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새글

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최근연재일 :
2024.09.15 21:50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13,857
추천수 :
3,218
글자수 :
392,668

작성
24.09.03 21:50
조회
1,112
추천
40
글자
11쪽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DUMMY

류성룡과 이순신 등의 문신과 무장들은 세자의 호통을 듣기 전부터 속으로 이상하게 여겼다. 절벽 위에서 끌려온 왜병들을 보니, 눈에 익은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무령 아닌가?’


원래 이름은 야에몬이고, 김충선 휘하에 있는 자였다. 지난번에 세자가 그에게 정무령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이제, 세자가 노하여 소 요시사다를 포박하자, 왜 이런 일을 꾸몄는지 슬슬 깨달을 수 있었다.


‘저하께서 명분을 쥐고, 대마도 족속들을 압박하려 하시는구나.’


실제로 광해는 계속 호통쳤다.


“작은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데, 왜를 버리고 조선을 선택했다는 너희 족속의 말을 믿으라는 거냐?”

“저, 저하! 소신은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저들은, 저들은······ 정말 모르는 자들입니다!”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 앞으로 계속 모르는 자들이 나타난다면? 너의 말을 믿은 우리가 큰 피해를 본다면? 그때는 네 탓을 하지 말라는 거냐?”

“그, 그건······.”

“섬에서 벌어진 일은 모두 너희 탓이다! 그게, 너희와 관련이 없는 왜놈들이 우리를 공격했을지라도! 심지어 태풍이 와서 우리 함선이 풍파를 당했을지라도!”


광해는 굳이 요시사다를 이해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저, 섬의 자치권을 빼앗을 명분을 가져왔을 따름이다.

그래서 이순신에게 마음에도 없는 명령을 내렸다.


“통제사는 들으시오.”

“네, 저하!”

“더 철저히, 더 샅샅이 가는 길을 살피시오! 그리고 또 우리를 공격하는 왜적이 나타난다면, 요시사다의 목을 베시오!”

“명을 받들겠나이다!”


대답하는 이순신, 앞으로 공격이 없을 것을 확신했다. 그런데도 세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요시사다의 혼을 빼놓고, 그의 심리를 무너트리기 위해서다.

다시 한번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이순신은 세자의 명령을 받들어 휘하에 지시했다. 더 철저하게, 더 촘촘하게 앞을 살피며 나아가라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긴 하였으나, 먼저 나눠서 보낸 병력 편에서 희소식도 받을 수 있었다.


“저하, 철광을 발견했사옵니다! 거기서 일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특별한 저항이 없었사옵니다.”

“장군, 금광을 찾았사옵니다. 지금 그곳의 장정들을 잡아서 압송 중이옵니다.”

“마마, 은광이 있었사옵니다. 하온데, 대부분이 강제로 노역하고 있었으며, 우리 백성은 물론, 명나라에서 잡혀 온 이들도 있었사옵니다.”


철, 금, 은. 류성룡이나 이순신 등이 물욕이 있진 않았으나, 귀한 광물에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더 좋은 소식도 들어왔다.


“포구에서 보급 창고를 발견했사옵니다. 쌀과 고귀이마 등이 쌓여있었는데, 지키는 놈을 추궁하니 조선에 보내려다가 남은 것들을 잠시 비축했던 것이라고 했사옵니다.”


이순신이 놀라서 이 내용을 전갈한 부하에게 물었다.


“얼마나 되더냐?”

“얼핏 헤아려 보니, 쌀만 오백 석은 족히 넘어 보였사옵니다.”

“오, 오백석······.”


군량미 한 석은 팔백여 병사의 한 끼를 배 불리 먹일 수 있는 양이었다.

대마도에 원정 온 병력의 숫자는 항왜를 포함해서 총 팔천.

오백 석이라면, 보름 치를 훌쩍 넘어가는 양이었다.

애초에 열흘 분량을 가져왔으니, 앞으로 한 달가량은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광해가 이순신에게 얼른 말했다.


“통제사 새벽에 끼니를 때우고, 쉼 없이 여기까지 왔소. 앞으로 나오는 마을에서 밥을 지어,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어떻겠소?”


안 그래도 배가 고파오던 참이었다.

일본과 다르게 조선 사람들은 하루에 세 끼씩 챙겨 먹는데, 해가 중천을 지난 지 꽤 지났기 때문이다.

병력의 사기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이순신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저하, 망극하옵니다!”

“다만 마을로 들어가면, 쓸데없이 인명을 살상하지 않도록 하시오.”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마을에서, 조선군은 배불리 밥을 먹었다.

이중 항왜들은 특히 감격했다.


“조선군에 합류한 뒤, 가장 좋았던 게 하루에 세 끼나 밥을 주는 거야.”

“맞아, 맞아. 이런 건 생각하면, 다이묘들한테 진절머리가 나. 자기 배들만 채우지, 우리 입을 생각이나 해줬어?”


역시 먹을 것이 최고였다.

항왜들의 충성심이 더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 * *


배불리 먹은 조선군의 사기는 대마도 정복감까지 더해지며,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이들 앞을 막는 왜적들은 더 없었다.

다만 이시하라 성에 도착했을 때, 문이 꾹 닫혀있는 것을 확인한 이순신.

세자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저하, 대완구와 총통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사옵니다.”


대마도 점령은 속도전이 중요했기에, 전 병력이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대완구와 천자총통 등 무거운 화기는 따로 후방에서 뒤따르게 했고, 세자와 이순신 등이 먼저 이곳에 다다른 것.

그래서 광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요시사다를 다시 데려오게 했다.


“아마 우리의 공격을 받고 살아 돌아간 놈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냐?”

“그렇사옵니다······.”


아까까지 하도 부르짖다가 맥이 빠졌는지, 요시사다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놈에게 우리의 화포 이야기를 들었느냐?”


급기야 죽이든지 살리는지, 체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만나러 오다가 들었지.’


실제로 해안가에서 당한 몇 명이 혼비백산하여 악마의 무기를 상세하게 전했다.

그전에 이미 조선의 화포가 대단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요시사다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었지만, 도망병들의 이야기에 위력이 더 강화되었다고 느꼈다.


“저하께서는 나를 그 악마의 화포로 죽이려는 것이오?”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퉁명해졌다. 순간, 세자의 좌우에서 정기룡과 한명련의 살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어차피 세자가 계략까지 쓴 마당에 요시사다는 자기가 죽은 목숨이라고 여겼다.


“화약이 아깝소. 그냥 목을 베시오.”

“아니, 나는 너를 살려주겠다.”

“······!”

“전장에서 사신을 죽이는 법은 없다. 하니, 풀어주겠다. 이시하라 성에 들어가라.”


요시사다는 도무지 조선의 세자라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포승줄로 묶어서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지금 와서 자비를 베푼다고 고마워해야 하나?


“대신 들어가서 너희 일족과 가신들을 설득하라. 성문을 열고 투항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비진천뢰포와 대장군포 앞에 성은 무너질 것이고, 대마도의 가옥이 모두 불타 없어질 것이며, 섬에 있는 백성들은 모두 조선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요시사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비진천뢰포, 그리고 대장군포. 직접 위력을 보지 못했으나, 조선 세자의 목소리에는 강한 자신감이 섞여 있었다.

또한, 섬에 있는 모든 백성을 조선으로 끌고 간다는 협박도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 말은 곧 대마도를 그저 해상 군사 거점으로 삼아, 일본의 본토에서 오는 병력을 방어하며, 더 나아가 공격 전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뜻.


“내, 못할 거 같으냐?”

“아, 아니옵니다······.”


세자의 말에 요시사다는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까와 마음가짐은 같았기에, 그 상태에서 세자에게 약속했다.


“저하, 제가 가서 일족을 반드시 설득하겠사옵니다.”


넓게 보면 협상은 실패였다.

섬의 자치권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대신 조선의 전력과 세자의 성정을 확실히 알았다.


‘광해가 조선의 전쟁 영웅이라더니······.’


대마도는 확실히 결정할 때가 왔다.

전국 통일 후, 조선과 명에 뻗어 나갈 야심 찬 히데요시에게 붙느냐?

아니면, 광해가 이끄는 미래의 조선과 한배를 타느냐?

이 선택지를 가슴에 안고 요시사다는 성안으로 들어갔다.


* * *


요시사다가 이시하라 성으로 돌아오자, 소 씨 일가와 가신들이 그를 둘러쌌다.

요시자네가 먼저 물었다.


“어찌 되었나? 조선의 세자는 뭐라고 말하던가?”


요시사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세자는 우리에게 즉시 항복하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건은?”

“휴, 중간에 성으로 오던 조선의 병력이 기습당했사옵니다.”

“뭣이? 누구한테?”

“조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일본의 병사들이었는데, 이는 추측건대 조선 세자의 계략인 것 같았사옵니다.”

“아니, 그런 짓을 왜······?”

“우리 일족의 자치권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이옵니다. 그의 말로는 대마도를 싹 다 불 지르고,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만들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사옵니다.”


이 말에 요시자네가 아연실색하자, 그의 아들 요시노부가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차피 이도 저도 아닌데, 저항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의 처남인 오토모 신조도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차라리 항전으로 시간을 끌면서 본토에 원군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어떻겠소?”


대마도는 조선을 치는 전초 기지였기에, 본토의 유력 가문 핏줄이 꽤 와 있었다. 그들 역시 신조와 같은 생각이었다.


“합당한 생각입니다. 태합께서 대마도를 이렇게 쉽게 조선에 넘겨주진 않으실 겁니다.”

“버팁시다. 우리는 튼튼한 성과 식량이 있고, 저들은 먼 길을 왔습니다.”


그러자 요시사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조선군이 이미 보급 창고 하나를 확보했다고 하오.”

“아니, 어디를?”

“그것까지는 모르겠으나, 본토에서 나중에 보낼 식량을 쌓아놓은 곳 중 하나로 추정되오.”

“아······, 거길 생각하지 못했구려.”

“맞소. 몇 군데 더 발견하면, 아마도 이들은 장기전으로도 끌고 갈 수 있을 것이오. 더구나 이순신이 직접 왔소. 과연 본토에서 함선을 끌고 온다고 해도, 우리를 저들의 손에서 해방할 수 있을 거 같소?”


답답한지, 요시자네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요시사다는 계속해서 말했다.


“형님, 닷새 전에 이미 원군 요청을 했는데, 최소한의 배도 보내지 못하는 걸 보면, 관백도 뭔가 망설이는 거 같사옵니다. 실상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요시자네는 창백해진 얼굴로 본토에서 온 무장들을 보았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으나, 그들에게는 항전 의지가 여전히 존재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말했다.


“잠시 대마도에 빈객으로 오신 분들은 성의 남문을 열어줄 테니, 본토로 돌아가시오.”

“아니, 도노? 설마 진짜로 항복하겠다는 뜻이옵니까?”

“그렇소. 내, 직접 겪어보진 못했으나, 선조들부터 이어진 말을 들은 적이 있소. 저들은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오. 정말 대마도를 다 태우고, 이곳을 거점으로 방어선을 구축할 수도 있소.”


오토모 신조 등이 얼굴을 구겼지만, 요시자네의 뜻은 변함이 없었다.


“시간이 없소. 일본이 조선 땅에서 한 일을 저들이라고 못 할 거 같지 않으니, 모두 서두르시오. 우리는 항복 준비를 해야겠소.”


다만 요시자네는 조선의 세자에게 매달려 볼 생각이다.

대마도의 소 씨 일가에게 맡긴다면, 앞으로 대마도는 무조건 조선 편에 서겠다고. 제발, 대마도의 쓰임을 간과하지 말아 달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광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개혁의 첫걸음 - 1 NEW 53분 전 73 4 11쪽
73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8 24.09.14 572 25 12쪽
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749 28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1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8 28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956 33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59 33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038 36 12쪽
65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2 24.09.06 1,099 36 12쪽
64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1 24.09.05 1,053 38 12쪽
63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6 +4 24.09.04 1,050 40 13쪽
»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4 24.09.03 1,113 40 11쪽
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137 38 12쪽
60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4 24.09.01 1,127 38 12쪽
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164 40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4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4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3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5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29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4 46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439 47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446 4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