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 아포칼립스의 파밍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한이량
그림/삽화
한이량 (자체 AI 병합모델)
작품등록일 :
2024.07.15 22:06
최근연재일 :
2024.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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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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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혁명(3)

DUMMY

아침 7시 8번 돔 대형극장 내 회담장.

시민들로 시끌벅쩍하다. 시민 측 3명은 다들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있지만 기업과 의회 측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기가 들어오는 이 건물은 시민들의 삶의 공간과 너무 대비되었다.


우리 팀에서 회의를 보러 온 것은 나뿐이었다. 스텔라와 메이슨은 알파팀과 함께 런쳐를 쏠 기업들을 선별하러 갔다.

머스켓과 나만이 회담이 모두 보이는 2층 테라스에 앉아있다.

시민에 어울리지 않는 테이블과 차, 양복. 우리를 시민 쪽 사람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은 여기 없었다.


“하하.. 머스켓님. 저희 왜 이런 복장으로 온 건가요? 돌 맞을 것 같은데요?”

“파이스 님 한 가지 잊으면 안 돼요. 저희가 시민 편에 선다고 절대 8번 돔의 시민인 것이 아니에요. 그들의 일원이 되었다는 착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언제나 바스크의 신분으로 임무를 다할 뿐입니다. 회담 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줄 모르기에 오히려 여기에 있는 게 도망치기도 쉽고 안전할 거예요.”


한 5분쯤 지났을까? 2층 각 테라스에 양복 입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 10분쯤 지나자 의회와 기업 쪽 입회인들이 자리에 앉았다.

다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 무언가 꽉 막혀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순간 들었다.


“자. 다들 정숙해주세요! 회의를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이번 시위의 주동자인 시민 쪽부터 발언을 시작해 주세요.”


사회자가 나타나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주동자라⋯ 사회자가 기업 쪽 아니면 의회 쪽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시민 쪽 가운데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이야기를 꺼냈다. 요구조건을 당차게 말하며 말에 끼어들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상입니다.”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조건들이라고 생각하나!”


의회 쪽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리고 의미 없는 이야기의 반복. 관객들의 야유.

그렇게 4시간의 회의는 아무런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사람들이 화를 내며 쓰레기를 집어던지며 극장을 나갔다.

회의장에는 덩그러니 머스켓과 나만이 남았다.


“4시간 동안 소리 지르는 것만 듣다 보니 귀가 아플 정도네요.”

“하하 파이스 님. 그래도 그것이 저희 목표대로 회의가 흘러간다는 증거니 이해해 주시죠. 시민들에게는 필요하지만 저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조건들이니까요. 그리고 저들이 저렇게 화낼수록 저희가 잘 준비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슬슬 일어나 볼까요?”

“가시죠.”


밖으로 나오니 시민들은 시위보다는 아까의 회의 이야기만을 할 뿐이었다. 확실히 작전이 먹혀들고 있었다.


***


다음날도 같은 시간에 회의가 진행되었다.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업들이 모여있는 곳의 전기가 복구가 되었다는 정보, 의회 쪽에는 세명중에 두 명만 참석했다는 점. 참관한 시민들이 어제보다는 적었다는 점이었다.


회의는 시작되었다.

의회와 기업 쪽에서는 비율을 조정하고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대신 정도를 완하 하는 협상안을 들고 온 듯하다. 나름 합리적인 안들도 가져왔다.

그렇지만 예상과 같이 의회 구성원을 투표로 선발하는 것과 기업의 세금증가에서 기업과 의회 쪽 대표자들이 자리에서까지 일어나며 반대했다.

화를 3시간 동안 내자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기업 쪽에서 제안을 했다.


“자, 저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투표이니. 저희도 그럼 내일은 투표로 한번 진행해 봅시다. 간단하게 과반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기각하는 걸로요. 그쪽이 원하는 투표니 합리적이겠죠?”

“저희 의회는 그 제안에 동의합니다. 시민들이 투표를 할 능력이 되는가를 판가름 짓는 좋은 기회가 되겠군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너네 기업들과 의회가 짜고 치는 건 이 돔의 3살짜리 꼬마들도 알아!”

“내일 투표 결과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해 드렸으니”


주변에서 야유가 들린다.

시민 측의 의견은 무시하고 과반수라는 명목으로 이 방안은 통과가 된다. 투표를 제안하는 기업의 행동이 너무 저속해서 치가 떨릴 정도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던지며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했다.


“하하하 저희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려 가는군요. 파이스 님. 내일은 회의를 기각시키고 무력충돌을 할 시간입니다. 오늘은 바로 돌아가지 말고 런쳐를 쏠 기업들을 미리 한번 보고 난 후 돌아가죠?”

“네 그게 좋을 것 같군요. 스텔라랑 메이슨에게 무전해 볼게요.”


우리는 기업끼리 싸움을 붙이기 위한 런처를 쏠 장소와 시간을 확정 짓고 돌아왔다.


***


다음날 아침 7시, 회의는 또 시작되었다.

이번엔 의회 측이 3명 모두가 먼저 나와 자리를 잡고 있다. 간사한 사람들이다.

그 후 시민 쪽이 들어와 앉았고 기업 측에서 조금 늦게 도착해서 앉았다. 그렇지만 기업이 조금 이상했다.

사람들이 바뀌었다. 테라스의 사람들도 어제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는 기업 측의 대표자들을 유심히 보다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뀐 사람들 중 한 명은 람버스 무역회사의 대표 리암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크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마주쳐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았다.


회의는 시작되었다. 어제와 다른 점은 각각 테이블 위에 O X가 표시된 팻말이 3개씩 있다는 것.


“자 정숙해주세요! 오늘의 회의는 어제의 의견에 맞추어 과반수로 기각 및 통과를 결정합니다. 어제 회의에서 말한 대로 결과에 승복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첫 번째 안건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관객석에서 야유가 들리지만 의회 쪽 그 야유를 듣고 미소를 짓는다. 승리를 확신하는 모양이다.


“첫 번째 안건입니다. 시민들의 최소 주거 개선 및 돔에서 무료 주택을 공급하는 안건입니다. 찬성하면 O 반대하면 X 팻말을 들어주세요”


팻말은 당연하게도 O 3개 X6개이다. 기각되었다. 그러나 기업 쪽에서 리암이 입을 열었다.


“돔에서 무료 주택을 공급하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민들은 박탈감을 느낄 것입니다. 대신 저희 기업들이 현재가의 20% 가격의 주택을 임대로 다수 공급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야유가 수그러든다.

사회자도 당항환 기색을 보이며 다음 안건을 준비했다.

“다음 안건은 노동자들의 내년 평균 임금인상분 46%에 관한 건입니다. 찬성하면 O 반대하면 X 팻말을 들어주세요”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팻말은 O 6개, X 3개.

기업들이 동의했다.

사회자와 의회 측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통⋯통과되었습니다. 다음 안건은 돔 외부로 나가는 위험 직종의 135% 임금인상률에 관한 건입니다. 찬성하면 O 반대하면 X 팻말을 들어주세요”


이번에도 기업들은 동의했다. 어제까지 화를 내며 반대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다.

확실히 이상하게 회의가 흘러간다.


“통과되었습니다⋯ 다음 안건은 노동자들의 근무시간 일 최대 12시간 제한입니다. 찬성하면 O 반대하면 X 팻말을 들어주세요”


기업들은 12건을 계속해서 동의를 해 나갔다.

심지어 기업 측은 결코 기업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안건까지도 동의했다.

이 안건들을 모두 동의하면 분명 기업들은 유지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관객들이 오히려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우리의 계획이 전부 물거품이 될 것이 뻔했다.


“통과되었습니다⋯ 마지막 안건입니다. 현 의회의 해체 및 투표를 통한 의회 구성원의 재선출에 동의하면 O 반대하면 X를 들어주세요”


O 6개, X 3개로 현 의회의 해체가 결정되었다.

의회 사람들이 벌떡 일어난다.


“이런 미친 새끼들! 그동안 좋게 좋게 해 줬더니 주인의 다리를 물어! 이 투표는 무효야!”

“의회분들. 분명 어제 본인들이 투표로 결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결과에 승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이 투표를 할 충분한 능력이 되는 걸 확인하셨으니.”


리암이 어제 의회가 한 말을 인용하여 말했다. 말에 힘이 느껴진다.


“이⋯이 새끼들 다 체포해! 기업 놈들까지 싹 다!”


의회 쪽 사람의 말에 군인들이 총을 들고 나타났다.

아무런 무기도 없는 관객들까지 나가지 못하게 하고 총을 겨누었다.

의회 측이 이런 것까지 준비해 두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행히 우리는 겨누는 군인들은 없지만 이 상태로는 극장을 나갈 수가 없었다.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탕!]


그때 총소리가 들렸다.

단 한 발의 총소리.

그 한 발의 총소리에 수십 명의 군인들이 한 번에 픽 쓰러진다.


“파이스 님! 숙이세요!”


머스켓의 말에 나는 뭄을 숨겼다.

그러나 단 한 발의 총소리 이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내밀고 보니 각 테라스 발코니에는 수십 명의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총을 들고 있었다. 기업 쪽 사람들이었다.

단 한 발을 같은 타이밍에 쏴서 여기 모든 군인을 동시에 처리할 정도로 훈련이 잘 된 느낌.

젠장⋯ 기업들은 모든 걸 다 준비하고 있었다.


회담장으로 시선을 돌리니 의회 측 3명의 사람들과 사회자가 양복 입은 사람들에게 손발이 묶이고 있었다.

리암은 묶인 사람들을 뒤로하고 마이크를 들었다.


“자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죄송하지만 오늘 여러분들께 드린 약속을 모두 지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앞장서서 무능력한 의회를 타도하고 회의 때의 조건만큼은 아니어도 여러분의 삶을 지금보다는 훨씬 윤택하게 만들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희도 의회에 정말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저희를 믿어 주십시오! 앞으로 이 돔을 훨씬 강하고 모두가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 나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우선 안전하게 귀가해 주십시오!”


젠장. 우리가 만들어 둔 모든 판을 기업이 꿀꺽하려 했다.

우선 빠르게 여기서 나가야 했다.

시민들이 극장을 나오는 걸 확인하고 극장을 나서려고 할 때 리암이 정확히 우리를 보고 손을 까닥였다.


“머스켓님!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머스켓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뇨 파이스 씨. 저희는 늦었어요.”


[퍽!]


후두부에 강한 통증이 느껴진다. 힘이 빠져간다.

내 옆으로 머스켓도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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