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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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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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랑데부 (3)

DUMMY

세이프하우스를 세팅하고 매복을 시작한 지 2일째.

나는 의자를 몇 개 더 찢어 이불까지 만들었지만 그래도 추워서 편하게 잠을 못 잤다. 물론 축축한 바지도 한몫했던 것 같다.

비가 내린 지도 꽤 되어가다 보니 물웅덩이들이 없어지고 괴물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지만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집라인을 설치해 둔 50층, 40층, 50층, 40층 건물이 있는 지역으로 점검을 나갔다.

문제없이 단단하게 박힌 것을 모두 확인하자 카노가 맞은편 건물에서 만나자는 의사를 밝혔다.

4개의 건물을 빙 둘러서 집라인을 설치했기에 어느 빌딩에서든 다른 세 빌딩으로 갈 수 있었기에 카노가 있는 건물까지는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파이스 오늘이 날짜로 따지면 보름달이 뜨는 날이야. 뭐 비가 온 탓인지 구름이 짖게 껴서 달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오늘부터 밤에는 리더팀이 지원을 올 거고 쥐새끼를 잡거나 내일까지 아무도 안 오면 쥐새끼는 없는 것으로 판단해서 작전은 종료야.”

“합!”

“그래. 지금까지 수고했어. 어쩌다 보니 우리가 제일 쉬운 일을 하게 됐네? 조금만 쉬고 있자. 밤에 깨어있어야 하니까.”


해가 저물어간다. 주변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나는 카노가 사 준 야간투시경을 꺼냈다. 야간에 활동할 일이 지금까지 없어서 괜히 샀나 싶었지만 어제 매복을 서다 보니 사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야간 투시경은 불편했지만 보이는 시야 자체가 달랐다.


날은 더 어두워져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며칠 전 비가 온 탓일까? 보름달이 떴다고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 양 옆 건물에서 빛이 잠깐 번쩍 하고 비췄다.

리더와 밀이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였다.

좋아. 이제 준비는 끝났다. 손님만 맞이하면 된다.


고요하다.

달이 가장 높게 떴을 때 까지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와이어를 타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왔다! 스텔라를 잡으러 온 쥐새끼들이다.

[시이잉]하는 집라인을 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큰일이다. 한두 명이 아니다. 수십 명은 되어 보였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때 집라인 소리가 멈추었다. 쥐새끼들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이럼 작전이 어떻게 되는 거지? 한 명이 아니다. 수십 명을 단 4명이서 감당할 수는 없다.

다행히 우리 중 누구도 아직 들키지 않은 것 같다.

그때 내 바로 옆 기둥에 누군가가 살금살금 다가와 기둥으로 와서 자리를 잡는 것이 보였다.

하필 내가 있는 층. 바로 옆 기둥. 다행히 적은 야간투시경이 없는 느낌이다.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건 너무 가깝다.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더의 신호 없이 내 개인적으로 판단해도 되는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상대를 자세히 보다 보니 상당히 제대로 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가 평소 보던 방호복이 아닌 전투용에 맞춰진 몸에 조금 달라붙는 방호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야간에 맞춰서 얼굴 전체를 감싸는 헬멧이 아닌 머리만을 보호하는 헬멧이었다. 목이 틈이다. 목을 맞추면 한 번에 소리 없이 잡을 수 있다.


나는 활을 꺼내 들었다. 화살촉에 시멘트가루를 조심히 묻혀서 반짝임을 줄이고 조준을 했다.

이걸 놓치면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컴파운드 보우의 손을 놓자 ‘티잉’ 소리와 함께 목에 정확하게 꽂혔다. 다행이다.

적은 컥컥 소리를 내더니 축 늘어졌다.


활시위를 당기는 데에는 두려움이 없었지만 쏜 후 이성이 있는 사람을 쐈다는 것에서 다시 한번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니다. 전투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기어서 시체 쪽으로 향했다.

가는 중간에 주변을 둘러보니 대략 4~5명 정도의 사람 형체가 보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들이 있는 층만이라도 기억해 두기로 했다.

좀 더 유심히 보다 보니 각 건물에 비슷한 형체가 비슷한 숫자로 있는 것 같았다.

많으면 총 20명 정도, 아마 건물마다 인원을 나눴을 테니 내 건물도 5명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체에 가까워지자 야간 투시경의 초점이 맞지 않았기에 육안으로 전환했다.

육안으로 전환하니 내 바로 앞에 있는 사람조차 형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상대방은 야간투시경도 없고 나를 보지도 못하고 죽일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때 시체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치직⋯ 래빗 3⋯ 응답⋯치직⋯해!]


무전기다. 우리 팀은 배급받지도 못한 이런 고가의 장비와 시체가 입고 있는 고품질 전술장비들의 상태를 볼 때 이 쥐새끼들은 보통 사람들이 보낸 것 같지는 않았다.


“응?”


심지어 총을 보니 공기총도 아니었다. 화약총이다.

나는 이 자들을 바스크 내부에 있는 스파이가 외부의 누군가에게 정보를 흘렸다고 확신했다. 바스크들이 화약총을 쓸 리가 없다. 8번 돔인가?


아!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이 친구가 죽었다는 게 적들에게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나는 화약총을 챙겼다. 스코프의 배율이 내가 가진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리고 야간투시경을 다시 쓰고 카노가 있는 곳 바로 위층에 사람형태로 보이는 것을 조준했다.

저대로 내버려두면 카노가 위험할 것 같았다.

다행히 조준경은 야간투시경을 써도 잘 보였다.


46층 2번째 기둥⋯ 저기다!


[퍼엉!]


화약총을 처음 쏴 보았다.

가까이서 듣는 화약총의 소리는 상상을 뛰어넘었고 반동은 몸이 뒤로 밀리 정도였다.

그때 집에 폭탄이 터졌을 때처럼 귀가 삐 거린다.

무전기 소리가 들린다.


[치직⋯뭐야! 보고해! 젠장 적이 있다!]

[치직⋯ 1팀이랑 2팀은 소리가 난 건물로 이동하고 수색해!]


젠장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적어도 리더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어야 했다.

양 옆의 적들이 집라인을 타고 내 건물로 넘어오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빨리 판단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간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당장은 위치를 바꾸어야 한다.

시체의 무전기와 화약총을 챙기고 집라인 발사기를 들고 반대편 건물로 아무렇게 쏘았다.


[펑! 쉬이이익]


몇 층에 걸렸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우선 이동이 먼저다.


[치직⋯ 4번 팀 건물 38층 집라인 발사되었습니다!]

[뭐 해! 보고할 시간에 죽여!]


적들 중 한 명이 내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다. 집라인 발사 때 나오는 불꽃을 찾은 듯하다.

모든 건물에서 일제히 내 위치로 총을 쏘아댄다. 나는 바닥에 납짝 엎드렸다.

기둥에 총알이 박히자 콘크리트가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이 위치도 오래 못 버틸 듯하다.


한참을 총알이 발사되다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나는 집라인 줄에 후크를 걸고 바로 뛰어내렸다.


4개의 건물 사이를 대각선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그 와중에도 집라인을 타는 내 형체가 보였는지 총알이 빗발친다. 처음 알았다. 총알이 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면 [우웅]하는 총알 소리가 들린다.

나는 건물에 도착할 때 속도를 줄일 여유가 없었기에 땅에 발이 닿자마자 굴러 넘어졌다.


“으윽⋯ 살⋯ 살았나? 20층 정도인가?”


[팍!]

[피웅]


도착했어도 끝이 아니었다. 땅에 총알이 박히고 몇 발은 각도 때문에 [피웅] 소리를 내며 도탄까지 되며 내 주변으로 날아왔다.

나는 도탄을 피하기 위해 건물 깊숙이 들어갔다. 낮은 층이기에 여기까지는 각도 때문에 총알이 닿지 않는다.


[치직⋯ 반대편 건물로 이동했다! 1,2,3팀은 집라인 타고 추적하고 치직⋯ 4 탐은 도주로 막아!]


집라인? 내가 타고 온 걸 타고 올 생각인 것 같다.

집라인 쪽으로 뛰어가니 벌써 3명이 타고 오고 있다.

나는 다시 집라인으로 달려가 나이프를 꺼내 바로 줄을 끊었다.


“으아아아아아”


3명의 비명소리가 떨어지면서 멀어져 간다. 이윽고 쿵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총알이 또 내 발 아래에 박혔다.


[치직⋯ 짚라인 끊겼습니다!]

[젠장! 무전이 하이잭 당했어. 적은 한 명이야! 무전기⋯ 끄억!]

[대장님? 치직.. 대장님?]

[치직⋯ 대장의 신호가 끊겼다. 내가 지휘한다! 다들 무전기 끄고 4번 팀 건물로 이동해!]


우리 팀의 누군가가 대장이라는 사람의 목을 딴 것 같다. 다행이다. 우리 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적들은 다른 방법으로 내 위치로 전부 이동해 올 텐데 그전까지 어디로 갈지 결정해야 했다.


[펑!]


그때, 화약총들의 소리 사이로 익숙하지 않은 공기총 소리와 함께 무전이 하나 더 들려왔다.


[치직⋯ 2팀 당했습니다!]

[치직⋯ 어디야! 언제 저기로 이동한 거야!]

[무전기 쓰지 말라고 말했잖아!]


난장판이다. 적이 완전히 혼란에 빠진 것 같다.


[치직.. 무전기 쓰고 채널을 바꿔야지 무전기를 왜 안 써! 지금 당장 채널 바꿔!]

[치지직⋯ 시X! 같은 용병 따위가 우리 대장도 아닌데 어디서 명령질이야!]

[치직⋯ 2팀 철수해! 치직 이런 거지 같은 놈들이랑 합동작전이라니]

[치직⋯3팀도 빠진⋯ 으으⋯ 살려줘! 살려줘! 치지직]

[치직⋯ 1번 팀 복귀한다! 선금은 받았으니 끝났어.]


이 자들은 여러 용병의 집합이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는 듯했다.

좋은 생각이 났다. 나는 조금만 장난을 쳐 보기로 했다.

무전기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니 [치직] 소리가 났다.


“안녕? 나는 너희가 찾고 있는 사람이야. 너희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난 처음부터 여기에 너희랑 같이 왔어.”


무전기 버튼을 끄고 나는 속으로 웃었다. 내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었다.


[치지이익⋯ 젠장 2팀에 그 싸가지없는 애 목소리잖아! 죽여!]

{치익.. 2팀 리더다. 다들 진정해! 적의 함정이야. 타앙⋯ 탕⋯ 쏘지 마! 쏘지 말라고!]


총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서로에 대한 불신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특히 이런 신뢰가 없는 팀에서 말이다.

바스크가 그만큼 쥐새끼를 잡는 것에 열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이 들었다.

무전기에는 수십 가지의 비명과 여러 팀의 혼선이 섞여서 출력되었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조차 없었다. 서로 죽이는 난장판이 만들어졌고 약 10분 정도 지속되었다.

이윽고 주변이 다시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해지자 무전이 하나 도착했다.


[치익⋯ 리더다. 쥐새끼 한 명 포획 완료했다. 내가 데려갈 테니 다들 상황 봐서 세이프 하우스로 이동해]


우리 리더의 목소리다. 이 무전이 뜨자 집라인을 타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난다.

우리 팀원들인지 다른 용병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를 타서 도망치는 것 같았다.


나는 급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숨어있다가 천천히 다른 사람이랑 겹치지 않을 시간에 이동하기로 했다.

야간 투시경으로 확인하니 주변에는 시체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다들 잘 숨은건가? 아니면 다들 벌써 돌아간 것인가?


해가 뜰 때가 되자 마지막 집라인을 타는 소리를 끝으로 소리는 더이상 없었다.

나도 슬슬 돌아가야겠다.

옆 시체의 장비를 전부 챙기고 주의를 경계하며 세이프 하우스로 이동했다.

다행히 나를 공격하는 사람은 없었다.

세이프 하우스 인근으로 도착하니 리더가 주위를 경계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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