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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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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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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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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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DUMMY

김류의 말에 류성룡과 이덕형은 충격을 받은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황급히 류성룡이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저하, 소신 잠시 말씀 올리겠나이다.”

“말하라.”

“교위 김류의 제안은 너무 가혹하옵니다. 소 씨 일족은 오랫동안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사옵니다.”


이덕형도 재빨리 거들었다.


“그렇사옵니다, 저하. 소 씨 일족은 조선과 왜 양국의 사정에 밝습니다. 하여, 그들의 지식과 경험은 앞으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더구나 이들을 가혹하게 다루면 대마도 주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사옵니다.”


세자가 받지 않을까 걱정한 류성룡이 다시 말을 이었다.


“소신은 소 씨 일족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하옵니다. 그들의 협력을 얻어 대마도를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나아가 왜와의 관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덕형도 마저 덧붙였다.


“그렇사옵니다. 더 나아가, 소 씨 일족을 통해 왜의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전쟁 수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 대신의 말을 들은 광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런 척한 것이었다.


‘나도 잘 안다.’


원래 사람을 제대로 다루려면, 생명을 담보로 극단까지 몰아붙여야 한다. 그래야 정신을 쏙 빼놓고 요리할 수 있었다.

이에 광해의 눈빛이 소 씨 일족을 향했다가 다시 김류에게로 옮겨갔다.

뭔가 결정하려는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광해를 기다렸다.


“좋다. 내, 너희에게 달리 갚을 기회를 주겠다.”


그러자 요시자네를 비롯한 소 씨 일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거의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했다.


“저하의 자비에 감사드리옵니다. 저희에게 기회를 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나이다.”


떨리는 목소리의 요시자네에 이어 요시사다도 말을 이어갔다.


“저하, 명하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나이다. 저희의 목숨은 이제 저하의 것이옵니다.”


급기야 소 씨 일족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쳤다.


“저하의 명령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따르겠나이다! 저희에게 명하여 주시옵소서!”


당장 목숨을 부지한 그들은 진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이에 광해는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오연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좋다. 하면, 너희는 잠시 대기하거라. 내, 먼저 전공을 세운 이들에게 상을 내린 후, 너희를 처리하겠다.”


드디어 논공행상의 시간이 다가왔다. 늘 있는 일이었기에 류성룡과 이덕형 등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순신만이 약간 어색했지만, 그 역시도 뒤늦게 통제사의 벼슬과 종2품의 품계를 받지 않았던가.


“통제사 먼저 명을 받아라.”


하지만 이순신은 그의 이름이 가장 먼저 불릴 줄은 몰라서, 당황한 나머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저, 저하. 명을 받겠사옵니다!”


한 박자 늦게, 광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마도 복속의 공은 그 누구보다도 통제사 이순신이 가장 크다. 하여, 나는 통제사를 8도 수군 체찰사로 임명한다. 더해서, 종1품으로 품계를 올리겠노라.”

“저, 저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원래 체찰사란 국가에 변란이 발생했을 때 임명하는 군무 총괄 또는 군대 통솔 관직이었다.

현재 류성룡이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광해는 아예 8도 수군을 통제하는 권한을 이순신에게 줘버렸다.

따라서 모두가 놀랐지만, 이순신보다 놀란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또한, 피를 거의 흘리지 않고 대마도를 점령한 공은 이전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해서, 나는 경에게 땅을 하사하고자 한다. 그곳은 바로 이곳 대마도의 사스나 성이다.”

“······!”

“왜 대답이 없는가? 혹시 싫은가?”

“아, 아니옵니다. 저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갑자기 이순신이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놀란 이유는 사스나 성이 어디인지 이미 지도에서 봤기 때문이다.

대마도는 남과 북으로 갈린 섬. 이를 상도와 하도라고 부르는데, 남쪽 하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번화했다.

지금 세자가 머문 이시하라 성도 하도에 있었다.

그러나 사스나 성은 북쪽 상도에 존재했다.

상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바로 사스나였는데, 그곳을 통째로 이순신에게 하사하겠다니······.


‘이게 도대체······.’


아무리 침착한 이순신이라지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한데, 광해는 아예 마음을 먹었는지, 이순신 이외에도 류성룡과 이덕형 등 많은 신하에게 대마도의 땅을 하사하기 시작했다.


“좌상 류성룡에게 대마도의 가미아가타를 하사한다.”

“이조 참판 이덕형에게는 대마도의 도요타마를 하사한다.”


전장까지 친히 수행한 문신에게도 굵직굵직한 마을을 주었고, 이순신 휘하 무신과 항왜도 챙겨주었다.

심지어 대마도에 없는 이들 또한 언급했는데,


“대마도를 점령할 때, 대장군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여, 현재 거제도에 머문 이장손을 첨정으로 삼고, 품계는 종4품으로 올리노라. 또한, 대마도의 히타까스를 하사하겠다.”


대소신료들은 생각했다. 광해가 철두철미하고 세심하기 그지없다고.

또한, 기술직을 이렇게 우대한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고 여겼다.

비교하자면, 과거 세종이 광해와 비슷했기에, 류성룡 등은 당시의 문헌을 머릿속에서 잠시 들춰봤다.


‘하긴, 세종 대왕께서 4군과 6진을 점령한 후에 기술관에게 많은 벼슬과 품계를 주었지.’


지금도 광해는 이장손 이외에 군기시의 화포장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그들의 벼슬과 품계를 올려주었다.

그런 다음, 이장손을 대마도로 불러들이라고 전령까지 보냈다. 올 때는 추가로 만든 무기를 싣고 오라고 말하면서.


“방금 경들에게 하사한 대마도의 지명은 왜의 말이니라. 하나, 나중에 전란이 끝난 후, 우리 조선말로 고칠 생각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결정은 임시로 한 것이니, 저하께 교지를 받고 정식으로 벼슬과 사여(賜與)를 확정 짓겠노라.”


사여(賜與)는 왕이 신하에게 땅과 노비, 그리고 집 등을 주는 것을 뜻한다.

맹세하건대, 류성룡 등은 이렇게 대대적으로 대소신료의 위아래를 통틀어서 땅을 하사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과연 금상께서 허락하실까?’


지금까지는 모두 세자의 청을 들어주었으나, 이번만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자는 논공행상을 파했다.


* * *


한편, 그 시각 한양에서 임금 이연은 세자가 거제도를 출발할 때 보낸 장계에 눈을 부릅떴다.


“불초 소신, 대마도를 친히 정벌하고자 3군 수군통제사 이순신의 대장선에 올라탔사옵니다. 이는 함부로 조선을 침략한 왜를 응징함과 동시에, 부산과 울산 등지에 있는 왜적을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전략인 줄 아뢰옵니다.”

“그만!”


얼마나 놀랐으면, 이항복이 장계를 읽던 도중 멈추게 했을까?


“다, 계속 읽어 보아라.”

“네, 저하······. 정찰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대마도를 지키는 함선은 중형 안택선 두 척이며, 병력 또한 수백도 되지 않는다고 하옵니다. 하여, 불초 소신은 체찰사, 통제사 등과 함께 대마도 점령 후에 잡혀간 우리 조선의 백성까지 구하겠사옵니다.”

“그만, 됐다.”


더 듣기 힘들었을까?

이연은 또 한 번 멈추게 했다.

다만 기가 막힌 지, 잠시간 입을 열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놀라움과 걱정, 그리고 뭔지 모를 복잡한 심경이 뒤섞여 입을 열지 못한 것.


“세자가 직접 대마도를 치러 갔다? 그렇게 무모한 짓을! 국본임을 망각했도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


이연은 드디어 세자를 책망하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영의정 이원익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하, 세자의 행동이 비록 위험하긴 하나, 이는 나라를 위한 큰 뜻이 있어 보입니다. 장계에 적힌 대로, 대마도를 확보한다면 왜적의 공격과 보급로를 미리 차단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귀양 갔다, 복귀한 정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세자께서 보여주신 용기와 결단력은 실로 대단하옵니다. 이는 장수들의 사기를 높이고 백성들에게 희망을 줄 것입니다. 신이 귀양에서 돌아와 이런 소식을 듣게 되니, 나라의 앞날이 밝아 보여 가슴이 벅차오르옵니다.”


정철까지 나서자, 이연은 거슬렸다.

세자의 칭찬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특유의 질투심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그래서였는지, 엉뚱한 소리로 반박한다.


“무모한 대마도 공격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는 걸 경들은 왜 모르는가? 세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여, 들뜬 마음에 성급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걸 또 왜 모르냐는 말이다?”


임금의 기분과 감정을 느꼈는지, 신하들은 입을 닫았다. 여기에 대고 이연은 또 한 마디를 던졌다.


“이번에 보내온 원균만 해도 그렇다. 나라를 지킨 사람을 세자는 어찌 그렇게 다루는지. 쯧쯧쯧.”


이연의 말에 대신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다만 원균에 대한 언급에 이원익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원균의 죄목을 다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 그래서였는지, 드디어 굳게 마음을 먹고 앞으로 나섰다.


“전하, 원균의 일은 아직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사옵니다. 세자께서 직접 전장을 지휘하시니,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옵니다.”

“아니다. 세자가 너무 경솔하게 행동하고 있소. 최전선에서 싸우는 장수에게 죄를 묻는다면, 군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음이야!”


다시 정철이 나서려 했으나, 이연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더는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쓸데없는 짓을 벌이는 세자를 이제는 불러올릴 때가 됐다.”

“저, 전하······.”

“전하, 세자는 전란 후, 목숨을 걸고 왜적들과 싸웠사옵니다. 지금 불러들이신다면, 전황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사옵니다!”

“그렇사옵니다. 듣기로, 왜적은 하나같이 야차처럼 흉포하여, 다섯 조선의 장정이 왜의 소년병 하나를 막기도 힘들다 하였사옵니다.”

“얼마 전, 밀양에서 올라온 장계에도 적혀있었사옵니다. 아직 왜적의 숫자는 6만이 넘어가오며, 악귀처럼 버티고 있다고. 그들을 쉽게 몰아내기는 어렵다고 하였사옵니다.”


광해가 늘 승전보만 보내오니, 잠시 망각한 사실이 있었다.

여전히 왜적은 강하고, 어느 순간 육지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것.

한데, 이것만 봐도, 세자의 뛰어남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에 이연은 복잡한 심경 중 질투의 감정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세자가 이렇게 큰 공을 세우는구나. 이대로 가다간······.’


왠지 허수아비 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면, 대마도 공격은 통제사 이순신에게 맡기고, 서둘러 경상도에 있는 왜적을 물리치라고 하라.”


한발 물러섰지만, 끝내는 포기하지 못한 어명이 흘러나왔다.

결국, 이 부분은 이연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대전을 나온 대신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특히, 이원익과 정철은 동인 서인을 떠나, 초당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러다 금상께서 저하를 의심하시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민심이 현재 저하께 쏠리는데.”

“바로 그 때문에 전하께서 더 날카롭게 반응하시는 듯싶사옵니다.”

“큰일이오. 지난번 군량미를 바치게 하여, 모든 사대부도 흔들리고 있거늘······.”


다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과 염려는 세자가 아닌 임금을 향한 듯했다.

이연은 이처럼 점점 더 백성들의 마음과 사대부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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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162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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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218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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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308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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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76 38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328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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