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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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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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 전기팀 (1)

DUMMY

“이렇게 바스크의 한 팀은 평균 6명으로 구성되고 각 팀에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루터, 루터의 뒤에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스카웃, 전략을 구사하고 팀을 이끄는 헤더는 필수로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또한 출정 중 누군가가 죽거나 낙오하여 이 직무가 공석이면 다른 직무를 내려놓고 본 직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그래야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점심을 먹자마자 수업이 계속되었다. 타커조교는 말에서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수업을 나갔다.


“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이만 수업을 마치지. 출정팀이 곧 나올 시간이니까 조금만 대기하도록. 오늘은 수고가 많았다.”


타커조교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회의실을 나갔다. 분주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너무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듣는 건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 옆자리에 앉아있던 베아트리체가 귓속말으로 말을 걸었다.


“파이스 오늘 씻고 내 방으로 잠깐 와봐”

“?!”

“아! 그런 거 아니니까 잠깐 와봐 조금 신기한 걸 발견했거든”


수상하지만 무언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귓속말로 이야기한 것도 의아함이 느껴졌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임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베아트리체와 이야기를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서로 조금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스텔라는 알버트를 괴롭히고 있었고 의외로 에바와 제이콥은 서로 죽이 잘 맞아 보였다.

그렇게 조금 소란스러워졌을 때 마침 다이어 조교가 들어왔다.


“음~ 벌써 조금 친해진 것 같네. 하지만 이걸 어째~ 내가 너희를 갈기갈기 찢어둘 거야~ ”


이 시람은 역시 얄밉다. 저 무표정의 표정과 말이 전혀 일치가 되지 않고 뭔가 우리를 꼬마아이 보는 듯하다.


“조가 나왔어~ 한 명씩 불러줄게~ 우선 제이콥 에바!”

“합!”

“너희는 기계팀 파머야~ 각각 4팀 2팀인데 평소에 같이 다니니까 구분할 의미가 있나? 그리고 뭐 충분히 예상은 했겠지?”


저 둘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무거운 걸 들면 보통은 싫어하지 않나?


“그리고 스텔라, 파이스~ 너희는 전기 3팀이야~ 둘 다 스카웃이야~ 아쉽게도 이전 전기3팀 스카웃 두 명 전부가 골로 가버렸거든~ 그리고 스텔라~ 연기 연습은 좀 더 해야겠어. 누굴 속이려고~”


스텔라는 살짝 웃으며 얼굴이 붉어졌다. 사격을 잘 못하는 척을 한 걸 다이어 조교는 쉽게 알아맞혔다.

뭐 그래도 그런 능력 있는 동료가 있는 편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나름 준수한 팀에 걸린 것 같다.


“음⋯. 이것도 당연하겠지만 알버트~ 너는 식량팀 파머야~ 나 파인애플이라는 거 하나만 구해다 줘~ 그게 그렇게 맛있다매? 피자에 넣어먹으면 그렇게 맛있데~”


뭐 이것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어라? 이거는⋯ 예상 못했는데?”


항상 반쯤 감긴 눈을 하고 있던 다이어 조교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저렇게 눈을 크게 뜰 수도 있었구나⋯


“베아트리체 이블린. 너희는 개척팀이야. 이 팀에는 파머가 없어. 그리고 제일 멀리 나가는데 신병을 여기에 넣는다고? 아 설마?⋯. 크흠 어쨌든 베아트리체 너는 스카웃이고, 이블린 너는 루터야. 진실에 가장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는 팀이야. 꼭 찾아줘.”


다이어 조교는 혼잣말을 섞어서 이야기했다, 당황한 듯 보였지만 물어봐도 아무것도 대답해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화재를 돌리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오스카 너는 설비팀이야. 설비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다른 팀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닦고 설비를 설치하게 될 거야. 너는 무모하면서도 겁이 많아서 파밍에는 적합하지 않고 기술과 지식은 있어서 나름 너에게 잘 맞을 거야”


오스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바스크라는 직업 자체에 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친구였다.


“그리고 위에서는 이런 결정을 내렸네⋯ 에이든⋯ 너는 바스크를 뭐라고 생각해?”


다이어 조교가 갑작스레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에이든은 잠시 조용히 있더니 대답을 했다.


“뭐 병정놀이도 아니고 이게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어차피 다 개처럼 끌려가서 죽을 건데. 뭐? 진실에 가까워져? 다단계도 아니고 누가 그런 하찮⋯”


쾅!

다이어 조교가 에이든에게 빠르게 다가가더니 목덜미를 잡고 책상에 얼굴을 내리꽂았다.


“그래 우리는 죽을 때 개처럼 죽어.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래도 난 개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처럼 개만도 못한 새끼들을 살리려고 우리가 이 지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너는 평생 모를 거야.”

“ㄴ⋯놔!”

“자기 몸 희생해서 타인을 구하기는 싫지. 뒤지는 게 그렇게 무서워? 그걸 분노로 포장하고 타인을 깎아내린다고 해도 네가 개만도 못한 겁쟁이 새끼라는 건 가려지지 않아.”

“누가 겁쟁이야!”

“에이든 너는 바스크가 될 자격이 없다. 마지막 기회를 주어도 변하지 않는구나. 이 시간부로 너는 평생 바스크 본부의 출입이 금지되고 평생 우리의 감시 하에 있을 것이며, 보안사항을 누설할 시 바스크 독립헌법에 의해 사살한다.”

“잠⋯ 잠깐만”

“알겠지만 돔에는 직업 재추첨 같은 것은 없어. 밖에 나가는 즉시 네가 끔찍하게 아끼는 돔 안에서 직무유기의 범죄자로 살아가게 되겠지. 그들의 끝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평생 두려움에 떨고, 평생 도망치면서 살아. 그게 너한테 가장 어울리니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이어 조교의 표정은 극악을 달리고 있었고 에이든은 다이어 조교가 목에서 손을 땐 이후로도 책상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끌고 나가!”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와서 에이든을 끌고 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잠시만요 한 번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에이든이 질질 끌려가며 버티면서 나가는 중에 다이어 조교는 전혀 시선을 주지 않고 우리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세타급 바스크들. 진실을 말해주지. 돔 내에 거의 대부분의 투표는 조작이야. 너희 중 몇몇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오게 되고 몇몇은 타 조직의 투표조작으로 오게 되지. 특히 바스크라는 조직은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서 그 정도가 심해.”


나는 이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다만 여기의 대부분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는지 상당히 당황한 듯 보였다.


“우리는 스텔라와 에이든을 매수한 적이 없어. 그렇다는 것은 이 둘은 셋 중에 하나야. 스파이거나, 타 조직으로부터 강압적으로 보내졌거나, 어느 조직에서도 데려가지 않은 버러지라는 거야.”


다이어 조교는 질질 끌려나가는 에이든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아무런 기술과 능력이 없는 저런 버러지라도 데려가는 조직이야. 다만, 팀과 조직에 피해가 갈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가차 없이 버리지. 너희는 저런 능력도 없으면서 조직에 대한 불신이 가득 찬 동료에게 등을 맡길 수 있겠나?

마지막으로⋯ 너희의 운명을 바꾼 것에 대해 조직 전체를 대표하여 사과한다."


이 말을 끝으로 우리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한 다이어 조교는 직접 에이든의 목덜미를 다시 잡고 같이 끌고 나갔다. 문은 큰 소리를 내며 닫혔고, 정적이 흘렀다.


“그러니까⋯ 우리는 바스크가 될 운명이었던 거네?”


정적을 깬 건 이블린이었다.


“뭐 나는 사실 바스크가 된 것에 큰 상관이 없었어. 아무한테나 말하지 않는 건데 나는 사실 가족이 없거든. 그래서 도둑질로 연명하고 살았었어. 뭐랄까 근데 여기 와서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블린이 말을 하다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는 눈치였다.

누구도 이블린의 말에 동조하거나 반박하지 않았고 에바가 화재를 돌려서 이어서 말했다.


“스텔라, 아까 조교가 너는 매수하지 않았다고 했잖아. 어떻게 여기 온 거야? 나는 네가 2급 시민이란 걸 알고 있어.”

“맞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2급 시민이야. 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것 같아. 믿어줘 나는 스파이 같은 게 아니야 그냥 평범한 2급 시민인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이 말에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각자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았고 스텔라도 의도적으로 반쯤 숨기고 있기에 마녀사냥의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우선 분위기를 좀 환기시켜야겠다.


“음⋯ 우선 수업도 끝났으니 각자 방으로 돌아가자. 우리가 지금 뭘 할 수 있는 건 없고, 답도 안 나올 것 같아. 각자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말을 끝으로 내가 제일 먼저 문을 열고 나왔다. 에이든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다른 친구들도 나를 따라 천천히 회의실에서 나왔다.


숙소에 와서 누구보다 빠르게 샤워를 했다.

저렇게 가차 없이 버리는 모습을 보다 보니 바스크라는 조직에 약간의 섬뜩함을 느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알버트가 침대에 가만히 앉아있다. 내가 샤워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 알버트가 말을 꺼냈다.


“파이스⋯ 나는⋯ 가족이 보고 싶어. 내가 농사 같은걸 잘 알아서⋯ 그래서 가족이랑 떨어져 버렸어⋯ 나는 바스크가 되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자세히 보니 알버트는 울고 있었다. 마음이 생각보다 여린 친구였다. 뭔가 말을 해줘야 하는데 떠오르지가 않는다. 우선 되는대로 아무 이야기나 해 줘야겠다.


"에이든. 내가 어릴 때 집 앞에 고양이 가족이 있었어. 엄청 귀여워서 새끼 한 마리를 열심히 쓰담쓰담해줬었어.

근데 어느 날 보니까 내가 만진 새끼 한 마리 말고 엄마랑 같이 모두가 없어진 거야. 나중에 알았는데 사람손을 타면 어미가 그 자식을 버린데."

“⋯”

“나는 그 고양이가 불쌍해서 주워와서 깜이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잘 키웠었어. 물론 나중에는 집이 가난해서 고양이 밥도 못 줘서 울면서 보내줬는데 며칠 동안은 집 앞에서 계속 야옹거리더니 사라졌어. 한 달쯤 후인가? 우연히 깜이를 본 거야. 건강하게 잘 크고 있더라고. 그리고 동네에 남은 고양이는 내가 키웠던 깜이 밖에 없더라고. 어미를 포함한 나머지는 다 굶어 죽은 것 같아”

“그 이야기를 왜 해주는 거야?”

“우리 처지가 딱 그 새끼고양이 같지 않아? 저항할 수 없는 타인의 힘에 의해서 어미와 떨어졌는데 궁극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있었잖아? 우리의 처지가 좋은 결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믿어보려고! 사실 우리 아빠도 바스크였어. 아빠가 우선 그들을 믿어보래. 좋은 방패가 될 거래. 그래서 나는 믿어보려고.”


너무 아무렇게나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고양이 이야기밖에 없다니⋯ 그냥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좋았을 것 같다.


“그⋯ 괜한 말을 한 것 같네. 난 밥 먹고 올게!”


도망쳐 나왔다. 그래 뭐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니까⋯ 우선 약속이 있으니 베아를 만나러 가야겠다.

문을 나오자마자 베아랑 마주쳤다. 너무 갑작스럽게 나오는 바람에 얼굴이 맞닿을 뻔했다.


“아! 깜짝이야! 너무 안 와서 찾으러 가려는 중이였어”

“하하⋯ 마안 그 알버트가 많이 혼란스러워 해서. 그 무슨 일 때문에 그래?”

“일로와바!”


베아트리체는 내 팔목을 잡더니 자기 방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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