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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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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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기생충 (2)

DUMMY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내일 8번 돔으로 간다. 들어오자마자 다시 나가는 게 싫기보다는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전하고 싶던 말을 연습했다.

밤은 짧았고 출발일이 왔다.


“다들 모이셨나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다들 짐이 가볍다. 개인 백팩을 소지하였고 운전만 해서 가면 되는 길이기에 안전까지 보장된다.

탑승자는 4명, 나, 메이슨, 스텔라 그리고 미야까지. 물론 미야는 차를 타고 다시 복귀할 예정이다.

차는 출발한다. 나와 스텔라는 이번에도 뒷좌석에 앉았다.


“스텔라 우선 돔 바로 아래에서 시체를 하나 챙겨야 해. 좀 얼굴 못 알아볼 시체로.”

“하⋯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또 바로 나가는 거야 정말⋯”

“내가 리더니까 웬만해서는 빠르게 작전을 끝내볼게. 믿어줘”

“뭐 그래도 새로운 곳에 가니까 조금 설레기도 하네”


차가 돔 아래 멈추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지만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괴물의 시체와 사람의 시체가 섞여 도저히 손을 데고 싶지가 않다.


“스텔라 시체가방 가져와줘”


시체를 선별했다. 얼굴이 많이 망가지고 부패가 덜 된 시체를 찾기는 쉽지가 않다. 돔을 빙 둘러서 50m쯤 이동했을까? 딱 어울리는 시체를 발견했다.

섞인 시체더미에서 하나를 꺼내 시체백에 넣고 차에 실었다. 등대지기가 보면 뭐 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 할 것이다.

차는 첫 파밍 때의 길을 똑같이 달린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썩은 시체 냄새가 시체백을 뚫고 코까지 들어온다는 점이다.

스텔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굴을 찡그린다.


“파이스, 이 냄새는 어떻게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 방호복으로 커버가 전혀 안돼.”

“그러게 이렇게 심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이러면 쉘터에서 받아주지도 않을 것 같은데? 이번에 나도 이것저것 사고 싶었는데 이 시체 들고는 쉘터 방문하는 건 꿈도 못 꾸겠네”

“뭐 차량 충전은 해야 하니까 들르긴 할 거야. 그때 빠르게 사자. 전에 상인한테 이것저것 많이 줘서 많이 살 수 있을 거야.”


차는 계속 달려서 쉘터에 도착했다.

차량의 충전을 하고 스텔라는 야간 투시경을 살 수 있었다. 물건 하나에 엄청 기뻐하는 스텔라가 귀엽다.

쉘터에서 다시 출발할 때에는 미야와 스텔라가 자리를 바꾸었다. 메이슨은 묵묵히 운전만 하는데 피곤하지도 않나 보다.

차는 이제 멈추지 않고 8번 돔까지 갈 것이다. 아마 저녁쯤이면 도착하겠지.

이동 중에 미야가 말을 걸었다.


“질질 짜던 꼬맹이가 아직까지 살아서 리더까지 하고 있네? 내가 본 바스크 중에 최연소 승진이야”


부끄럽다. 미야는 내가 바스크 본부에 온 첫날 내가 샤워를 하면서 우는 걸 들었다.


“하하 다 조교님들이 잘 가르쳐주셔서 그렇죠.”

“잠깐 너 근데 아직 세타 아닌가? 진급식 안 했잖아? 저번 출정이 간이 출정이라 진급식은 한번 더 나가야 할걸? 그거 생각보다 중요해. 식당 마일리자가 훨씬 많아지거든”

“아⋯ 그런 게 있다고 듣지도 못했어요”

“근데 너희 들고 온 품목 보니까 다음에 안 나가도 되겠던데? 태양광 패널을 어디서 그렇게 많이 가져온 거야? 세상에 많이 남지도 않은 건데”

“북쪽으로 쭉 가서 엄청 높은 건물 근처가 하나도 털리지 않았었어요. 거기서 다 가져왔죠”

“엄청 높은 건물? 설마⋯ 근처에 호수가 있는? 놀이공원이라는 것도 있고. 예전 이름이 무슨 타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 맞아요. 어떻게 아세요?”

“거기 들어갔어?”

“아뇨. 6명이서 들어가기는 무리였어요.”


미야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루터이지만 직무 특성상 밖에 잘 나가지 않아. 내 임무 중에 하나가 외부 통신을 잡는 건데 그 위치를 알려주는 암호문 전파가 한번 온 적이 있어. 몇 개월 전으로 기억하는데⋯”

“네? 거기는 아무것도 아무도 없었는데?”

“확실하지는 않아. 다만 우리도 대규모 수색팀을 파견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위험해서 우선은 보류 중이었어.”

“그 건물 조금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 전체가 유리로 된 건물이었는데 유리가 그렇게 온전하게 남아있는 건물은 저거 말고는 없었어요. 마치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느낌까지 들었어요.”

“조사할 가치는 있겠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참고하겠어”


우리는 이 이야기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훈련 때의 후일담. 미야의 첫 출정등의 이야기를 하였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미야는 딱딱한 이미지만은 아니었다.

해가 거의 다 질 무렵 돔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돔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돔 밖에서도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가득하다. 우리 돔과는 너무 비교가 되는 모습이다.

미야가 넋을 놓고 돔을 바라보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파이스, 이 돔 근처에는 과거에 공항이랑 신도시가 있었데. 인프라도 많았으니 돔이 이렇게 크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저희 돔은 다 무너져 가는데 여기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이 살 것 같아요. 빛을 저렇게 소비할 전기가 남아있다는 게 놀랍네요.”

“파이스. 눈에 보이는 것이 절대로 다가 아니야. 밝은 불빛 밑에는 어떤 것보다 어두운 이면이 있어. 멀리서 보는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지”


미야의 말을 들으니 확실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잘 사는 돔이 가난한 우리 돔을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돔이었다.

또한 이렇게 큰 돔에서 아버지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약간의 좌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티를 내지 않기로 했다.


입구로 이어지는 다리에 차가 줄을 서 있다. 신원확인의 과정이 길어지는 느낌이었다.

기다리는 중에 미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파이스, 너는 이제 리더야. 우리한테 명령하고 필요하면 행동 양식까지 요청해야 해. 사람은 대충 말해도 척하고 알아듣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세하게 말해줘야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어. 들어가기 전에 각각의 사람들의 성격에 맞추어서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말해주면 팀원들이 너를 더 믿고 따라올 거야”

“아⋯ 너무 정신없이 보고만 있었네요”


미야의 말이 맞다. 나는 리더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

용병과의 전투에서 리더가 아무 명령이 없을 때 내가 혼란스러워했던 것처럼 지금 내 팀원들도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지금 내가 적절한 명령을 내려주지 않으면 8번 돔에 발도 못 붙이고 작전은 끝이 날 것이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자 다들 집중해 주세요, 죽은 자의 이름은 28살의 다이크입니다. 이건 외워 주셔야 해요. 또한 지금부터 시체처리회사의 직원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돔에 안전하게 들어갈 때까지 저희는 시체를 찾느라고 온갖 고생을 다한 느낌을 내야 돼요. 차 내에 흙먼지를 방호복에 바르고 머리는 헝클어진 느낌을 내주세요. 당장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은 극한 업무를 하는 느낌으로요. 오늘같이 전투 없이 멀쩡한 상태로 가면 엄청 의심받을 거예요. 9번 돔에서 나온 가짜 신원 확인증도 준비해 주시고요.”


미야가 내 말을 듣고 미소를 머금는다.


“훗⋯ 잘하네? 뭐 집에서 연습했어?”

“아뇨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좋아 앞으로도 그렇게만 하면 될 거야.”


우리의 차례가 왔다. 메이슨이 운전자인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평소에도 카리스마 있는 얼굴에 극한에서 온 느낌이 더해지니 여기까지 아우라가 전해진다.

메이슨의 얼굴을 보자 경비병들이 흠칫하는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코핀 장례회사에서 오셨군요. 신분증과 시체가방을 잠시 확인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시체가방을 열고 어떤 전자기기와 시체를 번갈아 보더니 지퍼를 다시 닫는다.

시체가방까지 확인하려 들다니. 이 사람들도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을 텐데. 고생이 많다.

경비병들은 메이슨이 리더인 줄 알고 메이슨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사망인 성명이 무엇입니까?”

“⋯다이크”

“보유 중인 무기목록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자동소총 4개”

“의뢰인 성명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런 젠장 대본에 없던 말이다. 내가 나서야겠다.


“이봐요. 우리가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알아? 그냥 시체만 들고 오라서 들고 오는 건데. 빨리 끝냅시다. 졸려 뒤지겠는데”

“아⋯ 협조 감사합니다. 통과시켜!”


문이 열린다.

다른 사람들보다 5배는 빠른 속도로 8번 돔에 진입할 수 있었다.

게이트가 멀어지자 미야가 말을 꺼냈다.


“잘했어 파이스. 시체처리회사는 웬만해서는 잡지 않아. 냄새가 심해서 오래 붙잡아 두지 않으려 하고, 동시에 저 경비들도 이런 더러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아. 아까 너가 답변한 질문은 그냥 누구 가족이 죽었는지 자기네들이 궁금해서 물어본 걸 거야. 모든 심리전은 상대방의 입장까지 파악할 때 가장 승산이 높아. 기억해 둬”

“9번 돔 사람이라는 신분증이 효력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여긴 자본주의고 자유주의야. 이 일을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수 있어. 받는 돈도 적고 필수적인 직업도 아니기에 8번 돔에서는 항상 시체처리인원이 부족해. 결국 우리 돔의 인력까지 쓰는 거지.”

“그렇군요”


긴 터널을 통과한다.

차를 주차시키고 시체와 짐을 챙겨서 터널을 걸어서 이동한다.

밝은 빛을 따라가니 눈앞에 장관이 펼쳐진다.

우리 돔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높이의 건물들, 시선을 사로잡는 불빛들과 네온사인, 북적거리는 사람들까지.

이제야 8번 돔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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