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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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작품등록일 :
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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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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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추호 秋毫 2

DUMMY

언가의 소연무장.

상방에 세워진 석등과 벽 중간중간에 원형 나무틀에 기름종이를 바른 공황등龔黃燈이 연무장을 비쳤다.

그래도 그믐의 어둠은 가시지 않아 연무장을 회색 대지로 만들었다.

무쌍은 초류를 들고 도의 끝을 큰형에게 겨눴다.

대련은 벌써 반시진 째다.

유엽도를 든 언무극도 막내와 간합을 쟀다. 이마에 맺힌 땀에 그의 입에 미소가 스쳤다.

막내의 수련은 진척이 무척 빨랐다. 그가 제시한 수련 일정을 배 이상 빠르게 소화해 냈다. 지금은 원월심삼도의 열세 초식 전부를 사용해 대련 중이다.

이대로 한달 정도 지나면 지도대련이 버겁다. 귀백무심검에 주력한 그라 지도대련은 비무로 바뀌고 있었다.

무쌍은 간합 거리 안에 큰형이 들어오자 왼발이 앞으로 나가며 초류가 큰형의 머리를 베고 다시 하단에서 상단으로 올려쳤다. 달이 바람을 따라가는 월진풍향月盡風向의 기수식이다.

“챙. 챙.”

언무극은 조심스럽게 격검을 했다. 방어를 위해 물러나면 월진풍향이 광풍으로 몰아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쌍의 도 초류에는 힘이 실리지 않고 튕겼다. 이 힘을 타고 초류를 무쌍의 목 뒤로 넘기는 과노도초로 탄성을 실었다.

픽. 픽.

달이 바람을 따라간다. 월진풍향초식의 진의는 도기刀氣다. 달이 도고 바람은 도기다. 즉 도기를 쏟아내기 위해 도의 운용보다는 운기행공에 중점을 둔 초식이다. 따라서 초식이 간결한 편이지만 위력은 달랐다.

그리고 이 초식의 진의인 도기가 초류의 끝에 아지랑이처럼 맺혔다.

“헉.”

탕. 탕.

언무극은 경악하며 유엽도에 내공을 강하게 실었다. 그러자 그의 유엽도에서도 도기가 실처럼 풀렸다.

그러자 솥에서 밥냄새를 품고 나온 연기처럼 도기가 노골적으로 공간을 장악했다. 완벽한 도향부동刀香浮動 초식이었다.

쾅. 꽝

하지만 무쌍은 월진풍향 초식을 연거푸 세 번이나 펼쳐 도기로써 큰형이 도기로 만든 도막을 잠식했다.

“그만.”

언무한이 외치며 월소횡수月疏橫水의 초식을 써 유엽도를 크게 휘둘러 반원의 동심원을 그려 무쌍을 뒤로 물렸다.

“형님?”

무쌍이 한참 흥이 났다가 흐름이 끊기자 큰형을 봤다.

“너. 혼원일기공이 4성 원만圓滿에 이르렀구나?”

언무극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천형을 가진 놈이 둘째보다 진전이 빨랐다.

“어떻게 아셨어요?”

“무의식적으로 도기를 쓸 정도면 답 나오지 않았느냐?”

“아-.”

방금 대련 중 엉겁결에 도기를 쓴 모양이다.

“내일부터는 나도 갑옷을 입고 나와겠군. 이제는 대련이 아니라 비무가 되겠구나. 축하한다. 녀석.”

언무한이 진열대로 가 유엽도를 걸며 말했다.

그날로 지도대련은 끝이났다.


소월각으로 돌아온 무쌍이 씻고 탁자에서 의자를 꺼내 앉았다. 그러자 소소가 무쌍에게 서신을 건냈다.

“공자님. 마님에게 서신이 왔습니다.”

서신을 받은 무쌍은 미소를 머금고 서신을 펼쳤다.

[낭군님, 바람 안 피고 잘 있지.]

“훗. 의부증 여편네.”

그가 첫 인사말에 실소를 토했다.

[나 집에 와서 엄청 혼났어. 그리고 낭군이 편지를 받고 있을 때는 폐관에 들어가 있을 거야. 반년을 예상해. 그 동안 하루 한 통씩 편지가 안 와 있으면 죽는다.]

그리고 글 뒤에는 조그맣게 주먹을 그려놓았다.

이어진 내용은 무진호가 하남성에서 동녀를 구입하거나 납치한 흔적을 찾았고, 산동에서는 납치한 동녀들을 환음골 시의를 시켜 정혈을 뽑아내 단약을 만든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편지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이 일로 흑련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무진호를 잡으려 했으나 도망간 이후였다. 지금은 흑련이 무림맹과 공조해 무진호를 쫓고 있다고 적었다.

끝으로 임려수는 그녀의 부친 임철이 무쌍의 웃어른이 해를 넘기기 전에 납징과 청기를 바란다고 적혔다.

“흠.”

무쌍은 오른손 검지로 콧등을 긁적였다.

납징은 혼인의 표시로서 폐물을 주는 절차고 청기는 신랑 측에서 신북 측에 혼인 날짜를 정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큰형은 혼기를 넘겼고, 둘째 형은 상당상단 외동딸과 약혼해 큰형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그리고 부친은 장인에게 2년 내에 혼례를 올리기로 약조했다.

그래서 행한 약혼인데 일방의 방주가 한달도 안 돼서 말을 바꾼다?

“깜찍하군.”

무쌍은 피식 웃으며 서신을 접었다. 마지막 글은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다.

그는 곧장 벼루와 붓을 챙겨 서신을 써 내려갔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의술을 배우게 될지 모른다는 것과 일상을 썼다. 임려수가 떠나고 거의 일주일에 한 통씩 근황을 썼기 때문이다. 이 서신들은 모아뒀다가 철혈방과 거래를 튼 진주상단을 통해 보냈다.

마음은 여전히 애틋하지만, 얼굴을 못 본 시간이 석 달이 지나며 소소에게 가려지는 느낌이다.


한 달 후 언씨세가 현령전.

언관운은 유수행의 이연태를 보며 활짝 웃었다.

“이의원. 이리 번거로움을 끼쳐드리니 송구스럽습니다. ”

그는 말과 달리 미안한 기색이 일말도 없었다. 그 미안함이란 자리를 만족감이 차지고 있었다.

“내가 원해서 온 일이외다.”

이연태는 본론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항상 막내 녀석이 마음에 걸렸던 터랍니다. 이 녀석을 맡아 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관운은 무쌍의 미래를 정해놓고 이연류를 불렀다. 그는 막내가 이연태에게 의술을 사사받기를 원했다.

“쌍아가 저를 따라갈 생각이 있다니 다행입니다.”

이연태는 흡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것이....., 막내에게는 말을 해놓았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쌍아가 결정할 말미를 달라고 했는데 이의원께서 이리 빨리 오실 줄 몰랐습니다.”

언관운이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허허허.”

이연태가 맥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아무리 자식이라지만 장래를 아비가 정해놓고 통보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무가에서 천형을 지니고 태어난 것이 죄인 셈인가?’

그의 생각에 무쌍은 머리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또 처한 상황에 비해서 말썽이 그다지 없으니 심성도 괜찮다고 봤다.

“아비가 자식 놈 앞길을 여는 것이니 이해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언관운도 이연태가 짓는 웃음의 의미를 익히 알았다. 그래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언가주. 몇 해 전 쌍아를 일 년 동안 돌보며 느낀 것이 있었소이다. 애가 총명하기도 하지만 뜻이 산만하지 않고, 바라는 것에는 집중하는 편이었소. 만약 이런 아이가 다른 뜻을 품고 있는데 날 따라가 의술을 배우라고 하면 틀림없이 불만을 잔뜩 품을 것이외다.”

“흐음. 아마도 아이의 성격 상 그러고도 남겠지요. 그러나 이대로 방치할 수 없기에 이의원을 청한 것 아니겠습니까?”

말하는 언관운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강호낭중 따위에게 존대하는 것도 따져 묻는 것도 못마땅했다. 자식 일이 아니면 그저 그런 인연이 무림인과 의원의 관계였다.

“하면 쌍아를 데려가는 일은 전적으로 나에게 맡겨주셨으면 합니다.”

“막내 녀석을 설득할 방안이 있는 게요?”

“쌍아가 변하지 않았으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소이다. 그걸 보여줄 생각입니다.”

“좋아하는 것?”

언관운의 머리에 여자와 방종만 떠올랐다.

“생사生死지요.”

자식을 아비가 모르는데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 이연태는 선문답을 남겼다.

“이의원이 막내 녀석을 잘 구슬린다고 하니 믿어보겠습니다.”

“그러하지요.”

“그런데 쌍아는 오려면 한참인가 봅니다?”

“근동에 큰 도량이 있습니다. 예서 십오 리쯤 됩니다. 사람을 보냈으니 점심때나 오겠군요. 참. 아이의 어미도 이의원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참고로 처는 광동 불산의  방가 여식이라 좀 괄괄합니다.”

언관운이 우스갯소리로 처의 흉을 보았다.

“의당 인사를 해야 할 일 입니......,”

“흥. 내가 오는 걸 알면서 일부러 그러지.”

방혜정이 들어오면서 언관천에게 쏘아붙였다.

“부인. 오셨소?”

언관운이 능청스럽기 말했다.

“불렀으니 왔죠.”

“전에 쌍이를 치료하셨던 이의원이 오셨다오.”

퉁명하게 말하는 아내를 보면서도 언관운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세가의 가주로써 보인 적 없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 이의원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방혜정은 이연태를 없는 사람 취급하더니 얼굴을 바꿔 인사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의원님. 이이가 저를 방가 사람이라 했는데, 저는 이십 년 째 언가의 안살림을 맡고 있답니다. 그러하니 진주 언가 사람이죠.”

“지극히 옳은 말씀이십니다. 언부인.”

이연태는 무쌍의 모친에게서 만만치 않은 성격을 느꼈다.

“하하하. 이의원님은 사람을 볼 줄 아시는군요.”

너털웃음까지 보인 방혜정이다.

“크흠. 부인. 웃음이 좀 거시기 하구려.”

언관운이 처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게요. 이의원님이 좀 이해해주세요. 불산에서 왔을 때는 웃음이 방 밖을 넘지 못해서 고양이 같았더랍니다. 시집을 오고 언가 집안사람들과 특. 히. 남편에게 사랑을 어찌나 듬뿍 받고 성장을 했나 세가에서들 저를 호랑이라고 하더이다.”

방혜란이 표독하게 언관운을 보며 말했다.

“하하하. 두 분 금슬이 한 쌍의 원앙과 같소이다.”

이연태가 갑자기 크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죠?”

방혜란이 의혹에 차 물었다.

“언부인께서는 제가 쌍아를 맡아서 불안한 모양인데 억지로 화를 내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연태는 언관운과 방혜정을 번갈아 봤다.

“어머. 이의원님은 관상도 보시나 봅니다.”

“호랑이를 자처하는 분이 심화가 옅습니다. 그런 사람은 대게 볼 위로 홍조가 짙고 눈꼬리가 크게 올라갑니다. 또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자리하기 마련이죠.”

이연태가 그리 말하자 방혜란의 얼굴이 붉어졌다.

“깐깐한 어미가 못 돼 막내 아이를 올곧이 키우지 못했습니다. 큰 애와 둘째는 걱정이 없는데 막내는 그냥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막내를 제자로 들이신다는 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어요. 감히 아이의 스승이 될 분을 떠봐서 송구스럽습니다.”

방혜정이 일어나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나 역시 무례하게 굴었소이다.”

언관운도 따라 일어나 포권을 했다.

이연태도 웃으며 포권을 했다. 겸양한 태도를 취하는 이 부부가 싫지 않았다.

“무쌍을 거두시면 어디서 살 것이며 책값은 어떻게 지불해야 하나요?”

방혜정은 약간 우려 섞인 목소리로 대뜸 물었다.

“언부인. 제가 강호에서 유수행의라는 낭중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직례에 의원을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문도.....,”

이연태가 입을 열면서 세 사람 간의 대화는 한동안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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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214 8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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