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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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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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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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DUMMY

과한 신상만큼, 필벌 역시 단호했다.

우선 원균을 불러들여 엄한 목소리로 죄를 꾸짖었다.


“원균은 들어라! 너의 무능과 거짓 장계로 인해 나라가 큰 위험에 처했다. 경상 우수영의 함선들을 무모하게 침몰시켰으며, 전공을 가로채고 허위 보고를 일삼았다. 죄를 인정하느냐?”

“저, 저하······.”

“죄를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원균은 땀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하, 소장 억울하옵니다!”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구나. 여봐라, 저자의 막사를 뒤져라!”


실은 요식 행위였다.

광해는 배에서 내린 뒤, 김류에게 말해놓은 게 있었으니.


- 원균의 막사에서 쓰다 만 장계를 찾아와.


이 시대에는 문서의 수정이 쉽지 않았다. 쓰다가 틀리면, 새로운 종이에 다시 써야 했다.

원균은 그런 흔적을 분명히 남겼을 것으로 예측했다.


- 그런데 없으면 어떻게 할까요?

- 있어, 분명히.

- 저하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없으면 있게 하라는 뜻인 줄 알아듣고, 김류는 먼저 원균의 막사에 들어갔다.

다행히(?) 조작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여기저기 장계를 쓰다 만 흔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세자의 지시가 나오자마자, 김류가 이덕형과 함께 문서들을 가져왔다.

광해는 그 문서를 읽었는데, 놀랍게도 이순신을 모함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원균, 네 이놈! 너는 통제사의 작전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공을 가로채는 것으로 부족해, 이렇게 모함까지 일삼았구나!”

“저, 저하!”

“시끄럽다! 수군의 전력에 큰 손실을 끼친 것도 단순한 실책이 아닌데, 해상을 봉쇄한 통제사를 모함해? 이는 적을 돕는 행위이니, 반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해의 날카로운 질책에 원균은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을 시도했다.


“저하,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억울하옵니다! 소장의 말을······.”


하지만 광해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단호하게 선고를 내렸다.


“닥쳐라! 내 너의 목을 당장이라도 베어, 전군의 본을 삼고 싶으나, 전하께 네 신병을 맡기겠다. 여봐라, 원균을 즉시 한양으로 압송하라. 그곳에서 그의 죄에 대한 최종 판결이 있을 것이다!”

“저, 저하······.”


원균은 창백한 얼굴로 끌려 나갔다.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는 모습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조정에서 판결받는 게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는 일부 신하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과연 금상이 원균을 벌할까?’


그동안 봐왔던 임금은 우유부단했고, 과단성이 부족했다. 그야말로 세자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 역시 임금의 성정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원균이 다시 등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예상했다.

그런 생각들을 광해가 이용하는 중이었다.


‘아버님, 당신이 원균에게 벌을 주지 않는다면, 또 한 번의 마일리지를 쌓게 되는 셈입니다.’


당연히 세자에게 권력을 내줘야 하는 마일리지였다.

이 생각을 갈무리한 뒤, 광해는 다소 동떨어진 지시를 내렸다.


“김충선과 항왜 병력을 이곳 거제로 소환하라.”


이 말에 주변 신하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육지에서 싸우는 항왜를 해전에 불러들이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 이제는 전략 전술에 관해서 광해의 판단력을 믿지 않는 이들이 없었으니, 분명 깊은 뜻이 있으리라 여기며 회의를 마쳤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광해는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이순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다음 말을 꺼냈다.


“대장선에서 그대와 나눌 이야기가 있소.”


이순신은 즉시 고개를 조아리며, 그러하겠다고 말했다.

광해가 또 웃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묘한 미소였다.

뭘 생각하는지, 속을 알 수 없는······.


* * *


곧 저녁을 앞둔 대장선 위.

때는 여름이라 바닷바람이 시원하고, 청량해서 광해가 잠시 즐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바다 먼 곳을 가리키며, 이순신에게 질문했다.


“경은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아시오?”

“저쪽이라면······?”


이순신은 광해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야말로 망망대해다.

그런데 세자는 어떤 답을 원하는 걸까?

혹시······.


“일본을 말씀하시옵니까?”

“반만 맞췄소.”

“반만···, 하면?”

“나는 세종 대왕께서 잠시 정벌하신 섬을 뜻한 것이오.”

“아······.”


어딘지 깨달았다. 바로 대마도였다.


“대마도를 말씀하시옵니까?”

“그렇소.”


여기서 이순신은 또다시 의문이 들었다.

굳이 대마도를 지금 언급하는 세자의 의중은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경은 혹시 들어봤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을?”


광해의 말뜻을 완전히 이해한 순간, 이순신의 눈이 반짝였다.

아까 대장군포의 쓰임새를 말할 때 약간 눈치챘었다.

역시 세자는 대마도를 노리고 있었다.

그래도 확인하듯 한 번 더 물었다.


“저하께서는 대마도를 공격하자고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설마’가 생략되어 있었으나, 이순신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세자는 거침이 없었다.


“그렇소. 경 덕분에 육상의 왜적들은 현재 부산과 울산 등에서 고립된 상태요.”


실제로 경주에서 출발하기 직전, 첫 번째 승전보가 들어왔다.

하루 만에 대구를 탈환했단다.

아울러 진주성에 있는 유자신과 김시민 역시 의병장들과 함께, 의령, 함안, 김해까지 탈환했다는 소식도 전해져왔다.

이렇게 된 이유는 광해와 김류의 전략이 먹힌 것도 있었지만, 해상 보급로가 완전히 차단되어 적의 원군과 무기, 그리고 식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순신은 겸손했다.


“소장은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실상은 저하께서 직접 참전하셨기 때문에, 오늘의 쾌거를 이룩한 것인 줄 아뢰옵니다.”

“겸손이 지나치시오. 그보다 경한테 묻겠소. 이번에 왜적을 다 물리친다고 가정해 보시오. 다시는 조선을 침략하지 않을 것 같소?”


이순신은 깊이 생각하고, 무겁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광해가 그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이순신은 바닷물결에 잠시 시선을 준 뒤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닐 거 같사옵니다.”

“아니면? 그 이유는요?”

“저들의 관백이란 자는 일찌감치 야욕을 품었습니다. 일부 항왜들에게 물어보니, 명은 물론 천축국까지 칠 목표까지 세웠다고 하옵니다.”


애초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인도까지 공격할 계획이었다는 것은 이혼도 알고 있었다.

이순신 역시 항왜들에게 그 내용을 들은 듯하다.


“해서, 수길은 이번에 물러간다고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더구나 싸움에 습관이 된 것들을 부하로 삼았으니, 다시 준비해서 침략해 올 것이 분명하옵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오. 하여, 이제 우리가 공세로 전환할 때라고 말하는 거요. 왜적의 섬을 공격함으로써, 그들의 땅에서 전쟁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 하오.”


이순신은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다. 대담하지만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의 지휘 아래 조선 수군은 이미 왜군의 함대를 궤멸시켰고, 대마도는 조선 땅과 멀지 않다.

대답이 지체되자, 그 내용이 광해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경 덕분에 우리 땅을 침범한 왜군의 함선은 거의 궤멸하였소. 다시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릴 터인데, 우리는 현재 대마도의 도주와 그 장인의 명줄을 죄고 있소. 무엇보다도 대마도의 방비가 허술할 것이오.”

“확인해야 할 것이옵니다.”

“물론 그렇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오. 또한, 확인하는 김에 포로의 숫자도 알고 싶소. 나는 이번에 잡혀간 우리 백성이 어떤 고초를 당하고, 어디로 또 갈지 몰라, 잠도 오지 않소.”


오늘 처음 본 광해, 이순신은 아까부터 느꼈는데, 그 음성이 지극히 선동적이었다.

내용도 마찬가지다. 왜적들이 붙잡아 간 포로를 걱정하느라 불면의 밤에 시달린단다.

어질다. 진심이든 아니든, 군왕은 늘 백성을 입에 담아야 한다. 그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며, 지금처럼 나포당했을 경우, 반드시 되찾으려 애써야 한다.

이순신의 생각을 들여다봤을까?

광해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경은 저들이 잡아간 포로들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들은 바 있소?”

“항왜들에게 들은 적이 있사옵니다.”

“어떻게 한다고 하오?”

“그중 도공이 있다면, 극진히 대우해 준다고 했사옵니다.”

“그게 끝이 아닐 것이오. 미색이 뛰어난 여인은 첩으로 삼을 것이며, 힘을 쓰는 남정네들은 광산에서 노예로 일을 시킬 것이오. 최악은 이도 저도 아닌 자들을 포도아(葡萄牙 : 포르투갈)에서 온 상인들에게 파는 일이오.”

“그, 그것은······.”


이순신도 다른 내용은 모두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노예로 팔고 있다는 소식까지는 전해 받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사실이오.”

“음······.”

“더 분통이 터지는 일은 노예를 조총과 맞바꾼다는 거요. 내, 충선에게 들었는데, 보통 마흔 명당 조총 한 정이라고 했소.”


이순신의 눈동자가 분노로 꿈틀댔다.

결국, 조선을 침략해 온 조총 중에는 사람의 목숨값으로 받은 게 꽤 있다는 뜻 아닌가.


“이 내용은 충선이 오면, 더 상세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오.”

“네, 저하.”


울분을 참으며 답하는 이순신.

왜 아까 세자가 김충선을 데려오라는 건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세자가 원하는 답도 지금은 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저하, 현재 우리 수군의 전력으로 적의 수군 거점인 대마도를 칠 수 있을지 없을지, 소신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하오나, 우리 백성들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면,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도 대마도의 방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드디어 이순신의 마음을 움직인 광해, 그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하면, 언제쯤 알아볼 수 있겠소?”


이번에도 이순신은 세자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지금은 왜군의 함선이 없는 공백기, 이곳에서 대마도까지 가는 데, 물길로 고작 백오십 리도 되지 않는다.


“저하, 오늘 즉시 알아보겠사옵니다.”


* * *


광해와 대화를 마치고 막사로 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긴 이순신.


“준사를 부르거라.”


일단, 항왜 중 하나인 준사를 막사에 들였다.

그러고 나서, 광해에게 들었던 노예 매매를 물었더니, 더 자세한 답이 흘러나왔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일본에는 노예 상인이 있고, 그들 역시 따로 목적이 있어서, 이번 전쟁에 자금을 댔사옵니다.”

“천인공노할 놈들이구나.”


조선도 신분 사회이며, 노비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일본처럼 다른 나라에 노비를 파는 일은 없었다. 최소한 이순신이 아는 한, 그런 내용을 들어보지 못했다.


“하면, 그 노예 매매는 어디서 이루어지느냐?”

“나가사키라고, 일본의 서쪽 끝부분에 있사옵니다.”

“나가사키라······. 대마도와는 멀리 떨어져 있더냐?”

“그건······.”

“아니다. 내, 너무 멀리 나갔구나. 일단 네가 지금 대마도부터 다녀와야겠다.”

“대마도 말씀이옵니까?”


이순신의 휘하에서, 정찰이나 척후의 임무는 임준영과 준사가 돌아가면서 한다.

대마도는 일본 땅이니, 당연히 준사가 적임이었다.


“그렇다. 가서 함선이 얼마나 있는지, 병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아, 위험한 일이 될 터이니, 여의찮으면 반드시 중간에 정찰을 멈추고 돌아오너라.”

“고기잡이배를 타고 가는데, 위험할 게 뭐가 있겠사옵니까? 장군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준사가 나가자, 이순신이 눈을 감았다.


‘대마도를 공격한다······.’


위험하면서도 솔깃한 광해의 권유에, 그는 잠시 마음속으로 갈등했다.

솔직히 잘 준비된 왜적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워졌다.

아마 지금까지 싸웠던 왜적보다 더 많은 함선과 맞닥뜨릴 수 있으리라.

순간, 눈을 뜨는 이순신.


‘언제는 열세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그의 눈동자에 결심이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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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8 24.09.14 571 25 12쪽
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749 28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1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8 28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956 33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59 33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038 36 12쪽
65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2 24.09.06 1,099 36 12쪽
64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1 24.09.05 1,053 38 12쪽
63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6 +4 24.09.04 1,050 40 13쪽
62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4 24.09.03 1,110 40 11쪽
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136 38 12쪽
60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4 24.09.01 1,126 38 12쪽
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163 40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4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4 37 11쪽
»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1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2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3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5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5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29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4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38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4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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