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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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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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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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DUMMY

7월 24일,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사실 출발 준비는 일찌감치 해놨는데, 여덟 개 군으로 분리하는 작업이 지체되었다.

류성룡과 신립의 이견이 좀 있었던 듯했다. 그 의견 차이를 좁히고, 드디어 장수와 책사, 병종 배치가 완료되었다.

지난번 김류의 의견을 받아들여, 각 군은 약 1만 명 규모로 구성되었다.

이를 팔로군(八路軍)이라고 명명했는데, 각 지휘관과 병종은 다음과 같았다.


일로군 - 팔로군 총사령관 겸 일로군 대장 권율, 조총수와 궁수의 높은 비중. 영천 병력과 합친 후 대구를 거쳐, 울주로 향한다.


이로군 – 신립, 기병대가 주력. 대구를 거쳐 청도, 밀양, 양산을 공략한다.


삼로군 – 정인홍, 의병 중심으로 편성. 대구를 거쳐 창녕, 밀양, 울주를 향한다.


사로군 – 이일, 포수와 화기 운용 병력 위주. 대구를 거쳐, 청도, 밀양, 울주를 향한다.


오로군 – 곽재우, 유격전에 능한 정예 부대로 구성. 대구를 거쳐, 창녕, 함안을 향하며, 최종적으로 진주에서 출발한 유자신과 김시민의 군부대에 합류한다.


육로군 – 권응수, 수륙 양용 작전이 가능한 병력. 대구를 거쳐 밀양, 양산, 부산을 향하며, 최종적으로 진주 군부대와 합류한다.


칠로군 – 김성일, 지역 민병대가 주축이며 보급을 담당. 팔로군을 돌아다니며, 보급의 문제가 없도록 한다.


팔로군 – 박진, 비진천뢰포와 신기건, 그리고 천지현황 총통 등 신무기 운용. 대구를 거쳐, 밀양, 양산, 김해를 향하며, 최종적으로 진주 군부대와 합류한다.


각 군의 지휘관에게는 문무를 겸비한 보좌관을 붙여 균형을 맞췄다. 이러한 편성은 다양한 전술 운용과 유연한 대응을 가능케 했다.

또한, 각 군끼리 유기적으로 합동 작전을 수행하게 하되, 각 지휘관에게 자율권을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1, 2, 3, 4번 대까지 와해한 일본의 남은 5번 대부터 9번 대까지를 울산과 부산으로 몰아넣는 전략을 목표로 했다.

이렇게 그들이 떠나고, 광해 역시 출발하려는 찰나, 한양에서 돌아온 송희립이 도착했다.


“잘 왔네. 아무래도, 뱃길을 우리보다 더 잘 아는 네가 좌수사에게 안내하는 게 좋겠지.”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모르는 송희립, 그제야 김류가 옆에서 세자의 행선지를 밝혔다.


“저하께서 직접 이순신 장군을 삼도 수군통제사로 임명하시려 합니다. 또한 새로 개발한 대장군포를 전달하고, 향후 수륙 합동 작전에 대해 논의하실 계획입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이 마당에 굳이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이미 좌수사에게 사람도 보냈습니다.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 수도 있고요.”


광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좌수사의 활약으로 해상 봉쇄에 성공했으니, 이제 육지에서의 승리와 연계할 때야. 해서, 그를 직접 만나 전략을 조율하고 싶네.”


송희립은 감격에 겨워 고개를 숙였다.


“저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다시 주변을 둘러봤을 때는 류성룡과 이덕형 등의 대신들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꽤 말렸겠구나.’


하긴, 아무리 세자가 전쟁 영웅이라지만,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그런데도 광해의 고집이 신하들을 이겼나 보다.

문득, 송희립은 이순신을 떠올렸다.


‘저하께서는 좌수사 영감과 비슷한 성정인가 보다.’


그럼, 두 사람의 조합이 뜻밖에 잘 맞을 수도······.


* * *


그 길로 일행은 서둘러 경주 포구로 향했다.

이미 준비된 배 한 척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송희립이 경주에 왔을 때, 타고 온 쾌속선이었다.

그가 다시 경주에 들를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기에, 이 배를 타고 갈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함께하게 되었다.

잠시 후, 갑판 위로 올라서자, 광해의 코에 바다 내음이 실려 왔다.

멀리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지고 있었고, 하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광해는 잠시 그 광경에 넋을 잃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저하, 출발 준비가 다 되었사옵니다.”

“그래, 가자.”


어둑해진 하늘 아래, 송희립의 지시에 따라 돛이 펴지고, 쾌속선이 출발했다.

광해는 끊임없이 이순신과의 만남을 그렸다.

수륙 연합 작전, 대장군포의 활용, 그리고 임진왜란의 조기 종결 등등, 많은 계획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편, 배가 안정적인 항로에 접어들자, 송희립이 한양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기 시작했다.


“어찌, 그런 일이······.”

“휴······.”


원균이 거짓 장계를 올려 공을 가로챘다는 이야기에 원균의 거짓 장계 이야기를 들은 신하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류성룡과 이덕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김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원균 그자의 간교함이 전하의 눈과 귀를 속이다니요!”


겉으로는 원균을 욕했으나, 속으로는 임금 이연의 어리석음을 비난했다.

송희립은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광해와 선조의 모습이 끊임없이 교차했다.

한쪽한테는 결단력과 선견지명이 보였고, 다른 한쪽은 우유부단하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 저하께서는 정말로 왕의 자질을 타고나셨구나.’


송희립의 마음은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채 출렁이는 파도처럼 요동쳤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처럼, 조선의 앞날도 아직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미래를 이끌어갈 인물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


‘저하께서 빨리 왕위에 오르시길 바라는 마음은 역심인 걸까?’


송희립의 눈동자에 잔잔한 물결이 들이치고 있었다.


* * *


한편, 부산포 해전 소식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귀에도 들어갔는데, 그는 당연히 분노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면서 다음 사항들을 부산에 있는 우키타 사령부에 전하라고 명령했다.


첫째, 지체하지 말고 조선의 세자를 사로잡을 것.

둘째, 속히 전라도를 속지로 삼아, 원정군의 식량을 현지에서 조달할 것.

셋째, 조선의 해상 봉쇄를 뚫기 위해, 대마도와 이키섬에 있는 예비 함대를 모두 보낼 것.

넷째, 일본 동부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다이묘들은 조선 원군을 구성할 것.


하지만 넷 중 하나만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조선의 세자를 사로잡거나, 전라도를 속지로 삼기에는 전세가 역전당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의 동부 다이묘들은 왠지 모르게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마도와 이키섬에 있는 예비 함대가 부산포에서 도망쳐 온 함대와 합쳐져, 200척으로 다시 한번 이순신의 조선 수군과 격돌했다는 것만 지켜졌다.

하지만 총대장인 도쿠이 미치유키가 안골포 해전에서 크게 당했으니, 그는 순식간에 절반의 함선을 잃고 말았다.

이제, 남은 100여 척의 함선으로 어떻게든 반전을 모색하려는 미치유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질 수밖에 없었다.


‘휴, 입구가 너무 좁아.’


한때 자랑스럽게 휘날리던 기(旗)들은 이제 누더기가 되어 바람에 힘없이 나부꼈고, 미치유키의 머릿속에서는 지난 며칠간의 패배가 끊임없이 맴돌았다.

더구나 쓰라린 심정을 더 후벼파는 부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도노, 또 실패했습니다.”

“그러냐? 못 뚫었더냐?”

“······.”


부관은 말이 없었다. 아니,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부하 장수들에게 화도 내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적장 이순신은 신이 내린 장수였다.


‘내 잘못이다.’


여기 안골포를 선택한 게 악수였다. 호리병 모양이었기에, 이순신이 나갈 때 기습하여 앞서 당했던 일본 수군의 복수를 하려 했다.

실제로 입구를 통해 나가서 적의 함선을 공격했을 때는 성공 일보 직전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게 유인을 포함한 함정이었다는 걸 좌우에서 펼쳐진 협공으로 뒤늦게 깨달았다.

간신히 빠져나왔을 때는 안골포 호리병의 안에 갇힌 셈이 되었고, 며칠째 포위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로 여겨졌다.


“하여, 몇 척이나 침몰했느냐?”

“일곱 척입니다.”

“음······. 열 척 중 세 척만 돌아왔다?”


미치유키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계속 좌절할 수만은 없는 법.


“모두를 소집하라. 지금 당장 회의를 열겠다.”


그리고 장수들이 모이는 동안, 미치유키는 잠시 눈을 감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투지를 끌어모아 총공격할 것이다.’


이 결정을 하자마자, 갑자기 자부심과 두려움, 책임감 등 복잡한 심경이 뒤엉켰다.


‘내가 실패하면 우리 가문의 명예는 물론, 앞으로 관백의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루시마 가문의 장남에, 히데요시의 무한한 신임을 받는 장수 미치유키. 그랬기에 이번 전쟁은 반드시 승리하고, 조선을 히데요시의 발 앞에 바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순신이라는 벽이 이토록 거대할 줄이야. 그를 떠올리자, 무력감이 온몸을 감싼다.


‘제기랄.’


미치유키만 그러겠는가? 잠시 후 모여든 장수들을 봤는데, 어찌나 피로와 절망이 뒤섞인 표정들이던지.

그래서 미치유키는 굵은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우리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우리에겐 아직 97척의 배가 남아있지 않은가!”


그의 말에 몇몇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부분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쿠키 요시타카가 작전을 냈다.


“도노, 지금까지 몇 차례나 저희가 나갔다가 당하는 것을 반복해 왔습니다. 해서, 적들은 우리의 다음 시도에도 똑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일부 함선을 앞에 두고, 다수의 함선을 뒤에 두는 겁니다.”

“앞에 함선이 미끼인 거군?”

“맞다. 적이 소수의 함선에 신경을 쓰는 사이, 남은 함선이 빠져나가는 거지.”


중간에 가토 요시아키의 질문에 요시타카는 ‘빠져나간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다른 장수들은 생각했다. 빠져나가서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작전상 후퇴를 하는 것이라고.

이에 패배감에 젖었던 장수들의 얼굴에 희망의 표정이 올라온다.


‘잘하면 살 수 있겠어.’

‘드디어 살아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이들은 감히 이긴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회의에서 아예 입을 올리지 않는 이순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장수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으니.


‘솔직히 그와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다.’


미치유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의구심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순신이 이런 책략에 넘어갈까?’


그러나 지금 해볼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기도 해서, 재빨리 입을 열었다.


“요시타카, 그대의 제안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소.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회로 삼아 반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오. 앞선 다섯 척은 우리의 가장 용맹한 전사들로 채우고, 뒤따르는 배들은 신속히 이동하되 언제든 전투 대형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오.”


이 말을 뜯어 보면, 결국 작전상 후퇴의 명분을 만든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모든 장수가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미치유키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안다. 너희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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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1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8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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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59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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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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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4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3 45 11쪽
»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5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29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4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38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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