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한 제자들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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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룡
작품등록일 :
2024.07.1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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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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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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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대사매

DUMMY


***


“뱀이 쓰는 언어라서 그런가? 당최 이해할 수가 없구나.”


황진희는 자신의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콧김을 푸슉푸슉 하고 내뿜는 흑사굉협을 바라보면서 나직한 숨을 내쉬었다.


“어, 어허허! 서, 선녀님의 숨결!”


킁! 킁킁!!


커다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흉측한 코브라 한 마리..그가 입을 벌리는 순간, 샛누런 이빨과 끔찍한 악취가 풍겨 나왔다.


“정말로 더럽구나······.”


소매를 들어 올리며 질색하는 황진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입가에는 고아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무릇, 기생(技生)은 더럽고 끔찍한 일이 있어도 웃음을 잃는 법이 없으니까.


그것이 금수만도 못한 인간 말종의 앞이어서도 말이다.


“이래서 오랑캐라고 불렀던 것이로군요. 대사형.”


흑사굉협을 바라보는 황진희의 눈이 싸늘한 호선을 그렸다.


미소 아닌 미소.


을지문혁이 그 웃음을 봤다면, 한순간이나마 흠칫거렸을지도 몰랐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치워버리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기 스승님이 내린 명령은, 눈앞의 산적을 포함하여, 총 다섯 명의 산적을 생포하는 것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어떠한 일이 일이라 한들, 스승님의 명령이 최우선!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은, 그다음에 생각해야 할 일이었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황진희는 만금룡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굽히면서, 왼쪽 발을 골반 위쪽으로 들어 올렸다.


마치 닭싸움을 하기 위한 자세.


어떻게 보면 약간 모양이 빠지는 그런 자세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황진희의 모습은 여전히 단아했다.


다리를 가리고 있는 기다란 치마와 넓은 저고리 덕분이리라.


준비 자세를 취한 황진희는 자신의 목표인 흑사굉협을 바라보았다.


‘쯧. 어리석은 녀석이구나. 나를 조금이라도 경계했다면, 내 키가 줄어든 것에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눈앞의 산적은 그저 코를 벌름거리고, 혀를 날름거리며 끔찍한 짓거리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이지 코브라 같은 놈이로구나······.’


행동 하나하나가 더럽고 끔찍했다.


‘뭐, 저게 정상이긴 하지······.’


사실, 대수롭지도 않았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주한 사내들은 대게 정신줄을 놓길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빨리 해치우고 돌아가자!”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스승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 테지!


빙글. 착!


옆구리에 있던 가야금이 앞으로 나타나고, 그녀의 왼쪽 다리와 골반 위로 걸쳐졌다.


그 순간.


흑사굉협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오오오!!! 선녀님께서 나를 위한 연주를 해주시려 하는군!!”


아니, 그럴 리가 있나.


“후훗······.”


황진희는 조소를 머금으면서, 가야금의 현 위로 섬섬옥수를 살포시 올렸다.


“잠시 기절을 시키는 정도면 충분하겠지.”


띵-


황진희가 현(絃) 하나를 가볍게 뜯었다.


높고 가는 가느다란 소리. 그리고 하늘이 열리는 듯한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로 그 순간.


푸화아아악!!!


“······!”


흑사굉협의 의식이 그대로 끊어지더니, 칠공분혈(七孔噴血)을 터트렸다.


그걸로 끝.


풀썩.


거구의 사내이자 일류 경지의 고수였던 흑사굉협이 그대로 무너졌다.


“다음은······.”


너희들 차례로구나.


황진희의 눈이 흑사굉협의 너머를 바라보았다.


***


거기엔 어느새 뒤따라온 흑사파의 산적들이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헐떡이고 있었다.


“허억! 부, 부채주님······! 그, 그렇게 혼자 가시면 어떡합니까요······!”


제대로 된 숨을 쉬지 못하고, 심하게 헐떡이는 산적.


그는 실뱀처럼 가는 눈을 가진 왜소한 사내였다.


“아, 아구 죽겠네······.”


당장에라도 풀리려는 다리를 어떻게든 부여잡으며 힘껏 몸을 일으키는 실뱀.


그 순간.


푸화악!!!


산적은 피를 흠뻑 쏟아내고 있는 부채주를 볼 수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 부, 부채주님!!!”


맥락 하나 없이 발생한 현상에 산적은 당장에라도 흑사굉협을 향해 뛰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


하늘에서 쏟아지는 분혈 사이로, 천하에 둘이 존재할까 싶은 아름다움이 보였다.


그리고.


띵-


아름다운 음률이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파바방!


허공을 수놓던 흑사굉협의 피가 한 번에 흩어졌다.


토혈은 핏물로, 핏물은 핏방울로, 핏방울은 핏가루로 변한다.


‘너무나도 아름답다······.’


이게 정녕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말인가?


여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미려(美麗)함도 그렇지만.


난생처음으로 들어보는 금소리와 그 소리를 따라서 흩어지는 광경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그리고.


모든 핏방울이 사라지면서 보여지는 여인의 미소.


그것은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고, 닿으려 해도 닿을 수 없는 천상의 아름다움이리라.


“아아······.”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산적이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푸후훅!!


그의 칠공(七孔)에서도 갓 짜낸 피가 힘껏 솟구쳤다.


***


‘이걸로 두 놈.’


이제 남겨둬야 하는 건 세 사람.


‘살려둬야 할 사람은 정해졌구나······.’


황진희의 눈이 저 멀리에 보이는 산적들을 확인했다.


‘스승님의 명을 따라서 줄지어서 달려오고 있는 세 사람만 살려두고······.’


나머지 산적 놈들은 모조리 죽인다.


‘감히. 스승님의 목숨을 노리다니······.’


그에 대한 값은 역시 목숨에 없으리라.


“그럼······. 나도 대사형처럼 화려하게 해볼까.”


자신의 뒤에 있는 스승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보일 수 있을 때 확실한 인상을 새겨놓아야 할 것이다.


‘분명히 스승님의 제자는 더욱더 많아질 거야······.’


딱히, 제자들이 많아진다고 질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스승님께서 나를 좀 더 봐줬으면 하는걸!’


아아! 스승님!


‘소녀! 더욱더! 열심히 하겠어요!’


물론, 열심히만 해선 스승님의 제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예쁘다는 강점 역시, 딱히 필요 없는 것 같고······.’


사내라면 본디 자신의 아름다움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해야 하거늘.


‘스승님이야 원래 대단하신 분이니 그렇다 치지만, 대사형조차도 그럴 줄은 몰랐어······.’


황진희는 정말 안타깝다는 듯, 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른 제자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겠지.’


자신과 대사형을 불러낸 것처럼, 스승님의 능력이라면 능히 그런 것이 가능할 테니까.


‘으으······! 대사형을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처음으로 소개받은 스승님의 제자는,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나름의 수련도 열심히 했는데······.’


그 정도로는 모자랐다.


‘······앞으로 나타날 다른 사제나 사매들 역시, 대단할 확률이 높겠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 역시 스승님의 제자이니 말이다.


‘······이정도로는 안 돼. 더욱 확실하게 해야 해. 대사형은 대사형이라는 입지가 있지만. 나는 아니잖아······.’


어라?


‘아니지!’


대사형(大師兄)이 형(兄)이라면!


‘나는 대사매(大師妹)의 매(妹)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무릇, 한 단체의 예절과 법도라는 것은, 가장 높은 사람이 그걸 정하는 법이니 말이다.


심지어, 모든 만물에는 음양의 조화가 있길 마련.


태양이 있으면 달이 있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으며, 대부(大父)의 반대쪽에는 대모(大母)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렇다면! 대사형에 비견되는 대사매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황진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헤헤헹! 내가 대사매(大師妹)라!’


너무 좋은걸?


그 정도의 입지라면, 스승님의 제자 중에서는 이인지하(二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


‘······행복해.’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상상이었다.


‘그렇다면!!!’


대사매로서의 합당한 실력과 위용을 먼저 보여야 하겠지.


띵-


황진희가 가야금의 줄을 가볍게 튕겼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허공 위로 붕 떠오르더니, 거미줄처럼 같은 줄이 빼곡하게 퍼져나갔다.


파바바바박!


지면에, 나무에, 바람과 구름에 고정되는 가야금의 현.


그 크기는 워낙 거대해서,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필사적으로 달려오고 있는 산적들이 볼 수 있는 정도였다.


‘흐음. 마음만 먹으면, 한 번에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황진희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아아! 스승님! 소녀의 활약을 잘 보고 계시온지요!!’


대사매(大師妹)라는 칭호를 따려면, 그에 합당한 위업과 위용은 당연한 것.


황진희는 자신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조금 더 발버둥 치거라! 조금 더 발악해보거라! 이 몸이 얻을 대사매라는 칭호를 위해서 말이다!’


휙!


황진희의 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빙글!


잡고 있는 가야금이 제자리에서 한 바퀴 회전하더니, 그녀의 양손이 가야금의 위로 올라왔다.


‘역시 이걸로 해야겠지!’


그냥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만, 스승님께 배운 초식을 사용하면 더욱더 인정해 주실 테니까.


명월비금(明月飛琴). 제 일초(第一招).

초승신월(初昇新月).


띠리딩-!


가야금의 현이 튕겼다.


그 순간, 지평선을 가득 메우는 은색의 초승달이 쏘아져 나갔다.


***


“허억, 허억. 저게 뭐야?”


“······뭔, 헛소리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달리기나 하라고! 부채주 눈 밖에 나면 바로 죽을지도 모르니까.”


“아니야! 진짜 보라고! 하늘에 거미줄이 생겼다니까?”


“이 새끼가 그래도. 더위를 먹었나. 이제는 헛것이 막 보이고 그래?”


“병신. 이제는 아예 헛것이 보이는 모양······. 어!?”


산적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동료 산적의 말대로였으니까.


“이게 뭐여? 왜 하늘에 거미줄이 있어?”


“조, 좋지 않아······.”


산적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거미줄이 있는 방향은, 지금 산적들이 우루르 몰려가는 방향.


“이대로 가면 모두 죽을 거야!”


선두에 있는 산적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뭐? 그게 뭔 개소리야? 모두가 죽는다니!”


“보고도 모르겠냐? 저 거미줄이 있는 방향은 우리기 가는 방향이잖냐!”


“그래서? 그게 뭔 상관인데?”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동료의 말에, 선두에 있는 산적이 제 가슴을 두드렸다.


“아이고! 답답아! 저곳에 부채주님이랑 두 명의 대주님이 계신다는 뜻이잖아!!”


“그렇지!!”


“그렇지는 뭐가 그렇지야! 이 왕도마뱀 닮은 새끼야! 부채주님이 저런 무공을 쓴 적이 있어?”


“없지! 살모사 닮은 놈아!”


“뭐?”


살모사를 닮았다는 동료의 말에 산적이 발끈하고 말았다.


“이 새끼가 지금 상황에 농담이 나와?”


“응? 농담 아닌데?”


왕도마뱀이 정색하며 눈을 끔벅였다.


“······아무튼! 답이 나왔잖아. 저 거미줄 같은 무공을 사용하는 건 누굴까?”


“부채주님이 상대하는 사람?”


“사람이 아니라 적이다! 그리고 저런 규모의 무공을 사용하는 고수라면 절대로 보통의 고수는 아닐 거고!”


“뭐! 그렇긴 하지! 으하하하!!”


“그렇게 처웃을 이야기가 이 왕도마뱀 놈아아!!! 부채주님께서 먼저 도착하셨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잖아! 그에 대한 뜻이 뭐겠어!?”


“부채주님이 졌다는 거냐, 살모사!?”


“정답이야! 부채주님이 졌다는 것은 곧 죽었다는 뜻 아니겠냐! 그리고 먼저 앞서나간 대주(隊主)님들에게서도 돌아오는 반응은 없잖아!”


“음! 그렇긴 하네!”


“얌마! 심각한 상황이라고! 일류 고수인 부채주님이 죽었고, 이류를 대성(大成)한 대주님들도 모두 죽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아무것도 못 하지! 우리는 이제 막 이류에 입성(入成)했으니까! 음음!”


“아이구! 자랑이다. 새끼야!”


“흐하하! 내가 좀 대단하긴 해!”


“칭찬 아니라고! 어휴 속 터져!”


“흐음 그래서! 너는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왕도마뱀이 물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다!”


바로 그때.


방울뱀의 꼬리처럼, 머리 꽁지를 새우고 있는 산적이 답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지!”


방울뱀은 짝하고 손뼉을 마주치더니 곧장 등을 돌렸다.


“튀는 거!”


그러고는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얌마! 어디가!”


선두에 있던 살모사가, 방울뱀의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판단을 마친 방울뱀은 오직 발을 놀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호오오!!! 천재인가! 나도 방울뱀 놈을 본받아야겠어!”


“천재는 뭐가 천재야! 이 왕도마뱀 새끼야!”


“나 왕도마뱀 아니다! 살모사!”


“뭐? 살모사?”


그렇게 두 산적이 티격태격하던 그때였다.


띵-


천상에 이른 듯한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은빛의 광휘가 한껏 피어나더니, 이내 방울뱀의 전신을 집어삼켜 버렸다.


“마, 맙소사······.”


처참한 광경이었다.


사람이 소멸한다는 건. 아니, 증발한다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기도 했다.


‘이게 정녕······. 사람의 힘인가······.’


절대로 아니었다.


자신으로선 절대 대적할 수 없는 고수.


‘최소 절정이다······.’


산적의 눈이 거미줄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엔 은빛의 아지랑이가 한가득 차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그 잠깐 사이에 형상이 바뀌었다. 저건 거미줄이 아니라······.’


거미줄의 사이사이를 가득 메운 은빛.


그것은, 태양 대신에 떠오른 환한 보름달이었다.


띠리링-


때마침, 다시 한번 들려오는 천상의 음률.


환하게 빛나는 은월(銀月) 사이에서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피잉!


그 순간 달이 떨어졌다.


‘세상에······.’


참격인 줄 알았던 기세는 거대한 초승달이었다.


그것도 감히 자신으로선, 손 한 번 내밀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초승달이다.


사아아.


은광(銀光) 닿은 모든 것이 사라지고.


수십에 달하는 산적이 한 순간에 생을 마감했다.


‘세상에······.’


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이지만, 직접 경험한 산적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시체조차, 아니 피 한 방울조차 남기지 못하는 압도적인 위력은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풀 한 포기 하나 상하게 하지 않게 하다니······.’


절정의 고수라 한들 이런 게 가능할까?’


불가능했다.


자신이 아는 절정의 고수는 이런 경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


절정 이상의 고수라는 것이었다.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는 법.’


왕(王)의 별호를 가지고 있는 초절정의 고수들이라면, 이 정도의 일이야 충분히 가능하리라.


‘그면 의문이다.’


왜 초절정의 고수가 우리를 노리는 것인가? 우리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


잘못이라면 너무 많이 했다.


지금도 부채주인 흑사굉협과 함께, 상단 하나를 털어먹고 돌아가는 길이 아니던가?


‘설마!? 초절정의 고수와 그 상단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었던 걸까?’


그런 부분의 생각을 해본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하긴, 만금전장 근처에서 일을 벌이기는 했지······.’


그렇다면 만금전장에 속해 있는 초절정의 고수가 저곳에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만금전장에 속한 천외천의 고수라면, 딱 한 명뿐······.’


정파와 사파. 그 어디에도 들지 않는 열 명의 초절정 고수 외도십괴왕(外道十怪王).


중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금괴왕(金怪王)뿐이었다.


‘그런데, 금괴(金怪)가 저런 무공을 쓰나?’


아니었다.


단언할 수 있었다.


금왕은 검의 대가(大家)이고, 만금전장을 검을 사용하는 검문(劍門)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저건 대체 뭐지?”


초절정 고수가 흔한 것도 아니고.


거미줄과 초승달을 사용하는 무공 따위는 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띠리링-! 같이 들려오는 천상의 선율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이, 이대로는 안 돼. 튀자.”


“어, 엉! 동감이야! 저, 저건 괴물이다!”


왕도마뱀이 생각하기에도 답이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둘 뿐이었으니까.


“이 사실을 얼른 채주님께 알려야 한다······. 살모사!”


“알리기는 개뿔. 알릴 시간이 어디 있어 당장 튀어야지!”


“아 맞다! 당장 튀어야 한다!”


파앗!


두 산적은 곧장 발을 박찼다. 그리고 있는 힘껏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뭐지? 이곳까지 오며 체력을 모두 소모한 줄 알았건만······’


아직, 여력이 남아 있었다.


‘이게 젖 먹던 힘이라는 걸까?’


산적은 자신이 다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쥐어 짜내면서 필사적으로 뛰었다.


파바바박!


비록, 대주의 자리까지는 얻지 못했지만. 그는 이류에 입성한 무인.


쏘아지는 그 속도는 무공을 배우지 않은 사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쐐에에엑!


한 마리의 살모사가 수풀을 헤치면서 재빠르게 기어가고, 그 옆에 있는 왕도마뱀은 수풀을 짓밟으면서 뛰어나갔다.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절대로다!


‘뒤를 돌아보는 시간에 한 발짝이라도 더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살모사의 판단은 나름 정확했다.


상대할 수 없는 고수를 만났을 때는, 당연히 도망치는 것이 옳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상대 나름이었다.


“어? 뭐지?”


한창 달리고 있는 와중.


띠리링-


선녀가 연주하는 듯한 금(琴) 소리가 들려왔다.


뚝.


한창 달리고 있던 산적의 발이 홀린 듯이 멈춰 섰다.


“사, 살모사 뭐하나! 안 뛰고!”


동료의 말이 들려왔다.


그러나. 살모사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안다······.’


이러면 안 되는 걸 말이다.


‘아아······. 보고 싶구나.’


온 세상이 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서, 설마······.’


나에게도 달이 오는가?


결국, 참지 못한 산적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거기엔 코앞까지 다가온 초승달이 자신의 전신을 짓누르는 중이었다.


‘크아아······.’


산적의 입이 벌어졌다.


‘아름다움의 극치로구나! 이걸로 나는 여한이 없다.’


심신은 물론, 고통까지 정화되는 듯한 아름다움.


이대로 죽기만 한다면, 곧장 무릉도원(武陵桃源)이나 극락(極樂)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살모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내가 왕도마뱀을 닮았다는 것은 알지만, 왕도마뱀이라 부르는 건 참을 수 없다!”


자신의 등 뒤에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저 빛이 너를 죽이기 전에 내가 너를 죽이겠다!”


“아니, 잠깐······.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난 왕도마뱀이 아니다! 죽어라 살모사!”


푸훅!


왕도마뱀의 칼이 살모사의 명치를 꿰뚫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의 주변이 은빛으로 휩싸였다.


“이런 개새······.”


***



언제나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황진희.


그녀가 완전 죽상을 한 채, 터덜터덜 돌아왔다.


“흐윽. 스, 스승님. 소, 소녀······.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어요.”




작가의말

*현재 재화

-금원보 1,999,997개.

-야명주 2,000개.

-묘안석 2,000개.

-최하급 생명력 물약 95개

-최하급 기공력 물약 99개.

-회자수의 묵강박도 1자루.

-보너스 스테이터스 1 증가 이용권 9,999장.

-굿바이 반계탕.

-만능 열쇠 5개

-전설의 뚝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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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위기를 기회로 NEW 18분 전 1 0 16쪽
56 잃어버렸던 감각 24.09.15 24 0 15쪽
55 손깍지 24.09.14 28 0 16쪽
54 불청객 24.09.13 27 0 16쪽
53 소장주의 장례식 24.09.12 26 0 15쪽
52 귀환 24.09.11 36 0 16쪽
51 해독 24.09.10 31 0 15쪽
50 고독 24.09.09 34 0 14쪽
49 금제 24.09.08 38 0 12쪽
48 갑과 을 24.09.07 35 1 14쪽
47 망둥어 24.09.06 39 1 14쪽
46 마마잃은 중천공 24.09.05 43 1 17쪽
45 호북사화 24.09.04 48 1 15쪽
44 제3세력 24.09.03 58 2 15쪽
43 증거 24.09.02 59 1 14쪽
42 인공호흡 +2 24.09.01 62 2 12쪽
41 선남선녀 24.08.31 57 2 13쪽
» 대사매 24.08.30 65 2 19쪽
39 선녀 24.08.29 67 2 12쪽
38 코브라 24.08.28 67 2 13쪽
37 물증 24.08.27 72 2 14쪽
36 오랑캐 24.08.26 78 2 14쪽
35 시력 100배 24.08.25 82 2 14쪽
34 초대받지 못한 손님 +3 24.08.24 95 3 17쪽
33 용의 길 +2 24.08.23 106 8 15쪽
32 군사부일체 +1 24.08.22 100 5 15쪽
31 두 번째 제자 24.08.21 99 5 13쪽
30 제자의 마음 24.08.20 99 4 16쪽
29 운철 24.08.19 94 5 14쪽
28 전설의 뚝배기 24.08.18 10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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