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새글

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1:50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22,228
추천수 :
3,418
글자수 :
409,378

작성
24.09.14 21:50
조회
902
추천
33
글자
12쪽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8

DUMMY

사실 김류는 지난번에 죽고 나서 현대로 돌아갔을 때, 김충선이 쓴 모하당 문집을 읽은 적이 있었다.

거기에 적힌 야에몬의 이름은 놀랍게도 류신덕이었다.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김류가 죽었을 때는 세자가 야에몬을 만나기 전이었으니, 류신덕이라는 이름도 받지 못했던 시점.

고로, 류신덕이라는 이름은 이미 필연적이고 운명적으로 야에몬에게 지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류신덕은 세작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항왜였지.’


김류는 류신덕의 기록을 떠올렸다.

제1차 조일전쟁에서 그는 일본군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데 능했다.

또한, 그는 수많은 사무라이를 설득하여 조선으로 투항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일본군의 전략과 내부 사정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일본군 지휘부 사이에 불화가 조장되었고, 급기야 조선군의 힘을 과장하여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작전까지 수행했으니.

왠지 모를 김류의 확신을 읽었을까?

이순신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 부분은 김류 자네를 믿을 테니, 알아서 한 번 해보게.”

“네, 영감.”


이순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김류는 다음 날 아침에 류신덕을 불러들였다.


“부사정 류신덕.”

“네, 맞습니다. 저하께서 지어주신 이름인 류신덕과 내려주신 부사정 벼슬을 지닌 사람이 바로 쇤네이옵니다.”

“그래, 잘 알고 있다. 근데 네가 그렇게 머리 회전이 팽팽 돌아가고, 언변이 뛰어나다면서?”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장군님과 비교하면, 그저 보름달에 반딧불 정도이옵니다.”


아직 서툴지만, 그사이 조선말도 엄청나게 늘었다. 또한, 진지한 표정으로 아부하는 걸 보니, 김류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묻겠다. 너는 내일 세상이 망하면, 오늘 뭘 할 건가?”

“쇤네는 조선에 묫자리를 알아볼 것이옵니다.”

“어허, 네가 나를 우롱하는구나. 내가 만약 일본인이었다면,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겠지?”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쇤네는 장군님이 일본인이라도, 조선에 묫자리를 알아봤을 겁니다.”

“왜지?”

“장군님을 설득하여, 조선으로 귀화를 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라.”

“진심입니다. 쇤네의 마음을 몰라주시니, 정말 억울하옵니다.”


김류는 류신덕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슬슬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고 판단했다.


“좋다. 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겠지?”

“보지는 못했지만, 듣기는 했습니다.”

“네가 들은 이에야스를 말해다오.”

“그는 매우 신중하고 계산적인 사람입니다. 해서, 지금은 히데요시와 조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할 것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일본의 관백일 것입니다.”


류신덕의 청산유수와 같은 답변에 김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서, 우리가 그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

“그, 그게 정말이옵니까?”


류신덕은 잠시 말을 더듬은 후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왜 그렇지?”

“그는 일본에서 히데요시와 대항할 유일한 자이지만, 기회가 날 때까지 쉽게 나서지 않는 다이묘이기도 합니다. 하니, 우리 조선이 히데요시를 칠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켜보기만 할 것이옵니다.”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면, 지켜보는 히데요시는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히데요시는 이에야스의 성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즉시 군을 움직여 조선을 막으라고 명령할 것입니다.”

“그 명령에 움직일 거 같나?”

“아무리 이에야스가 느리고 굼뜬 거북이라지만, 감히 히데요시의 명령을 어기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최소한 움직이는 척이라도 할 것이옵니다.”

“해서, 너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겠다.”

“어떤······?”

“이에야스와 히데요시가 서로 믿지 못하도록 해라.”


순간, 류신덕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것에 대한 자부심과 흥분이 일었으나, 동시에 두려움과 부담감도 생겼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두 인물이었다.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고, 실패할 시에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 짧은 순간에 류신덕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쇤네, 명심하겠습니다. 장군님의 명령에 제 목숨을 걸고 이 임무를 꼭 완수하겠습니다.”


김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다. 이제부터 너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첩보원이 될 것이다.”


첩보원이라는 생소한 이름에, 류신덕이 고개를 숙인다.


“쇤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나를 만날 때 쇤네라고 하지도 말고, 나를 장군님이라고 부르지도 마라. 너는 내 종이 아니오, 나는 네가 모신 주인이 아니다.”

“아, 네네. 명심하겠습니다.”

“혹시 질문?”


류신덕이 잠시 침묵하다가,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아까······.”

“응?”

“내일 세상이 망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질문한 거 말입니다. 저도 여쭙고 싶습니다. 교위께서는 어찌 하시겠습니까?”

“그거야······.”


잠시 말을 멈추고 빙그레 웃는 김류.


“사과나무를 심겠다.”

“······?”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류신덕도 이번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한참을 고민했다.


* * *


그 시각, 대마도와 한참 떨어진 이키섬 근방에 대형 안택선 한 척과 중형 안택선 오십여 척이 모인 것을 확인한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준사였고, 서둘러 배를 몰고 돌아와서 이순신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

준사의 보고를 받은 이순신은 즉시 대마도에 남아있는 최고 지휘관들을 소집했다.


“이키섬 근방에 대형 안택선 한 척과 중형 안택선 오십여 척이 모였소. 이 정도라면, 조만간 대마도를 향해 출발할 수도 있소.”


함께 대마도를 지키는 장수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적 함선이 50척이면 그렇게 많지는 않았으나, 조선 수군이 대마도의 바닷길을 아직 확실히 숙지하지 못했던 것.

그렇다고 뒤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기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아,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것도 그거지만, 우리 본토에 있는 함선이 여기에 다 있다면, 좀 더 든든했을 텐데요.”

“그래도 그동안 노획한 일본의 안택선이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 이번에 큰 도움이 될 거요.”

“맞소. 그리고 이번에 적의 함대를 격파한다면, 풍신수길이 크게 당황할 거요.”


휘하 장수가 떠드는 사이, 책략을 내는 사람은 김류였다.


“체찰사 영감, 싸움은 늘 피를 덜 흘리는 방도를 찾아야 하옵니다.”

“그래, 어떻게 하면, 피를 덜 흘릴 수 있단 말이냐?”

“최소한 이번 교전을 피하는 방법은 저들이 출발하기도 전에 대마도 점령을 알리는 것이옵니다.”

“만약 저놈들이 알고 있다면?”

“알고 있다면, 감히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왜 그런가?”

“대마도는 병력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천지 차이가 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법 그럴듯하여, 이순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김류의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네 말은 쉽지만, 실제로 이를 행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대마도를 점령했으니, 지키는 바닷길이 매우 넓어졌다. 왜적이 원래 대마도를 거치긴 했으나, 우회하여 가는 방법도 있단 말이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나, 저들은 생각이 많을 것이옵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조선에 간들 과연 무슨 도움이 되겠사옵니까? 더구나 예전처럼 대규모 함선과 보급도 꾸리기 힘들 것이옵니다. 자칫, 전라도와 거제도에 있는 수군과 대마도의 수군 사이에서 더 위험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돌다리도 밟아가려는 이순신이었다. 그 우려를 김류가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그렇다고 이순신의 성격이 어디 갈까?

질문을 통해서, 더 구체적인 계획을 알아보았다.


“하면, 왜적에게 누가 그리고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단 말이냐?”


그러자 김류가 기다렸다는 듯, 세부적인 계책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김류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이순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야기했던 세작, 이간계와 반간계가 섞인 작전이었으니.


‘그걸 이렇게 쓴다?’


이순신은 김류의 꾀에 또 한 번 탄복했다.


* * *


유능한 이들이 조선에서 다 패퇴하자, 히데요시가 서둘러 이키섬으로 호출한 자가 있었다.

이름은 마쓰자카 도리, 해적 출신이었다.

그는 이키섬에 함선 50여 척을 모으고 대기하고 있었다.

대마도에 세키부네가 고작 두 척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조선 놈들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한, 감히 대마도를 건드릴 리가 없다.’


토리는 굳이 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판단은 그가 해적 출신이었기에 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수군은 늘 지키기만 하지, 세력 확장하는 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의 배 또한 그 정도로 빠르지 않았으니, 조금 더 준비하고 가도 괜찮다고 여겼던 것.

그러던 차, 이날 저녁 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도노! 조선의 함대와 아군으로 보이는 함선 하나가 교전 중인 것 같사옵니다.”

“뭐라? 아니, 어디서······.”

“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적 함선은 열 척이 넘어서, 실상 교전이 아니라 아군의 함선이 도주하는 것 같았사옵니다.”

“어허, 그러면 나한테 보고하기 전, 아군을 구할 함선을 보내지, 그랬느냐?”

“네, 그것까지 하고, 도노께 보고드리러 왔사옵니다.”

“일단 알았다. 교전이 있는 곳이 어딘지, 네가 길잡이를 해야겠다.”

“네, 도노!”


대형 안택선에 올라타면서, 토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기서 조선의 함대와 교전이라고?’


이는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대마도가 저들의 수중에 넘어간 것이다.


‘설마······.’


하지만 그 이외에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토리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나중에 크게 문책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이키섬에서 꾸물대는 바람에, 대마도를 조선에 점령당했다고.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속으로 부정하면서, 부하들에게 신경질을 냈다.


“어서 출발하지 않고 뭣들 하느냐? 서둘러 출발해라! 어서!”


그가 재촉해서였는지, 안택선은 빠르게 출발했고, 곧 세키부네가 모인 곳에 당도할 수 있었다.

다만 보고받았던 교전은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조선의 함대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 모양입니다.”

“음······. 생존자가 있어야 할 텐데······.”


여기서 생존자란 조선의 함대에서 도주하던 아군의 함선 생존자를 뜻한다.

다행히 잠시 후, 생존자가 있다고 들었고, 그들 중 두 명이 부축을 받고 겨우 토리의 앞에 올 수 있었다.


“너희는 누구냐?”

“큭, 도노······, 저희는 대마도 출신의 사무라이입니다. 저는 소 씨의 가신 중 야마도 유우토라 하오며, 이쪽은 사토 스즈키라고 하옵니다······.”


통성명은 짧게, 그래야 더 알고 싶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조선이······, 큭, 조선의 함대가 기습해 왔습니다. 이순신이 직접 함대를 끌고 온 거 같습니다.”

“뭐라?”

“준비를 철저히 했는지, 적 함대는 150척에 가까우며, 현재 가장 큰 포구 두 곳과 상도와 하도를 잇는 곳까지 점령하고 방책을 세웠사옵니다.”

“······!”


순간, 토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이, 조센징 놈들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광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개혁의 첫걸음 – 4 NEW +1 5시간 전 202 13 12쪽
76 개혁의 첫걸음 – 3 +6 24.09.17 637 28 12쪽
75 개혁의 첫걸음 – 2 +1 24.09.16 808 30 13쪽
74 개혁의 첫걸음 - 1 +1 24.09.15 893 28 11쪽
»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8 24.09.14 903 33 12쪽
72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7 +3 24.09.13 954 30 12쪽
71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6 +2 24.09.12 970 27 12쪽
70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5 +3 24.09.11 1,029 29 13쪽
69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4 +4 24.09.10 1,033 29 13쪽
68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3 +2 24.09.09 1,066 34 13쪽
67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2 +3 24.09.08 1,161 34 12쪽
66 이간계, 반간계, 삼십육계 - 1 +2 24.09.07 1,130 37 12쪽
65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8 +2 24.09.06 1,191 37 12쪽
64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7 +1 24.09.05 1,136 40 12쪽
63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6 +4 24.09.04 1,134 42 13쪽
62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5 +4 24.09.03 1,191 41 11쪽
61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4 +1 24.09.02 1,218 40 12쪽
60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3 +4 24.09.01 1,209 40 12쪽
59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2 +1 24.08.31 1,242 42 12쪽
58 대마도에서 꿈꾸는 대항해시대 - 1 +3 24.08.30 1,308 41 12쪽
57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8 +4 24.08.29 1,315 46 11쪽
56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7 +2 24.08.28 1,274 38 11쪽
55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6 +6 24.08.27 1,328 44 12쪽
54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5 +5 24.08.26 1,354 44 12쪽
53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4 +1 24.08.25 1,374 42 12쪽
52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3 +3 24.08.24 1,429 47 11쪽
51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2 +1 24.08.23 1,477 40 12쪽
50 대장선에 올라 남쪽을 가리키다 - 1 +1 24.08.22 1,512 40 12쪽
49 물속에서, 바다에서 - 8 +1 24.08.21 1,503 45 12쪽
48 물속에서, 바다에서 - 7 +3 24.08.20 1,469 4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