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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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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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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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8. 첫 출정 (1)

DUMMY

“이건 이렇게 연결하고, 자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어때 쉽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름 전자기기에는 상당한 자신감이 있고 잘 다룬다고 생각했지만 이 카노라는 사람은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괜찮아 파이스~ 회로도 보는 법만 알면 되니까 천천히 하자! 근데 정말 신기하다. 회로도 못 보면서 본능적으로 어떻게 이게 이렇게 동작할 거라는 걸 아는 거야?”

“하하 어릴 때 계속 만지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옆에서 스텔라는 낑낑대고 있다.


“어머! 그것도 못하니? 어떻게 이런 애가 전기팀에 오게 된 거야?”


스텔라가 가여워서 옆에서 조금 거들어 주었다.


“스텔라 여긴 여기랑 이렇게 연결하면 될 거야.”

“우와 파이스 대단해! 이걸 어떻게 아는 거야?”


도와주는 중간에 카노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자 다들 주목! 작전 설명이다!”


리더가 발전기 위에서 소리쳤다.


“우리 팀도 내일 본 출정에 나간다. 이번 출정은 약 보름으로 짧은 작전시간이니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거야”

“이번 저희 파밍리스트 나왔습니까?”

“카노, 밭아가!”


카노는 밭아보고 아무 말이 없었다.


“리더 이 정도 양은 말도 안 됩니다.”

“알아. 위에서 요청했어. 그러나, 단장님의 명령으로 100프로를 전부 채울 필요는 없다. 이 양의 30프로만 보고하고 나머지는 쉘터에 모두 숨겨둔다. 그리고 이번에 절반정도의 인원은 8번 돔에 가서 대기할 거야. 물론 우리 팀은 해당사항이 없다.”

“왜 그렇게 하는 겁니까?”

“죽은 걸로 보고될 거야. 오히려 잘 되었어.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인원충원에 가속을 가할 기회로 잡자고. 알겠지만 강 남쪽 제일 높은 빌딩이 있는 곳 인근이 이번 파밍 지역이다. 다행히 남쪽 10km 두 번째 쉘터까지는 저번에 길을 닦아둬서 차로 이동할 수 있을 거야.”

“특이사항은 있습니까?”

“이번 파밍 지역이 8번 돔보다 위에 있으니 파밍지가 겹칠 확률이 높다. 최대한 접촉을 피해라. 서로 총구를 겨누면 이번에 절반정도의 인원이 8번 돔에서 대기하는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번 장비는 어떻게 됩니까? 특별히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

“도심지 특성상 집라인 이동이 많다. 역방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어센더를 챙겨가도록 다른 질문 있나?”

“없으면 이만 해산! 오늘 푹 쉬고 내일 보자. 밀이랑 메이슨은 잠시 남도록.”


드디어 내일 출정이다.

차라는 것을 처음 타본다. 전기로 가는 이동 수단이라고 한다.

숙소로 가는 길에 스텔라가 말을 걸었다.


“파이스 아까 보여준 파밍지역이 지나가는 길에 접선지가 겹쳐! 이건 정말 큰 기회야!”

“음 스텔라 그래도 힘들 수도 있어. 단독행동을 하기에는 위험성이 커 보여. 우선 지켜보자.”

“음 그래 그때 가서 봐야 알겠네. 방심은 금물! 잘 자고 내일 보자”


짧은 대화 후 집에 돌아왔다. 다른 생각 때문에 스텔라에 말에 많이 어울려줄 생각이 안 났다. 아쉽다. 8번 돔으로 가면 아빠를 볼 기회가 있었다. 다른 팀이 되었더라면⋯

좋은 생각이 났다. 자기 전에 다른 친구들을 만나야겠다. 8번 돔에 갈 확률이 있다. 우선 가까운 오스카의 숙소로 갔다.


“오스카 자?”

“오 파이스 아니야? 걱정 마 알다시피 난 죽을놈이 아니니까.”

“아 하하⋯ 맞지 혹시 너 내일 8번 돔으로 가?”

“우리 팀만 그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니구나. 아니 나 같은 인재들은 제외야. 음 에바를 찾아가 보는 게 어때?”

“그래 걔네가 확률이 좀 더 높을 것 같아.”

“근데 8번 돔 가는 사람은 왜?”

“아 사실 8번 돔에 내 아버지가 있어. 혹시 찾아줄 수 있나 해서.”

“아 그러면 내가 해 줄게. 옆 팀이 나가서 부탁하면 될 거야. 다른 애들한테도 내일 경로가 조금 겹치니까 우선 말은 말은 해 둘게”

“정말 고마워! 여기 사진이야.”

“쉽지 사진만 있으면. 알았어 그럼 내일 힘내자. 잘 자. 죽지 말고”

“그래 너도”


좋아. 편한 마음으로 잘 수 있겠다. 고맙다 오스카.


***


방호복을 입는다.

방호복은 언제나 답답하다. 통기가 잘 안 되어서 숨쉬기조차 불편하다. 앞 유리도 사격할 때 방해가 된다.

충전가스 2개, 탄약팩, 식량과 물, 정수팩, 나이프, 손전등, 긴급 수선 및 의료키트, 신호탄, 배테러팩, 취침도구, 절단기와 검전기 등 파밍 도구, 집라인 발사기와 로프 30kg, 마지막으로 어센더까지. 준비는 완료되었다. 아 맞다 시계! 장갑을 끼고 시계를 찼다.


이번 메인 파밍 장비는 서버 보드들과 태양광 패널, 전선들이다.

건물들의 고층으로 많이 이동할 것이고 내 이번 주 임무는 카노와 팀장님의 엄호 및 집라인 경로설치다.

집라인은 한 발에 사용되는 가스 양이 상당하다. 한발 한발 신중해야 한다.


총을 들고 바스켓을 맸다. 활을 허리춤에 장착하고 양쪽 허벅지에 30발들이 화살집을 각각 장착한다.

총 무게 55kg. 집라인만 아니었으면⋯


긴 복도를 통과한다.


‘서쪽 끝인가?’


복도의 큰 철제문을 통과하니 수십대의 차량이 보인다.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어느 팀이십니까?”

“전기 3팀입니다.”

“왼쪽 끝 앞에서 두 번째 차량으로 가주십시오”


내 얼굴을 몰라서라지만 여기서 존댓말을 처음 들어봤다. 감격스럽다.

차로 가니 팀장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파이스 너 자리는 뒤에 화물칸이다. 이동 간 유사시 엄호사격을 실시한다. 아직 밀이 화장실에 있는 관계로 밀이 도착하자마 출발 할 테니 위치하도록”

“합!”


스텔라는 벌써 와 있다. 나와 같은 화물칸이다. 화물칸에 타는 걸 도와주면서 말을 걸어왔다.

“좋은 아침! 파이스. 어떻게 밀님은 화장실에서 사시는 것 같아 얼굴도 제대로 못 봤어”

“하하 그러게”

“뭐야? 너 긴장한 거야?”

“으음⋯ 조금 긴장되네”

“긴장 풀어! 어차피 차로 이동하는 중에는 거의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으니까”


분명 스텔라도 긴장을 한 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내 긴장을 풀어주려 하는 모습이 뭔가 고맙다.

멀리서 밀이 뛰어 오는 게 보인다.


“자 다 왔네. 이제 출발한다. 다들 빼먹은 거 있나?”

“없습니다!”

“메이슨, 출발해”

“합! 대장!”


덜컹 거리며 차는 출발했다.

돔을 빠져나오고 엄청 큰 철문을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돔 앞에 수백구의 시체들.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들의 시체까지 있다.

여긴 지옥이었다. 돔이 안전한 것이 맞았다. 시체들 와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는 우리가 전부였다.

단장이 관광 가이드라도 되는 듯이 차 안에서 뒤를 보고 말을 걸었다.


“우리 돔을 밖에서 보니까 어떤가 세타들? 엄청 크지? 아 지금은 그거 말고 다른 게 먼저 보이겠군. 저 시체들은 둘 중에 하나야. 돔을 정비하다 떨어져 죽은 사람들이나, 유일하게 이 돔 내에서 사용 가능한 화약총한테 죽은 생명체들”

“그럼 그 화약총은 누가 쏘는 겁니까?”

“등대지기들이 원격으로 모니터를 보고 쏴 죽이지”


내가 아는 등대지기의 일이 아니었다. 이 돔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많은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계속 이동하며 돔이 멀어져 간다.

주변은 황량하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식물의 모습이 아니다. 기괴하기 그지없고. 내가 책에서 봤던 세상의 모습이 아니다. 중간중간 붉은빛이 도는 세상은 생명체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과거의 인류는 어땠을까? 차가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해가 내 머리 꼭대기에 있을 때쯤 멀리서 이상한 게 보였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장님 오른쪽에서 이상한 게 보입니다.”


대장이 오른쪽을 보더니 소리쳤다.


“메이슨! 속도 올려! 러너다. 사격 준비해! 명심해! 10m 내로 들어왔을 때만 사격해라! 지금 탄을 낭비하면 우리는 다시 돌아가야 해.”


돌연변이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다리는 기괴하게 길었고 온몸이 붉거나 검은 종양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게 조준이 가능 하긴 한 건가?

다행히 거리가 벌어지더니 이내 추격을 포기한다.

단장의 신호로 조준하던 총을 내려놓았다.


“세타들 저게 인간이었던 게 믿어지나? 괴물 같지. 근데 쟤네 입장에서는 우리가 괴물 같은 거야. 아니 장난감 같으려나?”

“저 괴물들 의식은 있는 건가요?”

“너희들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똑똑한 돌연변이들도 많아. 그러고 보면 우리가 진화에 뒤쳐진 걸 수도⋯ 인간으로 남고 싶어 발악하고 살려고 발악하는 미개한 생물체가 된 거지. 어쨌든 노란 신호탄 하나를 쏴라. 뒤에 차들에게 경고해야 해”


스텔라가 집라인 발사기에 신호탄을 장착하고 위로 쏘았다. 이 경로에서는 우리가 가장 선두로 가고 있었니보다.


“조금만 더 가면 첫 번째 쉘터가 나온다.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1시간 정도쯤 지났을까? 저 멀리서 작지만 높은 벽이 보인다. 공중으로 가는 도로에 벽만 세워서 만든 것 같다.

쉘터에 가까워지니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1 구역 쉘터에서 차량이 충전되는 대로 다시 이동한다. 남는 시간에 살 물건 있으면 사라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노가 부른다.


“파이스. 따라와”

“어어 잠시만요!”


스텔라가 어디 가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데려가야 하는데 직속 사수라서 그런지 너무 나만 챙기는 느낌이 강하다.


“잠.. 잠시만 스텔라도 데려가죠?”

“흐음⋯ 그래”


전체가 콘크리트로 덮여있는 컴컴한 곳에서 시장구역만 밝게 빛나고 있다.


“여기서도 사람이 살고 시장까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뭐 각자가 파밍을 하는 대상이 다르다 보니까 서로 필요한 걸 교환하는 느낌이 강해. 여기서 사는 사람들도 있어. 다른 돔들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돔 안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잔뜩 있다. 이것들은 돔 안으로 들고 가면 정말 비싼 값에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유심히 본 물건들은 스코프였다. 이걸 총에 장착하면 확대가 되는 것 같다.


“왜 그거 갖고 싶어?”

“아 예 있으면 엄청 편할 것 같아요.”

"이거 엄청 비싼데? 파이스 뭐 팔 거 없잖아 너. 식량이랑 정수팩 말고는 아무것도 안 받아줄걸?

흐음⋯좋아! 내가 사줄게. 대신 나중에 소원하나 들어줘."


카노 저 사람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뭔가 불안하지만 그래도 있으면 두고두고 잘 쓸 것 같다.


“네 뭐 말도 안 되는 것만 아니면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그 스텔라 것도 좀⋯”


카노는 스텔라를 흘끔 보았다.


“골라. 싼 걸로”


카노는 스텔라가 뭔가 확실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는 모양새이다.

그래도 스텔라는 행복해한다. 이런 착한 애한테 왜 그렇게 못살게 구는지 나중에 조금 물어봐야겠다.

시장을 계속 둘러보다가 신기한 물건을 발견했다.


“음 이건?”


신기한 스코프이다. 렌즈가 초록색이다.


“저기 이건 뭔가요?”

“이건 야간 투시경이라고 하는 거야. 깜깜할 때도 이것만 있으면 잘 보여. 근데 이건 너무 비싸서 못 사주겠다⋯”


비싸다고 하니 오히려 구미가 더 당겼다.


“아저씨! 이거 뭐랑 교환하시겠어요?”

“뭐야 파이스 너 이거 정말 살라고?”

“흐음⋯어이 바스크! 이제 막 나가는 거 아니야? 갔다 와서 사든가 해”

“그전에 팔릴 거 같은데⋯ 안 돼요 지금 사야겠어요! 이 정도 식량이면 되나요?”

“자네 이게 얼마나 구하기 힘든 건 줄 모르는구먼. 이 땅에는 이게 남아있다는 게 기적이야. 이 땅에 있던 군대들의 장비가 구식이거든.”


포기하기는 이르다. 내가 가진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내 손의 시계가 생각이 났다. 미안하다 친구야⋯


“이 시계는 안 되나요?”


상인이 내 팔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소리 좀 들어볼 수 있겠나?”


상인은 팔을 귀에 가져다 대더니 10초 정도 아무 말도 없었다.


“자네 이걸로는 조금 부족하겠는데⋯ 이렇게 하지. 야간 투시경을 줄 테니 시계를 두고 가고 올 때 가치 있는 것 하나만 더 가져와. 식량은 괜찮네. 자네가 굶어 죽으면 받지도 못하는 거 아닌가?”

“구체적으로 어떤?”

“하하 그건 자네가 정해야 하지 않겠나? 무얼 발견할지도 모르는데. 기본적으로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구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아. 그게 여기 룰이야.”


나는 야간 투시경을 어깨 쪽에 훅으로 고정했다. 그리고 카노에게 물었다.


“저 사기당한 거 아닌가요?”

“아니야. 저건 정말 귀해. 그 시계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저 상인한테 절대 남는 장사는 아닌 거 같거든? 뭐 저 사람한테는 네 시계가 귀한 것일 수 있겠지. 어디서 난 거야?”

“아 이건 선물 받은 거예요. 친한 친구가 줬거든요”

“여자친구?”

“아뇨. 남자애예요.”

‘’ 다음부턴 여자한테 받은 건 내가 다 압수할 거야. 감히 바스크가 정신상태 흐려지게 그런 걸 차게 놔둘 수는 없지"

“?”

“아 맞다. 무기 장착품이나 기념품 한두 개면 몰라도 대량으로는 돔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도 없어. 지정된 무역상들만 다른 돔과 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검수가 안된 것들을 너무 많이 들어오면 바스크가 구매통로라는 게 돔 내에 소문이 쫙 퍼지겠지? 그럼 우리 규모도 들통나.”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그리고 쉘터의 상인들에게는 부품 말고 무조건 완제품을 가져다주는 게 룰이야. 쓸만한 게 보이면 가져다줘”

“합”


차로 돌아오니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충전이 거의 다 되었다. 출발할 준비 해. 도심지로 갈수록 위험하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차는 다시 출발한다.

아까의 길은 기괴한 식물과 황무지만 있었다면 지금부터 보이는 길은 곧 무너질 듯한 건물들이 이어졌다.

출발 때랑 다르게 리더가 뒷좌석으로 와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어디에 집라인을 걸면 안 되는지, 불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표적인 돌연변이들과 약점들 등 이것저것 설명해주다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분명 출정은 아침이었는데⋯


“2차 쉘터까지 거의 다 왔다. 거기 도착하면 하룻밤 묵고 내일은 걸어서 움직여야 할 거야.”


리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키에 2배가 되어 보이는 그림자 같은 사람 형상이 보였다.

환상인가? 분명 없었는데 갑자기 생겼다. 심지어 움직이지도 않고 우리를 쳐다본다.

스텔라도 이걸 발견하고 소리쳤다.


“리더 저기!”

“그래 저건 와쳐야.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갑자기 나타나. 근데 공격하지는 않아. 한 번은 나 잘 때 바로 앞에서 쳐다보고 있더라고. 공기총을 난사했는데 어떠한 반격도 없었어. 무시해.”


폐차는 갈수록 많아졌다. 그리고 길 끝에 아까와 비슷하지만 훨씬 엉성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보였다.


“2차 쉘터다. 잘 때 조심해라. 불침번은 안 돌릴 테니 잘 때는 차에서 자고. 여긴 상인도 없고 도둑까지 있어. 또 언제 돌연변이에게 공격당할지 모르니까 잠깐 몸만 뉘인다고 생각해.”


밀이 옆에서 웃었다.


“풉. 맞아. 카노가 저번에 한번 바스켓 전체를 털렸지. 도둑 잡는다고 세 시간이나 늦어지고.”

“밀! 그런 건⋯ 세타들 있는데⋯”

“왜 바스켓을 털어가는 거예요?”

“뭐 뻔하지. 낙오되어 쉘터로 돌아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훔치기라도 해야지. 나라도 훔칠걸?”


나는 바스켓을 꼭 끌어안고 누웠다.

다른 선배들도 잘 자리를 찾으러 가자 스텔라가 오더니 차 뒤에 같이 누웠다.

문득 별을 같이 봤을 때가 생각난다.


“좀 옆으로 가봐. 여기서 잘래.”

“뭐 맘대로. 스텔라, 왜 카노가 널 싫어하는 거 같지?”

“너가 여자가 아니어서 모르는 거야. 내가 너무 이쁘니까 경계하는 거야 저건. 그리고 딱 봐도 너 좋아하는 거 같은데. 파이스 넌 참 이런 곳에서 눈치가 없어.”

“하하 그건 아닐 거야. 내 사수라서 그냥 잘해주는 걸걸?”

“아닐걸? 한번 떠볼까?”

“응?”

“파이스 나 추워”


확실히 돔 안이랑 비교했을 때보다 훨씬 춥다. 겨울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대충은 알겠다. 살면서 이런 추위는 처음인 것 같다.


“으 그러네 확실히 춥네⋯ 아까 상인한테 모포 같은 거 하나 샀어야 했어.”

“안 되겠다. 파이스 가까이 와. 다른 의미는 없어 추우니까 체온을 나눠야 하잖아? 우리 훈련 때도 그렇게 배웠고”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안고 체온을 나누었다.

입고 있는 방호복과 유리막이 우리 사이의 거리의 한계를 분명하게 정해 주었지만

그 거리를 뚫고 들어오는 사람의 온기는 따듯했다.

아까 대장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인간으로 남고 싶고 살고 싶어 발악한다고.


이유는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타인의 온기를 느끼는 것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테니까.


인간으로 남을 이유는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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