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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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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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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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DUMMY

광해는 포로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차분하지만 위압적인 목소리로 질문을 시작했다.


“섬의 방비 상황을 숨김없이 말하라.”


포로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일본말을 너무 잘해서, 잠시 조선의 세자인지 아니면 일본의 다이묘가 시험하는 건지 황당한 생각조차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명련과 정기룡이 각각 검과 편곤을 손에 잡고 나서자, 재빨리 한 명이 나서서 대답했다.


“병력 대부분이 본토로 갔습니다. 남은 병력은 수백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어디에 있느냐?”

“일부는 혼나이자키, 마치우라, 니로에 있고, 일부는 이즈하라와 사스나에 있습니다.”


이제 포로들이 앞다투어 대답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충성심이 없다.

더구나 포로들 사이에는 해적도 섞여 있었으니, 어차피 먼저 말하는 사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다만 더 부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데도, 이들이 말한 지명을 광해가 다 알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너희가 잡아 온 조선인은? 혹시 마치우라에 있나?”

“어? 네네. 대부분 거기에 있고, 일부는 이즈하라와 사스나에, 일부는 광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마치우라는 두지포다. 이미 여기에 치기 전에, 포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곳이었다.


“좋다. 그러면 쓰시마는 누가 임시로 통치하고 있느냐? 혹시 소 요시자네냐, 아니면, 소 요시사다냐?”

“엇!”

“소 요시자네, 그가 임시로 다스리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대를 넘나든 광해.

대마도 정보는 빠삭했으며, 김류를 통해서도 이미 다 들었다.

소 요시자네는 원래의 도주인 소 요시토시의 숙부였다. 현재 나이는 예순이 넘어가는 고령으로 전쟁에 참전할 수는 없었고.


‘여기서 후방을 지원했겠지.’


실제 더 중요한 인물은 소 요시사다였다. 그 역시 소 요시토시의 다른 숙부로 외교 업무에 능통했으며, 대마도의 정무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었다.


“그래. 하면, 누가 가서 항복 문서를 전하고 오겠느냐?”


앞다투어 대답하던 포로가 이 질문에는 잠시 침묵했다.

항복 문서를 들고 갔다가,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후에 한 명이 나섰다.


“제가 하겠사옵니다.”

“그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쇼타로라고 하옵니다.”

“좋다. 네가 만약에 항복 문서를 주고 온다면, 내가 쓰시마를 점령한 후에 너를 중하게 쓸 것이다.”

“아이고, 감사하옵니다!”


순간, 쇼타로 이외의 남은 포로들의 표정이 확 변했다.

이들 대부분은 전란이 벌어진 후, 뒤에서 보급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은 자들이다.

자연스럽게 일본 본토에서 함선이 들어오고, 조선으로 가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기세 좋게 갔다가, 늘 패배한 함선을 보고 느낀 게 많았다.


- 조선은 강하다! 최소한 일본이 조선의 수군을 이길 수는 없다.


지금까지 천여 척이 넘게 조선에 갔다. 그중 절반이 보급선이다. 그런데 보급선 말고 전투 함선은 제대로 승리하고 온 적이 없었으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얼마 전에 돌아온 도쿠이 미치유키 함선은 거의 전멸했단다. 그나마 생존한 병사들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순신과 복카이센을 되뇌곤 했다.

당연히 조선이 언젠가 쓰시마에 보복하러 올 것을 알았다.

이에 현재 두 척밖에 안 남은 수군 전력이라서, 미치유키 패잔병이 본토로 가는 길에 서둘러 원군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지가 닷새 전.

그사이 이렇게 빨리 조선이 쳐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거, 대마도가 조선에 넘어가는 거 아니야?’

‘본토에서 여길 지원한 배가 있을까?’

‘차라리 이참에 조선 쪽으로 붙는 게 더 나았으려나?’

‘내가 항복 서찰을 가져간다고 할걸.’


이들의 생각을 읽었는지 모르지만, 광해가 서찰을 써서 보낸 뒤에 다시 심문에 들어갔다.


“얼마 전에 미치유키의 함선 중 일부가 이쪽으로 도주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은 어디에 있느냐?”

“그게······.”

“혼슈로 들어갔사옵니다!”


혼슈는 일본 본토 네 개의 섬 중 가장 큰 곳.

한 명이 망설이면, 다른 한 명이 얼른 대답한다.


“언제 갔느냐?”

“닷새 전이옵니다.”

“닷새 전이라······.”


대마도에서 하루거리의 본토.

닷새 전에 갔는데도, 여전히 배가 두 척이었다.

둘 중 하나다.

당장 보낼 배가 없거나, 조선이 설마 대마도를 친다고 생각 못 하거나.


‘둘 다일 수도 있지.’


짧은 기간, 일본이 잃은 배의 숫자를 헤아려 봤다.

대략 700에서 800척이었다.

아무리 일본이 배가 많아도, 그만큼의 배를 또 모아서 공격에 나설 수 있을까?

더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국 내 견제해야 할 세력이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한테 얕보이면, 일본도 바로 또 동서 대전이 일어나는 거지.’


일본의 미래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전부 다 아는 이혼이었다.

지금은 이에야스가 히데요시의 힘에 숨죽이고 있지만, 후자의 전력이 약해졌을 때, 전자는 머리를 들기 시작할 것이다.

늙은 뱀과 같은 히데요시가 이에야스의 꿍꿍이를 모르겠는가.

아니, 그가 일순간에 눈이 뒤집힌다고 해도, 휘하에 있는 책사들이 경고할 것이다.

더 쥐어짜서 조선에 함대를 보낸다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좋아, 그러면 본격적으로 대마도를 점령해 볼까?’


이쯤에서 광해는 이순신을 보며 말했다.


“언제 일본의 본토에서 원군을 보내올지 모르오. 우리는 서둘러 훈내곶을 점령하는 게 좋겠소.”


그러자 이순신이 얼른 답했다.


“저하, 대마도를 지키는 유일한 배 두 척도 처리했으니, 지금부터는 속도전으로 가도 괜찮을 거 같사옵니다.”

“하면?”

“굳이 시간을 끌 필요는 없지요. 차라리 함대를 세 부대로 나누어 훈내곶과 두지포, 그리고 니로군을 각각 빠르게 점령하는 게 좋을 듯싶사옵니다.”


이순신의 작전 변경에 광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의 뜻대로 하시오.”

“네, 저하.”


역시 이순신은 한번 결정하기까지 신중했지만, 막상 전장에 나오면 단호하고 과감했다.

그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광해는 참 든든했다.


* * *


잠시 후, 조선 함대의 주력은 두지포를 향해 전진했고, 나머지 두 부대는 각각 훈내곶과 니로군을 향해 갈라져서 이동했다.

그리고 이순신의 대장선이 있는 주력 함대가 두지포에 가까워지자, 섬에서는 당황한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뭐, 뭐야?”

“아니, 설마······?”

“설마가 아닐세. 저건 조선의 배야!”

“도, 도망쳐! 어서 알려야 해!”


해안가로 나와 두려움에 떨며 함대를 바라보던 일부 왜병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이순신이 다시 명령했다.


“화포를 준비해라!”


그냥 화포가 아니었다. 이번에 광해를 만나고 나서, 배에 실은 대장군포였다.

언제나 그렇듯, 쓸데없는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첫 번째 위력이 중요했다.

그래서 잠시 후, 두지포를 지키는 병력이 조총을 들고 달려오는 것이 보이자마자 이순신이 크게 고함쳤다.


“준비된 총통으로부터, 대장군포를 쏴라!”


쾅! 쾅! 쾅!


굉음이 울리며, 대장군포가 왜군을 향해 떨어졌다.

하필이면 한가운데였고, 곧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흙과 돌덩이를 사방으로 날렸다.

또한, 포탄 파편에 맞은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폭발의 충격파에 휩쓸린 이들은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죽은 자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횡사하고 말았고, 오히려 울부짖는 자들은 그나마 살아있는 이들.


“으악!”

“사, 살려줘!”


순식간에 비명과 울부짖음이 해안가를 가득 메웠다.

정신을 차린 일부 병사들이 조총을 겨누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쾅! 쾅! 쾅!


어느새 또 대장군포가 발포되었는데, 이번에는 공중에서 폭사했다.

그 위력은 대단했다.

왜군 진영을 거의 초토화할 정도였으니.

눈 깜짝할 사이, 해안가는 시체와 부상자들로 가득 찼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정신없이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 이건 악마의 무기야!”

“저런 무기에 맞서 싸울 순 없어!”


대장군포의 위력 앞에 왜군의 저항은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 * *


한편, 이순신 또한 대장군포의 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리 설명을 들었고, 거제도에서도 시험 삼아 몇 차례 써봤다.

그런데 실전에 활용해 보니 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다만 감탄만 할 수는 없는 법.


“적들은 아마도 쥐어짠 병력이었을 것이다. 이제 거의 남지 않았을 게 분명하니, 서둘러 상륙한 뒤에 항왜를 통해 외치게 하라.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준다고.”

“네, 장군!”


이순신의 명령에 따라, 이번에는 항왜들이 탄 세키부네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상륙한 뒤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항복하라!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


그런데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느꼈을까?

얼마 후, 아까 도망친 왜군 중 일부가 백기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는 대장선도 두지포에 정박한 상황.

단, 이순신은 외부의 위험에 세자를 노출할 수 없어서, 여전히 방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광해가 아니었다.


“서둘러 주시오. 저들을 앞세워서 포로를 구하러 가야 하오.”

“네, 저하.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나도 가야겠소.”

“저, 저하······.”

“조선의 백성이 끌려왔소. 어찌 여기서 한가하게 기다릴 수 있단 말이오?”


이 말에 이순신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는데, 다행히 류성룡과 이덕형이 죽기 살기로 세자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저하, 이번만은 아니 되옵니다! 여기는 타국의 영토입니다!”

“그렇사옵니다! 저 산들을 보십시오. 어디에 적들이 매복하고 있을지 모르옵니다. 가시려거든, 소신을 죽이고 가시옵소서!”

“음······.”


어쩔 수 없다는 듯, 광해가 침음성을 흘리더니, 이순신에게 말했다.


“그럼, 최대한 빨리 포로를 구해내서 데려오시오.”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이순신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걱정이군.’


저하께서 옥체가 상하시기라도 할지.

언제까지 말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순신은 사방으로 정찰을 보냈다.


“장군, 남쪽 인근을 수색한 결과 항복한 병력 외에는 더 이상 왜적이 없는 것 같사옵니다.”

“동쪽 인근도 그렇사옵니다.”

“장군, 교위 김충선이 잡혀간 백성들이 있는 곳을 찾았사옵니다. 교전이 발생하였지만, 적이 극소수라서 큰 피해 없이 접수하였다고 하옵니다.”


옆에서 듣던 광해가 또 한 번 나서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이제 위험은 없을 것 같소. 내가 직접 백성들을 봐야겠소.”


그러나 여전히 신하들은 그에게 말했다.


“저하, 날이 어두워졌사옵니다. 위험하옵니다!”

“그렇사옵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해도 늦지 않을 것이옵니다.”

“하면, 차라리 포로를 빨리 이쪽으로 데려오라고 하시오. 내, 그들을 봐야 잠이 올 거 같소.”


어차피 다시 조선으로 데려가야 할 백성들이었다.

이순신은 광해의 지시에 얼른 사람을 보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었는지, 얼마 후에 김충성 등이 백성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먼발치에서 횃불 아래, 조선의 백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광해.


“내, 직접 저들을 맞이해야겠소.”


이제 신하들은 그를 배에 붙잡아 두지 못했다.

마침내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백성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백성들.

모진 고초를 당했는지, 몰골이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이었다.

광해의 눈에 그들에 대한 연민과 왜적에 대한 분노가 교차했다.


‘가만두지 않겠다.’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드디어 광해가 백성들 앞에 섰다.


“너희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구나. 내, 맹세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조선을 강한 나라를 만들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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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2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9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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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60 33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039 36 12쪽
65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2 24.09.06 1,100 36 12쪽
64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1 24.09.05 1,054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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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138 38 12쪽
60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4 24.09.01 1,128 38 12쪽
»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165 40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5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5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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