 추정된다고 하였소. 큰 희생을 무릅쓰고 공격하다가 패하기라도 하면, 자칫, 그들에게 역공당할 우려가 있을 뿐이오.”

“하오나 우리도 십만이 넘었사옵니다.”

“더구나 전쟁이 더 길어지면, 백성들의 고통도 더 커지는 법 아니겠사옵니까? 저하, 아무쪼록 이 부분을 유념하여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두 사람이 또 한 번 적극적으로 반대해도, 광해는 요지부동이었다.


“안동에서부터 우리는 왜군이 지키는 성을 공략하기만 했소. 비록 수공으로 피해 없이 경주를 함락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성을 탈환할 때의 희생도 불가피했소.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거요. 그래서 차라리 왜군을 한두 군데 성에 몰아놓고, 말려 죽이는 전략을 쓰는 게 백배 천배 낫다고 생각하오.”


딴엔, 세자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하여, 내가 직접 대마도를 칠 것이오. 통제사와 함께.”


세자의 말에 대신들이 놀라 말문이 막힌 사이, 광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본디 대마도는 왜의 본토보다 우리 조선의 본토에 더 가까운 섬이오. 무엇보다도 조선과 왜 사이, 길목에 있소. 이런 상황에서 대마도를 점령한다면, 우리는 왜군의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전쟁에서 큰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대신들의 머릿속에서 정보 처리가 늦어지는 사이, 광해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했다.


“더구나 지난번 요시토시를 잡아 왔을 때, 경들도 듣지 않았소? 바다에는 생선이, 뭍에서는 각종 작물이 잘 자란다고 하였소. 이처럼 풍부한 식량과 이미 개발한 광산 등이 조선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소?”


이쯤에서 정신을 차린 신료들.


“저하, 그래도 아니 되옵니다!”

“저하, 함선을 타고 가신다니요? 그러다가 왜적의 포격에 맞기라도 하면?”

“그럴 리 없소. 저기에 자리한 통제사가 이미 조선에 들어온 함선을 대부분 쓸어버렸소. 여기에 오기 전, 방비도 튼튼히 하고 왔다고 하니, 하등 걱정할 게 없소.”


이런 말을 한다고 안 말릴 대신들이 아니요, 말린다고 뜻을 굽히는 세자도 아니었다.

다만 이순신도 세자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잠시 당혹스러워했다.


‘저, 저하께서 함께 가신단 뜻이었나?’


그는 어제 세자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지만, 세자가 직접 출정한다는 의도를 감지할 수 없었다. 그랬다면, 그때 말렸을 것이다.

따라서 세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으니.


“저하, 소장은 날씨가 걱정되옵니다. 이 시기에 갑작스러운 태풍이 일어날 수 있어 항해에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아직 대마도에 남아있는 왜군의 정확한 병력을 알 수 없어 예상치 못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광해가 이순신의 말을 가로챘다.


“통제사는 들으시오. 오늘 같은 맑은 날, 대마도는 눈을 크게 뜨면 보이는 매우 가까운 곳이오. 또한, 그곳의 정확한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 경이 정찰을 보내지 않았소?”

“그거야······.”

“더구나 나는 이미 요시토시를 통해서 알아놨소. 현재, 가동할 수 있는 젊은 장정의 숫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아오.”


일일이 다 반박한다. 어제보다 더 의지가 굳다. 세자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순신은 속으로 생각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저하, 하면, 대마도의 방비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정찰선이 온 뒤에 결정해주시옵소서. 지금으로서는 친히 출정하시는 것은 소장이 받아들일 수 없사옵니다.”


이순신은 양보한 듯, 양보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광해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내, 천문을 보니, 당분간 날씨가 맑을 것이오. 바람도 그리 심하게 불지 않을 것이고. 그러나 경들의 우려가 이렇게 깊으니, 정찰선의 보고를 듣고 판단하겠소.”


이번에도 뜻밖이었다. 세자가 천문까지 살필 줄 안다고?

의아한 이순신.

그런데 회의가 끝났을 때, 그 말이 사실로 드러나자 또 한 번 눈이 커졌다.


“저하께서는 천문에 능통하시긴 하셨소. 그래서 비가 온다고 도 순변사를 말렸고, 기어이 문경새재에서 대승을 거두었소. 또한, 경주에서의 수공도 성공할 수 있었고 말이오.”


류성룡이 이렇게 말해도 여전히 의구심이 일었지만, 이순신은 헛웃음을 지었다.


‘도사도 아니고, 천문을 보고 날씨를 맞힌다? 그거, 참······.’


그는 모를 것이다. 이혼과 김류는 이미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조일 전기와 난중일기 등을 다 정독하고 왔다는 것을.


* * *


준사의 정찰선이 도착한 시점은 그로부터 이틀이 꼬박 더 소요된 시점이었다.

즉, 출발 후에 사흘간 살피고 왔다는 뜻.

그런데도 이순신은 그가 너무 빨리 와서 실패한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반대였다.


“소장은 새벽에 대마도에 도착할 수 있었사옵니다.”


이순신은 이 보고를 광해와 대소신료에게 알렸고, 그래서 지금은 준사가 군영에 모인 윗분들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광해가 물었다.


“아무리 밤중이라지만, 방비가 없었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소신이 무사히 섬에서 내렸을 정도로, 아무 방비가 없었사옵니다.”

“적의 함선은?”

“고기잡이배를 제외하고, 중간 크기의 안택선이 두 척 보였사옵니다. 그래서 소신도 긴장했으나, 정박한 배에 아무도 타지 않았사옵니다.”


준사의 보고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놀라고 있었다.

반면, 광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준사에게 한 번 더 질문했다.


“대마도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다. 양쪽 섬에 상륙하여 샅샅이 살펴보았더냐?”

“네, 저하. 우선 ‘두지포’에 갔는데, 포로들을 지키는 병력 이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사옵니다. ‘나로군’과 ‘훈내곶’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시 몰라, 섬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사온데, 노인과 여자, 아이들 말고 싸울 수 있는 장정은 많이 보이지 않았사옵니다.”


준사가 말한 세 곳은 대마도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이며, 남북의 입구를 지키는 곳이었다.

고로, 세 군데 방비가 허술하다면, 정말 대마도에 병력이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광해의 통찰력을 또 한 번 증명한 정찰이나 다름없었고, 류성룡 등도 더는 말리지 못할 것 같았다.

아니, 이 정도라면······.


‘진짜 한 번 해볼 만할 수도······.’


이제는 대소 신료들이 먼저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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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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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5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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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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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6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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