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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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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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기생충 (4)

DUMMY

[어젯밤 돔 진입로 총기난사 테러로 경비병 12명 사망. 돔 봉쇄⋯ 테러범 돔 내부로 도주 및 추적 중⋯]


가장 첫 페이지에 대문짝만 하게 나온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러면 우리 계획에 까지 차질이 생길 수가 있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데 어떤 기업이 용병을 뽑겠나? 또한 9번 돔의 리더와 통신조차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가능한 한 빨리 람버스 무역회사로 가야 했다. 오늘 아니면 절대로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오늘도 늦었나?

신문에 그 외 내용은 별게 없다. 평범한 가십거리, 구인광고, 사람을 찾는 글, 기업들 간의 뉴스. 빵을 먹다 말고 스텔라를 불렀다.


“스텔라 준비해. 지금 당장 가야 할 것 같아.”

“잠깐 파이스 커피는 마저 마시고⋯”


우리는 옷만 갈아입고 빠르게 이력서를 써서 밖으로 뛰어 나갔다.

아침에는 어젯밤과 비교하면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없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숨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고요한 거리를 뚫고 람버스 무역회사에 도착했다. 다행이다. 문이 열려있다.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쇠 프레임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무기고였다. 중화기까지 있는 것 같았다.

일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무기고에 한눈이 팔려 있을 때 중앙 홀에서 안내원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어떤 일로 오셨죠? 아시다시피 현재 어젯밤 일어난 테러로 통행금지가 내려졌을 텐데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신 거죠?”


통행금지라니 상상도 못 했다.


“아 저희는 다른 돔에서 어제 도착해서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요즘 사람을 많이 뽑는다길래 용병⋯”


카운터 직원이 말을 끊고 탄식하며 말했다.


“하⋯ 어제 당직이라 집에도 못 가고 통행금지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이젠 별 노숙자들이 다 기어들어오네. 저리 꺼져! 너희가 올 곳이 아니야.”

“네?”


카운터 직원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상당히 당황스럽다.

우리가 씻지도 못하고 와서 머리가 부스스한 상태가 맞긴 하지만 말이 조금 심한 것 아닌가?


“꺼지라고”

“⋯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지금 회사 내엔 이 사람 말고는 없어 보였다.

저 카운터 직원의 태도를 보아하니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것이 뻔했고 지금은 그냥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허무하게 뒤를 돌아서 돌아가려는데 문 밖으로 5대 정도 되는 차가 줄을 지어 멈추었다.


‘분명 통행금지라고 했는데?’


이윽고 차에서는 수십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내렸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단 한 명의 흰색 옷을 입은 사내. 저 사람이 대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들은 회사 안으로 걸어오더니 우리가 눈에 띄었는지 우리 앞에 멈추어 섰다.

나보다 훨씬 큰 키, 상당한 중후한 느낌의 사내이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뭔가?”

“아 저희들은 용병⋯헙”


스텔라의 옆구리를 찔러 말을 일부로 끊었다. 지금의 계획보다 훨씬 좋은 생각이 번쩍였다.


“아 저희는 시체처리 회사 코핀의 간부들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용병들을 많이 뽑는다길래 저희 쪽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조금 대 드리려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흠⋯ 요즘 신기한 사업모델로 유명세를 뻗치더니 언젠가는 볼 줄 알았네. 다들 뭐 하나? 손님들이 왔는데. 회의실과 다과를 조금 준비해 주게.”


몇 명을 제외하고 검은 복장의 사내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근데 자네들, 통행금지인데 어떻게 온 건가?"

“아!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본사는 9번 돔에 있습니다. 저희는 본사에서 어제 막 도착해서 통행금지인 줄 모르고 돌아다녔습니다. 중간에 정보를 들어서 뛰어오다 보니 머리 상태가 엉망이군요 하하⋯”

“음 그렇군. 조심하게. 걸리면 바로 심문하고 추방까지 될 터이니⋯ 내 돌아갈 때는 사람을 시켜 차로 바래다 주지.”


이 사람의 직책은 모르겠어도 통행금지까지 무시할만한 권력을 가진 듯했다.


“아 감사합니다. 오늘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사업 이야기를 조금 나누어도 될까요?”

“오 그럼 좋지. 회의실로 가세나.”

“아 그전에⋯ 인포데스크 직원의 태도가 영 엉망이더군요. 저희를 노숙자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중후한 노인이 데스크에 있는 여성을 오랜 시간 쳐다봤다.

데스크 직원은 말도 못 하고 시선을 피했다.


“저⋯ 저기 그게 아니라. 그..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이 말과 함께 연신 사과를 반복한다.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정도로 깊이 사죄를 하고 있다.


“헤고 해. 기본이 안 돼있는 직원은 필요 없네.”

“죄송합니다! 지금 나가면 추방당할 거예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직원은 더럽게 끌려가지 않았다.

과격하면서도 깔끔하게 목을 쳐서 기절시키고 축 처진 몸을 가뿐히 건물 밖에 던져두었다.

길거리에 그냥 버려진 여직원이 움찔거리는 걸 보고 난 후에야 중후한 노인은 다시 갈 길을 갔다.

직원이 갑작스레 불쌍해졌다. 그리고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노인의 꽤 뒤에서 회의실로 졸졸 따라가는 길에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야 파이스 어쩌려고 그래? 저 사람 상당히 위험해 보여!”

“하하⋯ 나도 모르겠어 우선 지르고 본 거야.”

“카운터 직원 이야기는 왜 한 거야?”

“대충 성격을 파악하려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고⋯ 스텔라 날 믿고 너는 가능한 말을 아껴줘. 실수 한 번이면 끝나는 거야.”

“알았어⋯”


회의실에 앉았다.

노인과 나는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다. 시선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되고 서류의 전달도 편하며 가장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는 30도에서 45도 각도.

노인이 먼저 말을 꺼낸다.


“정식으로 소개하지. 나는 이 람버스 무역회사의 대표. 리암이라고 하네.”

“반갑습니다. 저는 코핀 장례회사 소속의 파이스라고 합니다.”


젠장 실수했다. 본명을 말해버렸다. 당장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코핀 장례회사 소속의 스텔라라고 합니다.”


스텔라도 자기 이름을 말했다.

나를 그대로 따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내 실수다.


“ 우선 인포데스크 직원의 태도에 정식으로 사과하지.”

“아닙니다. 그저 주의만 주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단호하게 대처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내비쳤다. 최초 만난 사람과는 언제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다만 상대방과 반하는 감정이라면 싸움까지 번지지 않을 정도로만 표현하고 넘어가야 한다.


“인포데스크는 우리의 얼굴이야. 회사 전체에 먹칠을 했는데 용서할 수 없지 않겠나?”

“네. 맞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쯤 하시고 바쁜 분이시니 본격적인 계약 이야기를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통행금지 때문에 한주 동안은 한가할 거야. 천천히 이야기하지.”

“아 저희를 위해 시간을 이렇게까지나 써 주신다니 영광입니다.”

“하하하. 겸손한 젊은이군. 그래. 어쨌든, 용병들을 데고 싶다고?”

“네 맞습니다. 저희 회사는 9번 돔에서 시작된 회사로 대부분의 인력이 상당한 훈련을 받은 바스크 출신들입니다.”

“바스크라! 그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긴 했지. 사람 한 명이 수십 명을 죽인다는 괴물 같은 사람들 아닌가? 얼마 전에 옆 회사들의 용병들도 한 명 한테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당했다고 하더군.”


이 노인이 말한 회사들 중 하나가 오트 파밍회사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 20명을 죽인 것이 나라는 걸 알면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을 것이다.


“아 그 이야기는 들었지만 상세하게는 모릅니다. 어쩌다 바스크들과 그런 마찰이 발생한 겁니까?”

“마찰이라⋯ 뭐 마찰이랄 게 있나? 그저 옆 회사가 작전에 실패한 거지”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작전인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옆 회사의 작전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

“아 죄송합니다.”


그래, 이렇게 일이 쉽게 목표를 달성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리암의 답변으로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 람버스 무역회사는 우리를 공격한 [오트 파밍회사]나 그 공격을 지시한 8자 회담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다른 목적으로 군대를 모으고 쉘터를 파괴하려고 한 듯했다.

물론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무언가 계약에 관련된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자료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 가방에 있는 것이라고는 이력서 2장이 전부인데 나는 이거라도 꺼내야겠다고 생각다.


“이 이력서들은 저희 인력풀에 등재된 인력들의 샘플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두 9번 돔 출신의 바스크들이며 현장경험, 기술, 판단력 등이 월등한 상당히 귀한 인재들입니다.”


리암은 이력서를 뚫어지게 읽고 있었다.

정말 다행인 점은 여기 들어간 이름이 가명이라는 점과 사진 또한 없다는 점이다. 이 이력서가 우리의 이력서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리암이 이력서를 잃는 중에 나는 부연 설명을 했다.

읽기와 듣기가 동시에 되는 사람은 드물다. 좀 덜 유심히 보게 만들기 위해 말로 정신을 흩뜨려 둘 필요가 있다.


“저희 회사는 아시다시피 시체 처리업으로 상당한 수익을 벌었습니다. 우수한 인재와 인프라를 보유하였기에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사업을 확장하려고 합니다. 인력제공 파밍 및 전투 훈련시설까지 다각도로 사업을 구상학고 있고 람버스 무역회사가 그 처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리암이 들고 있던 이력서를 내려두고 말했다.


“흠 확실히 구미가 당기긴 하는군. 자네 말 대로야. 우리는 용병이 지금 상당히 많이 필요해. 그것도 수준급의 용병들이. 최대 몇 명까지 제공할 수 있나?”

“초기에는 10명 규모로 사업성을 확인하고 1년 이내 100명 이상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소규모 인원으로 우선 써 보시고 그 뒤에 수요를 늘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 그 많은 수를? 자신감이 있나 보군.”


자신감이 아니다. 어차피 못할 일에 대한 허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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