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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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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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랑데부 (2)

DUMMY

물건들을 사고 2차 쉘터로 다시 복귀할 때는 비가 온 직후라 그런지 괴물들의 모습은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운전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 하니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있기만 했는데 정신력을 많이 써서 그런지 2차 쉘터에 도착하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오자마자 스텔라가 반긴다. 밝은 얼굴을 보자 아버지가 죽은 걸 알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리더 오셨습니까? 파이스 왔어?”

“어 스텔라. 잘 쉬고 있었어? 뭐 큰 일은 없었고?”

“음.. 큰 일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조금 이상했던 건 8번 돔 사람들이 방금 막 분주하게 어디로 가더라고”


우리 차를 보고 메이슨도 다가왔다. 조금 심각한 표정이다.


“리더 스텔라 말처럼 8번 돔 사람들이 조금 수상하긴 해요. 8번 돔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니면 특별한 명령이 내려온 것인지 싶은데 뒤를 밟고 싶어도 남은 차가 없어서 우선 쉘터를 나가는 걸 지켜만 봤습니다.”

“음⋯ 우선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지. 우리는 우리의 임무먼저 실행한다. 자, 내일 일찍 나갈 거니까 탄약이랑 가스 나눠가지고 저녁 먹고 오늘 빨리 자라.”

“합”


저녁을 같이 먹는다. 리더는 저녁식사를 위해 모두가 모였을 때 주섬주섬거리며 무언가를 꺼냈다.


“자 이건 우리 팀을 위한 특별 선물이다.”


리더가 꺼낸 것은 어떤 병이었다. 투명하니 딱히 특색이 없어 보였지만 이 병을 보고 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이건! 이 귀한걸! 리더! 사랑합니다!”

“세타들도 왔는데 축하정도는 해 줘야지.”


리더는 각자의 컵에 술을 조금씩 따라주었다. 6명에게 술을 나누어주니 한 병이 금세 텅 비어버렸다.

리더는 잔을 들었다.


“자 세타들 첫 번째로 첫 출정에 고생 많았어. 이번 출정은 생각 이상으로 위험했지만 잘 살아남았구나. 정말로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이 말을 끝으로 리더는 한 번에 컵을 비웠다.

술이라는 걸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역한 냄새가 난다. 이런 걸 왜 마시는 건지 모르겠다.

목에 술을 털어 넣자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스텔라도 나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으윽⋯ 이런 걸 왜 마시는 거죠?”


밀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크으~ 파이스 아직 어린애구나! 이게 바로 어른의 맛이라는 거야. 리더 한병 더 있어요?”

“없어. 대신 복귀할 때 한잔 거하게 사지. 세타들, 이 투명한 것이 바로 바스크들만 느낄 수 있는 인생의 진리다. 알다시피 돔 내에서는 술은 엄격히 금지되니까.”


술을 마시니 모두가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들썩한 분위기 후에 우리는 잠이 들었다.

잠깐이였지만 모든 고민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이래서 술을 마시는 것인가 보다.


***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병에 걸린 건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때 이를 닦던 카노가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파이스, 숙취 심한가 보네? 술 잘 마실 것처럼 생겨서 완전 잼병이잖아?”

“아 이게 술 때문인가요?”

“맞아 그걸 숙취라고 그래. 술이 깨고 있다는 증거야. 어쨌거나 빨리 씻어. 너 빼고 다들 준비 끝나가!”


나는 휘청거리며 간단하게 준비를 마쳤다.

내가 장비를 챙겨 입고 쉘터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리더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나를 기다린 듯했다.


“자 2차 파밍은 2인 1조로 나누어 진행한다. 그때 갔었던 첫 번째 클라임 포인트 까지만 함께 가고 거기서 알아서 찢어진다. 또한, 안전을 위해 기존 경로로만 파밍한다. 바스켓을 3번을 채우면 복귀하고 못 채우더라도 해가 6번 뜨는 날에는 무조건 첫번째 클라임 포인트로 복귀해.”


메이슨이 손을 들고 물었다.


“특별 지시사항 있습니까?”

“다른 팀의 지원이 없으니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낮은 건물의 파밍은 지양한다. 또한 평소처럼 위험하면 붉은 신호탄을 발사해. 북귀할 예정이면 초록색을 발사한다. 또한 집결은 카노가 구축한 세이프하우스에서 한다. 자 그럼 가자.”


문이 열리고 그때와 같은 길로 이동했다.

지금 내 바스켓은 처음 갈 때 보다 훨씬 가볍기에 이동이 훨씬 수월했다.

또한 등이 가벼우니 주변 상황이 더 잘 보였다. 가장 눈에 들어온 장면은 지난번 블라인드를 죽인 곳에 구더기 같은 붉은 벌레들이 나와 블라인드들의 시체를 파먹고 있던 점이었다.


간혹 길을 막는 구더기 같은 벌래들은 죽이면서 이동했지만 그때와 다르게 블라인드들은 보이지 않았다.

리더도 이 점은 수상하게 봤는지 우리에게 말했다.


“블라인드들이 거리에 없어. 비가 와서 다 숨었나 보군. 절대 파밍시에 함부로 경로 외 건물에서 파밍 하지 마라. 있던 괴물이 사라지면 열에 아홉은 건물 안에 있으니까”


리더의 말을 듣고 건물들을 쭉 둘러보다 보니 그때 부처가 박아서 무너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그래도 부처를 죽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번 이동도 목숨을 걸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중간 복귀 때랑 마찬가지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첫 번째 클라임 포인트까지 도착했다.


“자 이제 3조로 나눈다. 메이슨과 스텔라는 아까 식량이 있던 장소 근처 건물을 파밍해.”

“카노와 파이스는 중간 클라임 포인트를 파밍 한다. 또한 너희들은 테크니션이니 1차 파밍에서 남겨둔 태양광패널로 중간 클라임포인트에 전기를 공급해. 세이프 하우스를 만들어 둬야지. 그때 계단에서 힘겹게 다 죽였으니 안전하게 설치 가능할 거야.”

“니와 밀은 여기 인근을 파밍 하면서 복귀 경로를 청소한다. 질문 있나?”


카노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리더와 밀만 편해 보이는 거죠?”

“착각이야. 우리는 전투를 하잖아? 자 그럼 출발하자”


우리는 각자 다른 집라인 경로로 이동했다.

나는 카노와 중간 클라임 포인트에 도착한 후 건물의 전기 패널이 사용이 가능한지 확인한 후 복도를 따라 전선을 연결했다.

생각보다 전기를 너무 쉽게 공급했기에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다. 카노와 나는 남는 시간에 계단의 시체들을 이걸 청소하하기로 했다.

둘이 함께 괴물의 시체들을 하나씩 건물 밖으로 던졌다. 구역질이 올라온다. 벌레가 들끓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피도 다 안 마른 이 시체들을 옮기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옥상층으로 가는 길을 전부 치우고 카노와 회의실에서 점심을 먹는다.


“리더랑 가면서 무슨 이야기했어?”


대충 물어볼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역시는 역시다.


“스텔라에 관해서 이야기했어요. 저희 이번 진짜 목표까지도요.”

“흠⋯ 리더 너무 가만히 있어서 걱정하던 참이었는데 다행이네. 그래 파이스, 작전은 오늘부터야. 우리는 점심 먹고 접선지까지 집라인을 깔아야 해. 접선인한테 마치 집라인이 원래 있던 것처럼 보여야 해서 이건 오늘 당장 해야 해”

“다 깔고 그럼 매복하고 있는 것인가요?”

“아니, 내일부터 2일 동안은 세이프하우스 세팅을 해야지. 그 이후로는 쭉 매복이야. 보름달이 뜰 때까지.”

“알겠습니다. 세팅이 조금 바쁘겠네요.”

“음 그렇긴 하겠네. 조금 바쁘겠어”


카노는 임무에 관한 이야기만 간략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카노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다.

우선은 조금 가볍게 다가가기로 했다.


“리더한테 모든 게 연기라고 들었는데 정말 감쪽같이 속았어요.”

“음⋯ 연기 아닌데? 스텔라 그 여우년은 하는 꼬락서니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들어. 그냥 미끼로 썼어도 됐을 텐데”

“?”


답변이 당황스러웠다.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었다니⋯ 설마 이것도 연기인가?


“에이~ 지금까지 봤으면 착하고 좋은 애라는 거 잘 아시잖아요.”


카노가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너는 걔를 잘 몰라서 그래. 스텔라 걔 일부로 너 없을 때 나 비웃거나 자조적인 미소를 띤다니까? 내가 같은 여자로서 그 정도로 심각한 여우는 본 적이 없어”

“아뇨 그건 얼마 전엔 떠 본다고 그런 거예요. 절대 그런 친구가 아닌걸요? 저는 그래도 같은 팀이니까 오해 좀 풀거 둘이서 더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잠깐, 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나를 떠봤다고? 역시 그냥 미끼로 썼어야 했어. 하! 들으니까 빡치네. 내가 그 여우년한테 진짜 무서움을 보여줘야겠네. 앞으로 재밌어질 거야.”


말실수를 한 것 같다. 떠본다는 이야기는 괜히 해가지고. 분노가 여기까지 전해진다. 이건 누가 봐도 연기가 아니었다.


‘스텔라 미안. 내가 더 자극을 한 것 같아’


밥을 빨리 먹고 카노의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기를 기다렸다가 집라인 설치를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집라인을 설치하려는 경로에는 아직도 비가 맞지 않은 그늘에 괴물들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다행히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에 작은 전투를 끝으로 가볍게 집라인 설치를 마쳤다. 오늘 할 일은 이걸로 끝이다.

세이프하우스로 돌아와 옷을 벗고 간단하게 정리 후 쉬려고 간이 소파에 누웠다.

이 의자로 만든 간이소파는 생각보다 편하다. 잠이 막 들려고 하는데 앞에 카노가 눈앞에 서 있다.


“파이스 나 무서워서 잠이 안 와. 같이 자”


카노는 이렇게 말하면서 바로 내 옆에 누웠다.

내가 만든 간이침대는 그렇게 크지 않았기에 방호복이 없는 상태로 누워 카노의 숨이 피부에 바로 느껴졌다.


“아니 잠깐! 옆방에서 자는 거 아니었어요? 잠깐잠깐! 이건 아니지!”

“뭐 어때? 춥잖아?”

“잠깐만요 저 여자친구가 있어요. 지금까지 말할 기회가 없었어요.”

“뭐? 스텔라 그년이야? 분명 처음 자료조사 때는 그런 거 없었는데?”

“아니에요. 그⋯ 바스크가 되기 바로 직전에⋯”

“하! 파이스, 바스크가 아닌 그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알겠지만 너가 바스크가 된 순간부터 가망은 없어.”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뭐 너도 바스크 생활을 하다 보면 천천히 알게 되겠지, 파이스, 그때 내가 울면서 한 말 기억해? 그거 진심이야. 날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 난 참을성이 많은 편이 아니거든”


카노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카노가 오히려 멀린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극해 버렸다.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카노의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정리하지 못하면 나 혼자만 고통받는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알면서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멀린을 생각하며 잠이 든 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바지 아래가 축축한 것이 느껴졌다.

성욕을 풀지 못한지 너무 오래 되었다.

아⋯ 이대로 씻지도 못하고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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