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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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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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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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DUMMY

기력이 쇠해서, 거의 주저앉다시피 무릎을 꿇고 있었던 백성들.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세자의 말이 끝나자, 뒤늦게 실감이 나는지, 점차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크흑······.”

“흑······.”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땅바닥을 치며 흐느꼈고, 또 다른 이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오면서 들었는데, 정말 세자······ 마마님입니까?”

“흑······ 이게 꿈인가요? 이게 생시입니까?”

“살았다······. 우리가 살았어! 엉엉!”


그다음에는 없던 기력이 회복했는지,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세자 저하 천세!”

“천세! 마마님이 우리를 구하셨다!”


기쁨의 함성과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지면서, 일부는 광해 앞으로 달려와 그의 옷자락에 매달리려 했다.

이를 본 정기룡과 한명련이 당황해 말리려 했지만, 광해는 손짓으로 그들을 제지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한 노인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이제 두려워하지 마라.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마마, 마마, 쇤네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노인은 광해의 손을 꼭 쥐며 흐느꼈고, 주변 사람들도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문무 대신들과 군사들의 가슴도 격동되었다.


‘그래, 구하러 와야 한다는 저하의 결정은 옳은 판단이었어.’

‘누가 뭐래도, 우리 백성을 구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나쁜 왜놈들.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대마도 정벌의 대의가 더욱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 * *


그 시각, 이시하라 성문의 입구.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 쇼타로는 드디어 이곳에 도착해서, 경비병들에게 조선의 기습을 알렸다.

또한, 조선에서 보내온 서찰이 있다고 말했더니, 소 요시자네의 거처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 요시자네 앞에 무릎을 꿇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도노, 조선의 세자가 보낸 서찰을 가져왔습니다.”


소 요시자네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잠시 귀를 의심했다.


“뭐라? 조선의 세자라 했더냐?”

“네, 그렇사옵니다.”

“네 이놈! 감히 네가 나를 속이려 들어!”

“도노! 제 말은 사실입니다······. 이 서찰을 보고 판단해 주십시오.”


믿을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쇼타로를 보며, 요시자네는 혀를 찼다.


“네가 돌았더냐?”


그렇지만 그가 내민 서찰을 받아 들고, 천천히 읽어내리긴 했다.


<소 요시자네에게 고하노라.


조선의 국본인 내가 직접 대마도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너희가 우리 조선을 침략한 것과 우리 백성을 잡아가 고통을 준 죄는 매우 무겁다.

하여, 나는 대마도의 도주인 소 요시토시와 고니시 유키나가 등을 잡아서 목숨줄만 간신히 붙여놓았고, 너희를 일벌백계하러 직접 여기에 왔노라.

다만 서둘러 다음 내용을 행한다면, 내, 너희의 목숨줄만은 붙여놔 줄 것이다.


첫째,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항복하라!

둘째, 잡혀간 조선의 백성들을 모두 즉시 석방하라!

셋째, 대마도의 모든 관청과 군사 시설을 우리에게 넘겨라!

넷째, 향후 조선의 직할령으로서 우리의 통치를 받아들여라!


만약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마도 전역을 공격할 것이며, 그때는 어떠한 자비도 베풀지 않을 것이다. 너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해가 뜨기 전까지다.>


요시자네는 서찰을 읽어 내려가며 점점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이내 서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 이······.”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졌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늙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조선의 반격이 두려워서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혼란한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주변에 말했다.


“요시사다를 불러라. 아니, 요시노부도 불러라. 아니다. 일가의 가로(家老)도, 가신들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모이라고 해라. 급한 일이니, 최대한 서두르도록 하여라.”


잠시 현기증이 올라오는 것은 조선의 기습 때문일까, 아니면, 늙어서일까?


‘어찌, 이런 일이······.’


* * *


소 요시자네의 긴급 소집으로 대마도의 주요 인사들을 소환되었고, 곧 일가의 가로들과 가신들, 그리고 주요 관리들이 모두 한자리에 앉았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요시자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조선이 대마도를 침공했소.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조선의 세자가 직접 왔다고 하오. 바로 이게 그가 보내온 항복 요구 서찰이오. 요시노부 너부터 읽어봐라.”


순간,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조선의 침공도 충격적인데, 세자가 직접 왔다니?

동시에 요시노부부터 세자의 서찰을 읽은 뒤에,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자가 직접 왔다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히데요시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조선을 친 것에 앙심을 품은 게 틀림없사옵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합니까?”


요시자네는 한숨을 쉬었다.


“그게 바로 내가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이유요. 다만 아시다시피, 도주도, 도주의 장인도, 우리의 자식들과 섬의 장정들이 모조리 조선에 포로로 붙잡혔소.”


실제로 소 요시토시와 고니시 유키나가, 그리고 여기 모인 이들의 자식 등 일가가 조선에 패해서 잡혀있다는 전갈이 온 지 오래였다.

이들은 내용도 자세히 알고 있었는데, 지금 쳐들어온 세자가 모두 물리쳤단다.

그래서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는데, 그중 가장 외교 업무에 능통했던 요시사다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항복 이외에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을 듯싶사옵니다. 우리는 지난번 조선이 쓰시마를 침략하여 섬을 다 불태웠던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요시사다의 말에 선조들한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린 사람들. 대략 백 수십여 년 전, 조선은 대마도를 침공해와서 수천 가옥을 불태우고 갔다.

말이 수천 가옥이지, 사람이 사는 집 대부분에 방화한 것이다.

그때의 일로 대마도는 조선에 귀속한다고 선언했고, 역대로 조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다.

당연히 대부분 요시사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의 결과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해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조선이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사옵니다. 여기서 관백이 더 무리하다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동쪽에 있는 다이묘들이 들고일어날 것이옵니다.”

“전쟁이 끝난 이후를 고민할 때가 왔사옵니다. 도주와 우리 자식들을 넘겨받으려면, 이참에 차라리 조선의 세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옵니다.”


그러나 몇몇은 동요의 기색이 보였다.

그중 한 나이 많은 가신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항복해버리면, 조선이 아예 우리 섬을 직접 지배하려고 들지도 모르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더구나 백수십여 년 전, 조선이 침략했을 때는 우리가 패하지 않았다고 들었사옵니다. 끝까지 저항하여, 그들을 물러나게 했사옵니다.”


요시자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의 우려를 이해하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오. 우리의 주력은 이미 조선에 잡혀있고, 섬에는 노약자와 소수의 병력만이 남아있소. 또한, 조선의 세자가 직접 왔다는 것은 그들의 결의가 확고하다는 뜻이오.”


요시노부가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가 저항한다면, 조선은 섬에 있는 모든 백성을 잡아가거나 죽일지도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이 조선 땅에 건너가서 한 일을 조선이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이는 우리 섬과 가문의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닥친 일에, 사람은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요시사다와 요시노부가 냉정하게 설득했다.

더군다나 요시사다가 덧붙여 말하자,


“게다가 우리가 항복한다면, 오히려 조선과의 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선의 세자는 우리가 여전히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옵니다.”


드디어 요시자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니, 항복이 최선인 것 같소. 하지만 우리의 권리와 자치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협상도 해야 할 것이오.”


이에 사람들이 동의하는 듯,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요시자네가 결단을 내렸다.


“좋소. 그렇다면 우리는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이되, 우리의 조건도 제시겠소. 요시사다, 네가 가서 조선의 세자를 만나 협상을 진행하라. 우리의 항복 의사를 전하되, 우리의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받도록.”


요시사다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이렇게 대마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결정이 내려졌고, 요시사다는 조선 세자와의 협상을 위해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단, 이시하라 성문 입구를 나왔을 때, 수심이 얼굴에 가득한 이유.


‘너무 늦었다.’


지금 가면, 이미 출발한 세자의 조선군과 마주할지도······.


* * *


한편, 날이 밝기 전에 광해와 이순신의 귀에 계속해서 보고가 들어왔다.


“방금 훈내곶에 있는 왜적을 진압하였사옵니다. 그리고 방책을 세우고 있사옵니다. 이제 남쪽과 북쪽의 길은 차단된 것이나 다름없사옵니다.”

“니로군도 점령하였사옵니다. 피해는 거의 없었으며, 잡은 왜적에게 물어보니 일부 광산을 지키는 병력 이외에는 왜병이 없다시피 하다고 실토했사옵니다.”


이 보고를 듣고, 이순신은 대마도 전역에 정찰선을 띄우라고 명령했다. 혹시나 일본의 본토에서 원군이 올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고 나서 세자와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


“저하, 왜적의 주요 거점 세 곳을 점령했으니, 동이 틀 때 적의 본거지로 출발하려고 하옵니다.”

“그렇게 하되, 중간에 적의 보급 창고를 확보하는 걸 잊지 마시오.”

“네, 저하. 유념하겠사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해가 뜰 무렵.


“전군, 이동한다!


조선의 병력 6천이 곧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김충선 등이 이끄는 항왜들을 사방에 먼저 보낸 다음 이동한 건데, 광해 역시 이들과 함께 발을 내디디며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대마도 점령, 태종 대왕님도, 그리고 세종 대왕님도 하지 못한 일이란 말이지.’


비록 잠깐 정벌까지는 하셨으나, 그분들이 직접 대마도 땅을 밟지는 못하셨다.

괜히 가슴이 뿌듯하고 벅차오른다.

그와는 다르게, 이순신은 김류가 준 지도를 계속 살피면서 놀란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 이렇게 정확할 수 있단 말인가?’


마침 김류가 옆으로 다가왔기에, 이순신이 그에게 때늦은 질문을 던졌다.


“너는 도대체 이 지도를 어디서 확보했더냐?”

“제가 몇 날 밤을 새워서 그렸사옵니다.”

“네가 직접 지도를 그렸단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예전에 항왜 몇 명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렸사옵니다. 다만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류는 100%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내가 그 지도를 대한민국에서 수백 번이나 그려봤단 말이지.’


더구나 김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는 재능이 있었다. 나중에는 미술 학원까지 다니면서, 그 재능이 더 성숙해졌다.


“허허, 실로 놀라운 재능이로다. 너무 똑같아서 나는 놀라고 있다.”


이순신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토록 정확한 지도라면, 정녕 대마도 점령이 헛된 목표가 아닐 것 같구나.’


아니, 그 이상이다. 듣기만 해도 똑같이 지형지물을 그리는 재능이라면?

김류는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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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798 25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882 28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3 24.09.10 909 28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958 33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060 33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039 36 12쪽
65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2 24.09.06 1,100 36 12쪽
64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1 24.09.05 1,054 38 12쪽
63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6 +4 24.09.04 1,051 40 13쪽
62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4 24.09.03 1,113 40 11쪽
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138 38 12쪽
»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4 24.09.01 1,128 38 12쪽
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164 40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231 39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245 44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05 37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256 42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282 42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03 40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354 45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06 39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436 39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430 44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00 40 13쪽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27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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