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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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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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혁명(2)

DUMMY

저녁이 되자 스텔라와 메이슨이 돌아왔다.


“아 파이스 빨리 왔네?”

“응. 스텔라 넌 뭐 보고 왔어? 나는 기업이 배급소를 운영하는 걸 보고 왔어”

“끝이야? 음 나는 조금 중요한 걸 보고 왔어. 벌써 송전탑은 수리에 들어갔고 변압기는 아직이야. 그리고 다른 구에는 바리케이드들을 설치하고 군대들이 집결하고 있다더라고. 무력충돌에 대비하는 것 같아.”

“거길 가 본거야?”

“아니. 멀리서만 봤어 거기까지 가기에는 조금 위험할 것 같아서”


메이슨이 말을 꺼냈다.


“스텔라의 말이 맞다. 군대가 모이고 있어. 나는 다른 구에 갔다 왔는데 거기까지도 소문이 퍼진 모양이야. 사람들이 시위를 시작했어. 저녁까지도 계속되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나가는군요”

“뭐 평소에 쌓인 것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밤에 돌아오다 보니 시민들도 무기와 화염병을 준비하고 있어. 조만간 일이 터질 것 같아”


우리는 무기의 준비를 요청한 적이 없다.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벌인 짓 같았다.


“그렇군요. 내일부터는 계획대로 선동이 시작되겠네요.”


***


다음날 아침, 시위는 정점을 찍어갔다. 시위소리는 지하에 있는 세이프하우스까지 들려왔다. 이 정도 소리면 돔이 소리를 공명 시켜 전 돔에 소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아침에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중앙의회가 통행금지를 풀었다. 중앙 의회는 당장에 시민들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했겠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의 갈등의 불은 이런 얄팍한 수로 끄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또한 오히려 통행금지가 풀리니 자유롭게 나와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모양이다.


때가 되었다. 알파팀은 확성기를 세이프하우스 출구에 정렬해 있었다.

그 앞에는 머스켓이 연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 시작할 시간이다! 모두 각 시민들의 리더가 되어서 중앙 정부를 타도하는 시위를 시작한다!”

“힙!”


그 어떤 때보다 큰 목소리였다. 머스켓의 권력이 새삼 실감이 났다.

알파들은 다들 빠르게 세이프하우스를 나갔다.

모두가 나가고 나는 머스켓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 리더십이네요”

“하하⋯ 이런 연설은 언제나 적응이 안 되네요. 저희도 시위 좀 구경하러 가 볼까요?”

“네 그럼요!”


밖에 나가니 상상 이상으로 시위는 커졌다, 이 돔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니⋯

거리는 사람과 쓰레기로 가득했고 여러 문구가 써진 열기구들까지 보였다.

벌써부터 군대와 마찰이 시작되었다.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고 돌을 던진다.

총만 쏘지 않았을 뿐 벌써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머스켓은 조금 걱정된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너무 급진적인데요? 조금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충분한 단결력과 조직이 생기지 않은 상태로 무력충돌이 격해지고 사상자가 나오면 오히려 쉽게 와해될 수 있어요.”


머스켓이라는 이 바스크는 2차 혁명을 겪은 사람이다. 그때 그 현장에 있었던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흠⋯ 무슨 방법 없을까요? 이런 변수까지는 고려하지 않았어서⋯”

“협상 어때요? 대표자를 보내서 중앙의회랑 협상을 하는 척을 하는 거예요. 협상기간 동안은 시간을 조금 끌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협상에 바스크들을 보내서 궁극적으로 결렬시키는 거죠.”

“오!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군요. 아뇨,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파이스 님. 바로 준비를 해야겠군요.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어요.”


머스켓은 가볍게 인사하고 사라졌다. 나는 자리에 혼자 남아 시위를 계속 구경했다.

1시간쯤 지났을까? 거리에 사람이 갈수록 많아진다. 이러다 휘말려 버릴 것 같았기에 우선 돌아가기로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는 듯했다. 외부인 신분이라는 것 때문에 앞에 나설 수도 없고 시위에 참여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저 머스켓을 믿고 조용히 관망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그날 머스켓은 협상을 오늘 중앙의회에 요청했고 내일 바로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럼 협상 기간 동안 협상을 중계하며 시민들은 시위를 잠시 중단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시민들이 쌓여왔던 불만이 더 부각이 될 것이다.

그날 밤, 머스켓이 양초를 들고 우리 숙소에 방문했다.


“파이스 님, 후. 오늘 바빠서 협상안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내일 바로 시작될 텐데 시간이 없어서⋯ 협상안 만드는 것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들어오세요.”


우리 셋과 머스켓은 박스를 중앙에 두고 4명이 빙 둘러앉았다.

가운데 양초가 하나 타고 있다.

첫 출정을 나갔을 때가 갑자기 생각난다. 그때도 이렇게 둘러앉아 따듯했었는데. 리더가 보고 싶다.

머스켓이 목을 풀더니 이야기했다.


“협상은 3자 회담으로 진행될 거예요. 기업 측 의회 측 그리고 시민 측. 각각 3명씩 나올 거예요. 저희는 시민 측에 믿을만하고 연기에 능한 8번 돔 사람 3명을 세워 두었어요.”

“어쩌다가 3자 회담이 된 건가요?”

“의회가 기업의 참석을 요구했어요. 저희도 어차피 결렬시킬 협상이기에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죠.”

“민간인의 참관은 가능한가요?”

“네 가능해요. 다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시민들의 무기 회수 및 보안은 철저할 거예요. 위치 또한 야외가 아니라 극장에서 진행하기로 했고요”

“흠⋯ 다 준비가 되었네요. 안건만 준비하면 되는 거군요. 근데 굳이 어렵게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요? 절대 이루어지기 힘든 것들을 들고 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

“예를 들면요 파이스 님?”

“뭐 제가 이 8번 돔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대충 복지개선, 기초생활보장, 시민들에 대한 세금감소 같은 것들을 적으면 되지 않을까요?”

“흠⋯ 그런 것들은 충분히 협의가 가능할 거예요. 다른 거 없을까요?”

“다른 거라⋯ 여기 8번 돔의 의회 구성원은 어떻게 뽑아요?”

“뭐 대부분 공무원들의 자재분들이나 인맥에 의한 추천이 대부분이죠. 이 돔은 자본주의지만 민주주의가 아니랍니다.”

“흠⋯ 그러면 간단하게 [의회의 해체]나 [투표 및 선거로 지도자 선출] 같은 것들을 주장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오!”


머스켓은 내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 것 같다.


“좋아요. 이걸로 가죠. 여기 와서 물어보기 잘했네요. 회담은 처음에는 평범하게 진행될 거예요. 저쪽은 원하는 것을 들어주되 중간값으로 협상을 하려 할 테고, 처음에는 그걸 약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겁니다. 그러다 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카드들을 가지고 협상을 무의미하게 종결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3일을 질질 끌 거예요.”


이 이후로 우리는 협상안을 상세하게 만들었다. 구체적인 비율들은 대충 그럴듯해 보이는 숫자로 적어 넣었다.


“이 정도면 되겠네요. 파이스 님은 내일 저랑 같이 회담을 보러 가시죠. 나머지 두 분께는 작은 부탁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부탁이요?”

“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에게 호의적인 기업들을 선별해 주세요. 지금 저희 알파팀 인원이 부족해서⋯ 선별만 하면 됩니다. 지금 당장 공격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거든요.”

“뭐⋯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좋아요.”


머스켓이 나가자 양초를 끄고 우리는 각자 침대에 누웠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리더의 작전명대로 기생충이 되었다. 시민들을 이용해서 도시를 좀 먹고 돔을 전체를 먹으려고 한다.

작은 기생충 하나가 장기들을 망가뜨리고 몸전체를 망가뜨린다.

우리 돔만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게 아니었다. 이 돔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


아침 7시 8번 돔 대형극장 내 회담장.

시민들로 시끌벅쩍하다. 시민 측 3명은 다들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있지만 기업과 의회 측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기가 들어오는 이 건물은 시민들의 삶의 공간과 너무 대비되었다.


우리 팀에서 회의를 보러 온 것은 나뿐이었다. 스텔라와 메이슨은 알파팀과 함께 런쳐를 쏠 기업들을 선별하러 갔다.

머스켓과 나만이 회담이 모두 보이는 2층 테라스에 앉아있다.

시민에 어울리지 않는 테이블과 차, 양복. 우리를 시민 쪽 사람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은 여기 없었다.


“하하.. 머스켓님. 저희 왜 이런 복장으로 온 건가요? 돌 맞을 것 같은데요?”

“파이스 님 한 가지 잊으면 안 돼요. 저희가 시민 편에 선다고 절대 8번 돔의 시민인 것이 아니에요. 그들의 일원이 되었다는 착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언제나 바스크의 신분으로 임무를 다할 뿐입니다. 회담 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줄 모르기에 오히려 여기에 있는 게 도망치기도 쉽고 안전할 거예요.”


한 5분쯤 지났을까? 2층 각 테라스에 양복 입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 10분쯤 지나자 의회와 기업 쪽 입회인들이 자리에 앉았다.

다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 무언가 꽉 막혀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순간 들었다.


“자. 다들 정숙해주세요! 회의를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이번 시위의 주동자인 시민 쪽부터 발언을 시작해 주세요.”


사회자가 나타나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주동자라⋯ 사회자가 기업 쪽 아니면 의회 쪽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시민 쪽 가운데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이야기를 꺼냈다. 요구조건을 당차게 말하며 말에 끼어들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상입니다.”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조건들이라고 생각하나!”


의회 쪽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리고 의미 없는 이야기의 반복. 관객들의 야유.

그렇게 4시간의 회의는 아무런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사람들이 화를 내며 쓰레기를 집어던지며 극장을 나갔다.

회의장에는 덩그러니 머스켓과 나만이 남았다.


“4시간 동안 소리 지르는 것만 듣다 보니 귀가 아플 정도네요.”

“하하 파이스 님. 그래도 그것이 저희 목표대로 회의가 흘러간다는 증거니 이해해 주시죠. 시민들에게는 필요하지만 저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조건들이니까요. 그리고 저들이 저렇게 화낼수록 저희가 잘 준비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슬슬 일어나 볼까요?”

“가시죠.”


밖으로 나오니 시민들은 시위보다는 아까의 회의 이야기만을 할 뿐이었다. 확실히 작전이 먹혀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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