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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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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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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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 첫 출정 (4)

DUMMY

나는 카노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카노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기대어 누웠다.


“파이스. 나 어릴때 바스크가 되고 싶었다? 웃기지. 이걸 부모님한테 말했더니 그런 소리는 절대 어디가서 하지 말라고 하시는거야. 근데 나는 그때 말 안듣는 철 없는 꼬마여서 열심히 말하고 다녔어”

“⋯”

“그랬더니 추첨때 바스크가 걸리지 뭐야? 나는 신이 도와줬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조작이였어. 웃기지?”

“그때도 조작이였군요”

“어릴때는 모험이 좋았어. 새로운 곳을 가는게 너무나도 설레서 첫 출정만을 기다렸었거든. 근데 한번 나가고 오니까 생각이 싹 바뀌더라고. 두번 다시 나가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내근직하려고 기술을 배웠어. 테크니션이 되면 시설정비나 하겠지 하고. 근데 저 악마같은 리더 눈에 띈거야! 그때 이후로 계속해서 함께 하고 있어. 벌써 3년째네 이것도.”

“후회해요?”

“솔직히 말해서 후회해. 바스크가 된 것도. 리더를 만난 것도⋯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도. 괴물을 죽이고 사람을 의심하는데에 지쳐버렸어”

“그레도 살아 있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파이스, 나는 강하지 않아. 이 일을 계속해서 무뎌지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아니더라.”

“아뇨 충분히 강해요! 충분히 강한 내면을 가지고 있어요!”

“말은 고맙지만 진짜로 그만하고 싶어. 있지 파이스⋯”

“네?”

“이번 출정이 끝나면 나는 8번 돔 세이프 하우스로 보내달라고 할거야.”

“⋯”

“그러니까⋯ 같이가자. 같이가서 신분을 세탁하고 나랑 새로운 삶을 살자. 너와 내 기술이면 굶어 죽을일은 없을꺼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세요?”

“진심이야. 니는 바스크에 들어와서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

“저는⋯ 할 일이 있어요. 제 목숨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거든요.”

“복잡하네⋯ 녀라면 이해해 줄 줄 알았는데⋯ 미안 지금까지 말은 잊어줘. 그냥⋯ 그냥 해본 말이야”


카노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

우리는 잠들었다. 서로에게 기댄 채로.

잠에 들기 전에 나는 그녀가 떠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확고한 의지가 나에게까지 전해졌으니까.


***


“다들 애들처럼 자고 있군. 일어나! 맛있는거 먹자!”


가득 채워진 바스켓을 메고 리더와 메이슨이 돌아왔다.

바스켓을 책상 위에 쏱아낸다. 수십개의 통조림과 수십리터의 물.


“너희 얼마나 오래 잤는지 알아? 벌써 오후 4시야. 오늘은 특식이나 먹고 내일 출발한다.”

“아 이것들은?”

“아직 다 가져오지도 못했다. 이 건물 지하1층은 재앙 이후로 한번도 털리지 않았더군. 1층에 남은 적도 거의 없어서 쉽게 처리하고 봉쇄하고 왔다.”


메이슨이 중간에 끼어들어 한마디 거들었다.


“쉽긴 개뿔⋯ 가스 2개 다써서 개인 가스 말고는 저희 남은거 없어요.”

“흠흠⋯카노! 취사도구 준비하고 밀! 요리좀 부탁한다!”

“합!”


따듯한 밥을 먹는다.

아까 아무 일도 없었듯이 웃으면서 먹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지하 1층에서 식량들을 모두 가져와 9층으로 올렸다.

밀이 시리얼이라고 하는 것을 간식처럼 먹으며 말했다.


“저희 졸지에 식량팀이 되어버렸는데요?”

“그래도 우리 목표를 잊으면 안돼. 목표지점까지 짚라인을 연결하고 2차파밍때 이 식량들을 챙긴다. 가자!”


옥상으로 올라오니 그때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큰 건물이 보인다. 적어도 100층은 넘는 듯 한 느낌이다.

주변 상황을 살폈다. 앞으로 500m정도의 낮은 건물지역만 통과하면 그 이후로는 쉬워 보였다.

마침 정찰을 마치고 온 메이슨이 돌아왔다.


“리더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낮게 붉은 안개가 가득합니다.”

“흐음⋯ 하늘에 구름이 잔뜩 낀게 조금만 있으면 비가 내길 것 같다만, 어쩔수 없다. 강행한다. 임무는 간단해. 경로만 만들고 오면 되는거야.”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바스켓이 가벼우니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저 붉은 안개는 갈수록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행히 붉은 안개가 발목까지 올라왔을 때 쯤엔 호수 앞 고층건물 옥상에 도착했다.

뒤를 돌아오니 붉은 안개에 낮은 건물들은 모두 잠겼다.

이 안개가 어디서 생기는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리더에게 물었다.


“왜 도심지역만 이렇게 안개가 끼는건가요?”

“구 도심지에는 하수구라는 곳이 있어. 거기에서 뭔가 화학작용이 일어난다고 알고있다. 거기서 바이러스가 증식하는거지. 나도 구체적으로는 모른다.”

“그럼 언제 없어지나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없어져. 근데 오늘은 바람한점 없나보군. 비가 올 것 같아. 비오기 전에는 바람이 잘 안불거든. 빠르게 짚라인 설치를 끝내고 이 건물을 클라임 포인트로 만들고 비가 올 때 쉘터로 이동한다. 비가오면 괴물들이 거의 없어서 이동이 편해.”

“힙”


호수가를 바라봤다.

저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는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 왼쪽 섬에는 놀이기구들이 있다. 기괴하다. 이런 세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옆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솟은 건물이 보인다.

모두가 건물의 높이와 유선형의 자태에 말을 잇지 못함과 동시에 놀이공원의 기괴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메이슨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멀지 않네요. 짚라인으로 충분히 이동 가능할것 같아요. 저기 이상한 돔같이 생긴 곳으로 이동하고 오른쪽 건물2개만 타면 바로 저 타워입니다.”


리더가 표정을 약간 찡그리며 답했다.


“그래 근데 문제는 저 타워의 유리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거야. 짚라인으로 중간진입을 할 포인트가 없어. 유리가 깨지지도 않을 것 같고”

“어떻게 할까요?”


리더는 한참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큰 결정을 내린 듯 했다.


“너희들의 목숨은 중요하다. 저 목표지점에 진입하지 않는다. 경로 개척은 완료했으니 다음에 소탕팀을 포함한 여러 팀들과 함께 가자.”


카노는 안심한 듯 보였다.


“맞습니다. 6명으로는 뭐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옆에 있는 건물의 태양광 판넬로 목표를 바꾼다. 저것만 가져와도 충분해. 저정도 앙이면 돔 1/4의 전기를 공급할 양인듯 한데⋯ 정말 큰 보물을 만났군. 파이스! 집라인 로프는 얼마나 남았지?”

“한 10kg 정도 남았습니다. 후크는 2개 남았습니다. 발사기 가스가 너무 약합니다.”

“발사기를 충전하지 마라. 후크는 화살을 조금 개조해서 대체하면 되니까 걱정 안해도 되고. 저 태양관 판넬까지만 간다.”


태양광 판넬까지 갈 떄에 아무런 전투도 없었다.

놀이공원 앞 돔처럼 보이는 곳 아래에 셀 수도없는 돌연변이들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와 비교해서는 편안한 이동이였다.


“자 이것으로 이번 작전의 목표를 완료했다. 첫 복귀에는 태양광 판넬을 메인으로 챙기고 두번째 때 부터는 확보된 안전구역에 한하여 자유 파밍을 진행한다.”


바스켓에 태양광 판넬과 전선을 쑤셔넣는다. 약 70kg이 되니 들고 서있는 것 조차 힘들다.

훈련때는 80키로까지 들어봤지만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드는것은 또 이야기가 다르다.

이것을 한 번씩 집라인으로 옮긴다. 이것을 3번이나 반복했다. 6명이 모두 합쳐서 총 1.5t의 태양광판넬들과 전선을 옮기고 있다.

그저 호수 밖의 고층건물로 옮겼을 뿐인데 상당히 지쳤다. 오늘 하루가 판넬의 해체와 이동에 모두 사용되었다. 그것도 기껏해야 1km나 옮겼을까?

녹초가 되었다. 카노는 그런 나에게 물을 주며 말했다.


“힘들지?”

“이 태양관 판넬들 저희 며칠 내로 전부 옮길 수 있는 것 맞나요?”

“음⋯ 아마 가능할꺼야. 처음 올라왔던 클라임 포인트 까지만 가면 바스켓을 플로팅 시켜서 뛰어오면 되니까.”


낮은 건물지역을 바라본다. 붉은 안개는 그대로이다.


“내일 비가 와야 할텐데”

“맞아 비 안 오면 우리 못가 여기서. 나랑 같이 살아야 할껄?”

“풉⋯ 아직도 그런 장난 칠 여유가 있으시네요”

“뭐 장난이라고 치자. 흠 건물 정리할 시간이네. 후딱 처리하고 빨리 자자. 힘들어 나도.”


20층 건물의 19층 까지만 정리하고 어제처럼 임시 숙소를 만들었다.

오늘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빗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비가온다. 신이 우리를 돕는다.

비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몸에 맞는 것은 살면서 처음이다. 방호복을 벗고 그때 제대로 씻어내지 못했던 피를 씻고 싶었다. 물론 그럴 수는 없다.


옥상에 올라오니 벌써 다들 올라와 있었다.


“일어났나? 츨빌힌다.”


비가오니 무게는 거의 2배가 된 듯 하다.

그래도 중간 클라임 포인트에 태양광 판넬을 몇개 내려두었다. 나중에 가져가는 것 같았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짚라인만 탔다. 어센더의 태엽을 감고 또 감기를 수십번. 모든 태양광 판넬을 가지고 처음 올라온 클라임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제 조금 쉴 수 있겠지?’ 생각했을 때

리더가 우리 한명한명의 얼굴을 보고 말을 꺼냈다.


“다들 수고 많았다. 너희가 선택해라. 해가 곧 질 시간이지만 비가 오는 지금 바로 쉘터로 이동할지. 아니면 쉬고 체력을 보충한 다음 내일 이동할지”


메이슨이 그런 리더를 보고 말했다.


“리더도 뭐가 더 안전할지 판단이 안 서시는군요?”

“맞아. 그러니까 너희들의 상태를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을 해라”

“전 괜찮습니다. 어짜피 플로팅캐리어로 2인 1조로 갈꺼잖아요? 한명 엄호하고 한명 캐리어 끌고.”

“그래 맞아.”

“저희 왔던 경로에 캐리어가 걸릴만한 위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훨씬 안전하다고 전 확신합니다.”

“음⋯ 루터의 판단이니 무시할 수는 없겠군. 다른 친구들은 어떤가?”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짐을 들고 1층으로 향했다.

리더는 문을 살짝 열고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닫고 우리에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자 마지막이다. 조금만 더 가면 편안한 숙소와 안전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작전은 간단해. 괴물들이 비를 피해 건물로 모두 들어간 사이 왔던길로 되돌아간다."

한명은 엄호하고 한명은 허리에 캐리어 걸고 베터리를 사용해서 플로팅 모드로 이동한다.

최대 적재량 500키로에 맞춰서 한명에게 엄호하는 사람의 짐을 모두 줘."

“합”

“그럼 2명씩 30초 간격으로 이동한다. 스텔라 메이슨, 너희가 선두야.”


둘이 먼저 건물 밖으로 나왔다. 30초를 속으로 센 후 나와 카노가 나갔다.

빗소리만이 가득하다. 심지어 올 때 봤던 괴물들도 없으니 오히려 이런 고요함이 무섭다. 무언가 갑자기 나올 것 같다.

카노가 캐리어를 끈다. 플로팅 상태면 전혀 무겁지 않은가보다.

계속해서 뛰다보니 벽이 보인다. 이제 이 고통도 끝이다.

벽이 가까워진다. 스텔라조는 벌써 도착했나보다. 문이 열리고 있다.


우리는 밝은 곳을 무서워하기에,


우리는 세상 밖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에,


어둠이 우리의 집이기에,


나약한 우리는 숨을 수 밖에 없다.


살아서 돌아온게 아니다,


살 수가 없어서 어둠속으로 도망친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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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혁명(5) 24.09.05 7 0 11쪽
38 38. 혁명(4) 24.09.04 8 0 14쪽
37 37. 혁명(3) 24.09.03 8 0 10쪽
36 36. 혁명(2) 24.09.02 8 0 11쪽
35 35. 혁명(1) 24.08.31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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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기생충 (6) 24.08.29 1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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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랑데부 (2) 24.08.15 17 0 11쪽
22 22. 랑데부 (1) 24.08.14 18 0 10쪽
» 21. 첫 출정 (4) 24.08.13 20 0 11쪽
20 20. 첫 출정 (3) 24.08.10 1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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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첫 출정 (1) 24.08.07 23 0 17쪽
17 17. 전기팀 (3), 커튼콜 24.08.06 24 0 13쪽
16 16. 전기팀 (2) 24.08.05 22 0 14쪽
15 15. 전기팀 (1) 24.08.02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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